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꿈 속, 미지의 여인.
* * *
지존은 그녀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갔다. 그녀를 따라 걸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첫 만남에는 한눈에 담지 못했던 그녀의 몸 맵시가 보였다.
허리는 절제미가 담긴 호리병 같았다. 어떠한 형상도 색도 없이 그저 아름다움이란 보편자*를 띈 그녀의 몸이 서서히, 눈치채지 못하게 변화한 결과였다. 백옥 같은 피부에 얇디 얇은 목과 허리는 극동의 특산인 백자와도 견줄 아름다움이었다.
*보편자 : 본 작에서는 플라톤의 이데아 같은 뉘앙스를 담아 사용함. (이데아론은 플라톤이 처음 주장한 형이상학 이론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데아론에서 이데아는 현상 세계 밖의 세상이며 이데아는 모든 사물의 원인이자 본질이다.)
뒷모습에서도 보이는 유방은 어찌나 탐스럽고 탄력적인지, 지존 자신도 모르게 침을 넘겼다. 본래 여인의 유방 크기에 연연하지 않는 지존이었으나 이 때만큼은 그것이 어찌나 관능적이었는지 모른다. 로즈와 비비안느 같은 여인을 안다 보니 생긴 새로운 입맛일지도, 또는 이 몸의 본래 주인이 가지고 있던 욕망일 수도 있었다.
명주실로 짜여진 듯한 얇디 얇은 옷은 그녀의 피부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몸 굴곡이며 은밀한 계곡이 달라붙은 옷 아래에 과장도, 비약도 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건 뇌쇄적이었으며 동시에 파괴적이었다.
“내 몸 어때? 자기 취향에 맞아?”
“... 그런 것 같군…”
그녀에게 이끌린 지존은 어느새 그녀와 단 둘이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는 지존을 마주본 채로 옷을 벗었다. 옷이 도자기를 훑으며 내려가는 듯 했다. 그녀의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한 도자기였다.
바라만 보더라도 수명이 늘어난다던가? 그건 사내에게 있어 풍만한 유방을 보았을 때의 효능이라고도 한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그런 취향이 없는 사내도 많다면 많겠지만 지존은 그런 것에도 흥미가 있었다.
수명이 연장되는 듯 했다. 풍요로웠다.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토지를 발견한 개척민의 소리 없는 환호가 났을지도 모른다. 지존은 과묵한 사내임에도.
잘 익은 탐스러운 과실의 꼭지는 사내를 모르는 처녀의 유두처럼 분홍빛이었다. 그것은 돌출되어 하늘을 향하는 듯 탄력을 숨기고 있었다. 붉게 물든 앵두를 입안에서 굴리듯 그것을 탐하고 싶어지는 색깔이었다.
풍만함에 풍만함만이 더해지면 예술성을 잃을지도 모른다. 어딘가 작은 부분이 있어야 서로를 대비하고 강조하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녀의 육체로 이루어진 도자기는 그런 면에서 강렬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 커다란 유방을 어찌 지탱하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는 오목하게 들어가 있었다. 마치 사내의 손으로 잡기 편하게 조형된 듯 예쁜 허리였다.
그 아래로도 여전히 얇은 육체라면 아쉬울 것이다. 다행히도 그 아래에 풍요롭게 펼쳐진 엉덩이는 유방과 같이 탄력적이었으며, 커다란 과실을 보는 것처럼 입안에 침을 돌게 했다.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는 초원처럼, 새로운 여행자의 발길에 인사하는 부드러운 대지처럼, 그녀의 하반신은 그곳을 향해 들어가고 싶은 모험가의 마음을 일으켰다.
둔덕 사이에는 미지의 동굴이 있을 것이다. 그곳을 알고 싶고, 보고 싶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녀는 사내의 욕망을 집결시켜 놓은 육체를 지녔다.
동시에 코를 타고 뇌를 간질이는 암컷의 향취란… 그것은 세상의 어떤 향수로도 따라할 수 없는 궁극적 감미로움이었다.
지존의 하반신은 강렬히 융기했다. 옷감을 들춰 올리고도 모자라 찢고 뛰쳐 나올 것 같았다. 바위도 부술 것 같은 단단함이 천 아래에서부터 느껴졌다.
“날 보고 이렇게 된 거야? 기뻐. 벗겨 줄게 자기.”
“내가 하마.”
지존은 허리를 껴안는 그녀를 잠시 제쳐두고 허리춤을 풀렀다. 좁은 연못에 갇혀 답답해 하던 잉어가 용솟음쳤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지존의 손을 어루만졌다.
“자긴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할게.”
그녀는 다시 한번 지존을 껴안으며 몸을 문질렀다. 말캉한 유방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섬세한 손길로 지존의 옷을 한꺼풀씩 벗겨내던 그녀는 지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존의 단단히 세워진 물건은 그녀의 얼굴 위에서 맥동했다.
그녀는 금은보화를 발견한 사람처럼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잠시 그것을 응시했다. 빛나는 눈동자에선 사랑의 감정이 흘러나왔다.
“빨아 줄게. 조금만 참아줘. 참기 힘들어?”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지존의 것을 삼켰다. 목구멍 깊숙히 들어가 괴로울 법도 한데, 그녀는 눈물이 살짝 맺힌채 오히려 지존의 것을 더욱 기분 좋게 하려는 듯 밀어넣었다.
그녀의 목은 지존의 것을 받아 들이느라 불룩 튀어나왔다. 지존의 물건은 기분이 좋다는 걸 알리고 싶은 듯 더욱 힘차게 일어서려 했다. 그녀는 괴로움을 참으며 자신의 목을 잡아 물건을 자극했다. 불쑥 튀어나온 기둥을 어루만지며 귀두를 쓸어내렸다.
그녀의 얇고 투명한 피부 탓인지 그녀의 감미로운 손길이 가감 없이 느껴졌다. 사내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따뜻하고 촉촉한 구멍에 물건을 끼워두는 것만으로도 사내는 기쁠텐데, 거기에 괴로움을 참으며 손으로 애무까지 더해주니 그 즐거움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혀를 꺼내 지존의 고환을 어루만졌다. 따끈한 침이 늘어졌고, 끈적한 애무는 꽤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음낭의 주름 하나하나를 타넘으며 간질이는 혀의 감각은 짜릿했다. 목을 만지며 애무하던 손은 지존의 등허리로 옮겨갔다.
앙증맞고 귀여운 작은 손에 있는 손톱은 예쁘고 투명했다. 그녀는 손톱을 세워 지존의 등을 살금살금 긁어내렸다. 그녀의 손길이 가는대로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손을 떼자 꼬리뼈에서부터 두개골까지 전율이 흘렀다.
곧 절정이 올 것 같았다. 그녀의 목구멍 깊숙히 정액을 토해내고 싶었다. 양기를 가득 품은 끈적한 액을 남김없이 쏟아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존은 절정을 참기로 했다. 댐에 물이 모이고 모여 결국 터져버릴 때처럼 더이상 정낭이 수용할 수 없을 때 쏟아내는 것이 더욱 강렬한 쾌감을 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성교가 지존에게 있어 유희 이상의 개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음기와 양기를 섞으며 내력을 부딛히는 대련 처럼 여기기도 했다.
아직 그녀에게 패배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쾌감에 몸부림치며 더 이상 절정을 느낄 수 없을 때까지, 눈에는 눈물이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목구멍에 정기를 쏟아내기엔 아직 일렀다.
그녀는 갑자기 몸에 힘을 주며 절정을 참아내는 지존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와 동시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지존의 사정을 원했다. 누군가는 그녀가 사내에게 봉사하는 것을 사랑하는 성향의 여인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기엔 너무도 아쉬워했다. 정액을 삼키지 못한 것이 분한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길쭉한 지존의 물건을 입에서 빼냈다. 끈적한 침이 주욱 늘어졌다. 그녀는 안타까운 듯, 야속한 듯 지존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본 지존은 오히려 더 그녀에게 사정을 참으며 애태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참는거야 자기? 나 별로야?”
“아니, 이게 들어갈 곳은 사실 입이 아니라 따로 있지 않느냐. 나는 거기에 집중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존의 그 말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생긋 웃으며 지존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지존의 귓가에 속삭였다.
“후음… 그러면 진작 말하지. 여기에 싸고 싶었어? 자 들어와줘. 나도 너무 급하거든…”
“그래. 그럴까.”
그녀는 지존의 귓불을 장난치듯 깨물고 다리를 올려 지존을 휘감았다. 지존은 체중을 싣고 자신의 체내에 얼른 남근을 넣어주길 바라는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둥글고 탄력적인 엉덩이는 손아귀로 다 쥐기엔 역부족이었다. 부드럽고 말랑한, 따뜻한 수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지존은 천천히 그녀의 균열에 물건을 가져다 대었다. 균열 위를 쓰다듬는 귀두는 그녀를 안타깝게 했다.
“빨리… 빨리…”
지존은 벌컥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남근은 그녀를 향해 들어가기는 커녕 그녀를 스치며 허공을 움직였다.
“으응… 장난 치지 말고 자기… 얼른…”
물건은 그녀의 음핵을 맴돌며 그곳에 미약한 자극을 주었다. 그녀의 균열에선 암컷의 액이 스며나오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소원이 이루어 지지 않는 꼬마의 눈물처럼 보였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단 한가지 강렬한 소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지존의 물건이었다.
그의 남근이 얼른 자신의 몸을 파고들며 육벽을 긁어주길 원했다. 그리고 풀죽처럼 걸쭉한 생명의 씨앗을 한가득 주입시켜주길 원했다.
이후로도 몇번이나 넣을 듯 말듯 장난을 쳤다. 그녀는 결국 울음이 터지기 직전까지 가 지존에게 애원했다.
“아아…! 자기…! 얼른 박아줘! 얼른 흔들어줘! 자기!”
“알았다.”
무표정하게 그녀의 몸으로 장난을 즐기던 지존은 미소를 지으며 남근을 입구에 밀어넣었다. 그녀의 온몸을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뻣뻣하고 단단해진 상태였다.
입구를 통과하여 뿌리까지 들어가자 그녀는 전율하며 신음했다.
“흐응… 아응… 더… 더…”
치골과 치골이 만났다. 그녀의 남근이 육벽을 긁어내며 주는 쾌감과 더불어 지존의 하반신에 눌려 자극받은 음핵의 쾌감이 더해졌다. 그녀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흔들었다. 더욱 강하게 박아달라는 듯.
서서히… 서서히… 바위가 움직이듯 차분하게 허리를 움직이던 지존이었다. 지존에게도 성교의 즐거움이 조금씩 온몸을 적셔갔다. 속도는 점점 올라갔다.
지존이 몸을 흔드니 그녀는 그 반동으로 날아갈 듯 했다. 출렁대는 유방의 분홍빛 유두가 매혹적인 궤적을 그렸다.
지존은 좀 더 제대로 그녀를 맛보기 위해 엉덩이를 붙잡았다. 마구 움켜쥐며 올려 들었다. 그녀 또한 그것이 더욱 좋다는 듯 온몸을 지존에게 맡겼다.
지존은 그녀를 안아든 채로 마구 성교했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로 지존의 목덜미를 껴안았고, 동시에 그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 매혹적인 각선미를 가진 다리는 더욱 강하게 자신에게 박아 달라는 듯 힘차게 지존의 허리를 감쌌다.
“흑! 으응! 자기! 으응! 더! 아흣…!”
그녀의 허리를 잡은 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녀는 무게 없는 인형처럼 들썩였다. 여인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각을 느끼면서.
남근이 움찔거렸다. 사정의 감각이 지면에서부터 타고 올라왔다. 그녀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더욱 육벽을 수축하며 지존의 절정을 유도했다. 그녀는 어찌나 흥분했는지 바닥은 그녀의 즙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싸줘어…! 안에 싸줘! 으으응! 아응!”
“내 씨앗이 그리도 가지고 싶더냐?”
“어어! 줘어! 가득 싸줘!”
그녀는 그렇게 외치더니 몸을 떨었다. 지존이 사정의 쾌감을 맛보기도 전에 그녀는 먼저 절정에 달해 버렸다.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지존의 등을 할퀴었다. 극에 달한 감각을 이겨내기 힘들기에 나오는 본능적인 행동일 것이다.
그녀는 초점을 잃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눈을 감았다. 허리가 들썩이던 그녀는 조수를 뿜으며 또 한번 쾌감에 바다에 흠뻑 빠져 버렸다.
“아아! 으으윽! 하윽! 흐으으으… 아으으…! 자기… 자기… 우응!”
지존은 움찔거리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내 씨앗을 그리 원한다 하더니 그러기도 전에 먼저 절정해 버리다니. 괘씸하구나.”
길고 긴 절정에 취해버린 그녀는 취객처럼 흐릿한 발음으로 말했다.
“아...응… 죄...송… 흐으으응! 앙! 죄송…! 죄송해요! 응! 아응!”
“귀엽구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