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104화. STAGE TWO. round five.
104화. STAGE TWO. round five.
유민은 자신의 예상보다더욱 확실하게 각오를 다진 소영을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유민은 소영을 다른 여성 일행들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할 자신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유민은 계속 삐걱거렸던 소영과의 관계가 새롭게 시작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유민은 소영을 어떻게 대할지, 소영에게 어떤 대우를 해줘야 할지는 앞으로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선해서 유민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당장 일행들에게 소영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소영아. 이제 다시 내려가자.”
“네. 유민 오빠.”
유민이 앞장서서 걸으니 그 뒤를 소영이 따랐다. 다만, 소영은 벗은 옷을 그대로 손에 들고 알몸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아니…. 옷은 입고 가야지….”
이대로 소영을 벗긴 채 내려가면 안 그래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던 몇몇이 정말 눈에서 레이저를쏟아낼지도 모른다.
“아니…. 유민 오빠가 다시 옷을 입으라는말씀을 안 하셔서….”
소영은 손에 들고 있던 옷을 입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변명했다.
소영은 유민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대로 발가벗은 채 광장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소영과 함께 광장으로 내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유민은 일행들에게 소영을 다시 소개했다.
“여기는 나랑 같은 과 후배였던 서소영. 이름이나 얼굴은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지내기로 했어요.”
유민은 이미 훨씬 전부터 안면이 있는 이들을 새롭게소개한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그냥 넘어갈 수도 없었다.
수지는 유민과 소영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둘 사이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잘 풀린 것으로 보여 안심했다.
“소영아. 정말 오랜만이지? 낙원에서 다시 본지는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인사하긴 처음인 거 같다. 그지?”
“네. 수지 선배. 오랜만에요. 정말 반가워요.”
수지가 먼저 나서서 소영에게 인사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유민을 제외하면 소영과 가장 친분이 있는 사람이 수지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수지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수지는 유민과 소영의 껄끄러운 관계를 알고 있고, 다른 여성 일행들이 소영에게 다소 경계심 또는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소영이 일행에 합류하고 일행 속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주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새롭게 합류하며 아직은 어색하고 곤란한 점이 많을 소영을 보살피고, 또 그런 소영에게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닌 기존 일행들의 불만을 잠재울 완충 역할을 해줄 이가 필요했다.
수지는 스스로 그 역할을 자처한 것이었다. 딱히 수지가오지랖이 넓다거나 사서 고생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소영과 일행들 사이의 관계가 어색하고 소원해진다면 소영을 떠나서 소영을 일행에 합류시킨 유민 또한 난감해지기 마련이었다.
수지가 염려하는 것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수지가 오지랖이 넓은 게 아니라 유민한정으로만 넓어지는 오지랖이었다.
이미 유민이 소영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갈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했던 수지는 지원에게 따로 눈빛을 보내며 지원이 말을 꺼내려는 것도 사전에 차단해두었다.
수지는 앞으로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과거의 관계는 비밀로 해두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현재 일행 중에서 대학 시절의 유민과 소영의 껄끄러운 관계를 아는 사람은 수지와 지원뿐이었다.
수지가 먼저 말문을 트며 연장자인 정호와 서현에 이어서 나머지 인원들도 하나둘씩 소영과의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 소영양 반가워요. 난 김정호라고 해요.”
“말씀 낮추세요. 정호 오빠. 오빠라고 부르면 되나요?”
“그래요. 아니 그럴까?”
“네. 물론이죠.”
“그럼 나도 말을 낮출게. 난 안서현이라고 해. 반가워 소영아.”
“네. 서현 언니. 반가워요.”
수지의 사전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소영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일행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다만, 생각보다는 무난했을 뿐 모든 게 원만하지는 않았다.
특히 당사자인 소영에게는 일행들에게서 뭔가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영은 실망하지는 않았다.
소영은 처음부터 자신이 유민과 유민의 일행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소영은 이제부터 정말 유민에게 잘하며 유민은 물론 유민의 일행들에게까지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소영은 유민의 일행으로 합류했다. 밖에서 보기에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소영을 바라보는 미경은 너무나 부러웠다.
미경은 혼자 쓸쓸한 시간을 보낸 지 제법 오래되었다. 광장개방이 되어도 대화를 나눌 상대조차 없었다.
미경은 한때 은근슬쩍 유민의 일행 속으로 녹아들려고 시도했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미경이 가영에게 했던 나쁜 짓이 들통나면서였다.
미경은 유민과 소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소영의 분위기를 볼 때 뭔가 큰 잘못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소영이 용서를 받으며 저 일행 속으로 합류했듯 자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미경은 그렇게 기대를 품었다.
다만 미경은 자신이 저질러왔던 행동의 무게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소영과 미경이 했던 잘못은 그 죄질 자체가 전혀 달랐다.
소영이 했던 잘못은 감정과 신뢰에 국한된 인간관계에서의 큰 실수라면 미경이 했던 잘못은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는 범죄였다.
미경의 그 헛된 기대가 이루어질 일은 절대 없다는 사실을 미경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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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은 광장개방 시간이 끝나자 뭔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한 것 같은 일종의 성취감과 후련함을 동시에 느끼며 개인실로 복귀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유민의 침대 위에는 봉투가 하나 놓여있었다.
유민은 침대에 올라 벽에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으며 봉투를 열어보았다. 물론 그 속에 든 내용물은 민서의 개인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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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 신민서 관련 정보. ♠♠
♥나이 : 21
♥신장 : 172cm
♥체중 : 50kg
♥쓰리사이즈 : 35-24-36
♥성 취향 :
- 특별한 성 취향은 없음.
- 낙원에 와서 첫 경험을 하게 된 참가자 신민서는 이제부터 성감대가 개발되어가며 섹스에 눈을 떠가는 중.
- 그 성감대의 주요 개발자인 참가자 이유민의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임.
♥이상형 :
- 또래 남자들에게는 흥미 없음.
-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어른스럽고 성실한 남자를 선호
- 특히 젊은 교생 선생님이나 가정교사와의 비밀스러운 연애에 대한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었음.
- 하지만, 참가자 신민서에게는 고교 시절까지 그런 기회가 없었음.
- 참가자 신민서는 재수시절, 참가자 이유민을 가정교사로만나게됨.
- 참가자 신민서는 어른스럽고, 성실하고, 똑똑하고, 장래성이 보장되어 있고, 거기다 배려심까지 많은 참가자 이유민에게 첫눈에 반함.
♥특이사항 :
-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역으로 표현하는 타입.
-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만개하기 시작한 참가자 신민서의 몸매는 이제 슈퍼 모델급으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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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부적인 사항은 별첨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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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당연히 개인정보의 상단에 적힌 민서의 신장, 체중, 쓰리 사이즈였다.
아래의 특이사항에도 적혀있듯이 숫자로만 확인해도 민서의 몸매가 대단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그 숫자만으로는 민서가 보유한 몸매의 대단함을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민서는 특히 다리가 길고 예뻐 실제 신장과 쓰리 사이즈에 비해 더욱 늘씬하고 날씬해 보이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민서의 젖가슴 역시 개인정보에 적힌 숫자에 비해 풍만해 보였고 숫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몸매만으로는 현재 낙원에서 원탑이 민서였다. 아니 서울 시내의 번화가를 걸어 다니는 수많은 여자 속에서도 보기 힘든 몸매였다.
물론 선호하는 체형과 스타일이 각자 다르겠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 민서의 몸매가 최고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민의 눈은 민서의 몸매 정보에서 성 취향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거기 적힌 내용에 유민은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민서의 성감대 개발자인 참가자 이유민의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니….
물론 민서의 첫 경험 상대가 자신이고 그 이후로도 자신 외의 남자는 모르는 민서다 보니 그 내용만은 유민도 인정했다.
특히나 낙원에서 미션을 통해서 하게 되는 성행위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아서 경험이 부족한 민서에게는 더욱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유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유민이 원했던 것은 민서의 개인정보이지 학부모에게나 보내는 듯한 가정 통신문이 아니었다.
유민은 뭔가 자신을 놀리는 듯한, 그러면서 당황해하는 자신의 반응을 보며 즐기는 듯한, 그런 노골적인 괴롭힘이 느껴졌다.
유민으로서는 다소 익숙한 장난질이었다. 유민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유민은 바로 천사에게 자주 당했었다.
어쩌면 낙원 측에서 모아준 개인정보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천사가 하는 것은 아닐까? 유민은 상당히 확신을 가지고추리했다.
유민의 눈은 이어서 민서의 이상형으로 넘어갔다.거기 적힌 내용은 아까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또다시 유민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거기는 자신에 대한 칭찬이 과도하게 적혀있었다. 읽고 있는 유민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적힌 내용만 보면 민서의 이상형이라기보다는 일등 신랑감의 조건을 적어둔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유민은 지신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유민은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며 별첨 자료 전까지 읽어내려갔다.
유민은 민서의 개인정보를 읽다 보니 민서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민서는 첫 대면 한 외간남자인 자신을 처음부터 너무나 당돌하게 대했었다.
“안녕하세요. 유민 오빠. 선생님보다는 오빠가 낫죠?”
“유민오빠는 여고생 과외 해본 적 있어요? 물론 난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여고생이 아닌 20살 성인이지만….”
“그래서 여고생과 달리 연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죠. 또 여고생과는 다르게 이상한 짓을 해도 쇠고랑을 차지도 않구요.”
원래라면 연장자이자 남자인 가정교사가 먼저 나서서 다소 수줍어하는 여학생을 이끌어야 정상이 아닐까?
민서의 그런 당당함에 오히려 여자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던 유민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설 정도였다.
유민의 그런 당황스러움은민서와의 첫 대면으로 끝나지 않았다.
학업과 가정주부로서의 일, 거기서 또 다른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고 있던 유민의 가정교사 일정은일주일에 두 번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 유민이 민서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민서의 옷차림이 너무나 단출했다.
물론 집에서 편하게 입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민서의 몸매가 어디 예사 몸매인가?
민서는 긴 팔이나 긴바지 같은 옷을 입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나시티나 핫팬츠 같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기본으로 입었다.
민서는 가끔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있었다. 다른 여성이라면 평범한 미니스커트가 될 옷이라도 다리가 긴 민서가 입으면 완전 초미니스커트가되었다.
그런 민서를 바로옆에 앉혀두고 가르쳐야 할 유민으로서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유민은 어디 눈 둘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유민은 애써 관심 없는 척하며 가정교사로서의 일에만 충실했다. 그리고 유민이 그럴수록 민서의 공세는 점점 더 심해져 갔다.
민서는 가끔 스트레칭을 하듯 두 팔을 위로 모아 쭉 기지개를 켜며 안 그래도 나시티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나 있던 젖가슴을 더욱 강조했다.
또 민서는 유민에게 질문하며 은근슬쩍 유민의 팔에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을 밀착해오기도 했다.
원래라면 너무나 행복해야 할 상황들이었지만, 유민으로서는 너무나 괴로운 나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