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127화. STAGE TWO. round 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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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STAGE TWO. round six.
“천사 누나. 귀갑묶기 할 줄 아세요?”
유민은 일단 현재 대화 중인 천사의 힘부터 빌리기도 했다. 여기서 안된다면 휴게실을 찾아 인터넷의 힘을 빌려야 했다.
[당연히 잘~ 알죠.]
“그럼 제게 가르쳐주세요.”
[네. 참가자 이유민.]
천사는 비교적 상세하게 조목조목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유민은 그런 설명을 듣고도 실제로 귀갑묶기를 할 자신이 없었다.
유민은 천사의 설명을 들으며 몸의 앞쪽에서 매듭을 묶는 것까지는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그 로프가 등 뒤로 넘어간 후부터 앞뒤를 왔다 갔다 하게 되자 더 이상 유민의 상상이 따라가질 못했다.
[어때요? 참 쉽죠?]
설명을 다 마친 천사는 언제나처럼 잘난 척을 했다. 자기는 이렇게 섹스 및 섹스 관련 제반 지식이 풍부한 여자라는 걸 자랑하고 싶은 걸까?
하지만 실제로는 유민과 섹스하기 전까지는 남자를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는 숫처녀였고 겨우 딜도를 질에 한 번 넣어본 게 다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민으로서는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하긴, 눈 가리고 야옹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금의 천사는 유민과 함께 보너스 미션을 했던 “수연 누나”와는 다른 인물이라는 설정이니까….
남자 경험이 없는 풋내기는 “수연”일 뿐 여전히 천사는 수많은 남자를 섭렵하고 많은 경험을 한 섹스 베테랑이니까….
“잘…. 모르겠네요.”
[음…. 별로 안 어려운데?]
“그게…. 제게는 수많은 이성을 홀리고 그 이성들과 다양한 경험을 했던 천사 누나 같은 마성의 매력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귀갑묶기 같은 걸 해본 적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조금…. 어렵네요.”
휴게실은 언제나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능하면 천사를 통해 귀갑묶기의 순서와 방법을 최대한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유민은 천사의 잘난 척에 호응하고 더욱 부추기며 천사의 코를 우뚝 세워주었다.
[하긴. 내가 좀…. 남자를 홀리는 마성의 매력이 있긴 하지….]
아니나 다를까, 천사는 우쭐대기 시작했다. 유민은 급히 거기에 편승에 조금 더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저기…. 마성의 매력을 가진 천사 누나. 저를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
[도와 달라고? 어떻게?]
“설명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으니…. 실제로 한 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설마 참가자 이유민은 저에게 직접 해보겠다는 건가요?]
“네. 천사 누나.”
[그건 안 되는데…. 아직 자숙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고…. 지금 주변에 아무도 없기는 한데…. 그래도….]
천사는 횡설수설 말을 하며 다소 난감해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유민에게 하는 말이 아닌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뻔히 마이크를 입에 대고 내뱉은 말이라 유민의 귀에도 작기는 하지만, 생생히 전달되었다.
천사는 그때 보너스 미션에 무단 투입하고 나서 윗선의 관리자, 즉 “세경 언니”라는 사람에게 상당히 혼이 났고 그 자숙 기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유민은 천사의 말과 분위기를 통해 난감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당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했다.
유민은 그런 분위기를 집요하게 공략하기로 했다.
“제가 이런 걸 배울 사람은 천사 누나뿐이에요.”
[음…. 그래도….]
“우선 천사 누나처럼 이런 쪽의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없고, 귀갑묶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 여성의 몸매가 받쳐 줘야 연습하기 편할 텐데…. 천사 누나의 완벽한 몸매라면 딱 일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좀 한 몸매 하기는 한데….]
“게다가 천사 누나는 피부도 새하얗고 예뻐서 귀갑묶기를 해놓으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런가?]
유민과 천사는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는 설정이었다. 어디까지나 유민이 만났던 것은 “수연 누나”였으니까.
하지만 연이은 유민의 칭찬에 반쯤 넘어간 천사는 그런 사소한 것은 아무래도 좋은 듯 목소리가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
[휴~ 특별히 에요. 남들에게는 절대 비밀이에요.]
“물론이죠. 정말 감사해요. 천사 누나. 역시 천사 누나예요. 괜히 천사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니까.”
결국, 천사는 넘어왔다. 유민은 천사가 혹시라도 마음이라도 변할까 봐 계속해서 칭찬을 이어갔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네. 천사 누나.”
천사는 그렇게 사라졌다. 모습은 원래부터 보이지 않았으니 사라졌다기보다는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천사가 특정 장소를 지정한 게 아니니 아마도 본인이 유민의 방을 직접 찾아오기 위해서 준비를 하러 간 것 같았다.
유민은 그저 귀갑묶기의 방법을 배울 목적만으로 천사를 이렇게 꼬드긴 것은 아니었다.
유민은 보너스 미션에서 천사와 만난 후 자주 스피커폰을 통해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천사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다고 생각하자 유민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뭐랄까? 유민은 실제 그런 경험은 없었지만, 자신의 자취방에 여자가 놀러 오면 이런 기분일까?
유민은 오랜만에 만나게 될 천사가 기다려지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지만, 그와 함께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천사와의 뜨거웠던 섹스를 떠올린 유민의 남근이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발기되었다.
철컹! 끼이익~
바깥의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방문이 열리고 유민의 방으로 천사가 들어왔다. 그리고 기대와 흥분으로 천사를 기다리고 있던 유민은 어이가 없어졌다.
현재 천사는 정장 차림이었다. 낙원은 엄연히 천사의 일터이고 일을 할 때 정장 차림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천사의 정장 차림이 아니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복면이었다. 천사는 유민과 초면이라는 설정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복면을 쓴듯했다.
더군다나 천사는 “수연 누나”와도 다른 인물이라는 설정이라 수연이 썼던 검은색 복면이 아닌 핑크색 복면을 쓰고 있었다.
유민은 그런 모습의 천사가 어이없긴 했지만, 정체를 숨기 위해서 열심히 고민한 후 핑크색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천사의 모습이 상상되어 귀엽기도 했다.
유민은 오랜만에 천사의 얼굴을 보고 싶었던 참이라 아쉽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난 것만 해도 어딘가?
“그럼 참가자 이유민. 귀갑묶기 실습을 해볼까요?”
천사는 준비해온 기다란 로브 하나와 그에 비해 짧은 로프 하나를 유민의 손에 건네주며 말했다.
“네. 천사 누나. 그런데…. 그렇게 옷을 입고 할 건가요?”
현재 천사는 흰색 반팔 블라우스에 무릎 살짝 위까지 오는 검은색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다.
물론, 그런 모습의 천사에게 귀갑묶기를 해도 은근히 흥분되긴 할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귀갑묶기 초보인 유민에게는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음…. 어쩌지….”
천사는 핑크색 복면을 쓰는 데에 온 신경을 썼는지, 막상 자신의 차림은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았다.
“이대로 하긴 힘들 것 같은데…. 벗어야죠.”
“…벗어?”
“네. 귀갑묶기를 하려면 벗어야 하지 않나요? 치마를 입은 채로는 힘들 것 같은데…. 게다가 천사 누나는 이왕 완벽한 몸매와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꼭꼭 숨겨두는 것도 아깝잖아요.”
“음…. 그건 맞는 말인데…. 알았어요. 그럼 벗죠.”
천사는 옷을 하나하나 벗어 나갔다. 블라우스를 벗고, 치마를 벗고, 그리고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브래지어와 팬티도 벗었다.
그렇게 천사가 서서히 알몸이 되어가는 동안 유민도 덩달아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되었다.
“참가자 이유민은 옷을 왜 벗어요?”
“천사 누나만 벗게 하는 건 매너가 아닌 것 같아서요.”
“뭐…. 좋아요.”
천사는 유민에게 왜 쓸데없이 옷을 벗냐는 투로 말했지만, 천사의 눈은 발기된 유민의 남근에 꽂혀서 떠나질 않았다.
그건 유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민은 눈으로 천사의 몸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천사의 나신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유민은 천사를 꼬드기기 위해서 다소 오버를 하긴 했지만, 그 말들이 거짓말인 것은 아니었다.
유민과 천사는 그렇게 서로의 알몸을 잠시 감상한 후 천사가 이 방을 찾은 원래 목적을 떠올렸다.
“그럼. 천사 누나. 시작할게요.”
“네.”
유민은 천사의 정면에 서서 우선 긴 로프를 이용해 천사의 목 뒤쪽에 로프를 건 후 젖가슴 앞쪽으로 늘어트렸다.
그런 다음 쇄골 부근에 하나의 매듭을 만들어 두 줄을 젖가슴 사이로 모은 후 젖꼭지 높이에서 하나, 명치 부근에서 하나의 매듭을 더 만들었다.
유민은 여기까지는 천사의 추가 설명이 없이도 아까 들었던 설명만으로도 해낼 수 있었다.
“천사 누나. 이제부터 어떻게 하죠?”
“여기서 원래는 배꼽 아래에 하나, 보…. 음부 부근에 하나 더 매듭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자…. 삽입하기 힘드니 음부에 만드는 매듭은 생략하죠.”
“네. 천사 누나.”
유민은 천사의 지시에 따라 배꼽 아래에 매듭을 하나 더 만든 후 음부에서는 매듭을 만들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엉덩이를 거쳐 등을 타고 처음 목 뒤에 걸어두었던 로프를 통과시켰다.
여기서부터는 몸의 앞뒤를 복잡하게 오가며 처음 매듭만을 만들어 놓은 두 줄의 로프에 형태를 갖춰나가는 작업이었다.
유민은 천사의 계속되는 설명을 들으며 그에 따라 양쪽 젖가슴부터 해서 옆구리 지나 가랑이 사이에 이르기까지 귀갑묶기의 행태를 점차 만들어 나갔다.
“여기서 추가로 준비한 짧은 로브로 손목을 묶으면 완성이에요. 아무래도 등 뒤쪽에서 묶는 게 여성에게 더욱 구속되었다는 느낌을 주겠죠.”
“네. 천사 누나.”
유민은 마지막으로 천사의 두 손목을 등 뒤에서 로프로 돌돌 말아서 묶었다. 이로써 귀갑묶기는 완성되었다.
유민은 자신의 침대 위에서 귀갑묶기가 된 채 무릎을 꿇고 M자로 앉아있는 천사를 잠시 감상했다.
단지 알몸 위로 로프가 추가되었을 뿐인데도 분위기나 느낌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알몸에 핑크색 복면이라는 엽기적인 모습도 로프가 추가됨으로써 왠지 어울리기도 했다.
우선 젖가슴의 중앙과 위아래를 로프가 조이고 있어서 젖가슴이 더욱 도드라지게 강조되었다.
그리고 허리를 두르고 있는 로프는 잘록한 허리를 조여주고 있어 더욱 날씬하게 보이게 했고 다이아몬드 형태로 벌어진 로프 사이로 보이는 배꼽 또한 평소보다 더욱 야릇하게 느껴졌다.
특히 다리 사이를 통과한 두 줄의 로프가 음부의 계곡 사이를 깊게 파고들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며 흥분하지 않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이제 다 됐죠? 참가자 이유민.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실제로 해보니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고마워요. 천사 누나.”
역시 말로만 듣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학습의 효과가 전혀 달랐다.
원래부터 머리가 명석하고 기억력이 좋은 유민은 한 번의 실습만으로도 실제 미션에서 제대로 해낼 자신이 생겼다.
“아뇨. 낙원의 관리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뭐.”
“그래도 정말 고마워요.”
“네…. 참가자 이유민의 감사 인사는 잘 받을게요…. 그럼 이제 풀어줄래요?”
천사는 어깨를 좌우로 살짝 비틀며 유민에게 자신을 묶고 있는 로프를 풀어주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유민은 여기서 기껏 귀갑묶기를 해둔 천사를 그냥 풀어주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가령 어떤 여자가 남자가 혼자 있는 자취방에 놀러 왔다고 가정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여자가 어느 정도 남자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그린라이트 신호를 보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자가 거기서 스스로 알몸이 되고 남자에게 귀갑묶기까지 허락했다고 생각해보자.
그건 여자가 남자에게 마음만이 아닌 몸까지 허락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거기서 그 여자를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보내버리면 남자는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이다.
그 여자에게는 고자라고 욕을 먹을 것이고, 그 일을 전해 들은 다른 이들에게는 남자로서의 수치라고 욕을 먹을 것이다.
유민은 낙원에 오기 전에 실제로 그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바로 지금은 완전히 자신에게 종속된 서영에게서였다.
유민은 그런 바보 같은 멍청한 짓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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