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무너지는 입구.
* * *
하늘을 향해 뻣뻣이 솟은 남근은 이전과는 달리 더욱 거칠고 장대해 보였다. 그곳에는 최상의 여인을 안기 위한 흥분 이외에도 분노가 서려 있었다.
“네년이 좋아하는 좆이다.”
지존은 엎드려 있는 그녀에게 단숨에 박아넣었다. 호랑이의 두툼한 발바닥에서 발톱이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칼을 휘어잡았다.
거세게, 여인의 안위따윈 신경 쓰지 않는 거친 움직임이었다. 아까완 달랐다. 수컷 상어가 암컷의 지느러미를 물어 뜯으며 자지를 박아 넣듯, 야생의 교미에 가까웠다.
“헤윽!”
자비 없는 절정의 파도가 그녀의 등허리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
“너무 위험한 방법이 아닌가…”
결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는 지존을 보며 길리엄이 한 말이었다. 프레데릭은 그를 깨울지 말지 고민을 했다. 입이 떨어졌지만 그곳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를 믿어 볼 생각이었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이 동굴에서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굳이 몽마를 찾아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하룻밤 비를 피하면 될 뿐.
게다가 그 존재를 알아 챘으니, 그저 돌아가며 눈을 붙이다가 동이 텄을 때 동굴을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옆에서 머리를 벅벅 긁던 루돌프가 말했다. 그는 영 언짢은 듯 한숨을 내쉬곤 자리에 주저앉았다.
“프레데릭. 저 녀석이 만약 몽마를 찾아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치자구. 그런데 일이 좀 잘못 되었다면, 우리에게 올 피해가 있나?”
“딱, 히… 없, 을 것... 같소…”
“최악의 상황이 있다면 어떤 경우지?”
“저, 녀석이… 죽거나… 폐인이… 되는 경우…?”
“쯧.”
루돌프는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동방의 원숭이 놈이 뒈지건 말건, 폐인이 되거나 말거나 상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다. 자신에게 굴욕감을 주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녀석이 죽는다면 그리핀의 알을 싼 값에 얻지 못할 것이었다.
여기서 잘못 되면 일이 크게 꼬인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블랑코 축산 협회를 통해서 의뢰한 것은 그리핀의 알을 찾아내고 가져가는 것이지 서큐버스 따위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의뢰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항상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모험가의 덕목이자 의무였다. 동방의 원숭이 놈도 이런 것을 지켜야 할 텐데, 그러기는 커녕 딴짓에 몰두하며 힘을 빼고 있는 것 같으니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레데릭과 길리엄 녀석 둘도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니 기가 찼다. 고블린과 오우거들이 습격 했을 때부터 아니꼬운 점이 많았다.
본래 그곳에서 활약하며 고블린의 뼈와 살을 갈라내는 용감한 전사는 자신이어야 했다. 그런데 왠걸 자신의 활약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한 프레데릭은 자신을 짐처럼 여기는 듯 했다. 떠맡기 싫은 짐짝을 금전적인 이유로 억지로 참는 느낌 말이다.
프레데릭은 자신을 보호하고 보좌하는 것에 활을 쏘기보다 원숭이놈을 엄호하기 위해 쏜 화살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실력도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았던 길리엄 녀석은 예상 외로 고블린을 여럿 베어넘겼다.
이래서는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자신은 고용주이자 의뢰자였다. 그 권위를 지켜내고 싶었다. 아둔한 루돌프는 그렇게 생각하며 울화를 참고 있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이렇게는 안 될 일이지.’
루돌프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존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존은 여전히 자각몽 속에서 몽마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짐승처럼 내리꽂는 허리놀림에 몽마는 이성이 붕괴되었다. 지존은 그녀의 약점을 찾아냈고, 그것만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여러 여인을 안아보며 알게 된 것이 있었다. 피학증이라고도 한다. 목이 졸리거나, 엉덩이에 멍이 들 정도로 맞으며 성적 쾌감을 느끼는 여인들이 있었다.
끝없는 절정은 사람을 탈진하게 만든다. 어떤 감각이라 해도 그것이 과하면 괴로워지기 마련이었다. 쾌락에 끝에 도달해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여인의 절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끔찍한 수준의 쾌감에서 도망치기 위해 네 발로 기었다.
지존은 그녀가 자신의 남근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끌어당기고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충격이 그녀의 자궁까지 도달했다. 그녀의 온몸이 떨고, 눈물과 침을 흘렸다. 자궁마저 절정에 빠져 부르르 떠는 듯 했다. 질벽이 남근을 꽉 물고 파도처럼 출렁였다.
“응히익! 아윽! 살려..! 주세! 요오…! 잘모해서요! 나… 나 죽어요! 히이익 응! 히잉!”
“말해. 동굴 어디에 쳐박혀 있는 거냐?”
“말할게요오! 그만..! 그만! 히이이익! 안돼! 안돼요! 죽어어엇!”
“빨리!”
고문과도 같은 지존의 성교의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말하려 하는 그 때, 세상이 뒤집히는 듯 했다.
시야가 훽 틀어졌다. 땅이 갈라지는 듯한 강렬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 그것은 루돌프가 지존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개짓거리 하지 말고 일어나!”
루돌프의 외침이었다.
“아니… 몽마를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강제로 깨우면 위험한 것 아닐까요?”
길리엄이 루돌프를 말렸다. 루돌프는 화난 얼굴을 보이며 소리쳤다.
“시껏! 이번 임무는 그리핀 알을 찾는거지 이따위 일에 힘 뺄 가치가 있는 줄 알아? 당신이 그러고도 모험가인가?”
“그… 그건…”
지존은 갑자기 일어난 이변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부르르 떨고 있는 그녀를 더욱 거세게 압박하며 정보를 캐내려 애썼다.
“응읏…! 동굴…! 가장 깊숙히 있는 곳에 있어요! 가장, 큰! 종유석 뒤에, 있는…! 흐익! 이제, 그만! 하아으응!”
목을 조르며 남근을 쳐박은 끝에 그녀에게서 정보를 캐내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그녀를 찾아내서 훔쳐간 자신의 내공을 되찾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안심이 되었다. 잔뜩 성난 남근을 그녀의 질에서 뽑으려 하는 찰나, 갑자기 방 안이 기울어졌다. 지존과 그녀는 몸을 얽은 상태로 미끌려 벽에 부딛혔다.
루돌프가 결가부좌한 그를 밀쳐서일 것이다. 갑작스런 이변에 몽마는 마지막 묘수를 두었다. 그녀가 보유한 마나 모두를 써서 지존에게 환술을 걸었다. 실패하면 그녀도 마나의 고갈로 죽게 될 것이었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시작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지존이 당황해 하는 사이 그녀는 몸을 돌려 지존의 허리를 붙잡았다. 다리로 허리를 꽉 옭아맸다. 거대한 구렁이가 사냥감을 쥐어짜듯.
그녀는 마나가 잔뜩 서린 눈을 밝히며 지존과 눈을 마주쳤다. 강렬한 최면 효과를 지닌 마법의 발동이었다. 동시에 입맞춤을 했다. 최음향이 가득한 타액이 지존의 몸에 흘러 들어왔다.
집중이 깨진 상태를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질벽은 수천마리의 지렁이가 꿈틀거리듯 남근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혀로 지존의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흐읏… 내가… 이겼어 자기… 죽을 것처럼 기분 좋았어… 이젠 자기 차례야. 내 안에 가득 싸줘. 자기도… 죽을 정도로 기분 좋을거야…”
그녀의 따뜻하고 축축한 숨결이 귓불을 간질였다.
“...!”
남근이 맥동했다. 지존은 그녀의 질내에 사정을 했다. 뇌수와 척수액마저 정액이 되어 버려 빠져 나가는 듯한 긴 사정이었다. 그녀의 자궁은 행복한 듯 정액을 삼켰다.
온 몸이 녹아 내리는 듯한 미친 쾌감에 지존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띄며 쓰러진 지존에게 입을 맞췄다.
“정말 최고야…! 극상의 마나야. 이런 건 정말… 후후후 고마웠어 자기.”
“이… 런… 개… 같은…”
자각몽은 그렇게 끝이 났다. 지존은 눈을 떴다. 눈 앞에서 루돌프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흥. 이제야 일어났나. 몽마는 만났나? 어쨌거나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우리가 해야 할 건 어디까지나 그리핀의 둥지로 무사히 도달하는 거야.”
“네가… 네가… 깨웠나? 젠… 장… 우웩!”
지존은 구토감에 휩싸였다. 한참이나 속을 게워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내공을 바닥까지 잃어 버렸다. 단순한 탈진의 감각이 아니었다. 온몸의 모든 부위가 움직임을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바위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무거웠다.
“뭔가 잘못된 건가?!”
길리엄이 지존에게 물었다.
“끝장났다… 거의 모든 내공을 잃었다. 곧 죽을 것처럼 아무 힘도 없군…”
“어, 어떡하지?”
뜻밖의 이변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 새로운 이변이 찾아왔다. 동굴의 입구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우지직! 쿵! 쿠궁…!
동굴 깊숙히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래 오래. 아주 오랫동안 먹지도 못하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드디어… 제대로 된 몸이 생겼어! 너무너무 즐거워. 언니들은 이런 느낌으로 살았던 걸까…?”
프레데릭은 잠시 루돌프를 노려보더니 루돌프가 눈치채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침을 탁 뱉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이… 씨… 팔… ㅈ, 같네…”
길리엄도 프레데릭의 기분과 마찬가지였다. 고블린이 습격해 왔을 때에는 공포심이 들지 않았었다. 어쨌거나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은 달랐다. 탈출구는 봉쇄되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몽마인지 몬스터인지를 죽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손에 죽거나, 그 두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었다.
탈진 상태에서 구역질 하고 있는 존, 훌륭한 실력의 궁수지만 마비가 풀리지 않아 전투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프레데릭, 말 그대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루돌프…
멀쩡히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루돌프는 소리 지르며 닫혀버린 입구를 발로 차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미동도 없었다.
“... 존… 좆된 것 같은데… 뭐 방법 없나…?”
지존은 구역질을 참으며 대답했다. 그는 이겨낼 수 없는 지독한 탈력감을 견디며 말했다. 눈동자는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난… 지금부터 운기조식을 한다. 쥐똥만큼이라도 내공을 모아 개년에게 쏟아부을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 상태론 저 년을 찾을 수도 없고, 찾으러 갈 수도 없다. 네가… 그년을 찾아내면, 그 때 스킬을 써서 나랑 위치를 바꾸자. 그러면 내가 끝내겠다. 할 수 있겠나?”
“씨팔… 할 수 없어도 해야지…”
길리엄이 사용 가능한 스킬은 ‘바디 체인지’ 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정된 상대와 몸의 위치를 바꾸는 기술인데, 멀리 떨어진 상대와 몸을 바꾸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동굴 깊숙한 곳에 있는 자신과 동굴 입구 근처에 있는 지존과 위치를 바꾼다니, 혼신의 힘을 다해 마나를 뽑아내어 써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블린의 습격 때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자신은 그 반동으로 거의 죽음의 문턱을 밟겠지만, 그냥 죽는 것보단 나았다.
“알아낸 정보는… 저년은 동굴 가장 깊숙한 곳, 커다란 종유석 근처에 있는 것 같다…”
“그래, 얼른 가 볼게!”
“잠… 깐… 나도… 같이 간다…”
프레데릭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안간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비 탓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는 손을 떨며 간신히 활을 붙잡았다.
“그 상태로 괜찮겠어?”
길리엄의 질문에 프레데릭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턱의 침을 닦았다.
“안 괜찮… 은데… 뭐라도… 해보고… 뒤져야지…”
루돌프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향하려는 둘을 보고 소리 질렀다.
“뭣들 하는 거야? 입구를 뚫어야지?! 날 두고 어딜 가려는 거야? 우리 목적은 그리핀이지 동굴 탐험이 아니란 말이야! 당장 멈추지 못해!”
길리엄은 욕이 튀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소리쳤다.
“이봐요! 이건 살려고 하는 겁니다! 루돌프 씨는 존의 상태를 지켜보고 계세요! 우린 몽마를 찾아내야 하니까!”
“뭐라고! 멈춰! 이 잡것들이! 야!”
루돌프의 분노를 다 듣기도 전에 둘은 동굴 깊숙한 곳을 향해 사라졌다. 길리엄은 프레데릭을 부축하며 뛰었다.
“후후후… 날 찾으러 오는 거야? 보통 입구를 무너뜨리면 체념하고 죽는데, 오빠들은 용감한 편이네?”
여인의 목소리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와 함께 동굴 전체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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