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 최면물-190화 (190/299)

< 190화 > Dayte (6)

바닷속을 새처럼 날아다니는 가오리.

커다란 상어와, 작은 상어들이 섞인 상어 떼, 아마도 정어리, 아마도 바다거북, 아마도…뭔지 모를 물고기들.

구역을 어떻게 나눠놓은 것인지 모르지만, 돌고래들도 보인다.

상어들은 포식자인데도 배가 부른 듯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었고, 정어리 떼는 은빛으로 빛나며 춤을 추듯이 모두가 하나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바다거북은 느긋하게, 돌고래들은 빠르게…장난을 치고 놀며 작은 바닷속을 누빈다.

바깥의 바닷속, 네거티브의 괴수가 가득한 곳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여유로운 공간이다.

이 수족관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개되지 않는 곳에는 더 많은 물고기가 있으며, 이건 어디까지나 공개된 곳에서 살아도 되는 녀석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상당한 경치다.

“예쁘다….”

솔직하게, 순수하게 감탄했다.

래피드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래피드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정도로…생각한 것보다도 아름답다.

이번에는 래피드도 물고기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조용히 터널 안을 걸어, 관람객으로서 움직였다.

유리 벽 너머의 바닷속에 구성된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구경하고 싶었는지, 혹시라도 마력의 영향이 갈까 봐 터널의 정중앙에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예전에는….”

“예전에는 바닷속이 이렇진 않았을 거예요.”

“아….”

나는 래피드와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혼자서 말을 끝냈다.

래피드는 나와 같은 말을 한 것 같았다가도 어째서인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한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상어가 물고기들을 사냥하지 않고, 정어리 떼들이 도망가지 않고, 다들 여유롭게…정해진 대로 돌아다니잖아요?”

“…그렇네요.”

“실제 바다였으면 이렇지는 않았겠죠.”

누군가가, 뭔가를 만족시켜주고 이렇게 하게끔 교육해…자신들의 본래 모습도 잊고 가르쳐진 대로 살아가는 모습.

기형적인 생태계다.

하지만…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뭐…그래도 여기 있는 물고기들은 행복하겠네요.”

“어? 왜요?”

“네거티브한테 사냥당하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요?”

진짜 바다에 있는 물고기들 중, 이미 사라진 물고기는 얼마나 될까.

이곳에, 이 수족관에 있는 게 전부인 종은 몇 종류나 될까.

그런 바깥에 비하면, 누군가가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이곳은…아무리 본래 모습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행복한 곳이지 않을까.

“그…렇겠죠?”

“그쵸?”

내 말에 래피드는 동의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 멍한 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런 래피드의 시선을 따라간 나는 수조 한구석에서 탈피를 마치기 직전인 대게를 발견했다.

“대게네요.”

“뭘 하는 걸까요?”

“탈피하는 거에요.”

택시를 타다가 운전수 아저씨들이 보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본 적이 있다.

갑각류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탈피해, 성공하면 계속해서 살아남고, 실패한 순간 죽는다.

되돌릴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을 반드시 해야만 하고, 그 선택에 성공해야만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다.

“아.”

“앗.”

마침 래피드와 내가 본 순간이 정확히 탈피를 마치는 순간이었는지, 부드러운 껍질로 변한 대게가 낡은 껍질을 벗고 빠져나왔다.

온 힘을 다한 결과, 선택에 성공에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대게는 운이 없었다.

우연히 빠져나오는 순간, 빠르게 헤엄치던 돌고래가 기둥처럼 길게 세워진 산호에 부딪혔다.

부딪힌 산호는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 밑에는 우연히 온 힘을 다해 더 이상 힘이 없는 대게가 있었다.

이제 막 빠져나와 몸을 보호해줄 갑각도 제대로 굳지 않은 대게는 그대로 산호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아….”

아마 자연 속에 있었다면 이것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맞이했겠지.

갑각이 부드러운 동안 주변에 가득한 다른 천적들이 대게를 산 채로 씹어먹었을 게 분명하다.

선택에 성공해도, 온 힘을 다해도 이런 순간이 온다.

설령 지금부터 정말 없었던 힘까지 꺼내 사력을 다하고, 운이 좋아 산호 기둥 밑에서 빠져나온다 해도…이미 껍질이 찌그러져 오래 살지 못하겠지.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불운이라는게 이렇다.

아쉽게 됐다.

“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내 눈앞에서 갑자기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산호가 다시 원래대로 일어서고, 대게의 껍질이 부풀어 오른다.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불행이 생기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나는 당연하게도 이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이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래피드 뿐이다.

바로 옆에 서 있는 래피드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대게와 산호의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

대게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아니, 원래 이상의 상태가 되어 활발하게 움직였다.

한번 되돌린 뒤, 시간을 가속하기라도 한 듯…껍질이 완전히 굳어있다.

…놀라운 마법이다.

“그게…불쌍해서….”

“…대단해.”

“네?”

나는 래피드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멋있고, 대단했다.

별것 아닌, 그저 대게를 살려주는 것뿐인 마법이었지만…뭔가 엄청났다.

대게를 보면서 하고 있던 이상한 생각 때문인가?

대상의 시간을 되돌린다는 게 얼마나 무지막지한 마법인지 느껴진다.

다친 걸 다치지 않았을 때로, 부서진 걸 부서지지 않았을 때로 되돌린다.

죽기 직전의 대상을 원상복구 시킬 수 있다.

싸우다가 패배한다고 해도, 패배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건…마력이 있는 한 절대 지지 않는 마법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

래피드에 대해서 계속해서 좋아해 왔지만, 지금에서야 겨우 래피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은 것 같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래피드의 마법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었으니까.

다들 추리만 할 뿐, 정말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확신하고 있는 이는 없다.

그 후, 래피드와 나는 느릿하게 해저 터널 구역을 벗어나 해파리가 가득한 구역으로 향했다.

아쿠아리움은 강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심해로 이어지는 구성을 하고 싶었던 건지, 해파리가 가득한 곳은 다른 곳보다도 더 어두웠다.

래피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파리 수조 앞에서 멍하니 서서, 머릿속에 새기듯이 수조를 바라보며 아주 느릿하게 움직였다.

“아까…대단하다고 한 거 무슨 말이에요?”

“네?”

“그냥,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서요.”

나는 멍하니 해파리를 바라보는 래피드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살펴봤다.

갑자기 왜 이런 걸 질문하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곳보다도 더 어두운 실내에서 유일한 빛이라 할 수 있는 해파리 수조의 불빛은 너무도 적었다.

래피드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음…그냥…래피드 씨가 정말 대단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왜요?”

“그야, 그런 걸 보면…당연히….”

“절대 지지 않는 마법이니까?”

래피드는 내가 생각한 것과 정확하게 같은 문장을 입 밖으로 꺼냈다.

나는 놀라면서도 조용히,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능은 아니에요.”

그러자 래피드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두운 목소리로, 자신 없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고, 대상에 따라, 한계에 따라 더 짧아져요…정말로 돌리고 싶은 순간에 마력이 남아 있는 경우는 별로 없고, 마력의 양은…되돌아가지 않고.”

“그런가요?”

“대상의 상태를 되돌리는 거지, 모든 걸 되돌리는 게 아니니까요…만약 그런 게 되었다면…된다면, 되면 좋을 텐데….”

그 말을 끝으로 래피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조용히 서서 해파리가 헤엄치는 것만 구경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죄송합니다.”

일단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상한 건 확실하다.

뭐 때문인지 몰라도 사과부터 하고 본 나는 래피드가 왜 기분이 나빠졌는지를 빠르게 고민했다.

해저 터널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대단하다는 칭찬에, 래피드는 엄청나, 멋있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는데….

대체 어디에서, 뭐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거지?

“앗, 아니에요, 저야말로 죄송해요, 그냥 조금 생각하던 게 있어서.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음…저, 그래도 정말 진심으로 생각한 겁니다. 그냥, 저는 잘 모르니까…그, 시간을 되돌린다는 게, 래피드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니까…그냥, 시간을 되돌리는 게 대단하구나 하고….”

일단 변명부터 하며 시간을 벌고, 래피드의 반응에서 기분이 나빠진 이유를 끌어낸다.

나는 래피드의 눈치를 보면서 지금까지 한 말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반응한 단어가 있다면, 그게 기분을 상하게 한 이유다.

“아하하하….”

그런데 뜻밖에도 래피드는 내 말을 듣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래피드는 해파리 수조 앞에서 일어나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나는 급하게 래피드를 쫓아갔고, 래피드는 아쿠아리움의 마지막 구역이었던 해파리 구역에서 벗어나 출구 문을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빛이 쏟아지며, 래피드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앵거 씨도 애쉬랑 똑같은 얘기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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