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괴력의 찬드라(2).
* * *
모든 것은 귀족의 뜻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빠들과 음산한 사내가 떠드는데, 뭐라고 말 하는지 궁금했다. 엿들어 보려 했지만 첫째 오빠는 큰 소리를 내며 찬드라에게 말했다.
"찬드라! 이건 남자들끼리 할 얘기야! 넌 먼저 집에 가 있도록 해. 우리들은 좀 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갑자기 왜 그래 오빠. 왜 난 들으면 안 되는데? 나랑 관련된 얘기 아니야? 그리고 나 오늘 훈련 아직 남았는데."
첫째는 도리어 더 성을 내며 찬드라를 혼냈다.
"안된대도! 오빠 말 안 들을래? 그리고 훈련은 집에 가서 동생들 이고 팔굽혀펴기 하는 걸로 대체해. 그래도 되잖아."
"... 알았어. 먼저 가 있을게 오빠."
"그래..."
찬드라는 풀이 죽은 채 단련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찬드라도 나이를 먹으며 깨달은 것들이 많았다. 세상은 완력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자신의 완력이 타인보다 강한 축에 든다지만, 맨몸은 칼을 이길 수 없는 법이고, 칼은 붓을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찬드라가 총명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알았다.
집에 돌아온 찬드라는 동생들을 등에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아직 어린 동생들은 찬드라의 어깨와 등이 놀이기구라도 된 듯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집에는 부모님이 계셨고, 어머니는 가족들의 빨래를 하기 위해 바구니에 빨래더미를 이고 마당으로 나오셨다. 어머니는 찬드라를 보곤 마침 잘 되었다는 듯 말씀하셨다.
"얘 찬드라야. 오늘은 어쩐 일로 일찍 왔구나. 빨래 하러 가려고 했는데 좀 도와줄래? 네가 힘 있게 해야 때가 잘 빠지고 좋단다. 너가 짠 빨래는 금방 마르기도 하고 말이야."
평상시라면 훈련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오빠들에게 핀잔을 들어 풀이 죽은 찬드라였기에 순순히 어머니의 뜻대로 집을 나섰다. 어머니가 누누히 말씀하시던 '여자가 해야 할 일' 에 대한 것이, 좀 전에 첫째 오빠가 '이건 남자들의 일이다' 라고 말한 것과 겹치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조그만한 방망이로 빨랫감을 내려쳤다. 찬드라는 방망이 따윈 필요 없었다. 솥뚜껑 같은 주먹으로 빨랫감을 쥐어 박으면 그게 훨씬 효과가 좋았다. 한참 빨래를 하는 중 어머니가 말하셨다.
"오빠들은 다 결혼 했잖니?"
"네...? 네."
"너도 얼른 남편에게로 가야지. 짝이 있으면 얼른 시집 가면 좋겠구나."
"그렇지만 저희 집은 패물이 없잖아요. 시집을 어떻게 가요?"
"그런 소리 말어라. 그런건 오빠들이랑 아버지가 알아서 할 일이야. 아무튼 이제 오빠들 따라 다니지 말고 시집 갈 준비나 해라.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아이 돌보는 것도 할 줄 알아야지. 여자가 근력을 키워서 뭐에 쓰겠니? 이제 나랑 같이 집안일이나 하자꾸나 찬드라."
연로한 어머니가 나무껍질같은 손으로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보니 대쪽같은 찬드라도 마음이 물러질 수밖에 없었다.
"... 알았어요 엄마."
"그래. 그래야지. 예쁘다 찬드라."
빨래가 끝나고 찬드라의 악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다. 악어가 사슴을 물어뜯는 찬드라의 큰 손아귀가 빨래를 쥐어짜니 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물을 머금은 빨래더미는 꽤 무거웠지만 찬드라는 종이쪼가리 들듯 번쩍 들어 올려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의 작은 체구로 이런 빨래들을 지고 매일같이 냇가에 다녀 오셨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팠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빠들도 집에 와 있었다. 오빠들은 아버지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오빠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으며 때론 박수를 치고 때로는 빙긋 웃으며 좋아하셨다.
"아이고! 그런 귀하신 분이 찬드라를? 타파사 집안 경사다 얘들아."
"그러게요 아버지. 찬드라가 매일같이 저희만 따라다녀서 얼마나 걱정 했는지 몰라요."
과묵한 둘째는 첫째와 셋째가 신나서 떠드는 와중에도 팔짱을 낀 채 입을 닫고 있을 뿐이었다.
평상시의 찬드라라면, '왜 나 빼고 내 이야기 해? 나도 끼워줘!' 라고 했을 테지만 지금의 찬드라는 영 풀이 죽어 멀찍이 오빠와 아빠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
이야기는 금새 진행되었다. 며칠 후에 옷을 호화스럽게 차려 입은 사내들이 집을 들락거렸다.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던 귀족이 보낸 사람들일 것이 분명했다.
자신보다 강한 사내가 아니라면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찬드라였다. 하지만 돈 많고 대단하다는 귀족이 사람들을 시켜 왕래하게 하는 정성을 보이니 찬드라도 그것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마음도 들뜨고, 세상도 다채로워 보이는 것이, 봄처녀의 마음이 이런 것일지 새삼 이해했다.
다시 며칠이 흘러 귀족이 준마를 타고 집을 방문했다. 귀족은 얼굴과 머리에 금은보화를 둘러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시종 하나는 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귀족은 태연한 모습으로 무릎 꿇은 시종의 어깨를 밟고 말에서 내렸다.
"그런 여인이 산다는 곳 치고는 꽤 허름한 집이구나."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귀족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맨발로 벌떡 뛰쳐나왔다.
"갑자기 어언 일로 오셨습니까?"
"오늘 찬드라를 데려가고 싶어서 말이오."
"오늘 말입니까? 하지만 준비가 하나도 안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일단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찬드라는 돌연 두려운 마음이 들어 몸을 숨겼다. 찬드라의 거체를 숨길 만한 가구는 없었기에 그녀는 다른 방에 숨어 귀족과 아버지의 대화를 엿들었다.
어머니는 차를 내오셨다. 아버지는 찻잔을 들어 귀족에게 전달했다. 마치 제삿상에 음식을 올리는 듯한 경건한 손짓이었다.
귀족은 찻잔을 유심히 살피더니 몇번 만지작 거리기만 할 뿐 마시지는 않았다. 그의 눈에 타파사 집안의 식기는 걸레쪼가리만큼 불쾌한 것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잔뜩 스며들어 있는 이빨 빠진 찻잔이었다.
"차 향이 좋군."
"한잔 들으시지요."
"... 아닐세. 이미 한잔 하고 온 터라."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동생들의 칭얼거림과 거리의 소음으로 더 이상 자세히 듣진 못했다.
귀족과 아버지는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머니는 찬드라가 있는 곳으로 와 말했다.
어머니는 남자와 처음 동침할 때 알아 두어야 할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찬드라에게 남자 경험이 없는지 재차 확인하셨다. 그 뒤로는, 듣게 되면 얼굴이 붉게 물들 이야기들이었다.
동생들은 모두 밖에 나가서 놀라 하였다. 어머니의 말을 계속 듣고 있자니 부끄러워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또, 어머니는 몇 안되는 보석들을 쥐어주었다.
"첫날이니 꼭 예뻐 보여야 한단다. 이걸 끼고 가도록 해."
진주가 박혀 있는 은반지, 그리고 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였다. 찬드라는 그것이 어머니에게 있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찬드라는 귀족을 따라 나섰다. 가족들은 모두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다만 과묵한 둘째 오빠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귀족에 집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시녀들이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찬드라의 옷을 벗기고 씻겼다. 평생 맡아본 적 없는 향기가 느껴졌다. 향유로 몸을 닦고 부드러운 비단옷을 입었다.
시집 간다는 것은 너무도 두려웠는데, 난생 처음 이런 대우를 받게 되니 두려운 마음도 싹 가셨다. 이런 생활이라면 자신보다 강하지 않은 남자의 신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기름지고 고급진 요리는 입 안에 들어오자마자 녹아 없어지는 듯 했다. 평생 먹어오던 거칠고 조잡스런 요리는 음식도 아닌 것 같았다. 여지껏 살아왔던 생활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었다. 자신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 타파사 가는 오늘도 빈곤한 식사를 하고 있을 것 아닌가.
평소대로의 찬드라였다면 음식을 접시째로 들어올려 삼키듯 먹었을 테지만, 어머니의 말씀대로 조신함을 잊지 않기로 했다. 워낙 주변에 시종과 하녀들로 둘러쌓여 있어 긴장되기도 했고.
귀족은 식사를 마치고 비단으로 입을 닦았다. 찬드라도 그것을 따라했다. 귀족은 그대로 일어서 찬드라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옷섶에 손을 넣고 가슴을 주물렀다.
그가 귀족이 아니었다면 방금의 희롱으로 머리가 터졌을 것이다. 최소한 가슴을 주무른 손목은 찬드라의 손아귀에 붙잡혀 하이에나가 물어 뜯은 상흔처럼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귀족은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 짗궂은 희롱에도 몸은 얼어 붙은 듯 반응하지 않았다. 보는 눈도 많았는데 자신의 젖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귀족이 야속했다.
귀족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런 여자를 찾아다녔지. 온몸은 근육질에 기골도 장대한데 얼굴은 아이 같고 젖가슴은 부드럽고 크구나. 앙증맞은 분홍색 유두는 정말 귀여워."
"..."
귀족은 떨고 있는 그녀의 턱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시종들로 둘러 쌓여 있었는데 귀족은 그런 것 따윈 일절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따라 오거라."
"... 알겠습니다."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지하실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은 등불 여러개로 밝혀져 있었다. 향들도 등불 옆에 나란히 서 타고 있었다. 향의 연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등불의 불꽃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방에 불안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는 별안간 허리춤에 꼽혀 있던 칼을 꺼냈다. 반달처럼 굽은 긴 만도가 등불에 반사되어 흉흉한 빛을 뿜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칼은 찬드라의 몸을 덮쳤다. 찬드라의 비단 옷이 찢기며 그녀의 풍만한 유방이 밖으로 드러났다.
어머니에게 들었던 첫날밤과는 사뭇 다른 광경에 찬드라는 무서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왜 이러시는 건가요?"
귀족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가 문제더냐? 네 어미가 일러주지 않더냐? 이것이 원래 남녀의 동침이거늘. 남사스러워 제대로 듣지 않았구나."
"어,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과 너무 다릅니다."
"어미와 딸의 관계라 할지언정 어찌 남녀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겠느냐?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거라."
순진한 찬드라는 두려움에 떨며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귀족은 잔뜩 성난 자신의 막대를 문지르더니 허리띠를 풀렀다. 바지는 내려앉았고, 그곳엔 구렁이처럼 커다란 남근이 맥동하고 있었다. 혈관이 불거지고, 커다랗고, 시커먼 것이었다. 남성기를 본 적은 몇번 있었지만 이렇게 흉악한 것은 처음이었다.
"무릎 꿇고 입을 맞추어라. 그리고 정성스레 빨아라."
구렁이 같은 남근에 어찌 입을 쉽게 맞출 수 있을까. 찬드라는 우물쭈물하며 쉽사리 그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러고 있으니 귀족은 찬드라의 뺨을 올려붙였다. 등불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따귀였다.
철썩!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귀족의 음경에 입을 맞추었다. 끔찍한 순간이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원래 남녀의 동침 방법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귀족은 번뜩 그 큰 좆을 밀어넣었다. 찬드라는 미처 피하지도 못한 채 입으로 음경을 받아내야 했다.
귀족은 찬드라의 머리칼을 움켜쥐곤 허리를 마구 흔들었다. 목구멍 깊숙히 구렁이 같은 것이 드나들으니 괴로웠다. 찬드라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고, 귀족은 거머리처럼 따라붙었다. 어느새 더 이상 뒤로 갈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혔다.
귀족은 옳다꾸나 하며 더욱 거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읍! 으으읍! 케흑!"
"아흐! 정말 좋구나! 이 창년! 최고급 창년의 씹보지를 쑤시는 것보다 더 조이는데! 크하학! 찬드라! 네년은 정말 좋은 좆집이다!"
귀족은 한참이나 허리를 흔들어 대었고, 찬드라는 역겨운 구토감을 참으며 눈물을 흘렸다.
"윽! 으윽! 하윽! 잘 받아 마셔라 씹년아!"
귀족은 몸을 떨며 긴 사정을 했다. 안 그래도 울그락 불그락하게 도드라진 귀족의 음경이 잔뜩 맥동하며 하얀 액체를 쏟아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