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105화. STAGE TWO. round six.
105화. STAGE TWO. round six.
유민은 처음에는 당돌하고 톡톡 튀는 민서의 성격과 행동을 보며 순진한 자신을 놀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민이 생각하기에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은 민서가 장난 외의 이유로 자신에게 찝쩍댈 것 같지는 않았다.
여자에게 크게 데이며 여자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유민으로서는 여자관계에 있어 언제나 최악의, 비관적인 상황을 떠올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민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며 민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된 유민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민서는 별로 친하지 않은 남들에게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타입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민서는 유민 외의 다른 남자에게는 다소 무관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유민은 지금 민서의 개인정보를 읽으며 계속 긴가민가했었던 그 당시 민서의 생각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유민은 혹시나 민서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지는 않았다.
물론 그 당시의 유민이 그런 자기 생각에 확신하기에는 여자에 대한 자신감도, 여자와 사귀어본 경험도 상당히 부족했다.
생각과 마음가짐이 바뀌면 같은 현상과 상황을 접해도 느끼는 바가 180도 달라진다.
햇볕이 쨍쨍한 화창한 날씨를 보며 어떤 이는 오늘 놀러 가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이는 이 땡볕에 밖에서 일할 생각을 하니 죽을 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제 민서의 생각을 확실히 알게 된 유민은 한때는 자기를 놀리나? 라고까지 생각했었던 민서의 행동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니 그 행동들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졌다.
민서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얌체 볼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행동과 말이다.
유민은 그런 민서의 행동과 말의 내면에 자신에 대한 애정이 숨어있었다고 생각하니 민서의 그런 행동과 말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낙원 초창기의 유민은 다른 이의 개인정보를 읽으며 이런 흐뭇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 당시 유민이 느꼈던 감정들은 분노와 울화, 그리고 복수심 같은 모두 검고 어두운 것들뿐이었다.
그랬던 유민은 이제 함께 하는 일행들의 개인정보를 하나씩 알아가게 되며 점점 더 일행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깊어져만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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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는 유민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평소에는 한없이 상냥하고 배려심 넘치는 유민도 자신이 내준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크게 혼을 냈다.
유민 본인이 너무나도 성실한 만큼 다른 이의 성실하지 못함을 이해할 수도, 또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유민은 민서의 학업을 책임져야 하는 가정교사의 입장이다 보니 그에 대한 부담감도 더해졌을 것이다.
민서는 그런 유민에게 전혀 불만이 없었다. 아니 그런 유민의 모습조차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워 유민에게 더욱 빠져들 지경이었다.
책상 위에 놓아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민서는 열심히 풀던 문제지에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업 중에 핸드폰의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꺼리는 유민 때문에 진동으로 하던 것이 버릇되어 이제는 유민이 없어도 진동으로 해두는 민서였다.
전화를 걸어 온 이는 민서의중, 고등학교 시절 동창이자 친구인 지애였다. 입시에 실패하며 재수를 하게 된 민서와 다르게 지애는 현재 대학 1년생이었다.
“응. 왜?”
“기지배가….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첫 마디가 겨우 그거야?”
민서의 다소 퉁명한 반응에 지애가 불같이 화를 냈다. 지애의 심정도 이해는 갔다. 매번 먼저 연락하는 건 본인인데 반가워하지도 않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오래 사귄 둘 사이가 이런 정도로 심각해지거나 삐걱거리진 않았다.
그냥 둘은 매번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노는 것에 불과했다.
“나 지금 바빠. 숙제해야 해.”
“그 멋지시고 잘나시고 똑똑하신 민서의 왕자님인 그 가정교사가 내준 숙제?”
“…그래.”
“어쭈? 이제는 부정도 하지 않네?”
“귀찮아…. 어차피 내가 아니라고 해봐짜 믿어주지도 않을 거잖아?”
“기지배야. 내가 너 하루 이틀 보니? 딱 봐도 그 가정교사에 푹 빠진 건데 뭐.”
민서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지애는 도통 믿어주질 않았다. 매번 그러다 보니지친 민서는 결국, 무반응을 고수하게 되었다.
“아후 귀찮아…. 그래서 용건은 그게 다야?”
“아니 그게…. 너 미팅 안 나갈래?”
“……미팅? 재수생이 무슨 얼어 죽을 미팅이야. 공부해야지…. 난 됐어.”
“그냥 하루 스트레스 푼다고 생각하고 나와. 이번에 다른 대학의 괜찮은 애들이랑 미팅하기로했거든.”
“아니 됐다고….”
“혹시나 민서 너한테 귀찮게 찝쩍대는 남자가 있을까 봐 그러는 거야? 이 언니가 다 알아서 커버 쳐줄게. 나와라. 응?”
“미팅…. 너나 많이 해.”
“쳇…. 그 잘나신 가정교사 때문에 그러는 거지?”
“아~ 아~ 됐고…. 더 할 말 없으면끊는다? 나 빨리 숙제해야 해.”
“그래 알았네요. 그 가정교사와 잘해보세요. 어째 대학을 간 나보다 재수생인 네가 더 빨리 남자친구 만들겠다?”
“…끊는다.”
민서는 더 이상 지애가 헛소리를 하기 전에 통화를 끊었다. 나중에 지애가 또다시 이 일로 투덜거릴 게 뻔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의 일이었다.
민서는다시 유민이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펜을 들었지만, 지애 그 계집애 때문에 흐트러진 분위기에 바로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흥. 풋내나는 대학생들이 뭐가 좋다고 저러지?”
민서는 자신에게 미팅을 제안해온 지애에게 어이없음을 담아 혼잣말을 했다. 그러면서 민서는 어른스럽고 듬직한 유민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 하다못해 유민 오빠 정도면 모를까?”
다만. 유민에게 푹 빠져있는 민서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유민 역시 민서가 생각하는 그 풋내나는 대학생 신분이었다.
물론 한집안의 가장이자 가정주부이자 여동생을돌보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유민과 평범한 다른 대학생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단 나이도 그렇고 현재신분도 그렇고 유민은 확실한 대학생이었다.
민서는 다시 집중해서 유민이 내준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음 유민의 방문에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했다.
전에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하는 미니스커트를 입었을 때 유민의 귓가가 다소 빨개졌던 것을 떠올린 민서는 그쪽 개통의 옷을 다시 입어 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민서가 입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노출이 심한 옷들은 모두 다 외출복이 아니었다.집안에서만 입는 옷들이었다.
특히미니스커트 같은 옷들은 외출복도, 집안에서만 입는 일상복도 아니었다. 어느 누가 불편하게 일상복으로 미니스커트를 입는단 말인가?
민서의 옷장 속을 차지하고 있는 미니스커트는 모두다 유민 전용이었다. 유민이 방문할 때만입는 유민에게만 보여주는 옷들이었다.
민서가 이렇게 학업을 등한시하고 유민에게만 푹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민서의 성적은 확실히 상향 중이었다.
거기에는 유민의 수업 준비가 철저하고 유민이 가르치는 방식이 알아듣기 편하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유민에게 향상된 성적을 과시하기 위한 민서의 부단한 노력이 컸다.
민서는 이대로면 작년 떨어졌던 과를 넘어 그 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민서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민서의최종 목표는 유민의 여동생인 가영과 같은 유민과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때는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 둘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숨은 입시 경쟁자라는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아무튼, 유민이 다니는 대학의 과가 대한민국 최고의명문대 중에서도 상위 과라 민서의 성적이 상당히 상향되었음에도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민서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가정교사와 학생 사이가 아닌, 과 선배와 후배로서 유민과 새롭고도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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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라운드가 시작되고 첫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낙원에 남은 모든 참가자가 광장으로 모였다.
인원이 많이 줄며 광장 자체는 매우 허전해졌지만, 유민과 유민의 일행이 느끼는 감각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유민과 유민의 여동생인 가영, 유민과 가영의 이웃이었던 부부 사이인 정호와 서현, 유민의 대학교 선배이자 과 조교였던 수지, 유민의 과 동기였던 지원, 유민의 가정교사 학생이었던 민서,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소영까지….
이 8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한 마디씩만 인사를 나누어도 상당히 북적거리게 느껴졌다.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느낄 시간은 없었다. 특히 이번에 새로 합류한 소영은 행복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현재 소영은 이미 마음이 떠나가고 있던 준영과 함께 서 있을 때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활달함과 충족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소영은 아직은 완벽하게 유민의 일행 속으로 녹아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부러워하던 장소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2스테이지. 6라운드. 첫 번째 미션 참가자를 알려드릴게요.]
[이번 미션 참가자는 참가자 이유민, 그리고 참가자 신민서입니다.]
[두 참가자는 미션룸으로 입장하시고 탈의해주세요.]
“흥. 유민 오빠랑 나네?”
“그래. 민서야. 같이 들어갈까?”
“뭐…. 할 수 없지…. 그래”
민서는 유민과 함께 미션 참가자로 호명되고 유민의 바로옆에서 걸으며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참기 위해서 최대한 퉁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민서와의 오랜 사귐과 민서의 개인정보를 통해 민서의 성격을 모두 파악하고 있던 유민의 눈에는 그런 민서가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물론, 민서가 6라운드 첫 참가자로 결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민서의 개인정보를 읽으며 민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유민이 원한 결과였다.
유민은 <미리보기> 특권을 통해 미션의 안정성을 확인한 후 바로<파트너선택> 특권을 이용해 민서를 미션 파트너로 지목했다.
그리고 유민이 민서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왠지 이번 미션의 내용에 민서가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침대 곁에 도착한 유민과 민서는 평소처럼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다만, 오늘의 침대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아니, 침대가 다르다기보다는 침대 위에 놓인 어떤 물건들이 눈길을 끌었다.
민서로서는 그 물건들의 용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소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전혀 당황할 리 없는유민은 새삼스럽게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된 민서의 몸을 유심히 관찰했다.
확실히 들어갈 곳은 모두 들어가고 나올 곳은 제대로 나온 완벽한 몸매였다. 낙원에 온 후 시간이 흐르며 처음보다 몸매가 더 좋아진 것처럼도 보였다.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정말 좋아졌을 것이다. 현재 20살인 민서는 지금부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몸매가 더욱 성숙해져 갈 것이다.
[그럼 미션 내용을 공지할게요.]
[참가자 이유민은 참가자 신민서에게 브라질리언 왁싱을 성공시킴과 함께 자유 사정 2회 성공.]
[제한 시간은 2시간.]
[미션 실패 시의 벌칙은 미션 참가자의 광장 7일 사용금지.]
[그럼 즐거운 미션 되세요.]
지금까지 있었던 미션 중남녀 두 명의 참가자가 참여하는 미션으로는 가장 긴 제한 시간이었다.
물론 2시간짜리 미션이 처음은 아니었다. 오늘 이전까지 있었던 2시간짜리 미션은 바로 붓카케 미션과 갱뱅 미션이었다.
그 두 미션 모두 여성 참가자한 명에 남성 참가자가 전원이 참여하는 만큼 인원이 상당히 많은 미션들이었다.
그렇게 미션 참가자가 많다는 특수성 때문에 미션 제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번 미션도 비슷한 경우였다.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브라질리언 왁싱인 만큼 최초에 주어진 시간도 짧지 않은 1시간이었다.
유민은 물론 그 1시간을 <시간변경> 특권을 이용해 2배로 연장했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브라질리언 왁싱?”
민서는 다소 난감해했다. 민서는 브라질리언 왁싱을 해본 적도, 해볼 생각도 없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브라질리언 왁싱이란 얼굴 이하 전신의 털을 제거하는 시술이었다.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민서였지만, 매우 따갑고 아프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