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화 > Dayte (9)
“어? 네, 네에?”
래피드는 내 말을 듣고 당황하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었다.
나는 내 얼굴을 최대한 붉게 만들려고 일부러 숨을 조금씩 참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내가 래피드를 야하게 보고, 흥분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줘야 한다.
래피드가 내게 흥분해도 괜찮고,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려주면 된다.
나는 얼굴을 붉힌 채 래피드에게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니…미안해요, 그게….”
“어, 어? 어…? 어….”
“래피드도…그런 줄 알고….”
래피드 도…라고 하는 게 중요하다.
래피드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렇다.
몇 번이고 그 사실을 강조해서 말한다.
“아닌가…보네요, 저만, 그…손이, 닿으면…이, 이상한 얘기죠….”
“어?! 아, 아뇨…? 손이…닿으면, 어떤…데요?”
“그건….”
공감이 아니라 확인인가….
곧바로 저도 그렇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중하다.
대답하는 게 좋을까, 대답하지 않는 게 좋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래피드는 내가 흥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여기에서 대답하지 않으면 래피드는 손을 잡을 때 자신의 반응을 말해주지 않겠지.
지금은 확실하게 말하고 래피드가 스스로 자신도 흥분한다고 말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말하면 싫어할 것 같아요.”
“말…해주세요…괜찮아요….”
“래피드랑 손 잡으면…그러니까….”
그렇다고 막 말해서도 안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실수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최대한 담아서…혹시 나만 이런 건 어떡하지, 래피드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망설여야 한다.
“래피드가…매력적이니까, 예쁘고 귀엽고…야하니까…그런 건데…친구지만, 그래도…팬이었고, 좋아하는 마법소녀고…이성으로서 매력이…너무, 넘치고….”
“하, 하아….”
내 이런 행동이 남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알려준다.
래피드한테 내가 흥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나는 래피드한테 흥분할 수밖에 없다….
래피드는 내 말을 듣고 흠칫 놀라며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그러니까, 미안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아까 스티커 사진 찍을때…뭔가, 확 하고…못 참게 되어 버려서….”
“그래…서요?”
“…하아.”
“왜, 왜 그런 건데요…? 정말 괜찮으니까 말해봐요.”
래피드가 적당히 답답해하는 게 느껴진다.
딱 한 번만 더 숨을 멈췄다고 말하면 된다.
어떤 말을 해도 래피드가 듣고 싶어서 내가 해준 말이 되는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래피드는 저랑 손잡아도 흥분 안 돼요…?”
“네…?”
“저는…자꾸 흥분되서…참으려고 하는데…참기 힘들어지니까….”
“아….”
말해주면서도 래피드도 흥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섞인 질문을 잊지 않는다.
래피드는 조용히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대답은…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자기도 흥분한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건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래피드의 성격을, 약점을 좀 더 자극한다.
“미, 미안해요…기분 나쁘죠….”
“네?”
“래피드는 절 친구로만 생각하는 건데…이성으로는 전혀 안 보고 흥분도 안 할 텐데 혼자 흥분해서…하아…래피드가 저한테 흥분할 리도 없고….
“그건, 그게, 그건….”
“…저만 래피드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나 봐요.”
“아! 아뇨! 저기…!”
조금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이자 래피드가 곧바로 깜짝 놀라며 반응해왔다.
래피드는 약한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하고, 가까운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번에야말로…솔직하게 자기 느낌을 말해줄 때다.
“저도…저도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친구인데도 흥분하는 사람하고요…?”
“그건, 그게, 이, 이해…해요…그, 남자분은…저기, 제 몸이…그렇다니까….”
나는 래피드의 말을 듣고 속으로 혀를 찼다.
내가 야한 눈으로 본다는 건 이해해주긴 했지만, 나와 손을 잡을 때 본인도 흥분한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반의 성공, 반의 실패라 할 수 있는 결과다.
“야…하죠.”
“네에…야하다고…다들, 그러니까…팬 분들이….”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친구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흥분될 정도니까요….”
“괘, 괜찮아요! 그건…친구사이여도 흥분할수도 있다고…봐요.”
이건…상당히 아슬아슬하다.
친구 사이여도 흥분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면서, 래피드 본인이 내게 흥분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 미세하게 섞여 있다.
나는 래피드의 발언을 좀 더 유도했다.
“그건…하아, 저야 래피드랑 손만 잡아도 흥분하긴 하는데…그건 제가 래피드를 친구 이상으로 자꾸 봐 버려서 그런거고…야하니까…야한 눈으로 보게 되는 거지만….”
“읏…네에….”
“모르는 것 같은데, 래피드는 진짜 남자가 보기에는 조금 무서울 정도로 야하거든요….”
“네…헤엑.”
작은 키에 완벽할 정도의 비율, 긴 다리와 가느다란 허리, 커다란 가슴에 넓은 골반….
래피드의 몸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야릇하다.
래피드는 내 말에 숨이 막혔는지 숨소리가 가득 섞인 대답을 내뱉었다.
“저는 그런데…래피드는 친구 사이여도 흥분 안 하잖아요….”
“그건….”
“래피드가 상냥해서 이해해주려 하는 건 알겠는데…그냥 솔직하게 기분 나쁘다고 해도 괜찮아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정말, 그게…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네? 대단하다뇨?”
이번에야말로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거라 생각한 나는 조금 힘 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남자분이…저한테 흥분할 수 있다는 건 알고있었…기도 하고, 앵거 씨는…오히려, 잘…참아주신다고 생각하고….”
“…참으려 하긴 했는데.”
“그, 그러니까요! 그게, 그러니까…심한 짓 안 하고…머, 멈춰 주셨잖아요…그…정도…에서…대단한 거예요! 정말로!”
래피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강조해 말했다.
나 또한 그 상황에서 참은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레이프와 섹스해서 최상급 마법소녀의 몸에 익숙해져 있는 내가 아니라면 그 상황에선 누구라도 래피드를 덮쳤을 것이다.
“저희 그게…평범한 친구도 아니고…비밀…친구잖아요?”
“비밀 친구요…?”
“네, 남들한테 말 안하는…비밀로, 몰래 만나는 친구…친구사이 인 것도 비밀인 거고….”
“그렇죠…비밀친구죠….”
"저랑 친구라는 비밀 지켜주는 것도 그렇고…늘, 잘 참아주신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는 비밀친구라는 단어는 래피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음란한 단어다.
나는 맥이 빠진 목소리로 래피드의 말에 긍정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비밀친구 같은 이상한 말이나 할 줄이야….
“정말, 이것저것…다른 남자랑 다르다고 생각하고…저 위해서 이것저것 참아주고…그, 흥분한다는 것도…정말로 괜찮으니까요, 이해…해요.”
“네….”
“그러니까…저도 더 가까워지고 싶으니까…괜찮으니까…괜찮아요….”
“음….”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앵거 씨가 저한테…그, 이성으로 보이는, 보시는, 흥분…하시니까…참아주신, 그러니까….”
“래피드.”
“믿을만한 사람이라고…네?”
역시 말로만 유도하는 건 한계가 있는 건가….
나는 부끄러워하며 뭔가를 말하고 있는 래피드에게 비전폰을 내밀었다.
되도록 최면을 걸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는데…어쩔 수 없다.
“어….”
“후우….”
최면어플이 켜지며 래피드의 눈이 순식간에 흐려진다.
나는 최면에 빠진 래피드의 앞에서 한숨을 쉬며 이마에 손을 댔다.
어떤 최면을 걸면 좋을까….
“음….”
숨기고 있는 사실을 내게 좀 더 잘 털어놓게끔 해야 한다.
비밀을 내게 말하는 걸 당연하게…아니, 말할 수 밖에 없게끔….
진지하게 래피드에게 걸 최면을 고민하던 나는 래피드가 말한 이상한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비밀 친구…비밀친구라….
래피드는 나를 비밀친구라고 생각한다….
비밀 친구는…평범한 친구 관계가 아니다.
이걸 잘 비틀면 꽤 쓸만한 최면이 되지 않을까?
나는 입가를 가린 손의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치며 최면을 하나씩 생각해내 머릿속에서 연결했다.
나는 래피드의 이성 비밀 친구…다른 친구와는 다르고 래피드가 처음 가져보는 관계다.
“비밀 친구 사이에는 비밀이 있어선 안 된다…하지만 비밀 친구 사이에 있었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비밀친구라는 개념 자체를 래피드 안에 다시 정의시킨다.
“친구 사이에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비밀친구는 더욱 가까운 사이이기에 신체를 접촉해도 괜찮다.”
비밀 친구는 평범한 친구보다 더 친한 관계, 당연히 평범한 친구 사이보다도 더 농도 짙은 스킨십이 가능하다.
“비밀 친구는 단 한명 뿐, 그 상대는 앵거다.”
“앵거….”
혹시라도 비밀 친구를 더 만드는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미리 막아둔다.
“비밀 친구 사이에 비밀을 공유하고 받아들여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또한, 상대가 비밀스러운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려 한다면 받아줘야만 한다.”
손을 잡으면 흥분한다는 사실을 말했을 때, 말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 손을 만지며 해결책을 찾아가게끔 하기 위한 최면이다.
“내게 손을 잡히고 질문받으면 말 못 할 비밀을 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만약을 대비해 조건에 따른 최면을 하나 더 걸어둔다.
나는 내가 건 최면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래피드도 내게 흥분한다는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휴….”
최면을 마친 나는 답답한 게 좀 풀리는 걸 느끼며 래피드를 바라봤다.
꽤 많은 최면을 건 것 같은데, 아직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멍한 상태…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맘대로 만져대던 손, 엉덩이…그리고 만지지 못한 커다란 가슴….
침이 저절로 삼켜진다.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가 안쪽에서 움찔거린다.
참아….
참아야돼….
아니, 도저히 못 참겠다.
“후우….”
“흐응….”
래피드에게 가까이 다가간 나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를 꺼냈다.
참으려고 해 봤는데…최면을 걸고 보니 도저히 못 참겠다.
나는 래피드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허리…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