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098화. STAGE TWO. round five.
098화. STAGE TWO. round five.
미션은 성공적으로 마감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실패의 여지가 거의 없는 미션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의미로 성공적인 미션이었다.
일단 정호는 자신의 네토라레 성향에 보다 더 솔직해졌고, 이제는 서현마저 그런 정호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유민은 이런 상황이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어차피 숨기고 감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면 속 시원하게 드러내는 게 서로를 위해서 낫지 않을까?
지금 이곳 낙원에서 탈출이 가능한지 어떤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호와 서현이 부부 사이라는 것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남편의 성 취향을 아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서로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앞으로도 더욱 만족할 수 있는 섹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슬슬 나갈까?”
천사의 미션 성공 공지도 나왔고 복귀 신호도 떨어졌으니 마냥 이렇게 섹스의 여운을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네. 정호 형.”
“네…. 여보.”
“서현아. 미안해 가슴에다싸버렸네….”
“아니에요…. 여보….”
정호는 자신의 셔츠로 서현의 젖가슴을꼼꼼히 닦아내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유민은 자신의 옷을 챙겨입었다.
“유민아. 서현이 옷 좀 입혀줘. 아직 거동이 불편한 거 같네.”
정호는 자신의 정액이 묻은 셔츠를 걸치며 유민에게 말했다.
“…네.”
유민은 이미 옷을 다 입은 상태이기도 했고 평소에도 여성 일행과 함께일 경우, 미션이 끝나면 늘 여성의 옷을 입혀주던 터라 그대로 정호의 말에 따랐다.
유민은 서현의 바지를 주워들어 서현의 두 발에 끼운 후 천천히 끌어올렸다.서현은 알아서 허벅지나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며 유민을 거들었다.
유민은 그렇게 서현의 옷을 다 입혀주고 나자 그때까지도 우두커니 옆에 서있던 준영이 시선에 들어왔다.
사실, 유민은 한창 서현과의 섹스에 몰두할 때 잠시 준영의 존재를 잊었었다. 아니 유민뿐만이 아니었다. 정호와 서현 역시 그랬다.
“광장으로 나가자…. 서현아. 유민아.”
정호는 이제 와서 준영에게 말을 걸며 아는 척하는 것도 뭐해서 그냥 그대로 모른 척하기로 했다.
서현 역시 정호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고, 유민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정호가 앞장서고 그 뒤를 유민과 서현이 나란히 걸으며 따랐다. 그리고 그 뒤를 주춤거리며 준영이 따라나섰다.
미션룸을 나서자 준영은 연인인 소영에게 다가가 짧은 인사를 건네고는 바로 자신의 개인실로 향했다.
유민과 서현 그리고정호는 셋을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대면해야 했다. 유민은 일단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소 긴장이 되었다.
정호는 방금의 미션에서 자신의 성 취향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런 사실을 서현만 눈치챈 것은 아니었다.
정호는 계속해서 서현을 유민에게 양보했고 서현과 유민이 더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광장에서 지켜보던 여러 일행도 그런 정호에게 이상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고생했어요. 정호 오빠, 서현 언니, 유민이도.”
“아냐…. 고생은 뭐….”
“고마워…. 수지야.”
“네…. 수지 누나.”
“전 처음 미션내용 듣고 많이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응….”
“저도…. 정말 걱정했는데…. 그 남자가 서현 언니랑 안 해서 천만다행이에요.”
가영은 정말 걱정했다는 듯 표정에 수심이 가득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순수하게 걱정만을 하고 있었던 사람은 가영뿐일 것이다.
“응…. 고마워. 가영아.”
“그럼 다들고생했으니 빨리 가서 쉬어야죠?”
“그…럴까?”
“네. 정호 오빠도 얼른 가서 쉬세요.”
“그래야겠네…. 그래 나중에 광장에서 보자.”
“네. 서현 언니도 편히 쉬어요. 유민이도 푹 쉬고.”
수지는 다른 사람이 말을 꺼낼 틈도 주지 않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더니 일행을 해산시켰다.
“응. 수지야.”
“네. 수지 누나.”
수지는 아마도 민감한 주제가 나올 것을 염려해 이렇게 처신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런 뉘앙스의 말이 나왔다면 정호 그리고 서현은 상당히 난감해했을 것이다.
유민은 언제나 이렇게 눈치 있게 알아서 행동해주는 수지에게 항상 감사했다. 나이를떠나 어떤 의미에서는 일행 중 맏언니 역할을 하는 사람은 수지가 아닐까?
물론 언젠가는 일행들도 정호의 성 취향을 확실히 알게 될 날이 올 테지만, 그 과정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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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광장이 개방되며 유민의 일행들이 다시 모였다. 그리고 딱히 중요하진 않지만, 준영은 끝까지 광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서현아. 오늘 미션에서 포인트 벌었는데 뭐 살 거야?”
정호는 거리낌 없이 미션에서 얻은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지 서현에게 물어보았다.
“……옷은 지금 이것만으로도 큰 불만은 없으니 일단 모아 두려구요. 혹시나 모르니….”
이런 데서 가정주부의 마인드가 나왔다. 다른 몇몇 어린 여성들은 옷부터 신경 썼지만, 서현은 생필품과 저축에 더욱 신경 쓰는 듯했다.
“그래? 그럼 나도 조금 모아둘까?”
“네. 여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요….”
정호가 꺼낸 말의 내용만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그 포인트를 벌게 해준 미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서현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정호에게 대답하면서도 살짝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하지만, 정호는 이제 일행들에게 완전히 오픈하고 떳떳하게 행동할 생각인지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일행 중 몇몇은 다시 광장에서 만나면 낮의 미션에 대해 넌지시 물어볼까 각오를 다진 이도 있었지만, 정호의 그런 당당함에 쑥 들어갔다.
그렇게 정호와 서현은 주변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정호와 서현이 작은 말다툼도 하지 않는 정말 사이좋은 부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유민이었지만, 오늘 둘을 보면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듯한 달달한 분위기였다.
원만한 부부 관계가 정신의 교감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속궁합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정호와 서현은 이제야 제대로 된 완벽한 부부가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정호와 서현이었다. 정호와 서현은 광장개방 시간 동안 계속해서 꿀이 쏟아지는 모습을 과시했다. 옆에서 보기에부끄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은 당사자인 정호와 서현의 몫이 아닌 둘을 지켜보는 일행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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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AGE. 5 round. 5 mission. ♠♠
♥미션참가자 : 이유민. 커플 (김정호. 안서현)
♥미션내용 :<특수미션> 초대남
커플 외의 남성 참가자는 초대남이 됨.
초대남과 커플 여성의 섹스 → 둘의 섹스를 지켜보며 커플 남성은 자위 (커플 여성의도움을 받지 못함)
- 제한 시간 내에 초대남과 커플 남성의 사정 2회 달성
- 커플 여성의 쾌락 수치 70 이상 5분 유지, 혹은 쾌락 수치 80 이상 누적 시간 1분 달성.
♥제한시간 : 10분
♥실패벌칙 : 제한 시간 내 달성 목표에 성공하지 못한 참가자는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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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전날 유민은 천사를 호출해 <미리보기> 특권을 사용했고 그 결과 벽에 표시된 내용이 이러 헸다.
지금까지 계속 그러했듯 <특수미션>은 수위 혹은 위험부담이 상당했다. 지금의 <특수미션>도 다른 바가 없었다.
유민은 여러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참가자였고, 두 번째는 미션의 제한 시간이었다.
유민은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볼 때 쾌락 수치 70 이상이라는 말은 여성의 절정을 의미했다.
따라서 쾌락 수치 80 이상이 되려면 그냥 절정도 아니고 여성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완전히 가버려야 가능했다.
물론 단발적으로 쾌락 수치 80 이상을 달성할 수는 있지만, 그걸 1분간 누적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을 그런 상태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여성 참가자의 경우는그러하고, 남성 참가자의 경우도 10분간 사정 2회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기…. 천사님.”
[네. 말씀하세요. 참가자 이유민.]
“<특수미션> 제한 시간도 제 <시간변경> 특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네. 두 배로 조정 가능합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20분에 불과하다. 결코, 넉넉하지 않았다.
유민은 남성의 사정 2회는 어떻게 한다고 해도 여성의 쾌락 수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모험이 필요한 미션이었다.
그렇다면 참가자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현재 낙원에는 커플이 김정호-안서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민에게는 악연인 최준영-서소영 커플도 있었다.
다만 유민이 가진 특권으로 이 두 명을 동시에 바꿀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럼 미션 참가자변경은 가능한가요? 제 <파트너선택> 특권으로….”
[네. 그것도 이번 경우는 <특수미션>이라 반듯이 커플끼리만 바꿀 수 있어요. 커플 참가자 중 한 명만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특수미션>의 내용이 특수하다 보니 원래라면1명의 파트너만 교체 가능한 <파트너선택> 특권이 커플 2명의 동시 교체만가능하다는 천사의 설명이었다.
천사는 특권의 내용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듯 말했지만, 유민에게는 오히려 형편 좋은 일이었다.
“그럼 <파트너변경> 특권으로 커플 전체를 교체하고 <시간변경> 특권으로 제한 시간을 연장할게요.”
[네. 그럼 최종 미션 참가자는 참가자 이유민, 커플로 참가자 최준영, 참가자 서소영으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미션 제한 시간은 20분으로 연장됩니다. 이상 없나요?]
“네. 좋아요.”
유민은 막상 말을 뱉고 나니 준영의 현재 상태가 떠올랐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전 미션에서 본 준영이라면 아마도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유민이 이 미션에 준영을 끌어들인 것은 준영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민은 준영 그리고 소영이 밉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악연의 낙원 참가자와 다르게 죽이고 싶은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유민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유민에게 있어 정호-서현과 준영-소영의 가치는 너무나도 달랐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유민은 애써 마음을 안정시켜보려 했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다. 확실히 백성엽, 오주석 등을 사지로 몰아넣을 때와는 다르게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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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의 날이 밝았다. 유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미션 진행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광장 주변을 달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계속 흘러미션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천사의미션 진행 공지가 나오며 남은 모든 낙원 참가자들이 광장으로 모였다.
유민은 나란히 서 있지만, 왠지 서먹서먹해 보이는 준영과 소영에게로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럼 2스테이지. 5라운드. 5번째 미션 참가자를 알려드립니다. 미션 참가자는 이유민 그리고 최준영. 서소영입니다.]
[이번 미션은 <특수미션>입니다. 컨셉은 초대남과 커플입니다.]
[참가자 이유민은 초대남 역할을, 참가자 최준영과 참가자 서소영은 커플 역할을 담당합니다.]
천사의 미션 설명이 이어졌다. 유민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한번 귀담아들었다.
그리고 미션 내용을 처음 듣는 참가자로 호명된 준영과 소영 역시 귀를 기울여 미션 내용을 유심히 들었다.
그리고 천사의 미션 설명이이어질수록 준영과 소영의 인상은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특히 준영의 인상은 썩어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준영은 미션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부터 불안함에 떨고 있었다.
준영은 이전 미션에서도 참가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특수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미션 내용이었다면 준영은 그 미션에서 이미 탈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미션 내용을 모두 들은 준영은 이제는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칙이 다른 것도 아니고 “사망”이다. 그 말인즉슨 준영은 오늘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