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011화 TUTOTIAL.
011화. TUTOTIAL.
유민이 호준의 식당에서 일하고 한 달이 다 되어가던 무렵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손님이 끊어진 한가한 시간대였다. 유민은 점심시간에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냉장고에서 빈 음료수 등을 채워 넣기 위해서 창고로 향했다.
식당에는 호준이 가끔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2평 남짓한 작은 방이 하나 있다. 창고를 가려면 그 방 앞을 지나야 한다. 유민이 방 앞을 지나려는데 방에서 여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유민은 지금까지 방에서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호준이 허락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안은 방에서 쉬는 것을 호준이 허락했나? 유민은 궁금함에 밖으로 난 창문에 살짝 귀를 기울여 보았다.
후안의 목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만 평범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흐느끼는 듯한, 살짝 헐떡이는 듯한, 바로 섹스를 하면서 내는 신음소리였다. 그렇다면 후안의 상대는 볼 것도 없이 호준일 것이다.
유민은 창문 틈으로 살짝 안을 들여다보았다. 예상대로 알몸의 후안이 이불이 깔린 바닥에 다리를 벌리 채 누워있었고, 그위에서 마찬가지로 알몸인 호준이 열심히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 하아…. 아….“
”헉…. 후안…. 헉…. 좋아….“
둘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파릇파릇한 21살의 후안은 나름 귀엽고 날씬했다. 그에 반해 40대 중반의 호준은 머리가 반쯤 벗겨져 50대 후반은 되어 보였고 온몸에 비계가 끼어 있었다.
지금도 후안의 날씬한 두 다리를 끌어안은 호준이 허리를 흔들며 박을 때마다 늘어진 아랫배가 출렁거리며 후안의 아랫배에 부딪혔다.
유민에게는 여러 가지로 충격이었다. 처음으로 본 아름답지 않은 실제 섹스에 충격을 받았고 또 호준과 후안의 관계에 충격을 받았다.
평소 호준이 후안의 몸을 만지거나 더듬는 것은 자주 보았다. 하지만 후안이 딱히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런데 섹스까지 하는 사이였다니 충격적이었다.
유민은 며칠 후 호준이 자리를 비우면서 후안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서 슬쩍 호준과 무슨 사이냐고물어보았다.
후안이 한국 여성이었다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왔다고 하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안의 사연은 절실했다.
후안은 베트남에서돈을 벌기 위해서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다 우연히 이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 지금 두 달째 일하는 중인데 아직 첫 달 월급도 받지 못했다.
곧 체류 기간이 끝나가니 돈을 받아내야 하는데 호준은 자꾸만 조금 있다 준다고 하며 미뤘다. 그러면서 후안에게 계속 성희롱을 했다. 후안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호준이 그럴 거면 그만두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호준의 성희롱은 점점 수위를 높여갔고 결국 섹스까지 요구하게 되었다. 한 번만 해주면 밀린 월급 다 주고 보너스도 준다는 말에 결국 후안은 몸을 허락했다. 하지만 호준은 계속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월급은 주지 않고 계속 섹스만 요구했다.
후안의 처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제 곧 체류 기간은 끝나가고 밀린 월급을 받아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설사 신고 등을 통해 받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체류 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럼 결국 못 받는다는 소리다. 후안이 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호준의 요구를 따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후안은 호준에게 계속 몸을 허락해야만 했다.
이야기를 끝낸 후안은 울음을 터트렸다. 집에 어린 동생들이 자신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며….
그로부터 며칠 뒤 유민이 이 식당에서 일한 지 한 달째가 되는 날이었다. 바로 월급날이었다. 유민은 월급을 받기 위해서 호준을 찾아갔다.
호준은 유민에게 두 달을 일하기로 했으니 모아서 함께 준다는 말을 했다. 유민이 바로 달라고 하자 두 달을 모아주면 조금 더 쳐주겠다며 생색을 내는 투로 말을 했다.
유민은 이미 후안의 이야기를 들은 터라 호준이 월급을 안 주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민은 강경하게 월급을 요구했고, 호준은 조금 있다가 준다는데 그것도 못 기다리냐며, 사람을 그렇게 못 믿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유민은 그만둘 테니 지금까지 일한 월급이라도 달라고 하자 호준은 그렇게는 못 하겠다며 버텼다. 결국, 유민은 신고하겠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러자 호준은 유민을 비웃으면서 말했다. 근로 계약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고 결국 신고해봐야 못 받을 거라고, 열심히 해보라며 오히려 유민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쫓아냈다.
유민은 곧장 신고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알아봤다. 덤으로 후안과 같은 경우도 알아봤다. 그러면서 호준이 이야기했던 부분이 상당 부분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급 명세서나 제대로 일한 증거 자료 등이 부족하면 민사로 넘어가야 하는데 보통 반년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것도 제대로 된 판결을 받을지 어떨지도 미지수라고 한다.
특히나 후안의 경우는 월급을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결국, 호준에게 몸만 버리고 무일푼으로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시나 법은 그것을 준수하는 사람이 아닌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걸 유민에게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유민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자신의 경험 미숙을 실감했고 또한 세상은 절대 아름답지만은 않은 곳이라는 걸 제대로 알게 해준 고된 신고식이었다.
유민은 다시 식당을 찾아가 몰래 후안을 만났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려주었다. 호준은 원래부터 밀린 월급을 줄 생각이 없었고 법적으로도 받아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후안은 체류 기간이 끝날 때까지 호준의 요구를 들어주는 길을 택했다. 어차피지금 그만둬도 무일푼으로 돌아가는 건 똑같으니 미약한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유민은 이후에 후안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호준에게 계속 몸을 대주기만 하다가 무일푼으로 베트남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유민은 가끔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후안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후안을 도와줄 수 없었던 능력 없는 자신과 약자를 보호해줄 수 없는 이 사회에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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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룸으로 들어간 호준과 상미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 다 동시에 실망했다. 둘 다 서로를 보며 최악의 상대가 걸렸다고 생각했다.
낙원 참가 여성들은 인간성은 어떻든 간에 일단 대부분 미인형이었다.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이지적이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예뻤다. 상미를 제외한다면….
낙원 참가 남성들도 마찬가지였다.인간쓰레기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일단 키나 몸매나 얼굴 모두 나름 무난했다. 인상이 험한 이도 있었지만, 그것도 남성미가 넘친다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호준만 제외한다면….
그렇게 자신에 대한 주제 파악을 못 한 호준과 상미는 상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하필….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미션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호준과 상미는 옷을 벗고 침대로 올라갔다. 축 늘어진 똥배의 소유자인 호준과 펑퍼짐한 절구통 몸매의 소유자인 상미는 어떤 면에서 상당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후딱 하고 끝냅시다.”
“네. 그래요.”
“일단 세우고 젖어야 하니…. 내키진 않지만 전 당신 꺼 만져줄 테니 당신은 내 꺼 대딸 좀쳐요.”
“어머. 저도 안 내키거든요. 별꼴이네.”
“시간 없어요. 빨리하고 빨리 끝냅시다.”
“알아요.”
호준은 상미의 음부를 어루만졌고 상미는 호준의 남근을 주물렀다. 상미의 음부가 살짝 젖자 호준은 상미의 질에 손가락을 넣고 쑤셨다. 상미 역시 호준의 남근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드디어 서로 준비가 끝났다. 상미가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렸고 호준은 그 사이로 들어가 남근을 삽입했다.
호준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빨리 싸고 나갈 생각이었지만, 너무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좋았다. 한 달 넘게 개인실에서 자위만 해댔으니 아무리 상미가 절구통 몸매에 얼굴도 별로라도 자신의 오른손보다는 나았다.
그러다 보니 호준은 조금 진심을 내서 본격적으로 박기 시작했다. 호준은 아직 미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20대 초중반의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에서온 외국 여자들을 공짜로 따먹으면서 쌓아온 테크닉이 있었다.
상미는 얼굴도 몸매도 마음에 안 드는 호준과 미션을 하게 되며 상당히 실망했다. 거기다, 호준은 말도 참 재수 없게 했다. 상미는 빨리 미션을 끝내고 빨리 개인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호준에게 박히기 시작하자 의외로 괜찮았다. 섹스 테크닉도 나쁘지 않았고 자신의 아랫배에 닿는 호준의 출렁거리는 똥배도 은근히 자극되었다.
“아…. 저기요…. 더 세게…. 아아…. 좋아…. 하아….”
“헉…. 헉…. 허헉….”
호준과 상미는 열심히 섹스에 임했다. 호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박았고 상미는 허리를 들썩거리며 그런 호준에 호응했다.
“헉…. 싼다…. 흐헉….”
“하아…. 나도…. 하아…. 가요…. 하아앙….”
호준이 질내 사정을 함과 동시에 상미도 절정에 다다랐다. 호준과 상미는 서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어쩌면 속궁합은 최고일지도 몰랐다.
[미션 성공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참가자 여러분. 개인실로 복귀해주세요.]
“의외로 좋았어요.”
”저기요. 말 참 예쁘게 하시네. 뭐 저도 생각보다 좋긴 했어요.“
호준과 상미는 미션룸을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다르게 상쾌한표정으로미션룸을 나섰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인상도 상당히 변해있었다.
호준과 상미가 광장으로 나오자 광장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미션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빠른 해산이었다. 호준과 상미도 각자의 개인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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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참가자들이 이곳으로 온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겉으로는 모두 적응된 분위기였다.
초반에는 통제에 잘 따르지 않기도 하고 미션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사라졌다. 딱히 소동이 일어나지도 않고 미션도 묵묵히 수행했다.
아마도 상현의 사망이 시사한 바가 컸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천사가 아무리 강력한 제재를 강조해도 기껏해야 3일 금식이 다였다. 하지만 상현이 실제로 강력한 제재를 받아 사망하자 천사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아직 미션의 벌칙으로 사망이 나온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낙원에 적응하기 위한 튜토리얼 단계에 불과하다.
상현의 사망은 낙원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주긴 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여파는 작았다. 아마도 상현의 친한 지인이 없고 상현의 평소 행실이 나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암세포가 제거된 것처럼 시원함을 느꼈다.
최근 개방된 중앙 광장에는 몇 가지 변화된 점이 있었다. 우선 상현이 사망하며 보이지 않는다는 것.그리고 상현의 사망을 가장 가까이서 겪은 미경이 미션 시간을 제외하면 개인실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아마도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유민 일행은 다시 7명으로 돌아갔다. 애초에 불청객에 불과했던 미경이 빠지며 유민 일행의 분위기는 한층 좋아졌다.
남의 불행을 기뻐한다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할 인생을 살아왔다. 오히려 대놓고 욕하고 배척하지 않았으니 상당히잘 대우해줬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상당히 의외인 변화가 있었다. 개방된 광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호준과 상미가 이제는 거의 매일 왔다. 그것도 둘이 구석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자세히 보면 테이블 밑으로 팔과 손이 움직이는 게 단순히 대화만 나누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 정도의 스킨십은 허용범위일까? 아니면 천사가 또 밤참을 먹느라 모니터를 못 하는 걸까?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간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낙원 탈출구가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