〈 161화 〉 161화. other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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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other side.
“철민 오라버니. 이쪽은 아시는지 모르지만, 임규리. 사회에서 영화배우였어요. 이번에 에 가입하기로 했어요.”
희정은 방금 꼬드긴 규리를 철민을 입구까지 불러내 소개해주었다.
“그래. 알고 있어…. 규리씨 에 가입한 걸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장 회장님.”
규리와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철민은 규리를 에 가입시킨 뒤에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다. 상세한 사항은 안에서 대기 중인 상아가 대신해줄 것이다.
“희정. 정말 잘했어.”
“뭘요. 다 철민 오라버니의 후광 덕분이죠.”
“허허. 그래…. 희정에게는 나중에 뭔가 근사한 선물이라도 해줘야겠군.”
“철민 오라버니. 기대하고 있을게요.”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철민이 다시 로 들어갔다.
그리고 혼자 남은 희정은 이제 5명밖에 남지 않은 진영 참가자들을 꼬드기기 위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희정이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은 규리와의 대화 속에서도 나왔던 유진이었다.
이름은 오유진. 나이는 24세로 20세에 데뷔하자마자 갑자기 주연으로 발탁된 코미디 영화가 대박을 치며 급격히 인지도가 상승한 영화배우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왠지 활동이 뜸해지더니 후속작이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유진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를 아세요?”
유진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오는 희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론 알죠.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감사해요.”
유진은 입으로는 감사를 표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희정이 말했던 영화 제목은 유진에게 있어 자랑스러운 데뷔작이었지만, 반대로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줘서 씁쓸했다.
희정은 공통 화제로 일단 말문을 터보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첫 주제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씨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요? 에 가입하면 훨씬 나아질 텐데….”
“아뇨…. 저는 에 가입할 생각이 없어요….”
유진 역시 첫 반응은 다른 여자들과 다른 바가 없었다. 따라서 희정은 다른 여자들을 꼬드기는 데 써먹었던 방법을 다시 쓰려고 했다.
“왜 그래요? 혹시 마스터 권한 때문에 그래요?”
“그것도 있지만…. 암튼 생각 없어요….”
유진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의외로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희정은 계속해서 유진을 이런저런 말로 설득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럼. 혹시 생각이 바뀌면 다시 말해요.”
“아뇨…. 생각이 바뀔 일은 없을 거예요.”
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몇 마디 말로 유진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사실, 유진은 규리가 에 가입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현중이 에 가입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유진은 자신을 영화배우에서 반쯤 은퇴하게 만든 두 명의 배우가 이미 가입된 에 자신도 가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또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유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희정은 유진에 대한 미련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 상대를 물색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명의 여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희정의 인사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희정을 바라보며 답례를 해왔다.
그리고 그 여자의 옆에 앉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역시 고개를 들어 희정에게 얼굴을 향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의 이름은 차나은, 나이는 25세였고, 그 옆에 나란히 앉은 여자의 이름은 차소은, 나이는 19세로 둘은 친자매였다.
소은은 희정에게 얼굴을 향하기는 했지만, 두 눈은 꼭 감은 상태였다.
물론 소은은 잠이 든 것도 아니고 희정의 모습을 보기 싫어서 눈을 감은 것도 아니었다.
소은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쉽게 말해 시각 장애인이었다.
희정은 이 자매들과 친분은 없었지만, 에 가입하기 전부터 멀리서 지켜보며 소은의 신체적 결함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매번 언니인 나은이 소은의 옆에서 들러붙어서 이것저것 계속 챙겨주고 있으니 눈치채지 못하기가 더 어려웠다.
“둘은 왜 에 가입하지 않는 거예요?”
“그게….”
희정의 물음에 나은은 말을 망설였지만,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유는 어차피 뻔할 것이다.
“마스터 권한 때문이죠?”
“네….”
“사실 지금 에서는 마스터 권한이 쓰이지 않고 있어요.”
“…그래요?”
“네. 마스터가 그 유명한 사성 그룹의 장 회장님인데 그런 불합리한 권한을 쓰시겠어요?”
“그렇긴 하네요….”
희정은 자신의 말에 나은이 계속 호응은 하지만 실제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자극책을 펼치기로 했다.
“옆에는 친동생 맞죠?”
“…네.”
나은은 희정의 물음에 옆으로 손을 뻗어 소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손등을 어루만져주었다.
“동생 몸이 상당히 불편한 것 같은데….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에 가입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네. 동생이 많이 힘들어 하긴 해요.”
나은은 벌써 25살이나 되긴 했지만, 아직 남자와 사귀어본 경험조차 없었다. 그렇다 보니 마스터 권한의 내용을 들은 나은은 남들보다 더욱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은은 정상적인 환경 속에서도 제대로 생활이 되지 않는 여동생인 소은이 너무나 신경 쓰였다.
“일단 에 가입하면 편한 잠자리도 있고 포인트로 이것저것 살 수도 있으니 동생도 지금보다 훨씬 편해질 거예요.”
나은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희정의 말로는 현재 에서 마스터 권한은 쓰이지를 않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혹은 사실이라도 나중에 쓰게 된다면?
나은은 남자와 사귀어본 적이 없는 만큼 남자와의 스킨십 경험 역시 없었다. 따라서 핸드잡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실제로 어떻게 느껴질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실제로 섹스까지 하는 것도 아니니 그 정도쯤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동생이 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자신이 대신하면 될 것이다.
마음을 정한 나은이 희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과 손을 맞잡고 있던 소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안 돼.”
“응? 소은아 뭐가?”
“에 가입하면 안 돼.”
“…그래?”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던 소은이 제법 강경한 말투로 언니인 나은을 말렸다.
소은은 태어날 때부터 시력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소은은 중학교로 들어가던 무렵 망막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하며 시력을 서서히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어버렸다.
신체에 장애가 생기면 당연히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장애 중 가장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부위는 어디일까?
물론 손발의 장애도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력의 장애가 가장 불편하지 않을까?
소은은 시력을 잃어버린 자신의 운명을 원망했다. 어떨 때는 차라리 태어날 때부터 시력장애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랬다면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을 텐데….
그렇게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불안함에 떨던 소은은 헌신적인 언니의 보살핌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시력장애가 완전히 안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은은 시력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달 된 소은의 감각 중에서도 특히 뛰어났던 것은 소위 말하는 육감이었다.
소은은 눈을 마주 보지는 못 하지만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다.
소은은 희정의 말에서 불안한 그림자를 느꼈다.
소은은 아직 19살이라 사회 경험이 부족했다. 게다가 시력장애라 평범한 19세의 여자아이들보다도 더욱 부족했다.
하지만, 소은은 확신할 수 있었다. 희정의 말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급히 언니인 나은을 말렸다.
나은 역시 소은의 이런 신기하리만치 뛰어난 감각을 믿고 있었다. 나은의 흔들리던 마음은 소은의 말 한마디로 바로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무래도. 우리 자매는 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아니. 동생 몸이 이렇게 불편한데 계속 여기서 생활하겠다는 건가요?”
“네.”
지금까지처럼 다소 주저하고 망설이던 나은이 아니었다. 나은은 이제 제법 확고한 말투로 희정의 제안을 거부했다.
희정은 설득을 더 이어나갔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희정은 이 두 자매를 설득하길 포기했다.
희정은 이제 자신이 말을 걸어본 적이 없는 남은 두 명의 여자를 타깃으로 삼아 발걸음을 옮겼다.
다만, 희정은 그나마 설득이 가능한 마지노선이 바로 방금의 차 자매까지였다는 사실을 아직은 알지 못했다.
철민의 진영에서 희정이 말을 걸지 않았던 남은 두 명의 여자는….
한 명의 이름은 소피아 로렌. 나이는 20세로 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다만 아버지의 피를 강하게 물려받은 소피아는 금발에 벽안, 그리고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 한국인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소피아의 아버지는 소피아의 어머니와 결혼하자마자 한국으로 귀화했고, 소피아 역시 태어날 때부터 한국에서 살아온 순수한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외모에서 오는 이질감으로 인해 어린 시절에는 자주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던 소피아는 점점 성장하며 뛰어난 외모와 큰 키, 그리고 늘씬한 몸매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모델로서 활약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정말 모든 것이 순풍에 돛을 올린 것처럼 잘 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소피아가 철민의 눈에 들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철민은 소피아를 보자마자 첫눈에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꼭 가지고 싶어졌다.
철민은 바로 소피아가 소속된 회사의 윗선에 연락을 취했다.
여러 가지로 사성 그룹과 연결 고리가 있었던 소피아의 회사는 철민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철민은 소피아와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날 철민은 술에 취한 소피아를 강제로 범하려고 했다.
하지만 몸매 관리를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해왔던 소피아는 어떻게든 철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소피아의 말을 전해 들은 아버지는 크게 분노하며 철민을 신고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철민의 처벌이 아닌 세찬 역풍뿐이었다.
어느새 그날의 일은 소피아가 철민을 유혹한 것으로 변질되어 있었고, 그것을 빌미로 신고를 한 소피아 측은 꽃뱀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철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본 소피아가 철민이 마스터로 있는 에 가입할 리는 절대 없었다.
남은 한 명의 여성 역시 처지가 비슷했다.
이름은 설수빈. 나이는 21세로 작년 초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거두었던 아이돌 가수였다.
하지만 수빈은 소속사와의 문제로 인해 아이돌 가수 활동을 접게 되었고, 그렇게 연예계에서 강제 은퇴를 하게 되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계기는 바로 수빈이 소속된 기획사의 사장인 재진이었다.
수빈은 연습생 시절부터 끈적한 시선으로 접근해 오는 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꾸어 오던 아이돌 가수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꾹 참고 견뎠다.
그러던 어느 날. 수빈은 아이돌 가수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수빈에게 계속 미뤄 오던 재진의 마수가 뻗기 시작했다.
재진은 수빈이 연습생일 때 미리 건드려버리면 잃을게 적은 만큼 거절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재진은 연습생보다는 성공한 아이돌 가수를 상대할 때 더욱 흥분되었다.
당연히 수빈은 재진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로써 재진의 눈 밖에 난 수빈은 아이돌 가수로서의 생명이 끊겨버렸다.
물론 수빈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바로 법적인 대응을 하려 했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었고 익숙한 재진은 처음부터 거의 빈틈을 만들어두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수빈의 법적 대응은 수포로 돌아갔고 재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만, 재진은 잘 빠져나가며 법적인 처벌은 피했지만, 그 일로 인해 좋지 않은 여론의 공격을 거세가 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재진이 사장으로 있는 기획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소속 연예인들까지도 간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수빈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될 리는 없었다.
남자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었던 수빈은, 특히 그 당사자인 재진이 있는 에 가입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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