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3화 > 기둥서방 (10)
“음….”
새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알람소리로 새 소리를 등록해 놓은 적은 없는데….
나는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아….”
푹신한 침대…맺힌 물방울이 흐르고 있는 창문…정액…그레이프 냄새….
아직은 낯선 방 안,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킨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기억을 되짚었다.
그러고 보니…그레이프 집에서 살기로 했지….
여기는 그레이프가 자는 침대고…어제 숙박비…섹스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6번…맞나? 7번인가?
사정하고, 움직이고, 기분좋아지기만을 반복하는 행위에 숫자를 세는 것도 잊고 있었던 탓에 기억이 조금 애매하다.
전부 사정했다 싶을때 잠이 쏟아져 졸리다고 말하자 그레이프는 아쉬워하면서도 허리를 흔드는 걸 멈추고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기절하는 것처럼 잠이 들었다.
나는 이불을 들춰 자지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렇게 많이 싸 놓고 아무렇지도 않은지, 아침을 알리듯 빳빳하게 세워져 있다.
이렇게 빨리 멀쩡해지는건 역시 왼손의 촉수 덕분인걸까.
그레이프랑 그렇게 섹스한 것 치고 몸도 상당히 멀쩡하다.
내 몸이 좋아진 덕도 있지만, 그레이프의 침대가 좋아서 그런 것 같다.
그레이프가 잠꼬대로 무슨짓을 해도 망가지지 않게끔 특별제작되었다는 침대는 놀라울 정도로 푹신했다.
단순하게 푹신하기만 한게 아니라, 충격을 확실히 흡수해 줘 약간의 흔들림만 남게 해 주는 것이 굉장하다.
덕분에 그레이프가 아무리 허리를 흔들고 내려찍어도 전혀 아프지 않게 섹스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푹신할 수 있는거지…내가 쓰던 매트리스의 네 배는 될 것 같은 두께 덕분일까…?
두께만이 아니라 분명 방위군의 기술이 집약된 충격흡수장치같은게 있는거겠지…?
싸구려 매트리스와는 수준이 다른, 그레이프 섹스 전용 침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침대를 손으로 꾹꾹 눌러보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그레이프가 없다.
침실 밖에서 무언가 끓는 소리가 난다.
나는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은…일단 침대 옆에 놓여져 있던 가운을 다시 걸쳤따.
거실로 나가자 그레이프가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다.
“흠, 흠, 흐흠, 흥….”
등을 돌리고 무언가를 요리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레이프는 이미 일어나서 씻은 뒤인지, 출근 준비를 마친 복장이었다.
정장에 앞치마를 입고 국자로 냄비를 휘젓는다.
“앗, 일어났어요?”
“어…응…잘잤어?”
“네에, 덕분에 푹 잤어요~”
그레이프는 내 인기척을 눈치챘는지 활짝 웃으며 아침인사를 했다.
그레이프에게 다가가던 나는 테이블을 보고 놀라 걸음을 멈췄다.
상 위에 음식이 가득하다.
아침밥이라기에는 반찬도, 메뉴도 너무 화려하다.
고기 요리, 하트 모양의 계란후라이…마늘하고 아스파라거스를 볶은 것도 보이고, 샐러드까지 있다.
거기에 과일도…사과를 토끼모양으로 귀엽게 깎아놓고 양옆에 청사과를 얇게 썰어 붙여놓아 좀 더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맛이 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이게 다 뭐야?”
“어제 힘들었을 것 같아서…잠깐만요, 국만 하면 끝나요~”
상상도 못 한 밥상에 놀라서 중얼거리자 그레이프는 국자를 들어 끓이고 있던 국의 맛을 보더니 그릇에 예쁘게 담았다.
버섯이 들어간 맑은 국…안에 파가 들어가있다.
그레이프는 테이블 위에 국 그릇을 올려놓은 뒤 내가 앉을 의자를 뒤로 빼줬다.
“안 그래도 피곤할까봐 깨울 지 말지 고민했는데, 따뜻할 때 먹을 수 있겠네요~”
“어…응.”
“저는 먼저 간단하게 먹었는데, 식사하는거 보다가 출근해도 되요?”
“어….”
평소하고 목소리가 다르다.
그레이프는 매번 섹스하고 나서 조금 애교 있는 목소리가 되고는 했지만, 이건 애교를 넘어선 무언가다.
나는 속이 이상하게 간질거려 배를 긁으며 의자에 앉았다.
“꿀꺽….”
아침상으로 이렇게 반찬이 많이 올라오는 건 처음이다.
나는 뭘 먼저 먹을까 하다가 고기 반찬부터 먼저 집어먹었다.
균일하지 않은 식감, 지방의 단 맛, 육즙…익숙한 인공육과는 다른 복잡한 맛이 난다.
자연산 중에서도 상당한 고급품…하트모양으로 만든 계란후라이도 집어먹어보니 자연산 계란이다.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마늘 볶음도 맛있고,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도 맛있다.
그레이프는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실실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요?”
“으, 응….”
“다행이다, 앞으로 매일 이렇게 해줄게요.”
“응? 이렇게…?”
“아침식사를 잘 먹어야 기운이 나니까요.”
매일…이런 아침식사…?
오늘만 특별한 게 아니라…?
그레이프랑 같이 살면 언제나 이런 밥을…?
섹스도…6번은 조금 많긴 하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고…밥도 잘 주고, 세탁도 해주고, 옷도 사주고…아주 좋다.
나는 버섯이 들어간 맑은 국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 정도면 호텔보다 낫다.
“아, 이거는 앵거 자는 동안 만들어둔 카드키, 집에 올 때 이걸로 문 열면 돼요.”
“응.”
“옷은 세탁해서 널어뒀고, 짐은 오늘 퇴근할 때 가져올게요.”
“응, 고마워.”
그레이프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잊고있던게 생각난 듯 카드키를 넘겨줬다.
나는 식사를 하며 그레이프에게서 카드키를 받았다.
이걸로 그레이프의 집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오늘은…아…결제 카드도 불탔다고 했죠? 재발급 받아야겠네요…?”
“응, 그래서 재발급 받아야 하는데….”
“오후면 문 닫으니까…앵거가 혼자 가야겠네요…오늘 받을 거에요?”
“되도록 빨리 받는게 좋겠지…?”
새 비전폰이 생겼어도 결제 카드는 있어야 한다.
분실과 해킹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결제카드가 일정 기간에 한 번 이상 태그되어야만 비전폰 결제기능이 활성화되는 것도 있고, 소액결제를 제외한 결제는 전부 결제카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레이프는 비전폰을 꺼내 지도를 열더니 내가 어디로 가서 뭘 하면 좋을지를 얘기해줬다.
“14번 구역 시내가 바로 앞에 있으니까 그쪽 구청에서 재발급 받으면 될 거에요. 가는 건 네비게이션 켜서…바이크 탈 줄 알아요?”
“바이크? 아니….”
“음…여기에서 시내까지는 거리가 좀 있으니까, 앵거가 걸어서 가기는 힘들텐데…그러면 자동운전 설정해주고 갈테니까, 이따가 비전폰 네비게이션 연동해서…할 줄 알아요?”
“비전폰 연동…? 그냥 연결기기 검색해서 연결하면 되는거야?”
“네, 그렇게 해서 핸들만 돌리면 적정 속도로 알아서 데려가 줄 거에요…오토밸런스 모델이니까 자동 상태에서는 넘어지지도 않을테고, 열쇠가…여기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이프는 거실 한쪽의 서랍장을 뒤져 바이크 열쇠를 꺼내 내게 건네줬다.
트루비전사의 마크가 그려져 있는 결합형 열쇠다.
자동운전이 된다니까, 내가 타도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 바이크 탔었어?”
“전에 광고할 때 받았어요. 몇 번 타보긴 했는데 뛰는 것보다 느려서…산책용으로 탔던 거지만 상태는 좋으니까, 아…헬맷 꼭 써야 해요? 아…그리고…저는 이제 슬슬 출근해야 하네요….”
그레이프는 비전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아쉬워하며 말했다.
곧바로 앞치마를 벗어 정리해 벽에 걸더니 핸드백을 집어든다.
그리고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서 결제 카드를 꺼내 내게 건네줬다.
“계속 보다 가고 싶은데…이거는 제 예비 카드, 시내 가서 점심 먹고 싶은거 있으면 사먹어요.”
“어? 써도 돼?”
“혹시 모르니까…아니다, 앞으로도 가지고 있어요. 정말 급할 때는 써도 돼요.”
청소에, 빨래에, 요리에, 잠자리에, 돈까지 주다니….
나는 그레이프에게서 순순히 결제 카드를 받았다.
점심에 비싼 거 사먹어야겠다.
“그리고…그리고….”
그레이프는 내 옆에 서서 내게 건네줄 걸 다 건네주고 또 필요한게 없는지 생각하다가 눈동자만 내려 내 밑을 힐끔거렸다.
나는 그레이프의 시선을 따라 내 밑을 내려다봤다.
아침이어서 발기한 자지가 빳빳하게 세워져 있다.
“...저 양치했는데.”
“양치…?”
“잠깐만…빨고 회사 갈게요…?”
“어? 어?”
그레이프는 내 옆에서 허리를 쭈욱 숙이더니, 의자 밑의 내 자지에 입술을 대고 쪽, 소리를 냈다.
말릴 새도 없이 자리를 잡은 그레이프는 내게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 뒤쪽을 보여주며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두 뒤쪽을 길게 빼낸 혀로 쥐듯이 휘감아 핥아 올린다.
“움, 후응…쭈읍, 후응…후응….”
“읏….”
그레이프의 머리카락이 다리를 간지럽히고, 혀가 귀두를 빙글빙글 돌려댄다.
잠깐 빨겠다고 말한 그레이프는 귀두를 핥다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아예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다리 사이에 쪼그려 앉아버렸다.
나는 식사를 멈추고 두 손으로 테이블을 잡았다.
“후아…쪼옥, 쪼옵, 쪼옥, 쭈읍, 쯔읍…흐으응….”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음란하게 변한다.
입술이 자지에 매달린 채 반쯤 뜬 눈이 위로 치켜떠져 내게 눈을 맞춘다.
고개를 빠르게 앞뒤로 흔드는 그레이프의 두 손이 조심스럽게 밑으로 향해 불알을 의자에서 받쳐든다.
“움, 응, 응, 쯥, 뽁, 후아, 쭈으으읍….”
물을 만지고 있었어서 그런지 차가운 손으로 밑쪽을 살살 만진다.
정액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좀 더 만들어달라고, 칭찬과 재촉이 함께 담긴 쓰다듬에 뿌리쪽이 빳빳해진다.
그레이프는 커다란 자지를 반쯤 문 채 혀를 빠르게 빙글빙글 돌렸다.
“아앗….”
“쿠풉, 쯔극, 쯔릅…후아…후응, 응, 응, 쯥, 쭈읍.”
혀를 움직이다가 다시 빠르게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입술을 귀두에 걸어 빼낼때마다 쪽, 쪽 하는 소리를 내며 사정을 재촉한다.
열심히 정액를 만들어낸 불알이 그레이프의 손바닥 위에서 떨어질 정도로 쭈욱 당겨올려진다.
“읏…!”
“웅…! 흐으으응…꿀꺽, 꿀꺽, 꿀꺽…쭈읍….”
결국, 나는 아침이 되자마자 그레이프의 입에 또다시 정액을 내 버렸다.
그레이프는 행복해하는 목소리를 내며 목을 열심히 움직였다.
사정한 걸 잘했다고 칭찬해주듯 귀두를 핥아주는 혀가 기분좋다.
“응…꿀꺽, 후아…그럼, 출근할게요….”
“하아…하아…으, 응….”
“아, 모르는거나…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요? 언제든 받을테니까….”
“응…잘 다녀와….”
“갔다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레이프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눈꼬리를 올리며 현관을 향해 아쉬운 듯 뒷걸음질쳤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 힘없이 어서 출근하라고 손짓했다.
발기가 풀린 자지가 의자 위에 늘어져 움찔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