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 최면물-192화 (192/299)

< 192화 > Dayte (8)

직원의 눈은…분명 초점이 나가 있었다.

이곳은 4번 구역이 아니니 감시당할 일도 없다.

수조로 된 벽이 사방을 막고 있어, 말실수를 해도 언제든지 최면을 걸기 좋은 장소다.

나는 비전폰을 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래피드 씨는…4번 구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아뇨…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구역이 아닐까 싶어서요.”

말을 꺼낸 나 또한 4번 구역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건물 모두가 트루비전, 방위군에 의해 개조되고 강화되고 있는 지금 모든 건물은 네거티브가 나타나기 전과는 다른 형태가 되어있다.

네거티브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만큼 압축되면서 단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4번 구역에는…단층으로 이루어진 시장 같은 상가가 여전히 자리해 있다.

4번 구역 상가에는 언제나 택시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나이 든 사람, 노인들이 가장 많은 구역이기도 하다.

어떤 한 시점에 멈춰있는 듯한…겉으로 보기에는 네거티브가 습격하기 전의 시대에 멈춰있는 듯한 구역이 바로 4번 구역이다.

“4번 구역…그쵸, 보통, 다들…신기하다고 하죠. 저도 신기해요.”

“건축물도 특이하고….”

“특이하다기보다는…원래 그랬던 거니까요.”

“그쵸, 원래 그랬죠.”

과거에는 그런 게 정상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과거일 뿐이다.

옛날에는 다들 그랬어도, 지금은 다르다.

시간에 맞지 않게 과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특이하다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원래 그래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죠.”

“그런 거요?”

“옛날 건물, 옛날 분위기, 네거티브가 나타나기 전의 상황…신기하죠, 그런 구역이 있다는 게….”

“다들 좋아하니까요.”

다들 좋아한다라…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면 좋을까.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걸까.

나는 비전폰을 손에 쥐고 웃는 얼굴로 농담을 건네듯 말했다.

“이상한 생각인데, 가끔은 어디 높으신 분이 일부러 그런 곳을 만들어 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높으신 분…? 방위군 쪽 사람요?”

“트루비전, 방위군…어느 쪽이든 어딘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옛날을 추억하고 싶어서 만든 건 아닐까요?”

“어…? 그런 걸까요? 음…그치만 제가 알기로는 그냥 단순히 개발에서 뒤쳐져서 그렇게 된 걸로 알고 있어요.”

래피드의 말이 맞다는 건 알고 있다.

4번 구역은 다른 구역들과 다르게, 개발이 무척 느리게 진행되었다.

다른 구역에 비해 사람이 많이 살지 않기 때문인지, 모든 구획과 건축물을 블록 식으로 교체하는 트루비전의 도시 개조 프로젝트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졌다.

내가 알기로는 위쪽의 옛날 사람들이 4라는 숫자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개발을 미루고 싶다고 했다던가….

당시에는 4번 구역을 F번 구역이라고 부르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네거티브가 습격하는 세상이 된 지금 미신이라는 걸 완전히 거짓이라 하기도, 무시하기도 어려워지며 강해진 이상한 편견이다.

“네거티브를 무서워하는…네거티브를 걱정하는 도시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옛날 모습이 남아있는 곳에 모이다 보니 외형이 변하지 않길 바래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요?”

“…찾아가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고 말이죠?”

“네, 그게…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그런 형태가 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앵거 씨도 좋아하시…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4번 구역 특유의 과거에 머문 분위기를 좋아했으며,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런 형태가 된 것뿐이다….

래피드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4번 구역의 특징 그 자체를 말하고 있었다.

“좋아…하죠.”

나 또한 4번 구역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위화감이 들 뿐이다.

4번 구역을 벗어나면 주변은 곧바로 현실로 변해버린다.

과거에 머문 테마파크 같은 구역이다.

“그냥 제 망상이에요, 4번 구역은 뭔가 다른 곳하고 너무 다르니까…일부러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 건 아닐까 해서요. 모형 정원…놀이공원…테마파크처럼? 저는 사실 그런 기분으로 가거든요.”

“아하하…그런 분들이 많은 것 같기는 해요.”

“그러면 상가 사람들은 직원인 거죠, 4번 구역 상가라는 놀이공원을 꾸민 사람이 고용한….”

“우와…그러면 상가에 놀이기구도 생기는 거예요? 회전목마 같은…?”

“어…그게 그렇게 되나요…?”

래피드의 반응은 상당히 애매했다.

순진하게 이런 얘기를 하는데도 회전목마가 생기면 좋겠다며 웃다니….

이건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

4번 구역이 그분이라는 자가 래피드를 위해 만든 곳이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하지만 래피드의 반응이 이렇다면…래피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래피드가 모르게, 몰래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지?

“그러고 보니, 래피드 씨는 케이크 가게 아저씨랑 친했죠?”

“네? 네…친하…죠? 아저씨가 절 좋게 봐주고 계셔요. 제가 구해드렸으니까….”

“아마 래피드 씨가 구해주지 않았어도 아저씨는 래피드를 좋게 보긴 했겠죠.”

“어? 그, 그런가요…?”

“저도 래피드 씨가 절 구해주기 전부터 좋아했으니까요.”

대화를 이어가며 어떤 질문을 해야 정보를 더 캐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때, 점원이 요리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와 래피드의 앞에 각자의 요리를 내려놓고, 인사를 하며 사라진다.

래피드는 요리를 보고 기대가 되었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걸 보니 음식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것 같다.

“먹으면서 얘기할까요…?”

“네? 아, 네! 앗…맛있다.”

가만히 내 쪽을 힐끔거리던 래피드는 해산물 스프를 한입 떠 마신 뒤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도 래피드를 따라서 내게 나온 랍스터 파스타에 포크를 댔다.

랍스터 껍질을 포크로 짓뭉개자 형태만 흉내 낸 껍질이 바삭하게 부서진다.

“음….”

껍질은 랍스터의 껍질 맛을 그대로 흉내 낸 합성 식재료…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원래 랍스터보다 맛있다는 평가가 많다.

바삭한 껍질에, 부드러운 속살…수족관을 운영하며 우연히 죽은 생물을 사용하기라도 하는건지…질감이나 향이 상당하다.

합성육과 자연육을 섞어서 쓰는 걸까…?

가격이 비싸 맛있을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맛있는 레스토랑이다.

분명 최상급의 재료를 사용한 최고의 식사만 하고 지낼 래피드도 꽤 만족스러운 맛인지 조용히 스프를 떠 마시고, 문어구이와 조개, 샐러드를 포크로 잘 찍어 한 번에 삼키고 있다.

조개 관자는 어떨지 몰라도…문어 다리는 완전히 자연산인 것 같고, 맛있어 보인다.

“앗….”

래피드는 문어와 조개관자, 샐러드를 한 번에 먹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또 올려서 먹으려 하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버렸다.

입가로 향하는 포크에서 벗어난 샐러드가 밑으로 떨어져 커다란 가슴에 부드럽게 착지한다.

가슴골이 보이도록 열려있던 셔츠에도 소스가 튀어 더럽혀져 있다.

가슴골에 묻은 샐러드…내가 닦아주는 게 맞을까?

데이트 중이니까, 매너 있게 닦아줘야 하는 게…괜찮을까?

괜찮지 않을까…아니,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냅킨을 뽑아 들며 래피드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 괜찮아요, 냅킨 안 주셔도.”

그러자 래피드는 곧바로 손사래를 치며 가슴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더니, 샐러드를 손도 대지 않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소스도, 아주 약간의 수분마저도 그대로 공중에 떠올라…손에 들린 포크에 다시 꽂힌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부끄러운 듯 작게 웃는 래피드를 바라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래피드는 다시 포크에 꽂히게 된 샐러드를 입으로 가져갔다.

소스에 더럽혀진 셔츠도 아무것도 묻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 깨끗해져 있다.

아까도 봤지만, 역시 대단한 마법이다.

하지만…확실히 래피드의 말대로, 만능은 아니다.

정말로 전부 되돌릴 수 있었다면 4번 구역의 사람들이 그렇게 의족이나 의수를 차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치만 그건 그것대로 래피드가 최대한 상태를 되돌려 준 결과일 것이다.

문득, 래피드가 왜 이렇게 강한 건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래피드는 성녀라고 불릴 정도로, 다른 사람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는걸 중요시하는 마법소녀다.

전투뿐만 아니라 구조도, 치료도 최상급 수준으로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래피드에게 있어서는 다친 사람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다.

시간을 되돌려서 치료하면 되니까,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져도 자신이라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자신의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얼마나 제약이 많고 제한이 많은지 잘 아니까.

부족함을 느낀 순간에,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누구보다 더 자주 느낄 테니까.

강해질 수밖에, 강해지고 싶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마법소녀들이 네거티브를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기를 원한다.

자신들을 확실하게 지켜주기를, 네거티브와 싸우는 마법소녀가 강하기를 바란다.

래피드는 강하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강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어려운 마법이네요.”

“네?”

“그냥, 상태를 되돌린다는 게…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나는 조용히 식사하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정보를 캐내는 것도 잊고, 래피드에게서 호감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솔직한 감상이 흘러나온다.

“래피드 씨가 제한이 있고 제약이 있다고 해도…저로서는 그냥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잖아요? 전 마법소녀가 아니니까.”

“그쵸…?”

“그냥,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라면 래피드 씨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나겠구나 싶어서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지켜주는 마법소녀가 약하지 않기를 원한다.

마법소녀가 강하길 원한다.

마법소녀가 지지 않기를 원한다.

열심히 싸우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감염체에게, 네거티브에게 강간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법소녀는 선택받았으니까.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강해 보이기만 할 테니까,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니까…."

나는 랍스터 옆에 있는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아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A 시에 온 뒤로는 마법소녀가 지켜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방위군에 들어갈 때도 래피드를 돕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래피드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햄스터가 사람을 도와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람을 지켜줄 수는 없다.

마법소녀와 평범한 사람의 신체 능력은 그만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사람들 또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해, 마법소녀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아름다운 아이돌, 선망의 대상, 각성과 동시에 선택받은 초인….

사람 이상의 무언가, 강한 힘을 가지고 네거티브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신.

하지만…최면어플을 가지게 되고 그레이프와 친해지며 마법소녀에 대한 숭고한 환상이 점점 사라져서 그런지…마법소녀라 해도 그냥 마법을 쓰는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게 된 그레이프는, 마법소녀가 아닌 팀장 그레이프는 평범한 일반인인 회사직원들이 뭐라 하는 것 하나하나에 상처받고 신경 쓰는 평범한 여자였다.

래피드도 그레이프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무리 쓰러져도 일어나려 하니까…마법소녀인 거겠지.

생각할수록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대단하고, 강하고, 멋지긴 해도…사실 결국 그냥 여자애인데.”

“아….”

나는 만족스러울 만큼 파스타를 만 뒤 그대로 포크를 들어 올려 입에 집어넣었다.

래피드는 멍한 얼굴로 수저를 움직이는 손을 멈추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배부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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