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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248화 (248/299)

< 248화 > 조종 (7)

허공에 생긴 한 점에서부터 점멸하는 빛이 터져나온다.

공간의 일렁거림과 함께 나타난 빛은 어두운 지하철 안을 환하게 밝히며 점차 하나의 형상으로 줄어들어갔다.

줄어든 빛이 래피드의 형상으로 변해, 손에 든 마법 지팡이를 앞으로 내민다.

“코디네이트 세팅 Coordinate setting.”

래피드는 눈을 감은 채 마법 지팡이를 쥔 손을 내밀고, 다른 한 손을 교차해 손바닥을 폈다.

오싹한 마력이 주변을 훑고 지나간다.

무언가가 내 안에 달라붙는다.

“읏…?”

묘한 불쾌감과 동시에 왼손이 욱신거리며 기분 나쁜 것이 사라진다.

이게 대체 뭐지 하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래피드가 펼쳐진 손을 작게 떨었다.

그대로 손이 쥐어진 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랩 Grab.”

“구욱…!”

정확하게는...마법소녀와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줄어든다.

시에나를 가지고 놀던 거대 두더지도, 천장에 매달려 있던 커텐도, 창을 손에서 놓아버린 루이를 받쳐 쪼그려 앉히고 있던 촉수뱀들도...전부 작아진다.

네거티브 전부가 줄어들고, 또 줄어들어...손가락 만한 크기로 압축된다.

“큭…?!”

고통스러운 원망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나는 수많은 네거티브가 단번에 사라지는 광경에서 공포감을 느끼며 래피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두려운 마음이 마비된 것처럼 사라진다.

“...리와인드 Rewind.”

네거티브들을 전부 없애버린 래피드는 주변을 수복하기 시작했다.

몸에서 새어나오는 마력광에 휩싸인 래피드의 몸이 수많은 색상의 빛으로 반짝거린다.

네거티브들을 죽이고 남은 흔적, 거대 두더지가 만든 터널과 부서진 철로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원래대로 돌아간다.

마법소녀들도, 특히 엉망이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던 시에나도 전부 원상태로 돌아가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아 잠든다.

원인은 제거하고, 결과는 없앤다.

이런 마법을 사용해대니, 구조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후우...어?"

모든 상황을 정리한 래피드는 한숨과 함께 눈을 떴다.

안도감이 엿보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당황으로 물든다.

당연히,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앵…거?”

나는 래피드에게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예상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내가 이런 곳에 있는 건 이상하다.

전에는 에스더에게 휘말렸다고 해도,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르다.

래피드가 가장 먼저 할만한 판단은...정신공격에 의한 환각이다.

그 상황에서 래피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도주가 아니다.

그 순간, 남아있는 마법소녀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공격에 노출되게 된다.

래피드는 나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

“저, 정신공격…? 그런 건 못 느꼈는데…?”

“래피드.”

“어…?”

나는 예상대로의 반응을 하는 래피드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두 손을 펼치고, 아무런 해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려주며 무해하게 접근한다.

천천히...위협적이지 않게...경계심 많은 길고양이를 다루듯, 웃는 얼굴로 다가간다.

“머, 멈춰요!”

래피드는 눈에 띄게 나를 경계하며 내게 마법 지팡이를 겨눴다.

이렇게 무해하고 안전해 보이게 해 줘도 이렇다니...조금 상처받는다.

나는 래피드의 말대로 그 자리에 멈춰서 래피드로부터 받은 정싱적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절 공격하려는 거에요…?”

“읏…!”

한 걸음, 또 한 걸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래피드에게 가까이 간 나는 느릿하게 비전폰을 꺼내 들었다.

이렇게까지 접근하게 내버려뒀다면 게임 오버다.

“윽…?!”

나는 래피드에게 최면을 걸었다.

래피드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며, 마법 지팡이가 힘없이 떨어진다.

나는 래피드의 마법 지팡이를 받아 잡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성공이다….

결국, 해냈다.

나를 만나지 않으려는 래피드를 만나, 래피드에게 최면을 걸었다.

“하하...하하하하!!”

나는 안에서부터 치솟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려 버렸다.

어떻게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고로 기분이 좋다.

프로그래머로 일 할 때의 경험으로 예를 들자면, 써야 하는 코드를 완성해 완벽하게 돌아가는 걸 확인했을 때의 다섯 배 정도는 기분 좋다.

“하아...하아...후우우….”

성취감에 젖어 웃던 나는 곧바로 감정을 억눌렀다.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거래가 끝난 게 아니다.

영업사원을 할 때의 기억이 내게 신중함을 되찾아준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움찔거리면서도 냉정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웃는게 아니다.

최면이다...최면을 건다.

나는 일단 주머니에서 종이부터 꺼냈다.

계획을 정리하며 래피드에게 걸 최면까지 전부 적어 둔 종이다.

여기에 적힌 대로 최면을 걸어 계획을 완수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날 데이트 했던 래피드의 기억을 지워버릴까도 했지만, 그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내가 사용하는 최면어플은 지운 기억을 알아서 채워주지는 않는다.

기억은 지워진 순간 그만큼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

1분, 2분 정도의 짧은 기억은 지워도, 긴 시간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나를 본 순간의 기억은 지워야만 한다.

가장 먼저 거는 최면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본 사실을 잊는 최면이다.

“오늘 나를 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응….”

다음으로, 가장 나를 짜증나게 한 문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삭제한다.

다른 마법소녀들이 감염체에게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결국 래피드가 이런 행동을 해서 그렇다.

나는 조금 짜증내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옆에 있을 때 내가 돌아가는 걸 허락해 줘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응...?!”

래피드의 머리에서 번개가 살짝 튀어올랐다가 사라진다.

강제성이 어느정도 있는 최면인 만큼, 저항력이 일어난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래피드의 저항력을 최면이 이겨냈는지 다시 잠잠해진다.

“내가 만나자고 하면 반드시 만나야 한다.”

“으….”

“연락을 받으면 반드시 답장한다.”

“음….”

“메세지를 읽고 무시하지 않는다.”

래피드와 연락하며 답답했던 점들을 지운다.

바빠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 바쁘니까 그런 건 나랑 상관 없다.

이것으로 래피드는 좀 더 좋은 여자가 되었다.

“오늘 돌아간 즉시, 내게 주말에 만나자고 연락한다….”

“아….”

이제 래피드는 내가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만나야 하고, 돌아갈 때는 내 허락이 있어야만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내일, 주말 데이트 약속도 잡은 거나 다름 없으니, 내일은 다시 래피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계획해둔 모든 최면이 끝났다.

“후후후후….”

다시 래피드와 데이트할 수 있게 된 나는 틀어져가던 문제를 다시 되돌려놨다는 고양감에 잠겨 웃으며 래피드의 턱을 만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턱을 만져지는 래피드의 얼굴이 움찔거린다.

나는 래피드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만졌다.

래피드는 내 거다.

겨우 이런 어이없는 일로 놓치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손에 넣는다.

“래피드….”

나는 최면을 꽤 많이 걸었는데도 아직 최면에 저항하지 않고 있는 래피드의 이름을 부르며 최면어플을 다시 들어올렸다.

이번 일로, 래피드랑 가까워지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그러니까...이 정도 도움은 받아도 괜찮겠지.

아니, 받아야 한다.

“나를...좋아하게 된다.”

“읏…?!”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좋아하게 된다.”

“하아….”

“...내게 약해진다...내가 원하는 건 해주고 싶어진다....”

래피드와의 연애 난이도를 확 낮춰버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이 붉어진 래피드의 볼을 쓰다듬었다.

대화를 하면 호감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게 해 버렸다.

하지만...이미 래피드는 내게 어느정도 호감을 느끼는 상태일테니, 지금이라면 이 최면을 걸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해선 안 될 최면을 걸어버린 느낌이 든다….

묘한 배덕감이 느껴진다.

나는 떨리는 심장 위에 손을 대고, 래피드에게 마지막 최면을 걸었다.

나는 볼일을 모두 끝내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르나, 시에나, 루이...흙바닥에 볼을 대고 편안히 잠들어 있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루이도 아직 기절해 있을 시간이다.

다들, 굉장히 마음에 들게 잘 해줬다.

중위권 마법소녀들이긴 하지만...아주 쓸만하다.

나는 다음에 만나면 상으로 좀 더 섹스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래피드에게 마지막 최면을 걸었다.

“나를 공간이동으로 내 방에 보내줘.”

래피드는 곧바로 내게 손을 뻗어 마법을 사용했다.

나는 온몸이 뒤죽박죽으로 뒤흔들리고 위아래가 바뀌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점점 빛으로 녹아들었다.

이것으로 나는 이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래피드가 오늘 본 적 없는 사람이 된다.

최면은 내가 사라지고 나면 잠시 뒤 저절로 풀릴 테고, 래피드에게 남는 기억은 구원 요청에 응해 지하철의 마법소녀들을 구조해 준 기억 뿐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최면에 걸린 대로 내게 내일 만나자고 연락하겠지.

나는 완벽한 결과에 만족하며 공간이동으로 점점 사라지는 와중, 래피드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내일 봐, 래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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