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Dayte (10)
슬픈생각…슬픈생각….
그레이프가 나를 3일 동안 강간했다….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두려운 생각이었지만, 자지는 멋대로 더 발기했다.
뿌리가 아플 정도로 빳빳해지며 아찔한 감각이 몸속을 가득 채운다.
이 상상은 틀렸다.
나는 자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마음속으로 방위군 훈련병 군가를 불렀다.
다른 건 잘 외우면서 왜 매번 군가만 못 외우냐고 갈구던 조교의 군홧발 발길질이 떠오른다.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는지 발기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후우우….”
그레이프랑 섹스하면서 그렇게 많이 싸 놓고도 래피드랑 서로 이름 부르는 것만으로 발기해버리다니….
어떻게든 가라앉히긴 했지만,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다.
이건 내가 엄청난 변태라는 걸까, 아니면 래피드를 내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걸까.
나는 몸속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입에 털어 넣었다.
“하아….”
그때, 래피드가 참았던 숨을 내쉬듯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온몸이, 뱃속이 뜨거워진다.
아무리 봐도 이건 비정상적이다.
숨을 내쉬고, 슬픈 기억을 떠올려보고, 래피드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다리를 꼬집어도 보지만 소용이 없다.
나는 자꾸 발기하는 자지를 테이블 밑에서 몇 번이나 끄덕였다.
커지고, 조금 가라앉고, 다시 커지기를 반복한다.
눈을 감고, 몸을 진정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후….”
힘겹게 자지를 안정시킨 뒤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자 얼어붙은 것처럼 입에 스푼을 물고 멈춰있는 래피드의 모습이 보인다.
크렘 브륄레는 이미 어느 정도 먹은 상태다.
나는 래피드의 움직이지 않는 손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다 드셨나요?”
“넥?! 아, 네! 마, 맛있었어요!”
그러자 래피드는 입에서 스푼을 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식사는 끝났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비전폰의 화면을 켜 보이자, 래피드도 나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궁금해졌는지 허공에 손을 넣어 비전폰을 꺼냈다.
그 순간, 래피드의 비전폰에서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래피드는 곧바로 비전폰을 잠시 만지더니, 불안한 듯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반응에 래피드를 바라보자 래피드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저기, 저는 슬슬….”
“가 봐야 하나요?”
“네에….”
래피드도 이제 돌아가 봐야 하는 시간인 듯하다.
벌써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과 함께, 차라리 잘 되었다는 안도감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한 몸을 계속해서 진정시키고 있을 자신이 없다.
“잘 됐네요, 마침 식사도 다 했으니…래피드 씨는 바쁘시니까…더 늦기 전에 슬슬 일어나죠.”
“앗, 네…오늘은, 요.”
“네, 아…여기는 계산을 카운터에서 직접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말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허리를 뒤로 최대한 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살짝 조여들게 된 바지 탓에 조금이라도 커졌다간 그대로 들켜 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
래피드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래피드의 달콤한 체취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숨을 들이마실수록 숨이 막힌다.
뭔가가 풀려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멈추질 않는다.
“하아….”
“앗….”
나는 일부러 래피드에게서 살짝 거리를 벌리며 앞서나갔다.
식사가 끝나면 래피드에게 최면을 좀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지금 상태를 보니 그래선 안 될 것 같다.
지금 최면을 걸었다간 정말 못 참고 래피드를 덮쳐버리고 말 것이다.
내 안전을 위해, 이성이 유지될 때 어서 빨리 래피드를 보내야 한다.
순식간에 치밀어 오른 욕정을 참아내기 위해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뜨거운 숨을 계속해서 내쉬었다.
어떻게든 힘을 빼고, 어떻게든 열기를 빼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열기가 머리끝까지 퍼져버릴 것 같다.
“계산해주세요.”
카운터에 도착한 나는 일단 카드부터 꺼냈다.
빨리 계산하고, 빨리 나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뒤에서 래피드가 다가왔다.
“어? 잠깐, 잠깐만요?”
래피드는 내 바로 옆에 서서 어디에서 꺼냈을지 모를 카드를 카운터에 서 있는 직원에게 내밀었다.
커다란 가슴이 밑으로 내리고 있던 내 팔의 팔꿈치에 닿았다 떨어진다.
동시에 카드를 내민 손이 서로 스치고, 래피드의 목소리가 귓속을 간지럽힌다.
“오늘은 제가 내기로 한 거였잖아요…?”
“읏…네….”
나는 다급하게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손바닥을 크게 펼쳤다.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가 최대한 티가 안 나도록, 그냥 주머니에 손을 조금 이상하게 넣은 사람인 것처럼 주머니 안에서 손끝을 다리에 대고 손등을 들어 올린다.
그대로 카운터에 하체를 조금 더 가까이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발기한 티가 안 날 만한 곳을 향하도록 자지를 바로잡는다.
자지를 바로잡은 뒤에는 다시 슬픈 생각을 시작한다.
방위군에서 떨어졌을 때의 기억, 퇴사하기 전 회사 사람들이 괴롭힐 때 든 기분, 지하철에서 허거들이 기분 나쁘게 바닥을 기어 오던 모습….
조금씩 조금씩, 힘겹게 다시 가라앉힌다.
나는 래피드가 결제를 마치기를 기다린 뒤, 좁은 보폭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레스토랑 밖으로 걸어 나왔다.
레스토랑 밖은 무척 한산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이미 돌아갔을 시간대여서 그런지 나와 래피드를 제외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늦지 않게 자지를 가라앉힐 수 있었던 나는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를 뒤따라온 래피드에게로 몸을 돌렸다.
“저…그러면, 오늘은….”
“아, 아! 네…오늘은 즐거웠어요!”
“그럼…여기서?”
“아…아뇨, 여기는…감시 카메라 있으니까…화장실에서….”
“그러면…근처까지 가 드릴게요.”
래피드는 돌아갈 때 언제나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한다.
내 질문은 지금 사람이 없으니 여기에서 바로 공간이동을 하겠냐는 것이었다.
래피드의 말을 들은 나는 자연스럽게 가까운 여자화장실 쪽으로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래피드는 그런 내 뒤를 조용히 따라왔다.
나는 래피드에게 발기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래피드를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바지 안에 손을 넣어 계속해서 다리를 꼬집었다.
자지가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그렇게 힘겹게 걸어가던 도중 뒤에서부터 갑자기 래피드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앵거….”
“네…?”
“아, 아니에요…오늘, 즐거웠다고 하려고….”
혹시 내가 발기한 걸 눈치챈 건 아닐까 잠시 불안해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알았다면 이미 기겁하며 도망쳤겠지.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고, 무척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내가 발기를 참느라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발기를 참으면서도 애써 신경을 분산시켜 래피드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언제 만날까요?”
“아, 아! 그쵸…다음에, 그…주말, 어떠세요? 또…?”
“저는…좋죠?”
“저도…좋은데…그러면…주말에?”
주말마다 데이트…좋은 생각이다.
래피드는 원래 주말마다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한다.
나도 평일에는 그레이프와 섹스하다가 주말에 래피드랑 데이트하러 나오면 되고…서로 일정이 딱 맞아떨어진다.
“네, 그러면 매주 주말마다 만날까요?”
“매주, 요…? 앗, 으…응…네에….”
“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전 래피드가 먹고 싶은 거면 뭐든 괜찮은데….”
“네? 아, 저도…앵거가 먹고 싶은 거면 뭐든 괜찮…아요.”
“음…다음에도 제가 다른 구역에 있는 식당 찾아봐 둘까요? 4번 구역은 많이 먹어봤을 테니까.”
“앗, 그럴…까요?”
자연스럽게, 다음에도 4번 구역이 아닌 곳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해냈다.
나는 만족스러운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면 다음에도 제가 괜찮은 곳 알아봐 둘게요, 또 맛있는 곳으로 가게 되면 좋겠네요.”
“아! 그러면 저도…알아봐 둘게요.”
그럼 서로 알아봐서 끌리는 곳으로 가는 걸로 할까요?”
“네에, 좋아요…그럼….”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이제 래피드를 화장실로 보내고 나면, 래피드는 그대로 안에서 숨은 채 공간이동을 하게 된다.
나는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그레이프를 배웅하던 걸 생각하며 래피드를 배웅했다.
“그럼….”
“네, 오늘은…가볼게요?”
“네, 가는 길 조심하세요. 아, 이 인사는 조금 이상한가요?”
평범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갈 때나 해줄 만한 인사였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사람한테, 공간이동으로 순식간에 돌아갈 마법소녀한테 하기에는 이상하다.
그런데 래피드는 이런 인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하…아니에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아요. 조심히 갈게요. 앵거 씨…아니, 앵거…도 조심히 돌아가 주세요. 음…도착하시면…문자, 해 주시고요…?”
“문자요…?”
“자, 잘 도착했다는 문자 말이에요.”
그렇게 말한 래피드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뒷걸음질로 내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의는 아니겠지만 가슴골이 강조되어 보여 자지가 다시 빳빳하게 일어서 버린다.
참고 있던 내게 가해진 시각적 자극에 자지가 어쩔 수 없이 발기된다.
나는 곧바로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바지 안에서 발기한 물건을 꽉 쥐었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그냥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잘 잡아 쥐고 허리를 살짝 비틀어 선다.
다행스럽게도 래피드는 뒤로 걷다가 뭔가 잘못 밟은 것처럼 깜짝 놀라며 허리를 바로 세우며 시각적 자극을 멈춰줬다.
“그, 그럼…저는 가 볼게요!”
뒷걸음질 치다가 바로 선 래피드는 곧바로 내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숨을 참으며 래피드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나는 래피드가 화장실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뒤돌아서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바지 안에서 자지가 조금이라도 덜 흥분하도록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하아…하아…하아….”
이상할 정도로 발기한 자지가, 달아오른 흥분이 멈추질 않는다.
두근, 두근, 두근 하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머리, 가슴, 배에서 동시에 들려온다.
다행히 래피드를 보낼 때까지 잘 참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혹시 모를 불안감이 싹튼다.
정말 눈치채지 못한 걸까.
눈치챘다면 다시 만나서 식사하자는 말에 동의해 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나자, 갑자기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싹튼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흥분이 가속하기 시작해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흥분된다.
래피드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긴장이 풀린 순간부터 이성이 반쯤 마비된 것처럼 제대로 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건 이상하다…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하지만, 내 상태가 이상한 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숨 막히는 느낌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다.
섹스하고 싶고, 안쪽에 쌓인 뜨거운 기운을 빨리 싸 버리고 싶다….
어떻게든 이 욕구를 풀어헤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