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화 > 변화 (6)
자리에 누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레이프가 언제 덮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하고 있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누워만 있는 그레이프를 힐끔거렸다.
잠이 든 것 같지는 않지만, 잠을 자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놀랍게도 그레이프는 정말로 섹스하지 않고 잠을 자려는지 내게는 전혀 손대지 않고 눈을 꾹 감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완전히 경계심을 푼 나는 편하게 누워 고개를 그레이프 쪽으로 돌렸다.
눈을 감고 잠들려 하는 그레이프의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역시 속눈썹이 길다.
잠을 자야 해서 풀어헤친 머리카락도 매끄럽게 윤기가 흐른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듯 길게 숨을 내쉬는 그레이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묘한 느낌이 든다.
그레이프는 왜 내 옆에서 자는 걸까….
설마 정말로 잠만 잘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진짜 자려고 한다.
섹스하는 것도 아니고 잠만 자려고 찾아오다니…이건 좀 충격적이랄까, 놀랍다.
그레이프는 나랑 섹스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꼭 섹스가 아니어도, 그냥 이렇게 잠만 자도 좋아서 찾아왔다는 걸까.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다.
이런 행동을 해 버리면, 그레이프가 나를 섹스 상대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단순히 집에서 혼자 자는 게 외로워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어느 쪽이든 이렇게 되면 그레이프의 말대로 나는 섹스용 딜도가 아닌 다른 것…섹스…프랜드…아니, 섹스프랜드랑…손만 잡고 잘 수 있을까?
섹스 프랜드니까…섹스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니까…가능한…가?
아니, 친구랑은 손 잡고 자는 건 이상하지….
이런 건 섹스가 아니어도 좋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에서나 할 만한 행동이다.
순수하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거나…그런, 섹스가 메인이 아닌 관계에서나 할 만한, 하고 싶어 할만한 행동….
…혹시…설마 싶지만….
설마…날 좋아….
“후우….”
나는 갑자기 찾아온 미세한 두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다시 돌려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주 약하게 뭔가가 머리 뒤쪽을 따끔하게 찌른 느낌이 남아있다.
뭔지 모르겠지만, 통증 때문에 조금 전에 하던 생각을 잊어버렸다.
통증이 가라앉자 문득 내가 그레이프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레이프의 손은 괴수들과 싸우는 마법소녀의 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그러고 보니 그레이프와 이렇게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는 것도 처음이다.
나는 그레이프의 손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었다.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내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안쪽을 자연스럽게 간지럽힌다.
조금씩 움찔거리며 쭉 펴지는 움직임이 재미있다.
“읏…앵거…?”
한동안 손바닥을 간지럽히고 놀던 나는 그레이프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멈췄다.
어디까지나 자다가 잠꼬대로 손을 움직인 척, 일부러 그런 게 아닌 척하고 손을 작게 움직인다.
그러자 그레이프가 손바닥을 더 긁어달라는 듯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자요…?”
그레이프의 질문에 괜히 몰래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사람처럼 놀란 나는 곧바로 자는 척을 하기 위해 코 고는 소리를 냈다.
숨을 들이마실 때 혀를 살짝 들어 올려 숨이 입안에서 한번 맴돌게끔 들이마시면 자연스럽게 코 고는 소리를 낼 수 있다.
방위군 훈련병 시절에 옆에서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는 조교의 대화를 엿들으며 배운 기술이다.
“으….”
과장되지도, 과하지도 않은 완벽한 코골이를 들은 그레이프는 내가 잔다고 생각했는지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내더니 손을 꼬옥 쥐었다.
내가 깨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는 손의 움직임이 점점 끈적해진다.
잠시 후, 그레이프 쪽에서부터 작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아…후….”
쯔윽, 쯔윽…츱, 츱 하고, 누가 들어도 흠뻑 젖은 무언가를 생각할만한 소리와 함께 녹아내리는 듯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만 듣고도 뭘 하는지 알아차린 나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바로 옆에서 자위하고 있다.
참는다고 하긴 했지만, 역시 못 참는 건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소리가 자꾸만 몸속으로 스며들어와 하반신을 자극한다.
나는 자지가 빳빳하게 세워지는 걸 느끼며 숨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읏…응…하아아…하….”
혹시라도 내가 깨진 않을까 조심하며 숨을 죽이지만,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간다.
아주 작게 뜬 눈 사이로 얇은 이불을 완전히 배까지 끌어 올려 다리를 벌리고 있는 그레이프의 하반신이 보인다.
마주 잡은 손으로는 마치 이렇게 넣어달라고 조르듯 엄지손가락을 자꾸만 내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있었다.
“흐으응…흐으으응…하으으응….”
그레이프는 먹잇감을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굶주린 짐승처럼 애처롭게 울어대며 점점 더 노골적이게 손을 움직였다.
이제는 아예 다리를 양옆으로 벌려 누워버리고, 손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찌걱찌걱 거리는 소리가 멈추질 않고 음란한 냄새가 방안에 조금씩 들어찬다.
그래도 나를 덮치지는 않는다.
그레이프는 손을 점점 빠르게 움직여 격하게 자위하면서도 일정한 선은 넘지 않았다.
내가 깨지 않게, 내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깨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듯 내 손을 잡아 쥔다.
나는 분명 나와 섹스하고 싶은 걸 참으며 자위하고 있는 그레이프의 발정 난 울음소리를 들으며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잠자고 있는데, 몰래 덮치면 저항하지 못할 텐데도 이렇게 참아주다니….
그레이프의 자제심에 놀라면서도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궁금해진다.
“으음….”
“하아…하아…학…?!”
나는 잠꼬대를 하는 척하며 이불을 슬쩍 걷어 올렸다.
그레이프와 같이, 배 위로 올라간 얇은 이불 밑에서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가 서늘한 공기에 닿는다.
그레이프는 내가 움직이는 걸 느끼고 놀란 목소리를 내며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더니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자…자요…?”
“후….”
조용히 자는 척을 하며 가만히 누워있는다.
그레이프는 내가 잔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자고 있다고 믿고 싶었는지 꿀꺽 하고 침 삼키는 소리를 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이제 덮치는 건가 생각하며 몸을 굳혔다.
“하아아아…흐으으으….”
하지만 놀랍게도 그레이프는 나를 덮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애달프게 울어대기만 했다.
그레이프는 내 냄새를 맡으며 쪼그려 엎드린 자세로 다시 자위하기 시작했다.
“하아…하아…흐잉…흣….”
강아지가 낑낑대는듯한 소리를 내며 자위하는 목소리에 본능 구석의 무언가를 긁어내리듯 자극받은 나는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일부러 허리를 움직일 생각은 없었는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그러자 그레이프는 반사적으로 내 자지 끝을 입에 물어 부드러운 입술로 살며시 압박해 버렸다.
“후응…응….”
아마도 일부러 한 게 아니라 그레이프도 나처럼 반사적으로 반응해 버린 것 같다.
그런데도 내가 반응이 없자 그레이프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입 안에서 혀를 움직여 속옷에 감싸인 자지 끝을 살짝 쓰다듬는다.
“하아…! 하아…! 쭈읍…하아…! 쪽….”
“읏….”
“쪼옥, 쪽, 쪽, 쪼옥, 하아…하아…! 헥…!”
“하아….”
그레이프는 내 팬티 위에서 자지에 몇 번이고 키스했다.
키스하다가도 빨아대고, 핥고, 속옷 안쪽이 축축해질 때까지 빨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입술이 천천히 떨어진다.
순식간에 자지 끝이 엉망이 되어버린 나는 아플 정도로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가 움찔거리는 걸 느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 안돼…참아야돼…안돼…후우…하아….”
더 이상은 한계라고 생각했는지, 그레이프는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계속해서 참아야 한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설마 이렇게까지 참을 줄을 몰랐던 나는 그레이프에게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선을 넘을까가 궁금해진다.
“음…후우….”
나는 자는 척을 하며 한 손으로 천천히 속옷을 내렸다.
불편한 목소리를 내며 젖은 곳이 찝찝해서 벗고 싶은 척, 내리고 난 뒤에는 한층 편안해진 척 한숨을 쉬며 손을 멈춘다.
아플 정도로 세워진 자지가 완전히 드러나고 끝에서부터 액체가 살짝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앗….”
나는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면 그레이프도 내가 자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채지 않았을까 싶어 한쪽 눈을 힐끔 떴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그레이프는 두 눈을 내 자지에 집중시킨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예쁜 두 눈이 멍청해 보일 정도로 크게 떠져서 한곳에 모여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이상하다는 걸 생각할 사이에 내 자지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은 듯, 가만히 자지를 주시하고 있던 그레이프가 코를 움찔거렸다.
냄새를 맡고,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럽게 혀를 가져다 댄다.
혀끝으로 살짝, 자지 끝을 핥은 뒤에는…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후음…! 쭈읍, 쯔읍…! 쯥…! 쪼옥…!”
“읏…!”
“하아…쭈읍…쭙…!”
자지를 입에 문 그레이프는 곧바로 멍하니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오므려 닫은 입술 안으로 자지를 받아내 혀로 핥아대며 게걸스럽게 빨아댄다.
나는 약점을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곳만 자극하는 그레이프의 혀 놀림에 깜짝 놀라며 자는 척을 하던 걸 멈추고 다급하게 두 손을 밑으로 뻗었다.
“자, 잠깐…!”
“쭙, 쯔읍, 쯔읍…헥?!”
그러자 그레이프는 볼을 홀쭉하게 하고 자지를 빨아대다가 깜짝 놀라며 움직임을 멈췄다.
누워있는 내 옆에 엎드려 있던 그레이프의 몸이 크게 움찔거린다.
그레이프는 천천히 입술에서 힘을 빼 자지를 놔 주더니, 내 눈치를 보면서도 혀로 귀두를 핥아 올리며 말했다.
“아니, 저기…이건…그게…깨, 깼어…요?”
“…그렇게 빨아대는데 안 깨는 게 이상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