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끔찍한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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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악마의 피.
옛 사람들이 술을 경계하라며 말하는 격언이다. 그러나 세상 만사가 그렇듯, 완전악과 완전선은 구분하기 힘든 법이니, 그 탓에 술을 끊기가 더욱 어렵다.
어떨 때는 좋을 때도 있으니 쉽사리 판단하기 힘든 것이다. 하기사 그런 존재이니 인류사와 함께 성장한 것이 술 문화 아니겠는가.
'어떨 때는 좋을 때' 그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여기 거나하게 취한 채 달빛을 받고 있는 찬드라가 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 기분이 좋으니까 '좋을 때' 에 해당하는가?
그렇게 질문한다면 다른 대답을 하리다.
찬드라가 기분이 좋은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말, 기분이 좋고 말고를 따질 때가 아닌, 생사가 오락가락 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날다람쥐 잭에게 납치된 불쌍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찬드라의 술기운이 어떤 이변을 일으켜 그녀의 생사를 결정짓게 될지는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달님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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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보름달이었나? 아니, 그때는 먹구름이 너무 심하게 껴서 달이 보이질 않았지…”
찬드라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술을 거나하게 마셔대고 골아 떨어 졌다가 아닌 밤중에 불현듯 깨어난 것이다. 서쪽의 증류주라는건 뭐가 그렇게 확 취하는지, 말술중에 말술인 찬드라도 술기운을 떨쳐내기 버거웠다.
게다가 소변은 어찌나 마렵게 하는지, 참 희한한 술이네 싶었다.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 여관의 옥상으로 올라왔다. 꽤 높게 지은 여관이었던 터라, 마을 경관이 자세히 보였다. 야심한 밤의 건물 옥상이 늘 그렇듯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없는 것은 마을의 길거리도 그랬다. 술기운이 흥을 올려서 달빛이 밝아 보이는 것인지, 오늘이 유난히 밝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구름도 하나 없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청명한 밤하늘이었다.
찬드라의 눈은 독수리처럼 밝다고는 못 하더라도, 그걸 빗댈 만큼 상당한 시력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문득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성성이?”
*오랑우탄을 일컫는 말.
“이런 도심에 저런 짐승이 왜 있는 거야? 서쪽 지방에선 일상적인 일인가? 그럴 리 없는데?”
어렸을 때 듣기로, 성성이라는 동물은 남쪽 섬나라에서 사는 사람을 닮은 원숭이라고 했다. 녀석들은 온순한 편이지만 때때로 사람을 납치해가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방금 본 기이한 형체도 왠 여인을 안고 하늘을 나는 듯 도망치는 꼴이었던 것이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뭔가 헛것을 본 것이겠거니 하고 시큰둥했을 터였다. 허나 얼큰한 술기운이 그녀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했다.
“필시 사람을 잡아가는 못된 짐승이겠다!”
그녀는 옥상에서 펄쩍 뛰어내리려 난간을 잡았다.
…
그러나 아무리 취기가 강하기로서니 이렇게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면 다리가 남아나질 않는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아! 이건 무리다!”
얼른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
날다람쥐 잭의 지하실은 곧 피냄새로 가득 찰 것이었다. 피를 쏟아내 창백해진 잭의 희생양은 도려내지고, 뼈가 분리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할 것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잭의 관점에서였다.
쇠발톱이 그녀의 옷을 찢었다. 날카롭디 날카로운 칼날이 섬유를 하나하나 끊어내는 소리에 그는 온 정신을 집중했다.
사각사각.
이건 살을 갈라내는 절미를 맛보기에 앞선 *오브되브르이다. (*horsd'œuvre. 전채요리.)
입안에 침이 고이는 즐거운 소리를 만끽하는 순간, 짜증나는 소음이 들려왔다. 흥이 확 깨지고 말았다.
똑똑.
굳게 닫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도시의 치안유지대원이 검거를 하러 온 것일까? 그러나 그렇다기엔 잭의 표정이 너무 태연했다. 태연했다기보다 짜증이 가득했다.
철문 너머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이봐. 약속대로 하라고. 이번엔 내가 먼저라고 했잖아.”
“... 노인네가.”
잭이 철문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욕설을 지껄였다.
“욕심은 많아가지고…”
잭은 쇠발톱을 테이블에 딱! 소리나게 놓곤 철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철문이 열렸다. 그곳에선 후드를 뒤집어 쓴 노인이 서 있었다. 매캐한 연기처럼 속을 알 수 없는 희한한 웃음을 띈 채로 말이다.
“약속은 지켜야만 약속이지. 젊은 친구가 말이야, 응?”
“... 눈치가 기막히게 빠르군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주름살 만큼이나 눈치도 늘어나는 법이거든. 됐고, 어디 이번에는 얼마나 예쁜지 한번 볼까?”
노인은 잭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치더니 성큼성큼 들어갔다. 가련한 여인은 상의가 찢어진 채 기절한 상태 그대로였다.
노인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곤 마음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게걸스레 젖가슴을 탐하던 그는 그거로는 부족했는지 입을 가져다대었다.
그 추한 몰골이란.
노인이 갓난아기처럼 젖꼭지를 굴리며 탐하는 모습은 역겨웠다. 잭은 그것을 바라보다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가슴을 주무르고, 빨고, 온몸을 더듬고 핥아대던 노인은 소름끼치는 웃음을 띈 채 잭에게 말했다.
“역시 깨어 있는게 재미있잖아? 안 그래?”
“... 좋을 대로 하시요.”
노인은 아기처럼 젖가슴을 빨던 것을 멈추더니 갑자기 표독스런 맹수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젖꼭지를 깨물었다.
유두는 신경이 예민한 곳인지라 기절한 사람을 깨울 때 실제로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 때에 이 노인처럼 추하게 이빨로 깨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인은 소름끼치는 감각을 느끼며 깨어났다.
“히이이익! 뭐, 뭐예요! 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불행과 공포가 뒤섞인 비명이 지하실의 공기를 차갑게 얼렸다. 노인은 재미있다는 듯 다른 쪽 젖꼭지를 깨물며 여인의 반응을 즐겼다.
잭은 그런 노인을 보다 못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이런! 흠집 나지 않게 하라구요! 유두는 절대 다치면 안 돼! 그러면 예술적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지는데!”
별 말 같지도 않은 미학을 외치며 노인을 만류했다. 노인은 낄낄거리며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곤 불현듯, 여인의 복부에 주먹을 갈겼다.
부드럽고 연약한 여자의 복부에 주먹을 강타하니 여인은 격통을 느끼며 움찔거렸다. 여인은 울부짖었고, 노인의 물건은 화난 황소처럼 일어서기 시작했다.
노인은 여인의 고통을 즐기는 변태인 듯 싶었다. 그러곤 훌쩍 뛰어올라 여인에게 올라탔다. 여인의 사지는 모두 결박되어 있었기에 노인이 올라타는 것에 저항 따윈 할 수 없었다.
노인은 잭을 쳐다보았다. 아까도 희번득 비추어졌던 매캐한 연기 같은 눈빛이었다.
잭은 노인의 눈빛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나가라고요?”
“응. 씹질하는거 구경할래? 뭐, 할테면 하던지.”
“그런 취미는 없으니 나가죠. 쯥.”
“거 되게 불만 가득한 표정이네? 이봐 이건 약속이었다고. 불쾌해 해야 할 사람은 나야. 먼저 약속도 안 지키고 혼자 재미 보려던 건 너였어!”
“흠… 알았어요. 대신 약속 지켜요. 내가 왜 그랬겠어요? 맨날 작품 만들려고 하면 상처 내서 망치니까 그러는 거 아니예요?”
“알았어. 이번엔 안 그럴게.”
“방금도 여자 젖꼭지 떨어질 뻔 했는데! 무슨!”
“알았어! 알았다고! 나가!”
“쯥.”
노인의 밑에 깔린 가련한 여인은 두 남자가 떠들어대는 중에 계속 비명을 질렀었다. 비명을 듣는건 노인의 취미이지만, 이런 비명은 듣기 싫은 소음일 뿐이었다.
노인은 여인의 복부에 다시 한번 주먹질을 하고 귓가에 속삭였다.
“씨발년아. 조용히 해. 너도 즐겨봐 이 년아. 한번 더 좆같게 소리치면 보지를 찢어서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 대답해 썅년아.”
여인은 울음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네! 알겠어요! 알겠어요! 으흑흑…”
“그럼. 그래야지. 넌 눈물이 참 예쁘네.”
노인은 여인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아먹었다. 젖가슴을 만지듯 볼을 어루만졌다. 그러더니 별안간 뺨을 후려치고 바지춤을 내렸다.
철썩!
정신이 아득해지는 강한 충격이 여인의 뺨을 강타했다. 노인은 낄낄거리며 황소의 그것보다도 훨씬 클 괴물같은 물건을 꺼내 여인의 입에 쑤셔박았다.
“빨아. 이빨 닿으면 다 뽑아 버린다. 깨물면 보지를 벌려서 죽여 버릴 거다.”
“웁! 우우웁! 욱!”
냄새나는 흉측한 물건이 입 안에 들어오자 그녀는 참을 수 없는 구토감을 느꼈다. 눈에서는 눈물이 시냇물처럼 계속 흘러내렸다.
노인의 음경은 어찌나 흉악하게 팽창했는지, 불거진 혈관은 마치 금속 파이프처럼 단단해 보였다. 굽은 허리와 쭈글거리는 면상과는 대조적인 끔찍한 크기였다. 여인의 음부를 통과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굵고 긴 것이었다.
여인의 입이 너무 작아 그걸 차마 담을 수 없으니 노인은 성이 났다.
“하! 고년 그거 입보지 한번 더럽게 작네! 그냥 바로 진짜 보지에 박아 달라는 뜻이지?”
노인은 그녀의 하반신으로 향했다. 흉악한 그것이 단 한 틈의 시간도 없이, 그 끔찍한 것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단번에 쑤셔져 들어갔다.
“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악! 이런걸! 넣으면! 죽어요! 살려주세요! 으아아악!”
여인은 비명을 질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