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Day to (9)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내가 그레이프에게 최면을 건 것은 그와 거의 동시였다.
비전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보여주며 손가락 하나를 움직인다.
겨우 그것밖에 안 되는 동작을 힘겹게 해낸 나는 허리를 한번 내리자마자 멈춰선 그레이프의 안에서 정액을 사정하며 이를 악물었다.
“후아악…하악…헥…하으으으…!”
최면에 걸린 그레이프는 허리를 한번 내린 직후 그대로 멈춰있었고, 나는 그레이프의 엉덩이에 눌리며 팔다리를 계속해서 움찔거렸다.
보지가 멋대로 쪼옥, 쪼옥 하고 움직여 정액을 짜낸다.
나는 발버둥 치며 정액을 계속해서 사정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렇게 몇 번이나 사정을 이어가고 나서야 서서히 진정한 나는 그레이프의 밑에 깔린 채 이성을 정돈하고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내가 누워있는 매트리스는 이미 스프링이 망가져 엉덩이 밑이 푹 꺼져있었다.
머리 양옆에 그레이프의 손가락이 박히고 뜯겨나간 곳에선 내부 구조가 엿보인다.
최면은 실패다.
감도 상승 최면은 그레이프의 인내심을, 자제력을 깎는 효과밖에 보이지 못했다.
그레이프를 더 느끼게 해 섹스의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는 실패보다도 더 못한 결과로 끝났다.
허리 밑쪽의 등뼈가 욱신거린다.
골반이 부서질 듯 아프다.
어쩌면 이미 부서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레이프가 찍어누르는 힘을 버티기 위해서 자지를 제외한 전신에 힘을 쏟아붓고 있었던 탓에 온몸이 근육통 이상의 무언가에 휘감겨있다.
피부 위로 얇은 거미줄이 쳐진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온몸의 털이 전부 무겁게 젖은 채로 곤두선 느낌이다.
“하아…가장 최근에 건 최면을 취소…보지의 감도…정상. 쾌감을 느끼는 수치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나는 일단 멍한 머릿속에서 명령어를 짜내 조금 전에 건 최면을 취소했다.
다음으로 그레이프에게 다른 최면을 걸어야 할 텐데…정액을 너무 많이 착취당해서 영양분이 정액 생성에 쏠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동물적인, 수컷으로서의 만족과 휘발성 높은 행복감만이 가득하다.
움찔거리는 안쪽에서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아마도 이 밑에 있는 게 지금 내 정액을 전부 흡수해 달아올라 있는 마법소녀의 마력의 근원, 그레이프의 자궁이다.
나는 뭔가에 이끌리듯 그레이프의 배에 손가락을 댔다.
따뜻하다.
마력이, 내 정액이 그레이프의 마력으로 변하고 있다.
내 정액을 그레이프가 잔뜩 받아냈다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 욕구, 내 성욕…마법소녀….
그레이프의 마력….
두근두근 하고 귓속이 심장 소리로 가득 찬다.
졸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머리가 멍해진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배 안쪽의 뜨거운 게,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온다.
“후….”
애초에 난 왜 자꾸 그레이프를 섹스로 지배하고 제압하려고 하는걸까…그냥 얌전히 자지만 세우면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데….
남자로서의 자존심 같은 걸 조금만 포기하면 극한에 가까운 쾌감에 빠져있을 수 있다.
여기에 내 정액을, 누구나 선망하는 마법소녀의 보지에, 자궁에, 수컷으로서의 씨를 잔뜩 받게 할 수 있다….
골반이 조금 부서질 것처럼 아프긴 하지만…그레이프랑 섹스하다가 부서진다면 골반도 행복해하지 않을까.
자지도 이러다 정액을 더 이상 사정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해도 만족할 게 분명하다.
그레이프의 자궁이 뜨겁게 달아 올려서 질내의 주름 전체로 따뜻하게 자지를 쓰다듬어주는 게 마치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쳐주고 아주 잘 생각하는 거라고 칭찬해주는 것 같다.
나는 최면어플을 사용할 생각 자체를 접고 최면어플을 종료하며 비전폰을 대충 옆으로 던졌다.
아플 정도로 위험하게 강간하는 건 막았고…그냥 그것만 막으면 섹스는 뭐 그레이프 마음대로 하게 둬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내가 그레이프한테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고…저항할 필요도 없고….
섹스하는 거 기분 좋으니까….
“읏….”
뱃속이 뜨거워지며 힘 빠진 자지가 다시 건강해진다.
그레이프가 마법을 걸어주지 않았는데도 내 몸이, 스스로가 무언가를 깎아내서라도 그레이프와 섹스하고 싶어 한다.
그때, 왼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응…?"
주먹이 꽉 쥐어지고, 차가운 액체가 팔의 혈관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조금 전에 그건 뭐였지…?
너무 많이, 쉬지 않고 사정하며 남자가 느끼지 못할만한 쾌감이 몰려와 뇌를 망가뜨리기라도 한 걸까?
설득력이 있는 가설이다.
왼손의 촉수는 내 몸의 상처 같은 걸 치료해주는 기능이 있는 것 같았으니…쾌감에 절여진 뇌를 조금 식혀준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그레이프가 내게 먹이던 약이 사실은 발정제 같은 건 아니었을까.
그레이프가 그런 약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섹스가 너무 기분 좋다.
정말 사실은 뭔가 위험한 마약 같은 게 아닐까?
어쩌면 약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괴수 성분을 사용한 약이니까…체질에 따라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게 아니면 단순히 정말 순수하게, 마법소녀의 보지라서 이렇게 집착할 정도로 기분 좋은 거라던가….
나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기분 좋아지기만 하는 그레이프의 보지에 공포감을 느끼며 따뜻하게 감싸인 자지를 다시 빳빳하게 세웠다.
본능이 가득해진 허리가 쾌감을 졸라대며 자지를 안쪽에 문지른다.
그러자 그레이프는 신음소리와 함께 잠시 풀려있던 보지를 다시 꽉 조여왔다.
"후으으읏…후아아악…하아아…."
그레이프는 최면에서 벗어나 멍한 눈으로 조용히 이를 악물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한 눈빛은 아니다.
절정을 한번 하고 여운에 잠긴 사람처럼, 기분 좋아하긴 하지만 꿈과 현실의 경계에 걸쳐 서서히 정신을 차려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헥…! 하아…하아아아…하으으으으…."
본인이 느끼는 쾌감을 억제하고, 이성을 붙잡으려 노력한다.
그레이프는 최선을 다해 쾌감을 이겨내고 필사적으로 버텨 내 자지를 부드럽게 쥐어짰다.
고리가 조여오듯이 꾸욱 물리게 된 자지 뿌리에서 조금 전보다 훨씬 상냥해진 움직임이 느껴진다.
"하아아아아…후으으으…."
"윽…."
정신을 차린 그레이프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진공상태라도 된 듯이 빨아들여진 자지가 결합부를 길게 이어가다가 끝부분에 걸려 멈추어 선다.
그대로 조금 더, 조금 더 당겨올려져서…뽀옥, 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온다.
"하아아앙…흐으윽…."
그레이프는 울음이 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자지를 빼냈다.
보지에서 애액이 주륵주륵 흘러나와 자지를 간지럽힌다.
나는 예민해진 자지에 그레이프의 애액이 닿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껴 허리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가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으으윽…아파…."
"아…아…!"
그러자 그레이프는 깜짝 놀라며 내 허리에 다급하게 손을 올리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회복마법은 아니지만…활성화 마법만으로 재생속도가 올라가 허리의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는다.
욱신욱신거리지만, 충분히 참을 만하다.
"아, 고맙…."
"죄, 죄송, 죄송해요!"
그레이프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울상이 된 얼굴로 갑자기 사과했다.
나는 그레이프가 정말로 울려고 하자 당황해 눈을 크게 떴다.
끈적한 쾌감에 담긴 뇌가 너무 느릿하게 움직인다.
상황 파악도 안되고, 해줄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잘못했어요, 이성 유지하려고 했는데, 그게…."
"아, 아니…괜찮…."
"안돼, 안돼는데…이러면, 또…또…으으으으…아아아아…또, 또 실수했어…또…."
"그레이프…?"
"안돼…안돼…."
그레이프의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진다.
쾌감과는 다른 것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 몸에서 천천히 떨어져, 서서히 멀어진다.
매트리스 옆으로 몸을 치운 그레이프는 자신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는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공황 상태에 빠진 것처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통증이 줄어든 허리에 손을 대고 몸을 일으킨 나는 그레이프를 내려다보며 왜 이러는 건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레이프는 나를 또 강간해버렸단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이건 죄책감이 쏟아져 버티지 못하는 건가?
그레이프가 또다시 이성을 잃고 그런 짓을 한 건 이번에도 나 때문이다.
나는 일단 그레이프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머리에 손을 올려 토닥이며 말했다.
"저기…그레이프, 괜찮아. 진정해."
"네…?"
"지, 진짜 괜찮아."
그레이프는 내가 괜찮다고 해주자 웅크린 채로 고개를 들어 당장에라도 울어버릴 듯한 눈을 보여줬다.
이런 걸로 울다니…역시 최면 때문인 걸까.
나를 강간하면 죄책감이 들게끔 해놓고 몇 번이고 강간하게 해 버리고 있으니, 그레이프의 무언가가 망가져서 이러는 걸지도 모른다.
"그치만, 저…또 이성 완전히 잃어서, 아프게…."
"내가 또 뭔가 야한 걸 한거지…? 그레이프가 말한대로?"
"그게, 그게…아니, 그런 게…."
"아냐, 진짜 괜찮아…응? 그레이프한테는 내가 엄청 야하다면서? 그럼 강간할 수도 있지."
말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야하면 강간해도 되는 걸까….
나도 그레이프가 야해서 최면을 걸고 억지로 섹스하긴 했으니…맞다면 맞는 말이다.
"…정말 괜찮아요?"
"응, 괜찮아, 괜찮아."
"또 그랬는데도…안 싫어요?"
"안 싫어, 안 싫어."
나는 그레이프의 머리를 토닥이며 달래주는 이 상황에 무지막지한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달래주는 걸 멈추지 않았다.
최면을 건 것도 나, 그레이프가 이성을 참지 못하게 한 것도 나, 달래주는 것도 나….
달래주면서 그레이프의 얼굴에 몸을 가까이한 것만으로 자지는 빳빳하게 발기해 빨아달라고 졸라대는 것처럼 세워져 있다.
뭐라고 하기 힘든, 이상한 자세와 이상한 상황이다.
"그럼…조, 좋아…해요?"
"…응?"
계속해서 그레이프를 진정시키던 나는 갑자기 뭔가 주변의 공기가 변한 듯한 느낌에 그레이프의 머리를 토닥이던 손을 멈췄다.
피부가 바짝 당겨진 듯한 느낌…마력이 새어 나오는 듯한 이 감각….
그레이프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잔뜩 긴장해 마력을 흩뿌리고 있었다.
"음…."
싫지 않으면 좋아하냐는 어린애 같은 질문이다.
좋아한다라…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좋긴 하지만….
뭔가 말의 무게가 묵직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