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충동 (7)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있었다.
5번 구역에서 출발해 6번으로, 이후 섹스하느라 역을 건너뛰어 버려서 12번으로…그렇게 다시 반대편 차선을 타고 내려오게 되며 지하철에 너무 오래 머무른 결과다.
집으로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져 편의점에서 먹을 걸 잔뜩 사 온 나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앉아 사 온 것들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합성육으로 만든 새우튀김, 어묵, 돈까스, 탕수육, 미트로프…아이스크림, 초콜릿, 탄산음료.
살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이 사도 괜찮을까 싶었던 음식들은 먹자마자 소화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입안으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3인분에서 4인분 정도 되는 양의 식사를 전부 먹어 치우고 나서야 만족한 나는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자리에 드러누웠다.
자리에 눕자 문득 래피드랑 이제 좀 더 친해진걸까 하는 생각이 든 나는 메신저를 열었다.
래피드에게 잘 들어갔냐고 메시지를 보낸 뒤, 답장 없는 대화창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점점 느리게 깜빡인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눈에는 엉망이 된 방안이 보였다.
먹고 나서 대충 던져놓은 쓰레기투성이, 막 벗어놓은 옷, 충전도 하지 않은 비전폰….
너저분한 방안에 벽면과 바닥에 가득한 그레이프의 흔적이 섞인 내 방은 어느새 버려진 쓰레기장처럼 변해 있었다.
일단 비전폰부터 충전기에 꽂아놓고 본 나는 벌써 일요일 점심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치도록 섹스하고 집에 와서 밥 잔뜩 먹고 잔다니….
성욕 식욕 수면욕을 전부 채우는 보람찬 하룻밤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바닥에 앉아 머리를 벅벅 긁다가 바닥이 축축하다는 걸 깨닫고 손으로 쓱 쓸어 닦았다.
자는 동안 흘린 것으로 보이는 땀이 손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그러고 보니 힘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몸의 흐름이 좋다고 해야 하나…피가 너무 잘 돌아서 몸도 뜨겁고, 자지도 빳빳하고…몸이 뜨겁다.
어제 먹은 게 전부 소화되기라도 했는지 배도 조금 고프다.
집에 먹을 건…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남아있는 게 없었다.
나는 먹다 남긴 탄산음료를 마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하….”
당분이 몸에 스며든다.
탄산음료로 대충 배를 채운 나는 집 청소를 뒤로 하고 배를 긁으며 샤워실에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근육통이 전혀 없다.
조금 먹고 자고 쉰 정도로 이렇게까지 빨리 회복될 수 있는 건가?
지하철에서 샤워할 때처럼 차가운 물을 맞으며 어제 못다 한 생각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 몸이 왜 이렇게 갑자기 변화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다.
갑자기 배가 엄청 고팠던 것도, 이렇게 많이 먹고 전부 소화된 것도…내 몸에 에너지가 그만큼 부족했던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비정상적으로 배가 고프긴 했지만, 그건…사정한 양이나 운동량을 생각해보면 뭐 그만큼 필요할 수도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근육이 지금도 계속해서 붙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먹을 만도 했으니…이해한다.
내 몸에 일어난 이상 현상과 변화는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생각해봤을 때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섹스를 그렇게 오래, 많이 한 건 그레이프와 섹스하는 데에 익숙해져서 그랬겠지.
매일 그렇게 정액을 잔뜩 싸게 하니까 내 몸속의 정액을 만드는 기관들도 단련이 된 건 아닐까.
자지 단련…그런 말도 안 되는 단련이 가능하다니….
자지를 단련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내 자지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뿌리가 살짝 조여지고, 중앙이 부풀어 귀두가 커진 형태….
그레이프가 보지로 조여주던 곳과 똑같은 곳이다.
자지도 결국 근육, 해면체…피가 잘 돌게 되면 더 커진다.
괴수 성분이 들어간 약으로 자지가 성장할 수 있게 해주고, 특수부대원들이 먹는 근육 성장 촉진제로 그 성장을 좀 더 빠르게 돕는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레이프가 자지 뿌리를 꽉 조여줄 때마다 자지가 갑자기 확 커져 가라앉지 않았던 것과, 귀두를 물고 잡아당길 때마다 배에서 뿌리가 떨어질 것만 같았던 느낌을 떠올려 보면…지금의 자지 모양은 그레이프가 원하는 대로 조형된 건 아닐까.
자위 영상 속의 그레이프는 커다란 딜도로 자위하는 걸 좋아했다.
나와의 섹스에 만족하지 못해 내 자지를 더욱 키워주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레이프가 약을 가져왔으니 그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마음에 안 드는 자지라면 키워서 잡아먹겠다니…정말 그레이프밖에 할 수 없는 발상이다.
나는 그레이프의 무지막지한 성욕에 마음속으로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이 정도면 놀라거나 기겁하는 게 아니라 감탄해 주는 게 맞다.
솔직히, 고맙다.
설마 매일 섹스한 것도 내 자지를 키워주기 위해서였던 건 아닐까…?
샤워를 마친 나는 물을 잠그고 거울에 비친 내 자지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다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레이프가 덮치고 싶어서 덮친 거든, 더 기분 좋아지려고 자지를 키우고 있었든 문제될 것은 없다.
자지가 이렇게 커졌는데…좋은 게 좋은 거지.
하지만 역시 한 가지만큼은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어제 왜 그렇게 미친 듯이 섹스가 하고 싶어졌던 걸까?
자지가 커진 건 아주아주 마음에 들지만, 혹시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닐까?
부작용이 있어도 이 커다란 자지를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일단 뭔지는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나는 전보다 훨씬 커다랗고 멋있어진 자지를 내려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자지가 커진 건 좋지만, 갑자기 그렇게 짐승처럼 발정 나는 건 곤란하다.
하필이면 래피드랑 좀 더 친해지는 건가 싶은 타이밍에, 서로 이름을 부를 때 갑자기 그렇게 되어버리다니….
덕분에 래피드가 내가 발기한 걸 눈치채고 싫어하게 될까 봐 무척 긴장했다.
어제는 어찌어찌 참을 수 있었지만, 혹시라도 래피드랑 있을 때 섹스를 참지 못하게 되면…지하철에서 다른 마법소녀들에게 한 것처럼, 래피드에게도 그레이프와 다름없는 짓을 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애쉬에게 죽겠지.
만약 부작용이 있다면 당분간 래피드를 만나는 걸 잠시 미뤄둬야 해야 할 만큼 큰 문제다.
갑자기 내가 발정 난 원인이 대체 뭘까?
약에 들어가 있을 괴수 성분 때문에…?
로제가 마력으로 마사지해 줘서?
아니면…래피드가 이름을 불러준 것 때문에…?
순서대로, 하룻밤 동안 생각한 원인들을 하나씩 조립해본다.
자지가 커지는 약에 들어가 있을 괴수 성분, 그리고 내 왼손의 촉수….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음액이 몸에 조금씩 쌓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로제가 마력으로 마사지해 주며 몸속에 뭉쳐있는 괴수의 기운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던 것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괴수 성분이 사람의 몸에 무슨 작용을 일으키는 건지는 몰라도, 일단 내가 먹은 약에 들어간 성분이 자지와 관련된 무언가를 일으킨다는 건 확실하다.
그 괴수 성분이 발정의 원인은 아닐까?
그렇다면…영양제를 계속해서 먹었는데도 지금까지 발정이 나지 않았던 건 어째서지?
이건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레이프가 그렇게 정액을 짜내는데…발정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레이프와 하루 섹스를 안 한 것으로 약의 부작용이 드러난 셈이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나는 가설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낡은 노트북 앞에 앉았다.
마진사에 접속해, 가장 궁금한 것부터 검색한다.
나는 남성기가 커지는 약의 부작용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글의 제목은 전설의 약, 그 후기와 부작용...유료 결제를 해서 읽을 수 있게 된 글에는 약을 먹으며 생긴 일들과 부작용에 대해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너무 많이 커지면 여자들이 오히려 싫어함,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크기에서 끊는 결단력과 타이밍이 중요…추가로 정력이 좋아지고 발기가 너무 잘 되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운 좋게 해당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 근무하게 되어, 한 알씩 약을 빼돌리며 모은 약을 복용했다는 글 작성자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자지가 발기해 두 번인가 치한 신고를 당했다고 쓰여 있다.
“음….”
글을 전부 읽은 나는 미묘한 위화감에 빠져들었다.
부작용이 단순히 정력이 좋아지고 발기가 잘 되는 정도라고…?
내가 느낀 건 좀 더…뭐랄까, 이성이 날아가고 본능밖에 안 남아 섹스 생각밖에 나지 않는듯한 느낌에 가까웠다.
댓글을 보니, 약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이 글에 공감하는 듯했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며 20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좋다….
다른 여자를 자기도 모르게 강간하게 되어 버릴까 봐 걱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글에 적혀 있는 게 내가 느낀 것과 다르다.
다른 여자가 아닌, 마법소녀와 섹스하고 싶어졌던 것도 다르다.
나는 지하철로 걸어가며 평범한 여자들을 몇 명인가 마주쳤지만, 마법소녀가 아닌 상대를 섹스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마법소녀만을 섹스 상대로 생각해, 마법소녀를 노리고 지하철로 찾아갔다….
그렇다면…내가 그렇게 된 원인은 약 때문이 아닌 걸까?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혹시나 하며 검색창에 다른 단어를 집어넣었다.
[마법소녀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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