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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257화 (257/299)

< 257화 > 2동 박사 (1)

“크윽…!”

붉은빛이 눈을 넘어서 머릿속에 꽂힌다.

시각을 통해 전해진다기보다는 창날을 밀어 넣듯 강제로 머릿속에 전달되는 것에 가깝다.

나는 머릿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주변이 인지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관문이 열려 들려오는 바람 소리도, 눈앞의 여자가 펜을 손으로 만지며 붉은빛을 하얀빛으로 바꾸는 모습도, 알콜 냄새 비슷한 냄새도 느껴진다.

오감은 살아있다, 그런데도 역시…몸은 움직일 수 없다.

두통이 머리를 조인다…이마 앞에서부터 관자놀이, 뒤통수까지 얇은 실로 된 고리로 조이는 것처럼 아프다.

눈앞의 여자는 한숨을 쉬며 혼자 중얼거렸다.

“세 개를 하나로 합치지 말 걸 그랬나~컴팩트해진 건 좋은데, 설정 바꾸는 게 좀 귀찮네….”

여자는 멋대로 현관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가느다란 팔에 어울리지 않는 힘으로 내 몸을 돌리고 자신을 보게 하며 내 방 싱크대를 뒤지기 시작한다.

나는 멋대로 싱크대를 뒤지는 도둑년에게 황당해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커피…커피…오! 역시 그레이프…맛있는 거 사뒀네~”

이 녀석 그레이프랑 아는 사이인가…?

아니, 그보다…그레이프가 이 방에 오는 걸 알고 있다.

여자는 자기 멋대로 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커피를 타 그레이프가 사준 머그컵에 따랐다.

“으! 뜨거….”

여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컵을 입에 한 번 가져다 댔다가 입술을 떼며 양손으로 머그컵을 잡았다.

쩌적쩌적 소리가 나며, 김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마법?

익숙한 광경에 나는 빠르게 상대의 정체를 추리했다.

여자는 김이 사라진 커피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다.

그렇다는 건…저건 온도를 낮추는 마법…시에나와 같은 얼음 마법일 가능성도 있다.

즉, 상대는 마법소녀다.

굳이 손바닥 안에서 마법을 사용했다는 건…손 안에서밖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하급 수준의 마법소녀….

하지만, 마법소녀가 대체 왜 나한테…?

그 순간 찰칵! 하고 흰색의 광선이 터져 나왔다.

머릿속이 표백이라도 당한 것처럼 새하얘진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 내 머릿속에 커다란 문장이 새겨졌다.

[내 질문에 거짓 없이 대답한다.]

머릿속이 울리며 시야가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대체 어디서, 언제 꺼낸 건지 모를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는 손에 든 펜을 내리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의자 팔걸이에 있는 컵 받침대에 올려놓은 여자는 다리를 꼬아 앉으며 말했다.

“좋아, 질문…너 모근향 맞아?”

“그래…윽…!”

나는 여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해버렸다.

내 멋대로…아니, 내가 아닌 내가 내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멋대로 대답하는 불쾌한 감각이다.

이상한 감각에 머리가 아파져 온다.

“그레이프랑은 무슨 사이?”

“친구….”

“하? 친구 사이에 매일매일 방에 들어와서 아침에 나가…? 우와, 그러면…그레이프 그런 계정 있을 때부터 알아봤는데…그런 취향….”

그레이프의 비밀 계정까지 알고 있다….

그레이프가 그 계정을 지인한테 알려줬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강제로 알아낸 거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뭐, 확인차 물어보는데…그레이프랑 섹스했어?”

“…그래.”

“역시나~와, 이거 쓰레기 아냐?”

“난 쓰레기가 아니다….”

질문이 짧고, 갑작스러운 것밖에 없다.

최면은 갑작스럽게, 질문은 본론만…효율적으로 최면을 걸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빠르게 정확하게 뽑아내기 위해서다.

나도 최면을 걸어봤기에 이러는 이유를 이해한다.

의문인 건 대체 왜, 갑자기 내게 최면을 거는가…그리고 이 여자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마법소녀가 아닌 내게 최면을…다른 사람들에게 거는 것처럼 최면을 걸다니…?

불안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설마…이 녀석이, 사람들에게 최면을 건 장본인?

내 최면이 마법소녀에게만 통하는 것에 반해, 이 녀석의 최면은 일반인인 내게도 통하고 있다.

가능성은 높다…이 여자가 사람들 모두에게 이상한 최면을 건 녀석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체는 뭐지?

결국 내게 갑자기 찾아와 최면을 거는 이유는?

원하는 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최면을 곧바로 걸었다는 건, 내가 최면을 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알고 있다면…어떡하지…?

나는 마음속으로 여자가 내 최면어플의 존재를 모르기를 기도했다.

최면을 갑자기 건 것은 꼭 내 최면어플을 경계해서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일단 최면을 걸어두는 게 편하고 안전하니까…그래서 바로 걸어버린 거라면 아직 내게도 승산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마법소녀라면 최면을 건 순간 나의 승리다.

하지만…어떻게 걸지?

꼼짝도 못 하는데…내가 상대라면 최면을 전부 걸고 난 뒤 안전을 위해 자신을 본 기억까지 전부 지워버릴 텐데…어떻게?

지우기만 하면 차라리 괜찮다.

나는 마법소녀에게 최면을 걸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나를 죽인다면…죽이려 한다면…이미 최면이 걸려있는 나는 순순히 죽어 줄 수밖에 없다.

나는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나뿐, 상대가 거는 최면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낸다.

허탈하게도…그것뿐이다.

“지하철 애들하고도 섹스했어?”

“했다….”

“와! 진짜…미쳤네? 대체 왜…? 아니, 몸은 꽤 좋은데…혹시…큿?!”

여자는 갑자기 내 앞에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래피드가 나가고 아직 흥분이 남아있던 자지를 꺼낸다.

커다란 자지에 턱을 얻어맞은 여자는 멍한 표정으로 내 자지를 살펴보더니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냈다.

“와…오…그렇구나…음…이거 때문인가…T-1보다는 작은데….”

이건 대체 왜…아니, 대체 왜 내 자지 길이를 재는 거지….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다…모든 행동이 갑작스러워서 사고가 자꾸만 정지된다.

여자는 내 자지를 실험체 다루듯이 펜으로 콕콕 찔러보고 불알을 받쳐 들어 올리더니 비전폰을 꺼내 뭔가를 살펴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본론~래피드 머리카락을 네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어?”

“…그래.”

“그 정도 사이는 된다는 거지? 좋아…좋아….”

머리카락…?

래피드의 머리카락은 마진사에서 비싸게 팔린다.

이 여자의 목적은 돈인가…?

아니…그건 아닐 것이다.

일반인한테 최면을 걸 수 있다면, 돈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지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녀석이 그런 이유로 내게 최면을 걸 리가 없다.

“흥, 흥, 흥~좋아 좋아~역시, 여기에서 마력이 느껴지더라니까~응? 뭐야 이건….”

만능열쇠라도 되는 걸까 싶은 이상한 금속 막대로 머리카락 보관용 서랍을 연 여자는 내 물건들을 전부 가운 안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머리카락 사이에 끼워진 키친타올을 찾은 여자는 가만히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키친타올을 쓰레기통 쪽으로 던졌다.

애액을 버려…?

래피드의 애액을 빨아들인 키친타올은 마진사에 올리는 순간 경매가로 올라가야 할 정도로 엄청난 물건이다.

역시 이 여자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목적은 머리카락 그 자체…다른 목적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래피드의 머리카락이 목적이다.

그런데 대체 왜…머리카락을…?

설마 이 여자도 머리카락 냄새 중독자…?

아니면…머리카락에 뭐가 있나…?

“좋아…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여자는 흰색 가운의 두 주머니를 빵빵하게 만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내게 펜을 내밀었다.

흰색 빛이 터지며 다시 의식이 날아간다.

두통과 함께 선명한 문장이 다시금 뇌리에 박혀 들어온다.

[내 말에 복종한다.]

“큭….”

나는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신음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금 눈을 뜬 내 앞에는 바닥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매주 래피드의 머리카락을 80…아니, 50가닥씩 공급한다, 지금까지랑 똑같이 가격은 그대로, 마진사에 올려~구매자도 이전과 같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두통이 더욱 심해진다.

마진사에 그대로 올리라니, 그보다 구매자도 이전과 같이 한다는 건…이 여자가 내가 올린 머리카락을 매번 사 가던 내 단골…?

정말로 래피드의 머리카락 때문에 나한테 찾아와서 최면을 건 거라고?

“후아~한번 와서 1.5 드램이라니~빨리 돌아가서 가공해야지~”

가공…머리카락을 가공하는 게 목적인가?

뭘 어떻게 가공해서 대체 뭘 만들려고…?

모르겠다…도저히 모르겠다.

“그 고릴라 년이랑 그런 사이만 아니면 좀 더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잘못해서 뇌가 망가지면 귀찮으니까….”

그레이프랑 내가 지금 같은 사이가 아니라면 뭔가 더 물어봤을 거라고…?

뇌가 망가진다니, 왜…?

질문을 많이 하면 뇌가 망가진다…?

의문투성이의 질문들에 머리가 점점 더 심하게 아파져 온다.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만 쌓여가는 그때, 여자가 눈앞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몸은 말랐는데 생각보다 큰 가슴이 셔츠 위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럼…할 것도 다 했고, 이제 가볼까~”

스트레칭을 하던 여자는 내게 다시 펜을 내밀었다.

검은색의 빛,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어두운 빛과 함께 의식이 날아간다.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빠져 무언가가 내 뇌 속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나를 본 기억을 전부 잊는다.]

언어가 칼날로 변해 날을 세운다.

촉각을 곤두세운 힘이 기억을 헤집어, 얽혀있는 기억 뭉치를 찾아내 끌어당긴다.

머릿속을 도려내 기억을 제거하기 위해…명령을 들어 올린다.

메스 같은 언어가 뇌의 한구석을 내리친다.

[이 새끼가…어딜 건드려?]

“어?”

그 순간, 머릿속이 완전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머리를 조이는 고통이 단번에 사라진다.

시야가 뭉개지며, 조금 전 까지 내가 있던 방 안으로 돌아온다.

“X? 대기 중지, 돌아갈 준비나 해~”

눈을 깜빡이던 나는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조금 전의 그건 뭐지…?

화난…여자 목소리…?

어쩐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주먹을 쥐어 본 나는 몸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최면이 풀렸다.

조금 전에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현관 쪽으로 뒤돌아선 나는 나갈 준비를 하며 현관문을 열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비전폰을 꺼내 최면어플을 실행했다.

“어이.”

“어? 어…?”

내 목소리에 놀란 여자는 깜짝 놀라며 뒤돌아서자마자 최면에 걸렸다.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이번에는 내 쪽이 질문할 차례다.

"자, 잠깐…뭐야?"

"어?"

그렇게 생각한 내 귀에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내가 최면을 건 마법소녀의 목소리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며 말했다.

"무, 뭐야…?! 최면이 왜 안 걸려…?!"

"뭐야…?! 왜 최면이 안 걸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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