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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261화 (261/299)

< 261화 > 2동 박사 (5)

“으아아아!”

밤하늘의 번개처럼 터진 플래시와 함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나는 소름 돋을 정도로 오싹한 광경에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오른손에 맞은 남자가 픽 쓰러져 바닥을 뒹군다.

광역 최면이라니, 이런 짓을 하다니….

내 최면어플도 여러 사람에게 한 번에 보이면 한 번에 여럿에게 최면을 거는 게 가능하다.

그걸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실수를, 사람이 많은 곳으로 와서는 안 됐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이 말해놓고, 이렇게까지 소란스러운 짓을 해도 되는 건가?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최면…최면을 걸지 않고 나를 공격해서 잡으려 했다면 더 시끄러워 졌을 테고, 파괴된 흔적이 남았을 수도 있다.

나는 내게 달려드는 여자의 턱을 주먹으로 정확하게 가격하며 쉴 새 없이 달렸다.

“억!”

“꺄악!”

“윽!”

덮치는 여자를 피해서 발로 밟고, 중년 아저씨는 명치에 한방, 아직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 애는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교복을 입은 여자애는 던지고, 살찐 아줌마의 머리에 깔끔한 발차기, 또다시 달려든 학생은 밀쳐서 밟고 지나간다.

나는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내 몸 상태가 상상 이상이라는 걸 느꼈다.

이렇게 몸이 가벼웠나?

사람들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창 몸을 움직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방위군의 특수전 병사들은 약물로 강화되어 최하급 마법소녀 수준의 힘을 가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내가 그 정도에 가까운 것 같다.

달려드는 덩치가, 주먹이, 뻗어오는 손이 전부 눈에 보인다.

나는 사람들을 떨쳐내고 골목 사이로 달려들어 갔다.

“후우…! 후우…!”

리프가 건 최면은 나를 잡으라는 최면…서로가 명령을 따르기 위해 필사적이다.

좁은 골목으로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서로를 밀친다.

지금 이 틈을 타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건물 틈을 달리며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한다.

리프에게, X에게 최면은 통하지 않는다.

그레이프도 래피드도 부를 수 없고,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도 지하철에 가는 것도 안 된다.

끔찍할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리프가 할 수 있는 건 해킹과 최면…내게는 최면이 통하지 않지만, 비전폰의 통신 회선은 이미 해킹당해 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만 해당된다….

나는 골목 사이를 뛰어다니며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나는 방위군의 CCTV를 피하기 위해 건물 사이를 돌아다니고는 했다.

반대로 일부러 CCTV에 접근하면, 여러 사람이 나를 단체로 따라다닌다는 이상 현상을 방위군 측에서 알아차려 줄지도 모른다.

곧바로 골목과 건물 사이에서 벗어난 나는 주변의 CCTV를 찾아다니며 전력으로 달렸다.

최면에 걸려있다 해도 상대는 일반인, 그레이프와의 섹스로 단련된 육체의 전력 질주를 쫓아오지는 못한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돌리며 CCTV 근처에 도착한 나는 받아들이고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고 혀를 찼다.

“쯧!”

CCTV가 나를 피해서 움직인다.

이미 CCTV도 해킹되어 있다.

나는 하늘 위에 날아다니는 리프와 X를 올려다보며 다시 건물 사이로 달려 들어갔다.

CCTV를 해킹해서 나를 추적했다고 한 말은 촬영 화면을 훔쳐봤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나를 추적하듯이 조작했다는 얘기였던 것 같다.

반대로 내게서 시선을 돌리게 만드니, 방위군에 지금 상황을 알릴 방법이 없다.

하지만, 방위군이 아니라면 어떨까?

이곳은 상점가, 상점가에는 지하철처럼 상점가를 지키는 마법소녀가 있다.

지하철처럼 감염체가 많이 나오는 곳은 아니기에 하급의 마법소녀이긴 하지만, 상대도 하급이다.

최면이 걸리지 않는 건 리프지, 다른 마법소녀가 아니다.

마법소녀가 대기하는 건물은 알고있다…상점가 중앙, 언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대기 겸 휴식용 건물이 세워져 있다.

문제는 등록된 마법소녀의 마력이 아니면 열리지 않는 잠금장치다.

그것도…내가 생각한 방법으로 해결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상점가 중앙, 마법소녀 대기용 건물의 문 앞에 도착한 나는 망설임 없이 왼손을 뻗었다.

분명…분명 이 왼손이 갑자기 힘이 엄청 세져서 목에 걸린 고리를 뜯어냈었다.

대체 그게 뭔지, 왜 그런 게 가능한지는 모른다…하지만, 분명 이런 느낌으로…필사적으로 바라면…!

“아악…!”

왼손의 촉수가 가느다랗게 뻗어 핏줄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내 왼손을 완전히 장악당하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무지막지한 힘으로 바이스처럼 잠금장치를 조여 부순다.

성공이다….

촉수가 혈관 사이사이를 긁어내며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나는 파랗게 변한 왼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성공하긴 했지만…이건 여러 번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꺄악?!”

“힉?!”

문을 연 나는 안에서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사이좋게 영화를 보고 있는 두 마법소녀를 발견했다.

내가 사는 곳을 담당해서 한 번 알아본 적이 있는 덕에 기억에 있는 마법소녀들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아무 말 없이 최면어플부터 들이댔다.

“에…?”

“아….”

설명할 시간이 없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내 말을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마법소녀 부하다.

나는 둘에게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당장 변신하고 밖으로 나와!”

두 마법소녀는 소파에서 뛰어오르며 빛에 휘감겨 문밖으로 뛰어나왔다.

끝이 부드럽게 말린 검은색의 긴 생머리에 베이지색 드레스 같은 옷을 입은 마법소녀는 아마론, 갈색 단발머리에 푸른 레이싱복 같은 전투복을 입은 마법소녀는 람지다.

아마론은 상대를 심하게 취한 것처럼 혼란시키는 마법을, 람지는 단발성이지만 강력한 썬더 캐논이라는 공격 마법을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유리 대포 같은 마법소녀다.

“아마론, 저 녀석에게 혼란 마법!”

“아파시멘토 Appassimento!”

“흐앙햐…?!”

아마론의 마법에 당한 리프가 X의 품에서 고개를 꺾는다.

이 상황에서 마법소녀를 찾아 최면을 걸어 공격할 거라고는 리프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멍하니 멈춰선 리프와 X를 가리키며 람지에게 명령했다.

“람지! 모든 마력 쏟아부어서 공격!”

“썬더…캐노오온 Thunder canon!”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모여든 번개가 파직파직 하고 터져나가며 리프에게 쏘아져 나간다.

아르나에 비하면, 번개라고 하기에는 느린 번개의 마력탄이 거꾸로 솟구치는 혜성처럼 어두운 하늘을 밝힌다.

그대로 리프와 X에게 공격이 명중하려는 순간, X가 리프를 하늘 위로 높이 던졌다.

[상태 비정상, 임시 관리자 활성화.]

리프의 의식이 정상이 아닌 걸 확인하고 자율판단을 시작한 것 같지만, 이미 늦었다.

자율판단으로 리프만은 살리려 했는지 리프를 하늘로 던진 X의 몸을 거대한 번개의 파동이 덮친다.

나는 거대한 번개 덩어리에 가려진 X를 올려다보며 주먹을 쥐었다.

“해치웠나?!”

람지는 강력한 공격 마법을 단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탈진하는 탓에 하급 마법소녀에서 머무르고 있긴 하지만, 마법의 위력만큼은 중급 수준이다.

이걸 맞고 피해가 없을 리 없다.

그런 내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X는 양손을 좌우로 뻗으며 온몸을 개방했다.

[번개 마법 확인, 전기 흡수.]

“뭐?!”

팔과 다리, 배, 가슴이 갈라지며 열린 X의 몸 안으로 번개가 흡수된다.

순식간에 번개를 온몸으로 삼켜버린 X는 해치를 다시 닫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리프를 다시 받아든 X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실험체 포획.]

“우왓!”

나는 펑 하는 화약 터지는 소리를 듣고 람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총 같은 걸 쏜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 순간, 람지의 몸에 그물이 덮였다.

방위군에서 사용하는 포획용 그물탄이다.

나를 죽인 생각은 아닌 건가 하는 안일한 생각 뒤에 곧바로 리프가 전화 너머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실험체로 해부하고 해체한다.

이 녀석, 나를 잡아서 해부할 생각이다.

기계에게는 혼란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번개 마법도 흡수해버린다.

이 마법소녀들은 쓸모가 없다.

“아, 아마론! 사람들 전원에게 혼란 마법!”

“베르타니 Vertani!”

빠르게 답을 내린 나는 아마론에게 나를 쫓는 사람들을 혼란시키게 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6번 구역의 마법소녀가 통하지 않는다면…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6번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다른 마법소녀에게 최면을 걸어 통하는 마법을 찾으면….

“아!”

나는 생각하던 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라 탄성을 질렀다.

4번 구역이다.

4번 구역에 가면 된다.

4번 구역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최면에서 풀려나 있다.

그 사람들이라면 리프의 최면에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체 모를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기까지 하니, 리프가 CCTV를 조작한 순간 그분이라는 녀석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4번 구역 상가를 담당하는 마법소녀에게 최면을 걸어 공격하거나, 리프를 4번 구역에서 날뛰게 해 리프와 그분과 싸움 붙인다.

완벽한 대책이라고 생각한 나는 4번 구역으로 갈 방법을 생각했다.

달려서 가는 건 당연히 무리다…아무리 체력이 좋아졌어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X를 뿌리칠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X의 비행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비행용 드론 정도의 속도…리프를 안고 있어서 그런 건지 차를 타면 충분히 뿌리칠 수 있을 만한 속도다.

생각을 마친 나는 근처에 정차된 택시를 찾다가 바로 문을 열고 탑승했다.

“으잉?! 뭐, 뭐요?!”

“하아…! 하아…! 출발! 급햇…! 두 배로, 줄 테니까!”

“엥?! 어, 어…아, 알았습니다!”

“더 빨리! 세 배 준다!”

중년의 아저씨가 모는 유인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나는 창문을 열고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리프와 X가 점점 작아져, 멀어진다.

예상대로 X의 비행 속도로는 차를 쫓아올 수 없는 것 같다.

“후우우…하아, 하아아…하아아….”

나는 택시 뒷좌석에 눕듯이 앉아 천천히 심호흡했다.

유인 택시는 비전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고 운전사가 직접 운전하니 해킹도 할 수 없을테고…이렇게 거리가 멀어지면 최면을 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걸로 일단 안심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뭐, 잠깐…뭐 해요? 안 가고?!”

“아니…빨간불인데 어떻게 갑니까…? 급한 건 알겠는데, 기다리슈.”

“빨간불…?”

신호가 빨간 불…정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주변의 모든 신호등이 빨간불로 변해 있다.

불안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다.

갑자기 이 순간에, 모든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건 비정상적이다.

해킹이다.

리프가 신호등을 해킹했다.

“바, 밟아! 그냥!”

“뭐요…? 미, 미쳤습니까? 뭘 하는…!”

“죽기 싫으면 그냥 차 다 치고 지나가면서 밟으라고!”

“히익?!”

당장 도망가지 않으면 리프에게 잡힌다.

나는 중년의 아저씨가 메고 있는 운전 벨트를 뒤에서 잡아 끌어올려 목을 조였다.

당황한 아저씨가 액셀을 밟을지 말지 고민한다.

“그러면 안 되지~아저씨가 곤란해하잖아~”

“큭…!”

망설이는 아저씨의 목을 제대로 졸라 억지로 출발시키려던 나는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늦었다.

어느새 차 옆에 도착한 리프와 리프 X가 양쪽 문 옆에 서 있다.

“아하하하! 이 쓰레기…잡았다…!”

“당신들은 뭐요?!”

“X, 뒤에서 구속해.”

“크윽?!”

리프의 명령을 받은 X가 주행 중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운전석 문을 쥐어뜯어 강제로 열었다.

곧바로 내 목에 아까 전의 고리를 쏘아내고, 포획탄을 쉴 새 없이 온몸에 갈긴다.

순식간에 꽁꽁 묶인 몸이 된 나는 X의 차가운 손에 입을 막히며 꼼짝 못 하게 되었다.

“아저씨, 내려.”

“에…?”

리프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아저씨에게 붉은 플래시를 터뜨렸다.

이어서 흰색의 플래시를 터뜨려 명령하자 아저씨가 멍하니 차에서 내린다.

운전석에 탑승한 리프는 아저씨에게 검은빛을 터뜨려 기억을 지우고 차를 운전했다.

붉은색으로 변해 있던 신호등이 일제히 파란색으로 변한다.

“웁! 웁…!”

“X, 이상한 짓 못 하게 재워. 농도는 3배.”

“웁…!”

리프의 명령을 들은 X는 손에서 달콤한 냄새를 내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몽롱해지고, 생각이 점점 느려진다.

이건…수면 가스다….

나는 저절로 감겨오는 눈을 애써 뜨려고 노력하며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탈출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왼손으로…포획망을…뜯으면….

하지만…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대로 잡혀가면 안 되는데….

해체…해부당해…죽는다…안돼….

나는 어떻게든 탈출…방법을…잠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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