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 158화. other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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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other side.
마스터인 철민은 이미 희정에 이어서 오늘은 상아에게도 마스터 권한을 썼다.
그리고 철민은 앞으로 에 대다수의 여성 참가자가 가입하게 되면 서슴없이 마스터 권한을 써댈 것이다.
물론 그런 사실을 희정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한나를 속여나갔다.
나중에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면? 그때 가서는 희정이 알 바가 아니었다.
원래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법이다. 주변에서 다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살아나갈 방법은 각자가 모색해야 한다. 희정이나 상아처럼 여자라는 것을 무기로 삼아 남자들을 공략해나가도 되고 그 외에 자신의 특기를 살려도 된다.
희정이 언제까지고 한나를 보살펴 주며 뒤를 봐줄 의무는 없었다. 희정의 역할은 딱 에 가입시키는 것까지였다.
“희…. 희정 언니…. 정말이죠?”
“얘는 무슨. 속고만 살았니?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우면 에 가입한 다른 여자에게도 물어보라니까?”
희정은 슬그머니 다시 물어오는 한나에게 다소 화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소심한 한나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언니를 의심하겠어요….”
사실 한나에게 희정은 은인 같은 존재였다.
한나는 성철에게 강간을 당할 뻔했을 때는 정말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려웠다.
다행히 큰일이 생기기 전에 천사가 나서며 한나는 강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로 받은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괴로워할 때 대화 상대가 되어준 희정에게 한나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대화 몇 마디 주고받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니었고,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었지만, 한나에게는 정말 크게 느껴졌다.
그런 희정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한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도 없었다.
특히 한나는 이미 에 가입하지 않았던가? 한나는 희정이 가입한 에 자신도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희정 언니. 저 에 가입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지금까지 고생 많았지? 이제부터 한결 편해질 거야.”
희정은 한나에게서 확답이 나오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한나의 어깨를 살며시 다독여주었다.
잘나가던 보험 설계사였던 희정은 어려운 계약권을 다양한 수단특히 자신의 미모와 몸을 이용하는을 동원하며 성사시켜왔다.
희정은 그렇게 계약을 따낼 때마다 상당한 희열을 느꼈다.
고액의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 자체에 기쁘기도 했지만, 풀릴 듯 말 듯 한참을 고민한 난제를 풀어냈을 때와 같은 쾌감 또한 느꼈다.
희정은 지금 한나를 꼬드기는 데 성공하자, 마치 그때 느꼈던 희열을 다시 느끼는 듯했다.
이로써 한 명을 성공한 희정은 다음 사냥감을 물색했다. 그런 희정의 눈에 아름이 보였다.
이름은 성아름. 이제 갓 20세가 된 기가 약한 소녀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심한 한나보다 더 심했다.
한나는 남자를 꺼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성별인 여성과는 활발하진 못하지만 최소한의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아름은 남자는 고사하고 여자와의 대화조차 원활하게 하질 못했다. 사회성이 무척 모자란 여자아이였다.
희정은 그런 아름과 처음 말문을 트느라 상당히 고생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었다.
“아름아.”
“으익…. 희…. 희정…. 언니?”
“뭘 그렇게 놀래니….”
“아…. 아뇨…. 아무것도….”
희정은 이미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라 이제는 익숙했다. 아름과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희정은 한나에게 했듯이 의 유용성과 마스터 권한의 안정성을 어필하며 아름을 설득해 나갔다.
아름은 기가 약하기도 했지만, 끈기나 근성도 부족했다. 사실 아름은 현재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래서 희정의 말을 들은 아름은 한나보다 훨씬 쉽게 설득당했다. 이로써 두 명째를 확보할 수 있었다.
희정이 다음 타깃으로 삼은 이는 은영이었다.
희정은 힘없이 의 벽에 기대고 앉아 있는 은영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은영은 희정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네…. 뭐…. 안녕하진 못하지만요….”
희정의 인사에 은영은 다소 까칠하게 대답을 했다.
사실, 대충 봐도 전혀 안녕해 보이지 않은 은영에게 할 첫인사로는 다소 부적절하긴 했다. 그래도 희정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진상 고객들을 숱하게 만나오며 감정을 숨기는데 능숙해진 희정은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에서 계속 생활하기 힘들죠? 에 가입하는 게 어때요? 여기보다는 훨씬 환경이 좋으니 살만할 텐데….”
“에 최재진. 그 사람 있잖아요?”
은영은 다소 뾰족한 말투로 희정에게 물어왔다. 은영은 이미 재진을 아는 듯했다. 다만 말투를 보아하니 좋은 인연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손은영. 올해로 35세가 된 그녀는 낙원에 오기 전까지 연예부 기자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계 쪽의 대소사를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다.
사실 은영은 재진에게 무슨 피해를 본 것도, 그렇다고 재진을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취재 차 몇 번 만나서 안면을 튼 것이 다였다.
하지만, 재진에 관련된 안 좋은 소문들을 많이 알고 있었던 은영은 재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 안 좋은 소문이란 대부분 섹스 스캔들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자기 연예 기획사 소속 연습생을 성추행 또는 강간을 했다든지, 아니면 재벌가의 회장이나 간부들에게 성 상납을 강요했다든지….
의 마스터에게는 엄연히 성적인 행위를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그런 마스터인 철민에게 수족처럼 따라다니는 이가 바로 재진이었다.
사람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재진이 권력의 일부를 잡고 있는 가 여성에게 안전할 리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은영은 지금처럼 힘겹게 에서 지내며 쉽게 에 가입할 엄두를 내지 못 하는 중이었다.
“네. 재진 오…. 그 사람 에 있죠.”
희정은 최근 습관처럼 재진을 오라버니로 부르려다 급히 수정했다. 여기서 은영에게 재진과의 친분을 알려서 좋을 게 없었다.
“최재진 그 사람이 있는 는 왠지 불안하네요. 특히 최재진은 마스터의 측근이잖아요?”
은영은 자신이 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어느 정도 두리뭉실하게 대답했다.
희정은 남자를 보는 눈이, 특히 남자의 숨겨진 욕망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 보니 재진이 어떤 남자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은영이 왜 재진을 꺼리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그렇죠? 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희정은 어디까지나 여성 참가자들을 에 가입시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재진 그 사람이 마스터인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마스터는 장철민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최재진이 마스터에 붙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네요.”
“은영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는 전혀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어요. 마스터가 권한을 쓴 적도 없고요.”
물론 희정은 은영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다. 다만 은영의 걱정을 없앨 수 있는 말은 덧붙였다.
“정말 마스터가 권한을 쓴 적이 없다고요?”
“네. 한 번 쓴 적이 없어요.”
“그럴 리가….”
은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재진이라면 분명 여성을 통해서 욕정을 채웠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재진이 마스터인 것은 아니지만, 마스터에 빌붙어서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생각해내서 이미 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은영은 희정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만, 희정이 이렇게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희정은 은영이 자신의 말을 믿는 눈치가 전혀 아니라서 설득을 계속 이어나갔다.
“은영씨. 잘 생각해보세요. 장철민은 대기업의 총수예요. 물론 지금은 은퇴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죠.”
“…그래서요?”
“은영씨는 최재진 그 사람을 못 믿나 본데….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철민이 최재진에게 좋은 일을 시켜준다고 자기 이미지를 실추시킬 일을 할까요?”
“음….”
“여기에서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르는데…. 장철민이 잠시 옆에 붙어 있을 최재진에게 나중에 손가락질받을 게 뻔한 권한까지 써가며 챙겨줄 이유가 없죠. 그렇게 되면 사회에 나간 이후로 마스터인 장철민이 모든 죄를 뒤집어쓸 게 뻔한데요?”
“…그렇긴 하네요.”
희정은 은영이 어느 정도 넘어왔다고 생각되자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게다가….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장철민은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요. 거기가 잘 서지도 않을 텐데 여자에게 관심이라도 있겠어요?”
물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철민은 나이에 비해서 아직도 정력이 왕성했다. 그 단단한 불기둥을 희정은 이미 몸으로 체험했다.
“괜히 최재진 한 사람 때문에 은영씨가 이 고생을 할 필요가 없죠…. 최재진을 못 믿는다면 마스터인 장철민을 믿어요. 그렇게 잘나가는 사람이 여기서 기껏 여자 한두 명 안아보겠다고 애먼 짓을 할까요?”
“음…. 그렇겠네요.”
은영은 연예부 기자로서 예전에는 잘나가는 가수였고 지금은 대형 연예 기획사의 사장이 된 재진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철민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아니,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일을 할 때는 최대한 조심을 하며 철저한 통제 속에서 해왔던 철민의 사생활을 은영 따위의 일개 기자가 알 수는 없었다.
은영이 철민에 관해서 아는 거라고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의 총수였고, 얼마 전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희정의 말이 은영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렇게 은영은 희정에게 설득당했다.
“음…. 저도 에 가입하는 게 좋겠네요.”
이로써 세 명째를 확보한 희정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희정은 자신이 설득한 한나, 아름 그리고 은영을 데리고 로 향했다.
다만 지금 이 세 명은 로 진입할 권리가 없으니 이들을 에 가입시킬 마스터인 철민을 입구로 데려와야 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에 가입한 걸 환영해요.”
철민은 은영, 한나에 이어 아름까지 에 가입시킨 후 세 명을 둘러보며 인사를 했다.
그런 철민의 옆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추종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희정 한 명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희정의 요구로 재진을 꺼리는 은영을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 외에 한나, 아름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한나는 얼마 전 성철의 강간 미수 건으로 아직도 남자를 상당히 두려워했고, 아름은 애초부터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람 자체를 기피했다.
“그럼 이제 여러분은 에 진입할 수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봐요. 모르는 것은 상아 양이 잘 알려줄 거에요.”
“감사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가…. 감사해요.”
철민의 친절한 배려에 은영은 답례 인사를 건넸다. 그에 이어 한나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은영과 한나는 로 들어섰고, 그런 둘의 뒤를 고개를 푹 숙인 아름이 뒤따랐다.
이제 입구에는 철민과 희정만이 남았다.
“희정. 정말 잘 해줬군…. 고생했어.”
“별말씀을요. 다 철민 오라버니를 위한 일인데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허허…. 그래.”
사실 희정은 방금 철민의 입에서 “상아”의 이름이 나오며 다소 기분이 상해있었다. 아니, 철민을 데리러 마스터 룸에 들어섰을 때부터 기분이 상해있었다.
그 이유는 그때까지도 상아는 알몸인 채로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고 그런 상아를 네 명의 남자가 흥분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민 오라버니도 잘 아시겠지만, 오늘 가입시킨 여자들은 당분간 건드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직 가입시킬 여자들이 남았으니까요.”
“물론이지. 게다가 권한이 세 번뿐인데 막 쓸 수도 없지. 이렇게 고생한 희정을 위해서도 남겨야 하지 않겠나?”
“어머. 철민 오라버니. 감사해요.”
“감사까지야…. 난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날 위해서 잘 쓸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네. 그리고 희정은 그런 사람이지.”
“절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희정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준다면 내가 안 이뻐할 수가 있겠는가?”
철민의 말은 앞으로 성과가 없으면 그만큼 이뻐해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희정도 철민의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그만큼의 성과를 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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