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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244화 (244/299)

< 244화 > 조종 (3)

로제의 장점은 로제는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강력한 단일 개체와 순수한 근접격투가 가능하다는 것과 강력한 순간 공격력, 무서울 정도로 응축된 마력으로 적을 찢어발기는 강화 마법은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준다.

로제가 4인 연계에서 담당하고 있던 역할은 넷에게 보호받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확실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방어를 전담하는 시에나, 다수의 적의 혼란과 제어, 공격하는 아르나, 둘 사이에 끼어들어 연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루이, 셋 중 하나에게서 신호를 받은 순간 치명타를 입히는게 로제의 역할이다.

달리 말하자면 치명타를 입힐 순간이 아니면 대기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니, 지금 상황에서 손이 남는 건 로제 뿐이다.

그런 로제에게 형광 나비들을 처리하게 시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대하고 강한 개체를 상대하기 위해 보존해둬야 할 전력을 환각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것도 아닌 형광 나비들에게 소모하게 하는 것은 전력 낭비다.

형광 나비의 환각 가루가 통하지 않는 로제가 나비 사이로 들어가 단검을 휘두를 때마다 나비가 하나씩 떨어진다.

어두운 곳에서 소리 없이 날아다니는 형광 나비가 날개에서 빛을 점멸시킬 때,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노리고 있다.

그 사실을 내가 눈치챈 순간, 나비들은 일제히 빛을 없애버렸다.

"큭...!"

당연히, 로제의 전투 피로도가 높아지게 된다.

마력을 더 낭비하게 되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형광 나비들은 철저하게 로제를 소모시켰다.

시에나는 바닥에 얼음을 얇게 펼쳐 바닥을 기어다니는 촉수뱀들을 막았다.

저건 전에도 썼던 방법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내가 거대 두더지들이 파헤쳐 놓은 땅굴을 조금 걱정하자마자 촉수뱀들이 모두 땅굴 안으로 숨어들어 여러 마리가 힘을 합쳐 땅 밑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루이의 장점은 커다란 공격을 잘 방어하고, 상대에게 천천히 피해를 쌓은 뒤 폭발시키는 것이다.

연계에서는 방어를 전담하는 동료를 보조하는 또다른 방어를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의 핵심 위치에 자리한다.

창 끝에서 포격같은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강력한 근접 공격을, 경험으로 쌓인 방패술로 섬세한 방어를 보여줄 수 있다.

아군 보호, 카운터, 거대한 적을 상대하는데에 특화되어있다.

하지만 공격의 정밀도와 마력의 최대치가 떨어진다.

그런 만큼, 수가 많고 작은 녀석들을 공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잠깐...왜 나한테만!”

“선배!”

땅 밑에서는 촉수뱀들이, 위에서는 촉수뱀이 루이에게 음액을 주입하는 것을 느낀 형광 나비가 날아와 루이를 덮친다.

그 순간, 시에나는 빙벽을 세워 주변을 막던 걸 멈추고 루이에게 손을 댔다.

촉수뱀과 형광 나비가 얼어붙어 떨어진다.

시에나의 장점은 세밀한 마력 조절과 능숙한 포지션 변화에 있다.

얼음을 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강력한 물리적 타격도, 마법적인 타격도 가능하다.

방어도, 자신의 이동속도를 늘리는 것도, 상대를 둔화시키는 것도 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시에나가 만들어내는 얼음은 크기가 클 수록 강도가 낮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마력으로 얼음을 만들고 마력으로 강화해 강도를 높이는 것이니,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다.

그런 만큼, 시에나가 방어에 전념할 때 부족한 방어력을 보조해주는 루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읏…! 이, 이 자식들...하아…!”

그런 루이가 촉수뱀과 형광 나비에게 접촉하며 순식간에 마력을 빨아들여지고 고농도의 음액과 음액 가루에 중독되어 버렸다.

루이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순간 둘의 방어적 연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는 마음 속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맨더 개체에게 감탄했다.

명령을 내리는 네거티브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뛰어난 녀석인 게 틀림 없다.

마법소녀들을 오래 지켜본 것처럼 순식간에 파악해 핵심을 노려 조금씩 공략해 가고 있다.

내가 감염체들을 조종해도 이런 식으로 공격하겠다 싶은 행동을 차례로 해낸다.

형광 나비, 촉수뱀, 거대 두더지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 순간 천장의 커텐이 쭈욱 늘어진다.

커텐은 식물형 감염체인 만큼 잘라도 잘라도 빠르게 재생하는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 부분만 잘라내는 걸로는 죽지도 않아서 한번에 많은 양을 없애 공격수단을 최대한 소실시킨 뒤 뿌리를 뽑아 태워야만 죽일 수 있다.

마법소녀들 중에서는 루이가 가장 효율적이게 커텐을 상대할 수 있다.

방패로 앞을 막고 천장으로 뛰어올라 창을 박아넣어 폭파시키면 뿌리를 곧바로 태워 죽일 수 있을테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전방을 폭파시키는 것만으로 많은 줄기를 찢고 태워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는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로제와 시에나가 아무리 잘라내도 커텐은 상처부위에서 곧바로 줄기를 재생시킬 수 있다.

약점은 열 공격, 남는 건 아르나밖에 없다.

하지만...그건 함정이다.

시에나와 아르나는 서로 마법을 연계할 때 얼음에 번개를 전도시켜 반사시키거나 확산 방출하는 공격을 사용한다.

그걸 이렇게 몇 번이나 보여준다면 커맨더도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얼음 마법을 쓰는 시에나의 주변에는 아르나의 공격이 전도될만한 물체가 너무 많다.

“꺄아아아악?!”

“큿?!”

“시에나!”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커맨더는 커텐들에게 일부러 시에나에게 공격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아르나의 마법을 일부러 맞아 늘어뜨린 줄기를 통해 피뢰침처럼 얼음에 번개를 전도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수많은 커텐을 단숨에 태워 죽이기 위해 한 공격이 그대로 시에나에게 쏟아진다.

아르나는 자신이 전력으로 시에나를 공격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마법을 끊었지만, 이미 늦었다.

근접, 원거리, 속도, 위력, 방해, 범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아르나의 가장 큰 장점은 마법의 발현 속도다.

마법을 사용한 순간, 아르나 본인도 인지하기 어려운 속도로 쏘아져 나가는 광속의 번개 마법이 상대를 공격한다.

시에나와 로제, 루이는 공격 후 상황에 따라 공격을 되돌릴 수 있지만, 아르나는 그게 불가능하다.

“하아…! 하아…! 읏…!”

동료에 의한 프랜들리 파이어, 고의가 아니라 해도 높았던 사기도 단숨에 꺾을 수 있는 사건이다.

상대가 언제든 자신의 마법을 되돌릴 수 있다는 불안은 공격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커텐도 단번에 많은 수가 죽어버리긴 했지만, 아직 많이 남아있다.

“커맨더! 커맨더 찾아!”

그제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루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상대는 겨우 커텐과 형광 나비, 촉수뱀에 한쪽 팔이 잘린 거대 감염체 하나 뿐이다.

촉수뱀과 형광 나비는 하급 마법소녀도 조금만 조심하면 잡을 수 있고, 커텐은 일반인도 방호복만 입으면 처리할 수 있는 별것 아닌 감염체들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상황이 안 좋아지는 건 감염체들이 자신들의 약점을 전부 알고있는 것처럼 마법소녀를 역으로 공략하고, 사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명령을 내리는 개체가 있는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걸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

보조 방어를 담당하는 루이는 음액 중독 상태, 시에나는 아무리 마법소녀라고 해도 버티기 힘든 큰 타격을 받아 반응이 전체적으로 둔해졌다.

누군가 한 명은 두 사람을 보호해야 하고, 움직일 수 있는 건 한명 뿐이다.

로제는 단일 개체 제거에 특화, 사용하는 마법이나 전투방식은 개인 보호에 적합하지 않다.

아르나도 마찬가지, 도주와 추격, 대량 섬멸에 특화되어 있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로제뿐, 로제는 곧바로 커맨더 개체를 찾기 위해 마력을 넒게 퍼뜨렸다.

로제의 마력에 반응한 감염체들이 로제에게 달라붙는다.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커맨더를 찾아 없애 버리는 선택을 한 것 같다.

“어, 없어?! 왜?!”

하지만 대체 어째서인지 로제는 커맨더 개체를 찾지 못했다.

로제가 찾지 못한다는 건...커맨더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얘기다.

나는 본 적도 없는 커맨더에게 솔직하게 감탄했다.

이 녀석, 상당히 비열하고 신중하다.

명령을 내리는 네거티브는 다른 감염체들보다도 강하고, 영리하다.

하지만 그래봤자 네거티브, 마법소녀가 이렇게까지 약해지고 있으면 스스로 나서서 식사하고 싶어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나오지 않는다…완전히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나가겠다는 것처럼, 심각할 정도의 조무래기들에게 식사를 양보하면서까지, 별 것 아닌 감염체가 마법소녀들을 농락할 수 있게 계속해서 명령을 내린다.

마법소녀같은 건 언제든지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녀석인가?

어떤 놈인지 몰라도 위험하다...하지만, 지금은...최고로 도움이 된다.

다른 것보다도, 별 것도 아닌 감염체들을 이렇게 쓴다는게 굉장하다.

커텐은 아르나를, 형광 나비는 로제를, 촉수뱀은 루이를, 거대 두더지는 시에나를 견제한다.

사냥이나 공격이 아닌 견제다.

모든 전투는 공격해오는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방어하는 상대를 이기는게 더 어렵다.

훈련병 시절에 방위군에서 해본 병사 훈련용 전술 훈련 게임에서 NPC가 내게 해줬던 말이다.

그렇다면 방어를 하면서 공격하면 더 강하지 않을까?

언젠가 해본 적 있는 생각대로 감염체들은 공격하는 것처럼 보여도 계속해서 여력을 남겨두고 있었다.

공격을 하는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감염체들이다.

방어적 견제를 유지하다가 틈이 보이면 공격,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며 서서히 압박한다.

형광 나비들이 로제의 시야를 가리고 반복적으로 반짝거려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아르나가 마법을 사용하려 하면 커텐이 일부러 늘어져 시에나와 루이 근처에 줄기를 뻗는다.

거대 두더지는 시에나를 공격하기보다는 빙벽을 부숴 다른 감염체들이 활동하기 좋게 만든다.

촉수뱀은 계속해서 루이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 점점 멈출 수 없게 되어 다리를 타고 흐르는 애액을 빨아먹는다.

“이, 이딴 게…! 이딴 것들이…!”

루이는 겨우 이런 놈들한테 당하고 있다는게 분한 지 화를 내며 창을 내리고 손으로 촉수뱀을 하나하나 떼내 터뜨렸다.

지원을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하급 감염체들이기에, 자신들이 지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할만한 상대이기에 더더욱 이성을 잃는다.

거대 두더지를 그렇게 쉽게 죽였는데, 이것들은 거대 두더지의 먹이 이하인 잡스러운 감염체들인데...점점 숨이 막혀온다.

“오~”

나는 하급 감염체들의 연계에 박수를 보내며 커맨더 개체가 어떤 녀석일지를 상상했다.

마법소녀의 약점을 전부 파악하는 듯한 무지막지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하다.

간부급...아니, 간부급이 감염체를 가지고 놀 리는 없으니, 기껏해야 엘리트 수준이겠지...하지만 지능이 높은 개체인게 틀림없다.

그렇다면...원거리에서 투시를 하는 마인드 아이 Mind eye인가?

커다란 눈알 하나가 떠다니는 것처럼 생긴, 정신공격을 사용하는 네거티브다.

그건...이렇게까지 머리가 좋은 녀석은 없을텐데…돌연변이 개체가 하나 있다고 생각하는게 좋을까….

어찌됐든, 이건 기회다.

거대한 무언가가...하늘이 날 돕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냥 감염체들만 잔뜩 모아 래피드를 부르려 했는데, 커맨더 개체가 직접 나와서 감염체들을 조종해 준다.

심지어 별 것 아닌 조종질을 하는 저급한 커맨더도 아니다.

확실하게 약점을 파악하고 신중하게 적을 압박하는...인간으로서 숨막힐 정도로 역겹고 비겁한 녀석이다.

분명 생긴 건 촉수랑 고깃덩어리로 뒤죽박죽이 된 기분 나쁜 녀석일 게 틀림 없다.

“후후...흐흐흐….”

저절로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나는 마법소녀들이 하급 감염체들에게 손 쓸 방법도 없이 점점 마력을 허비하고 패배하려 하는 모습을 보며 기쁨에 빠졌다.

내 계획보다,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다.

한 주 정도는 반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디에서 갑자기 떨어진 건지 모를 커맨더가 나를 도와준다.

이건 운명이다.

나에게 어서 래피드를 만나라는 운명적 이끌림의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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