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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지존은 서역에서 다시 산다-25화 (25/56)

〈 25화 〉 개꿈인가, 함정인가.

* * *

지존은 탈진 직전의 그녀를 엎드리게 했다. 물에 젖은 종이처럼 힘없이 지존에게 손에 흔들렸다. 뇌를 때리는 절정의 감각 탓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후배위(???)였다. 호리병 같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을 부딛혔다. 잘록한 허리는 잡는 맛이 좋았다.

남근은 팽창할대로 팽창하여 심장의 맥동대로 힘차게 떨었다. 거의 정신을 잃은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그녀에게 마음껏 허리를 흔들며 사정을 준비했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쥐어 짜듯 움켜쥐며 깊숙히 꽂아 넣었다. 모일대로 모인 정액이 쏟아지기 직전이었다.

그녀의 정신은 실 하나를 간신히 잡고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은 어디에 있는지도 잊었을 것이다. 지존이 선사한 절정의 감각은 그토록 강렬했다.

“하으으으으!”

그녀가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을 때, 지존 또한 몸을 크게 떨었다. 길고 긴 사정이었다. 얼이 토정과 함께 빠져나가는 듯한 긴 쾌감이었다.

사정 끝에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단단히 발기한 젖꼭지를 애무했다.

곧 죽어 버릴 듯 탈진했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생기가 돌았다.

“자기, 정말 끝내줬어.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당신 같은 사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꺼야. 자기는 1년을 굶어본 적이 있어? 뱃가죽이 찢어져 죽을 것 같은 아사(?死)의 고통을 자긴 모를꺼야.”

그녀는 촉촉한 혀로 입맛을 다시며 지존을 껴안았다. 너무도 강렬한 절정의 쾌감 탓이었을까? 마치 내공이 빠져 나가는 듯한 탈력감이 들었다. 몸에 납덩이를 짊어진 것 같았다.

“갑자기 아사니 굶었느니 하는 소리는 뭐냐? 그리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녀는 청초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뱀이 혀를 놀리며 노려보는 듯 날카로운 분위기가 되었다.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맹수처럼.

“나랑 몸 섞는거 즐겁지 않았어? 즐거움을 댓가로 나에게 선물을 해준 거라고 생각해줘. 당신 마나(mana)정말 독특한 맛이네. 아직도 배가 안 차. 자, 나를 한번 더 안아 주겠어?”

그녀는 지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귓가에 속삭였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녀는 흐릿한 형체였고, 서서히 지존의 취향으로 변화했다. 전장에 나갔던 남편을 기다렸던 젊은 아내 같은 느낌이었다. 지존의 무의식 속에서 바랬던 여성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양새는 온대간대 없이 독사의 송곳니를 지닌 악마로 변했다.

빌어먹게 매혹적이고, 지성을 깨부술 정도로 뇌쇄적인 여악마였다.

그녀는 지존을 어루만지고, 혀로 귓불을 핥았고, 강하게 껴안았다. 뿌리치기 힘들 정도의 완력이었다. 가녀린 팔뚝에서 어찌 그런 괴력이 생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마주쳤다. 우주 저 멀리 칠흑보다 검은 눈동자였다.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체취는 더욱 강렬해졌다. 체취라기보단 고혹적인 향기였다. 세상 모든 꽃의 감미로움을 농축한 듯한 농향이었다.

“이… 이년… 너… 사람이 아닌 거냐…? 나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려던 거였군…”

“내 손을 잡고 따라온 건 당신이었어. 난 자기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지.”

그녀는 말하다 말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타액은 감로수였고 무언가 은은한 향이 뇌를 마비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뱀의 혀처럼 길고 가느다란 그녀의 혀가 지존의 목을 휘감았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목소리 한 음절을 들을 때마다 몸에서 힘이 주욱 빠져나갔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쾌감도 함께했다. 죽음으로 가는 길… 그러나 유쾌하고… 치명적인 여행길… 이렇게 그녀와 다시 함께 몸을 섞고 죽어버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머릿속에서 실타래가 엉킨 듯 혼란스러웠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존은 최대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손가락 끝에 조금씩 힘을 주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그것이 최선이었다.

내공의 순환, 혈액의 방울 하나하나가 내공을 실은 뱃사공이 되었다. 단전에 모여있던 내공을 최대한 끌어내었다. 굳은 근육 결 사이사이에 내공을 실어넣어 마비를 깨트리려 애썼다. 그녀는 지존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눈치 채곤 더욱 유혹했다.

지존의 귓가에 숨을 불어넣고 커다란 가슴을 지존의 몸에 문질렀다. 묘하게 차갑고 촉촉한 그녀의 피부는 매끄럽기까지 했고, 그녀와 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개년이… 독공이라도 쓰고 있는 거냐…?”

“독공? 그런건 몰라. 다 잊어 자기. 과거따윈 필요 없어. 지금 나랑 다시 한번 몸을 섞어보자. 또 한번 내 자궁에 끈적한 정액을 내질러줘. 그러면 모든게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 괜히 참지 말고. 참으면 몸에 안 좋아 자기.”

이윽고 손가락이 움찔 움직였다. 마비가 풀려가는 증거였다. 그녀는 성급해진 듯 지존을 밀쳐 넘어트렸다.

“윽, 이번엔 뭔 짓거리냐?”

“쉿… 그냥 나한테 몸을 맡겨.”

그녀는 넘어진 지존을 껴안고 힘을 잃은 남근을 다시 세우려 했다. 긴 혓바닥이 지존의 물건을 휘감았다. 위아래로 훑으며 목구멍은 귀두를 삼켰다. 끔찍하게도 기분 좋은 애무였다.

지존은 눈을 감고 오직 내공의 순환에만 집중했다. 다시 한번 자신의 물건이 발기한다면 무언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거세게 박동했다. 이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할 정도가 되었고, 몸의 근육이 조금씩 말을 듣기 시작했다.

서서히 탈출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야속하게도 아랫도리에는 혈액이 마구 공급되고 있었다. 그녀의 도톰한 입술로 빨아들이는 애무는 세상의 어떤 늙고 병든 사내의 물건도 바싹 세워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은 안돼. 이 년은 분명 색공(色?)같은 괴이한 무공을 쓰는 거다. 이딴 개같은 무공이 실존했었군.’

지존은 죽을 힘을 다해 근육을 움직였다. 한계까지 끌어낸 내공이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조해 주었다.

그녀는 발악하는 지존을 꽉 붙잡았다. 남근을 애무하던 그녀는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지존의 위에 올라탔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녀는 지존의 손을 움켜쥐고 풍만한 가슴 위로 올렸다. 단단히 발기한 젖꼭지가 손바닥에 느껴졌다. 사내라면 당장 움켜쥐고 빨고 싶은 아름답고 커다란 가슴이었다.

‘이 때다.’

지존은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움켜쥐고 있던 젖가슴을 밀쳤다. 동시에 손바닥에 내공을 흘려냈다. 미약한 내공이었지만 그녀의 심장에 타격을 줄 정도는 되었다.

“헉!”

순간 가슴에 묘한 답답함을 느낀 그녀는 벌떡 일어서 뒷걸음쳤고, 지존 또한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당황한 사이 얼른 공격을 해서 쓰러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았다. 공과 사에 있어서 엄격한 지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무공을 사용하여 해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색공을 사용하여 자신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 여인이다. 빌어먹을 여인이지만… 빌어먹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존은 움켜쥔 주먹에서 힘을 풀고 뒤돌아 도망쳤다.

분명 그녀의 손에 이끌려 어느 방으로 도망쳤던 것 같은데, 방이 이렇게 컸던가. 한참을 뛰어도 계속 공간이 나왔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한참을 도망쳤다.

“으윽!”

지존은 눈을 떴다. 빌어먹을 악몽에서 깨어났다. 동굴 안은 여전히 캄캄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다.

길리엄은 그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이봐 존. 무슨 악몽이라도 꾼 거냐? 아니면 원래 잠버릇이 그렇게 고약한가?”

길리엄은 지존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그도 그럴것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신음하며 자고 있는 사람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 이런 악몽은 처음이군… 몽정(夢?)이라는 것이 이렇게 끔찍한 것이었나? 젊은 육체는 고생이 많군. 젠장…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귀신에라도 홀린 것 같군.”

“뭐? 몽정? 푸하핫! 너 도대체 스태미나가 얼마나 좋은 거냐? 너 ‘화원’ 여자들 실컷 안고 다니는 것 아니었어? 아직도 정액이 넘치냐?”

웃겨 죽겠다는 길리엄의 표정과 반대로 지존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아랫도리를 만져보았다. 끔찍한 꿈이었지만 어쨌든 몽정이라고 생각했다. 짜증나지만 자신의 정액으로 흠뻑 젖은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몇십년 만에 경험하는 몽정인지. 자신의 젊은 육체에게 처음으로 짜증났던 순간이었다.

“응…?”

꿈 속의 그녀에게 얼마나 긴 사정을 했던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쾌감 속에서 온몸의 액체란 액체는 다 쏟아낸 것 같은 사정이었다. 꿈에서 그렇게 생생한 느낌이었는데 예상 밖에도 바지는 건조했다. 무언가에 젖기는 커녕 아주 쾌적하게 건조했다.

누워 있던 프레데릭이 고개를 돌렸다. 톱니바퀴가 천천히 회전하는 것처럼 아주 느릿한 속도였다. 고블린의 독침에 의해 마비되었던 몸이 조금 회복된 것 같았다.

“무슨… 일… 있나…?”

프레데릭은 힘겹게 입을 열어 말을 했다. 쉰 목소리처럼 바람 빠지는 소리가 대부분이라 제대로 알아듣긴 힘들었다. 길리엄은 얼른 프레데릭에게 뛰어갔다.

“오! 프레데릭! 좀 괜찮아 졌나? 이젠 말 할 수 있나?”

“그래… 길리엄… 나… 좀… 일으켜 주게…”

프레데릭은 침을 질질 흘리며 힘겹게 말했다. 길리엄은 얼른 그를 일으켜 지존의 옆에 기대었다. 프레데릭은 지존에게 말했다.

“이봐… 검은… 머리… 지금 뭐라고… 했나…?”

지존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몽정이 자랑도 아니고 딱히 대답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악몽을 꾸었다네. 그나저나 자네 마비가 좀 풀린 것 같군. 이젠 말도 할 수 있으니 참 다행이야.”

“여인이... 나오는 꿈이었나?”

“그래. 여인이 나왔지. 빌어먹게 아름다운 개년이 나왔지.”

“몽정… 을 했는데… 바지는 멀쩡하다고… 했지…?”

“젠장. 다 듣고 있었군. 그래. 다 알면서 뭘 묻는가? 그냥 개꿈을 꾸었을 뿐일세…”

“여인...의 얼굴은… 기억.. 나는가…?”

“뭘 그리 캐묻는가? 짜증 나는군. 어?”

야한 꿈을 꾼 것일 뿐이다. 자꾸 물어보니 기분이 나빴다. 한번 더 물어보면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프레데릭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미치도록 아름다웠다는 것만 기억할 수 있을 뿐, 그녀의 얼굴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몸매도, 그녀의 생김새와 관련된 것은 모조리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질 않는군. 그런데 그만 질문 하게. 자네도 몽정은 해봤을 것 아닌가. 그만 놀리게.”

프레데릭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큰 소리로 무언가 외치려고 했지만 마비 탓에 목이 잠긴 탓이었다.

“이… 런! 씨… 이발! 이럴…! 줄..! 알았지! 당...장! 루돌프를 깨! 워! 당...장!”

길리엄은 갑자기 화내듯 버럭 소리치는 프레데릭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러나? 아직 새벽이야. 여정을 떠나기엔 이른 시간이지.”

“닥..! 쳐! 빨...리! 깨워!”

길리엄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프레데릭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고 있는 루돌프에게 갔다. 루돌프는 입을 쩍 벌린 채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리엄은 그를 깨우기가 미안했지만 프레데릭에게 뭔가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그를 흔들었다.

루돌프는 눈을 뜨자마자 길리엄에게 버럭 화를 냈다.

“흐커억. 흠? 응? 뭐야! 왜 깨운거지? 좋은 꿈을 꾸고 있었단 말이야! 뭐, 프레데릭이 잘못 되기라도 했나?”

“뭐… 비슷허요. 프레데릭이 당신 깨우라고 버럭 소리치지 말이오.”

“아 씨 뭔 일인데 그래. 짜증나게 진짜.”

루돌프는 벌떡 일어나 프레데릭에게 걸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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