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 최면물-252화 (252/299)

< 252화 > 비밀, 친구 (4)

손으로 보지와 같은 쾌감을 느끼게 되는 최면을 건 순간부터,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할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다.

나는 래피드의 의문을 미리 준비해 둔 대답으로 넘겨 보냈다.

“래피드가 좋아하는…그, 로맨스 소설에서도 나오잖아요? 손끝이 닿았을 때 찌릿했다거나 하고.”

“네…그렇…죠?”

“실제로도 그런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거기에 래피드는 마법소녀라서 감각이 훨씬 예민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그런가요?”

“아마도요?”

래피드는 머리를 기울이며 손을 펼쳤다.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쥐었다 펴길 반복하다가 반대쪽으로 머리를 기울인다.

나는 래피드의 순진한 반응을 즐겁게 감상하며 말했다.

“그렇구나…다들 원래 이런 거예요?”

“래피드가 저를 이성으로 의식하는 거면…저랑 손잡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거예요.”

“네?! 네? 어?!”

“래피드는…지금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하고 손잡으면, 그렇게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그건, 아뇨…네, 안…그래요.”

“저랑 손잡으니까 기분 좋은 거네요?”

“으…네에….”

래피드는 손을 움찔거리며 가슴에 대고 꼭 쥐었다.

오직 나하고만, 나를 남자로 보니까 손을 잡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저번 데이트 때부터 한, 나를 이성으로서 인식시키기 위한 발언을 계속한다.

부끄러워 한 것뿐이라는 걸 알았으니, 내가 래피드에게 하는 행동을 바꿀 필요는 없다.

래피드가 그때 일은 괜찮다고 했으니, 다시 전에 데이트할 때랑 똑같이…똑같이….

…나는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고 생각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까, 래피드가 괜찮다고 했으면 굳이 여유롭게 천천히 가지 않아도 된다.

그냥 저번처럼…전에 헤어지기 직전의 상태로, 접촉을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다.

래피드가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까…거기에, 함부로 돌아가지 못하는 최면까지 걸어뒀으니까….

“앗….”

에스컬레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많은 로비가 보인다.

래피드는 주변 사람들을 피해 내게 가까이 붙었다.

손가락이 스치고, 래피드가 손끝을 움찔거린다.

래피드가 괜찮다고…아니, 손을 잡는 건 좋다고 했다.

그러니까…이건…잡아도 되는 거겠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래피드의 손을 잡았다.

“햣…?!”

래피드는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혼란스러워하며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당연한 반응이다.

내게 이런 곳에서 손을 잡는 거냐고 말하고 싶겠지만, 원래 손은 이런 곳에서 잡는 거다.

손을 잡는 게 좋다고 한 건 자신이다.

손을 잡는 건 잘못된 게 아니다.

“저, 저기…저어, 손…예민…해서…앵거 씨 말대로오…?”

“래피드가 손잡는 거에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앗, 그게, 읏…!”

“그리고 솔직히…잡고 싶어요.”

“아아아아…으으읏…읏….”

지금 여기에서 손을 잡는 이유까지 명확하게 설명해주자 래피드는 빳빳하게 긴장돼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나는 래피드의 반응을 해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손에 힘을 줬다.

깜짝 놀란 래피드가 고개를 뒤로 꺾는 게 보인다.

“훗…! 후윽…! 훅…!”

건물 밖으로 나온 래피드는 점점 손을 크게 떨다가 반대쪽 손으로 입을 막았다.

래피드의 손을 잡아,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잡아끈다.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진다.

“카페 갈까요…?”

“네, 네에…!”

나는 래피드의 손을 잡아 근처의 카페로 데려갔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사각이 없는 조용한 카페다.

래피드는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내 팔에 매달려 고개를 저었다.

“재, 성해여…! 카페, 말고오….”

“카페는 싫어요…?”

“후읏…! 네…! ”

래피드가 원하는 대로 카페를 나온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카페가 아니면…딱히 갈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래피드의 손을 잡아당기며 귓가에 속삭이며 물었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앗…후읏, 하아…가, 사람…조금…적은….”

“사람 적은 곳으로 갈까요…?”

“읏….”

래피드는 입을 다물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맘 편하게 손을 만져져 기분 좋아지고 싶다는 뜻이다.

소리를 참기 힘든 것 같다.

손을 잡혀서 기분이 좋아지고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나는 래피드가 원하는 대로 사람이 없는 곳을 생각해 데리고 갔다.

저번처럼 건물 뒤쪽, 실외기가 있는 공간이다.

“하아! 하아! 응…?!”

“어….”

하지만 아쉽게도 저번에 갔던 곳과는 다르게 6번 구역은 언제나 사람이 적지 않은 곳이었다.

래피드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마자 안심한 듯 숨을 헐떡이다가 실외기 쪽에 숨어서 쉬는 직원들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직원들과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며 골목 반대편으로 걸어 나갔다.

6번 구역은 시가지와 번화가라고 할만한 상가가 같이 있는 거주 구역이다.

사람이 적은 곳도 있긴 하지만, 지금 이곳처럼 상가가 형성된 거리는 어딜 가도 사람이 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많다.

다시 골목에 들어가려던 나는 골목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보고 사람이 많은 거리로 래피드를 잡아끌었다.

“하아, 하아…앵거, 씨이…살, 살….”

거리로 나오자마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래피드와 내 어깨에 부딪히려 한다.

나는 래피드의 손을 잡아당겨 고쳐 잡았다.

깍지를 끼고 놓치지 않게끔 꽉 붙잡자 래피드가 손을 마주 쥐어온다.

“읏, 읏, 후읏, 흐읏…!”

“래피드….”

“네, 엣….”

“표정 야해요….”

“후앗…하읍, 읏…하아아….”

래피드는 내 말을 듣고 부끄러운 듯, 한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입을 벌렸다.

지금 모습이 오히려 훨씬 야해 보이는 건 모르는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래피드가 일그러져 보여 이런 표정을 보지 못하고 있겠지만, 내게는 보인다.

“하아…하아…앵거 씨…저, 손…놔, 놔주세요오…이제, 진짜…안돼….”

“손잡는 거 싫어요…?”

“아, 아니…그게, 아니라아…후읏….”

나는 점점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되어가는 래피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손을 잡아당겼다.

래피드는 깜짝 놀라며 내 팔을 잡아 매달렸다.

조금이라도 자극이 덜해지길 바라는듯한 움직임이 애처롭다.

“후읏…!”

그런 래피드를 놀리듯이 손에 힘을 줘 자극을 더 크게 한다.

래피드는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내 팔을 꽉 끌어안았다.

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적어지길 바라며 내 팔에 입을 대고 온몸을 작게 떤다.

“후으읏…! 후으읏…! 응…! 읏…! 하아…!”

“꿀꺽….”

래피드는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몇 번이고 절정하는 모습을 봐 버린데다 손을 잡고 몸을 밀착하고 있는 나는 알 수밖에 없었다.

크게는 아니어도 확실하게, 살짝…절정했다….

나는 이런 길거리에서 내게 손을 잡혀 절정하는 래피드를 보며 침을 삼켰다.

“하아, 하아…흐으읏…하아아….”

“래피드….”

이름을 불린 래피드는 천천히 내 팔을 끌어안았던 손을 떼고 내게 눈을 마주쳤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당황하고, 멍해진 상태로 여운에 잠겨있는 복잡한 눈빛이다.

나는 더는 참기 힘들어 래피드의 손을 끌어당기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안고 싶어요….”

“핫…!? 아, 안 돼요! 여기선….”

여기서는 안 된다는 건…다른 데서는 괜찮다는 거겠지…?

나는 래피드의 손바닥 안을 엄지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듯이 만졌다.

“다른 데서는 괜찮아요?”

“읏…하아, 잠깐….”

“사람 없는 데로 가면 안아도 돼요?”

“그, 그건…그게에….”

나는 말없이 눈을 질끈 감는 래피드의 손을 간지럽히며 대답을 기다려줬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래피드의 의지를 존중한다.

결국, 내 정중하고 신사적인 부탁이 통했는지 래피드가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없는…안 오는 곳, 이면….”

“후우….”

한숨과 함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래피드의 허락을 받아냈다.

래피드를 안아도 된다….

나는 래피드가 원하는 대로 래피드의 손을 잡아끌어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이 주변에서 사람이 없는 곳…그것도 절대 있을 수가 없는 곳이라면 하나밖에 모른다.

번화가를 나와 골목으로 들어가 약간의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저, 저기…어디…로….”

편의점을 지나칠 때쯤, 점점 번화가에서 멀어지는 내게 끌려오던 래피드가 궁금해하며 질문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저절로 알게 될 곳이다.

그 생각대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래피드는 내가 어딜 가는지 알아차렸다.

“어? 자, 잠깐…애, 앵거 씨…? 저기…여기?!”

“전에 와 봤죠…?”

“그건, 그, 왔…지만, 이건, 여기는…아직…그게….”

“근처에 아무도 안 올만 한 곳이…제 방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읏…후읏, 으….”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그리고 아무도 안 올만 한 곳이라면 내 방뿐이다.

래피드는 전에 한 번 찾아왔을 때 본 적 있을 건물을 눈앞에 두고 당황한 목소리를 냈지만, 내 말을 듣고 여기로 온 이유를 이해하며 바로 조용해졌다.

래피드는 순순히 내가 잡아끄는 대로 따라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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