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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들어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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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만이 아른거리는 동굴에서 한 사내가 누워 있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자들은 여럿으로, 한 명도 빠짐 없이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워 있는 자의 낯빛은 창백하기 그지 없어, 흔들리는 촛불과도 같이 불안했다.
덩치 큰 어느 남자는 누워 있는 자의 손을 어루만지며 엉엉 울고 있었다.
“얌마.”
“예? 옙 지존! 하실 말씀이라도?”
쿨럭.
대답 대신 마른 기침이 나왔다. 사내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몸을 일으켰다. 덩치에 안 맞게 엉엉 우는 남자의 이마에 손을 댔다.
가래 끓는 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그 사내의 마지막 말이었다.
“뭘… 우냐. 한바탕 놀다 간다. 그뿐이다. 너희들, 단련 게을리 하지 마라. 쿨럭… 항상… 수행해라…”
다른 사내는 그의 숨이 곧 끊어지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시작하자.”
그의 말에 엉엉 울던 덩치도 얼굴을 쓱 닦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바닥엔 여러 복잡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누운 사내의 몸에서는 내공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시체처럼 보이는 상태였다. 며칠 전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안색.
그런 상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내공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사내들은 박자에 맞춰 주문을 외웠고, 내공은 주문에 따라 흔들리기도, 흩어지기도 하며 춤을 추었다.
“지존이시여. 다음에도 만날 수 있기를…”
“흑… 흑흑… 지존…”
방금 죽은 사내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다. 그 동굴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그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이었음에도 본명을 아는 자는 없었다.
세간 사람들은 그를 천마라 불렀다. 그러나 그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오직 ‘지존’ 이라고 자칭했다. 그는 그렇게 일생 대부분을 지존이라 불리며 살았다.
방금 전 동굴에서 사내들이 주문을 외우던 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를 섬기던 이들은 그가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식을 수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존은 그딴 미신은 하나도 믿지 않는다 했다. 자신이 죽을 때, 절대 그런 짓을 말라 호통을 쳤으나, 지존을 따르는 이들은 그의 뜻대로 둘 수 없었다.
환생하여 다시 돌아와 주시길 간절히 바랬다.
그리하여 지존의 혼백은 시공간을 뒤틀고, 부숴지고, 다시 결합하며 새로운 곳으로 나타났다. 제자들이 의식을 수행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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