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051화. STAGE ONE Complete. (51/348)



〈 51화 〉051화. STAGE ONE Complete.

051화. STAGE ONE Complete.


구매를 다 마친 유민은 자신의 개인실로 돌아갔다. 거실에는 방금 자신이 구매한 물품들이 모두 놓여 있었다. 정말 경이로울 정도의 신속 배달이었다.

유민은 여동생인 가영에게 줄 물건들을 따로 정리한 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어쨌거나 이 물건들을 넘겨주려면 가영에게 자신의 특권을 밝혀야 한다.


결국, 유민은 가영에게 자신이 가진 특권 중 일부, 즉 물건 양도에 필요한 특권과 포인트 관련 사항만 밝히기로 했다.


유민은 물건을 챙겨 들고 광장을 지나 가영의 개인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예전 같으면 경고음과 함께 진입 불가 메시지도 흘러나왔겠지만, 특권이 있는 유민에게는 아무런 제제가 없었다.

유민은 혹시나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가영의 개인실로 향했다. 그리고 철문 앞에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가영아…. 가영아?”

“오…빠? 유민 오빠야?”

가영은 침실에 있었는지 유민이 조금 큰 목소리로 부른 후에야 답변이 돌아왔다. 들려올  없는 유민의 목소리에 가영은 놀람과 당황 그리고 반가움을 느꼈다.

“응. 나 맞아.”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지금 통금시간 아냐? 아니 그보다 다른 사람의 복도는 진입할 수 없었던  아냐?”

“맞아. 가영아. 지금부터 말  들어.”

“응.”

“이건 남들에게 절대 말하면  돼.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응….”


가영은 평소와 다른 유민의 진지한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가 꿀꺽이며 침을 삼켰다.

“나는…. 그러니까 다른 낙원 참가자와는 다르게  가지의 특권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통금에서 자유롭고 포인트도 보유하고 있어.”

“어떻게 그럴  있어?”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이건 유민의 본심이었다. 유민은 스스로 생각해봐도 왜 자신에게 이런 특권이 주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천사는 미션 최다 참여의 포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머리가 좋은 유민이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유민은 애초에 아무런 특권이 없는 낙원 초창기에도 다른 낙원 참가자와는 현격히 다른 미션 참여 빈도를 자랑했다.


그리고 유민은 지금에 와서는 낙원 참가자가 자신을 중심으로, 그리고 자신을 연결고리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변명할 수도 없이 느끼고 있었다.



유민은 이곳 낙원이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조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낙원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욱 절실하게 들었다.

우선 낙원이라는 시설, 납치된 시기인 한겨울 날씨와는 전혀 다른 살짝 더울 정도의 온도는 온열 기기 등을 통해 인공적으로 올린 온도가 절대 아니었다.

단순히 온도만 다른 것도 아니었다. 온열 기기를 통해 온도를 올렸다면 건조해야 하지만 이곳은 습도도 오히려 높았다. 결국, 고온다습한 기후를 고려한다면 이곳은 한국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현재 공개된 장소만 보더라도 낙원의 전체 크기가 상당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2층이 새로 개방되고 그것마저 낙원의 일부일 뿐이라고 가정한다면 낙원의 실제 크기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기다 낙원은 뛰어난 기술력까지 보유했다. 미션룸의 시설과 팔찌, 일단 다른 걸 떠나서 수많은 테크놀로지가 내재한 팔찌만 보더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낙원의 엄청난 정보력. 낙원의 정보력은 경찰들도 밝혀내지 못한 개인의 숨겨진 비밀까지 밝혀낼 정도로 대단했다.


낙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벌 2세를 쉽게 납치할 수 있는 힘까지 가졌다. 그리고 낙원 참가자들이 제제나 벌칙을 통해 “사망”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무마할 수단까지 갖췄다는 말이 된다.


왜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가진 조직이 낙원이라는 장소를 만들고 악질적인 장난 비슷한 미션을 수행시키는 걸까?


그리고 정말 어딜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20대 남자일 뿐인 자신에게 주역의 역할을맡기는 걸까? 유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의 유민은 처음 낙원에 왔을 때 휘둘리기만 하고 정신을 못 차리던 유민이 아니었다. 유민은 낙원에 관한  가지의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나도 나에게 왜 이런 특권을 주는지 정말 모르겠어. 그러니 모르는 이야기는 일단 제쳐 두고. 내가 말한 비밀들. 지켜 줄 수 있지?”

“알았어. 약속할게.”

유민은 다시 한번 가영에게 비밀을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가영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오빠의 말이라 더 이상의 의심은 접고 순순히 받아들었다.

유민은 가영에게 주기 위해서 가져왔던 물건들을 철문 하단부에 뚫린 투입구를 통해서 건네주었다.


가영은 삼푸, 린스, 바디샤워 등의 생필품과 상하 잠옷 세트 그리고 포테이토 칩, 초콜릿, 콜라 등의 기호식품 등을 보며 상당히 놀랐다.

당연하지만 가영은 현재 포인트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미션 참가를 전혀 하지 않고 있고 그 상태가 지속 된다면 포인트를 앞으로도 여전히 “0”일 것이다.


하지만 가영은 자신에게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고 낙원을  뒤로 처음 보는 자판기의 기호식품들에 마음이 끌릴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살 수 없는 쇼윈도우 너머에 걸린 비싼 옷을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가영은 자판기의 물품들과 그 물품을 구매하기 위한 포인트를 유심히 살펴보았기 때문에 지금 오빠인 유민이 넘겨준 물품들을 사는 데 필요한 포인트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어떻게 다 샀어? 포인트   거 아냐? 오빠는? 오빠가 필요한 것도 샀어?“

가영은 유민이 건네준 물품들이 모두 다 자신이 너무나 원하던 것들뿐이었지만, 그것으로 인한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이 오빠는 자신은 먹고 싶은 것도 안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면서 자기에게는 뭐가 필요한지 항상 물어보고 챙겨주려 한다. 가영은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닐까 걱정부터 되었다.


”내 것도 샀어.“

”정말?“

”응. 정말.“

가영은 오빠가 조금 의심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아닌  같았다. 조금 안심하는 한편 다른 오빠, 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혹시. 다른 오빠, 언니들도  이렇게 챙겨준 거야?“

”아냐. 네 거랑  거 산다고 절반 정도 썼어. 모두  챙겨주기는 포인트가 턱없이 부족해.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만약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 둬야 해.“

”그래…. 그렇구나….“

오빠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가영은 유민의 말을 믿기로 했다. 다만 혼자 이렇게 유민의 챙김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하지만 분명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이 더 있었을 텐데도 참고 자신을 챙겨준 오빠에게 더 이상 뭔가를 요구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오빠는 상당히 무리하고 있을 것이다.

유민은 가영의 목소리만 들어도 지금 가영의 심정을 잘   있었다. 살짝가라앉으면서 길게 끄는 저 말투는 상당히 아쉽거나 미안할  나오는 것이었다.


유민은 하는 없이 자신의 가진 특권 중 하나를 더 가영에게 밝히기로 했다. 지금 가영이 가진 미안한 마음도 희석시키고 앞으로의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서도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가영아.“

”응. 오빠.“

”내가 특권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라고 낙원 참가자 중 한 명을 지정해서 그 사람을 미션에서 완전히 제외시키는 특권이야.“

”미션 보호?“

”응.  그 특권으로 널 선택했어.“

”날? 아…. 그래서 그랬구나….“

바보가 아니라면 4달이 넘는 기간 동안 낙원 참가자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만 미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가영 역시 한참 전부터 그런 사실을 의아해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비밀이 오늘에 와서야 풀렸다.

”그러니까. 가영이 넌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션을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야. 다시 말해 포인트를 벌 수도 없다는 의미지.“

”그렇구나….“

”내가 널 미션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포인트를 벌 기회를 없앴으니 내가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 다른 사람들은 조금씩이라도 포인트를 벌 테니 가영이 네가 그들에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상황을 봐서 힘든 사람이 있으면 내가 더 신경 쓸게. 알았지?“

”응. 알았어. 오빠…. 고마워.“


항상 자신은 손해만 보며 남들을 챙겨주기만 하는 오빠. 특히 자신에게 쏟는 헌신은 대단했다. 이런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밖에는 해줄 것이 없는 가영은 너무나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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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은 초코바 반쪽을 손에 들고 자신의 개인실로 돌아왔다. 가영은 분명히 자기만 사주고 오빠는 안 먹었을 거라며 기어코 초코바 반쪽을 잘라 억지로 넘겨주었다.

유민은 그런 여동생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초코바를 받아왔다. 쓴웃음이 나긴 했지만, 가슴만은 따뜻해졌다.

유민은 침대에 앉아서 천천히 초코바를 음미하며 먹었다. 유민이 아무리 돈을 아끼기 위해서 군것질을 사양하는 편이라 해도 아주 가끔은 즐겼다.

그리고 지금 정말 오랜만에 먹는 초코바는 마치 바로 피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듯한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 넣어줬다.

유민은 이대로 잠이 들기는 너무 아까워 광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광장 주위를 달리며 기분 좋은 땀을 흘린 후에야 개인실로 돌아가 씻고 침실로 향했다.


유민은 몇 번의 자위를 한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 좋은 노곤함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유민은 정말 오랜만에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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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눈을  유민은 샐러드와 과일, 빵, 홍차 등으로 구성된 간단하지만,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은 조식을 먹은 후 광장으로 향했다.

유민이오늘 원하는 곳은 자판기가 아니었다. 물론 더 사고 싶은 물품들은 많았지만, 그렇게  쓰기에는 포인트가 부족했다.

유민은 그대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전에는 포인트가 없어서 진입할  없었던 시설들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2층에는  개 나뉜 비교적 작은 휴게실과 도서실, 남녀로 나뉜 목욕탕, 진료실 등이 있었다. 유민은 가장 가까이 있는 휴게실에 다가갔다. 그리고 팔찌를 단말기에 대자 단말기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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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한 시간 사용 : 1포인트

1포인트를 사용해 휴게실에 진입하시겠습니까?

YES /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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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이 YES 부분에 손가락을 대자 팔찌의 잔존 포인트가 150에서 149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휴게실 문이 옆으로 슬라이드 되며 열렸다.


유민은 휴게실로 들어섰다. 마찬가지로 문이 바로 닫혔다. 휴게실 내부에는 TV 한 대와 PC 세 대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휴게실 하나당 사용 제한 인원은 3명인 모양이었다.

유민은 TV 전원을 켰다. 그러자 한국에서 흔히 볼  있는 채널이 화면에 떴다. 채널을 넘기며 살펴보니 한국의 주요 채널 들은 대부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유민은 이어서 PC의 전원을 컸다. PC에는 키보드가 없었다. 그리고 마우스도 전 페이지, 후 페이지, 클릭의 기능만 있는 특이한 모양이었다.

PC에 떠오른 화면은 제어판 등의  가지 기능이 잠긴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PC와 같았다. 인터넷도 제대로연결되어 있었다.

다만 검색은 가능했지만, 이쪽에서 글을 남기는 기능은 모두 잠겨있었다. 이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낙원 관계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낙원 참가자들이 인터넷상에 글을 남기도록 허용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유민은 이 정도만 해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던 낙원에서 인터넷이란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유민은 급하게 각종 사이트를 돌며 정보를 확인했다. 우선은 자신이 낙원에 납치된 시간을 기준으로 기사들을 검색했다.


예상외로 집단 실종에 관한 기사는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연예인 등의 유명인이 아니라면 20명가량의 인원이 실종된것만으로 특종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한국에서  정도 인원이 실종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실종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그게 기사화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낙원 참가자  비교적 권력과 재력이 있는 장우혁만 해도 우혁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전력을 다해서찾겠지만, 우혁 자체가 유명인인 것은 아니다. 우혁의 실종이 특종이 될 리는 없다.


어쩌면 어느 정도 기사화가 되었지만, 낙원의 막강한 능력으로 모두 지웠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주로 쓰는 수법처럼 다른 특종 거리로 관심을 돌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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