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2화 > 기둥서방 (9)
남은 다섯번의 사정을 반드시 전부 안에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발언에 나는 네거티브 앞에 서 있는 평범한 시민처럼 오싹한 공포감을 느끼며 허리를 떨었다.
무력감, 패배감에 이어지는 쾌락에 대한 기대감이 얌전히 자지를 세우게 만든다.
그레이프는 밑에 깔려있는 내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내 위에 다시 올라탔다.
“흐아앙…앗, 하아앙, 후읏, 하아앙….”
사정하기 전에 하고있던 자세로 돌아온 그레이프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반쯤 감은 눈, 처진 눈썹,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입.
만족하면서도 부족한, 뭔가 기대하고 있지만 참는 것 같다.
두 팔을 잡아 누르고, 상체는 완전히 밀착하고, 엉덩이만 위아래로 높이 들었다 올리기를 반복한다.
얼굴은 바로 앞, 숨을 쉬면 숨이 그대로 피부를 간지럽힐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신음소리가 피부를 스친다.
그레이프는 혀를 내밀면 입술에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다가 나와 코를 부딪쳤다.
“읏….”
“읏…흐으으응…흐으으….”
나는 너무 가까워진 거리에 고개를 조금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그레이프는 내 목에 얼굴를 묻더니, 아쉬워하듯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거리며 목을 빨기 시작했다.
손을 꽉 쥐고, 목과 쇄골, 가슴 주변을 빨아대며 허리를 위아래로 살짝, 천천히 움직인다.
“쪽…하아…쪼옥…쭙…후아….”
나는 얼굴 주변의 피부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빨아보려 하는듯한 그레이프의 행동에 고개를 좌우로 털며 저항했다.
뭘 하고싶어서 이러는 건지 몰라도 이건 좀 창피하다.
“그만 빨아….”
“싫어요…?”
“시, 싫어…이거 기분 이상하니까 하지 말라고….”
“기분 이상해…?”
그레이프는 다시 내 목 주변을 핥고, 빨고…물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다.
나는 그레이프가 목을 물 때마다 오싹한 감각을 느끼며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젖혔다.
“대체 왜 자꾸 무는거야…개야?”
“...헥.”
“짐승같아, 그만 물…엇…! 윽…!”
그레이프는 갑자기 내 귀를 물고 혀로 핥았다.
끝에서부터 안쪽으로, 귀의 형태 전부에 끈적한 침을 바르듯이 움직이는 뜨겁고 말캉한 혀가 귓구멍을 살짝 덮는다.
이어서 귓볼을 입술로 물고 쪼옥, 잡아당기는 행위에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만…하라고….”
간질거리는 자극이 머리에 바로 꽂혀들어오는 쾌감이 힘겹다.
그레이프의 밑에서 이런 짓을 당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것 같아 기분 좋으면서도 갑갑하다.
그레이프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제야 나쁜 짓을 멈추고 입술을 떼냈다.
“하아아…앵거 귀여워어….”
“크윽….”
“앗, 알았어요…입 다물고 앵거가 좋아하는 것만 해줄게요…?”
진심으로 질색하며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쓰자, 그레이프는 상냥한 목소리를 내어 나를 달래며 입술을 뗐다.
아쉬움이 엿보이던 그레이프의 얼굴이 점점 끈적한 욕망에 물든다.
그레이프는 무서울 정도로 흥분한 모습으로 자지를 자궁 입구에 쪽, 쪽 하고 부딪쳤다.
아주 약간,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 움직일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지에 찰싹 달라붙어 안쪽의 굴곡이 하나하나 느껴질정도로 조이는 보지에 쾌락을 하나하나 새겨진다.
이대로 아무 생각 없이 그레이프한테 자지만 내밀고 있고 싶다.
지능을, 생각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쾌락이 사정감을 다시 부추긴다.
그레이프와 섹스하면 언제나 이렇다.
기분 좋아지다가 사정한다기보다는, 기분 좋아지는게 너무 빨라서 바로 쌀 것 같아 사정을 참으며 섹스를 계속한다.
그래서 더 기분 좋다.
절정 바로 직전의 가장 큰 쾌감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아슬아슬하게 커지는 느낌이 사람을 망가뜨린다.
사정을 참으면 더 기분좋아질 걸 아니까, 몸이 멋대로 조금씩 참아버린다.
빨리 싸버린다는 굴욕, 참으면 더 기분좋아진다는 복종, 어느쪽을 선택해도 그레이프에게 패배하는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정하지 않을 것 같으면 자궁 뒤쪽의 질벽에 귀두를 허락해줘 쪼옥, 쪼옥 빨아대던 보지가 조금만 사정할 것 같아져도 바로 친절하게 자궁을 귀두에 맞춰주고 어서 싸라고 상냥하게 재촉한다.
정액을 열심히 만들어낸 불알이 빨리 사정할테니까 칭찬해달라고 매달리듯 위로 올라오는 느낌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허리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그대로 쾌락으로 변해 푹신한 침대 위로 진동과 함께 퍼져 몸 구석구석을 가득 채운다.
골반이, 허리가 기분 좋다.
가슴이 닿아 느껴지는 심장소리가 긴장된다.
숨소리가, 표정이 야하다.
그레이프의 밑에 깔려 정액배출기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런 남자로서 자존심을 다 내던져버리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그레이프는 내 밑이지 내가 밑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네거티브와 마법소녀가 쉴새없이 싸운다.
철썩, 철썩 하는 소리가 점점 강해진다.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일단 닥치고 여기에 집중해라고 혼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머릿속을 텅 비운 채 그레이프의 보지에 기분좋아지는 것만을 생각했다.
“훗…헤엑, 후우…하아…하아…여기…? 이렇게…?”
허리를 살짝 튼 것만으로 내가 그렇게 자극받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차린 그레이프가 자세를 바꾼다.
양옆으로 벌어진 다리가 직각으로 구부려질 정도로 허리를 들어올리고 세워 가슴만 서로 맞댄 채 엉덩이를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흔든다.
자궁 입구에 닿기 전, 빼곡하다기보다는 깊은 주름이 느껴지는 곳에 귀두를 물고 토록, 토록 하고 걸리게 해 자극한다.
“여기 좋아요…?”
“이, 입 다물고 해…윽…!”
“하윽?! 후응…네에에….”
나는 그레이프에게 차갑게 말하며 나도 모르게 허리를 위로 들어올렸다.
기분 좋아서 깊이 사정하고싶다는 본능이 가득 차 버린 허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레이프는 나의 대답 아닌 대답에 야릇하게 웃으며 안쪽을 움찔움찔 하고 작게 조이며 떨었다.
“후읏…흐응, 후아…앙, 앙, 앗, 하앙….”
자지의 반 정도만 짧게, 빠르게 치듯 흔들리던 허리가 점점 움직임을 크게 한다.
끝에서 끝으로, 귀두에서 뿌리로, 커다란 자지에 감탄하듯 크게, 난폭하게, 음란하게.
내 자지를 기분좋게 해주려는 움직임에서, 보지가 기분좋아지고 싶어하는 움직임으로 변한다.
“읏, 웃, 응, 후읏…앙, 앙, 앙, 후우, 오혹…!”
섹스를 하며 풀어진 질내가 점점 부드럽게 녹아내려 자지에 달라붙는다.
휘감듯이 빨아들여 조이는 보지가 커다란 자지를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톡, 톡 하고 두들겨지던 자궁 입구가 서서히 달라붙어, 쪼옥, 쪼옥 하는 소리로 변한다.
“오오오옷…! 호오오오옥…! 흐아아아앙…!”
가만히 날 내려다보던 그레이프의 목이 서서히 세워지며 낮고 무겁게 떨리는 목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짐승같은 울음소리가 커져갈수록 자지를 조여대는 보지도 더욱 음란하게 변한다.
그레이프는 밖에서 절대 하지 않을, 해선 안 될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난폭하게 흔들었다.
“흐아앙, 후아아, 하아앙…학, 응, 하윽, 하아, 후, 학, 하아, 하아…!”
짝, 짝 하고 살이 세차게 부딪친다.
내려찍는 움직임이 서서히 빨라지며, 허리에 느껴지던 무게감이 조금 가벼워진다.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쥐어짜내지는 조임에 안쪽이 저절로 긴장된다.
신경 하나하나에게 명령을 내리듯, 사정을 부추긴다.
섹스로 기분좋아지는 것 보다는 좀 더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에 치중한 자극에 허리가 저절로 움직이려 한다.
씨.
자궁에, 자지를, 정액을 요구당한다.
“아, 아, 아, 하, 아앙…! 훗, 오, 오, 헥, 하악…!”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선명히 들릴만큼 빠르고 큰 움직임이 반복된다.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애액이 자지 주변을 간지럽힌다.
쌀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읏…!”
참는다는 게 불가능한 행위에 나는 그레이프의 손을 잡아쥐며 사정해버렸다.
부욱, 부욱, 부욱 하는 묵직한 사정감이 빨아올려지듯 쏟아진다.
그레이프는 허리를 흔드는 속도를 늦춰 사정에 맞춰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부욱, 부욱, 할 때 뿌리를 쥐고, 다시 부욱, 할 때 귀두를 잡아 올린다.
위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며 정액을 짜낸다.
나는 허리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레이프를 올려다봤다.
“후아아아…하아…흐응…하아아….”
잔뜩 풀어진 얼굴을 하고 자궁을 두드리는 감각에 푹 빠져있다.
점점 더 따뜻해져가는 뱃속이 끈적하게 녹아내린다.
사정하면 할수록 더 빠져나오기 어려워지는 보지가 쭈읍, 쭈읍 하고 자지를 음란하게 빨아댄다.
“하아앙…하아…하아…하아….”
그레이프는 사정과 동시에 절정한 듯 천천히 내 위로 쓰러져 엎드렸다.
온몸을 밀착시키고 숨을 헐떡일 때마다 안쪽이 움찔거린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양손으로 내 어깨와 머리를 감싸안는다.
“하아…하아…하아….”
나는 숨을 고르며 멍해진 머릿속에 가득찬 쾌감의 열기를 뱉어냈다.
침대 밑으로 등을 쓰다듬는 손길과 함께 녹아내린 숨소리가 들려온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가 확실하게 발정나버렸다는 사실을 알려온다.
“...더어어.”
“읏…윽….”
“자지 세워어…빨리, 세워어….”
그레이프는 나를 꽉 안은 채 허리만 좌우로 흔들어 자지를 자극했다.
두 번째 사정인데도 자지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잠깐 가라앉으려 하다가도 그레이프가 조금 조이면 졸다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벌떡 일어선다.
“더, 안에 싸줘어….”
나는 침대 시트를 쥐며 자지를 세웠다.
앞으로 네 번….
침대가 다시 삐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