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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173화 (173/299)

< 173화 > 인식 (8)

손뼉을 쳐 큰 소리를 내 상대의 의식을 내 손에 집중시킨다.

영업사원일 때의 기억에 흐릿하게 남아있던, 상대의 의식을 일시적으로 끌어당기는 잡기술이다.

아주 잠깐, 상대의 감정을 흥분에서 혼란과 집중으로 바꾼다.

내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차단되어있던 신경이 강제로 열린 순간을 노려 다시 대화를 시도한다.

중요한 건 상대를 절대 안정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더 큰 혼란으로, 앞선 생각을 덮는다.

“대충 알았습니다, 시험은 여기까지로 하죠.”

“뭐…?”

거짓과 진실을 섞어, 상대를 속인다.

상대는 그분이라고 하는 상위권자의 밑에 있는, 말하자면 명령을 받는 입장이다.

내가 신입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으로 봐서 그분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을만한 연락망은 없다.

“일단 조용히 좀 해 주시겠어요? 그쪽이 더 주변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어요.”

“으, 응…?”

“수상하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정도…하지만 초점이 맞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접근한 건 좀 심각하네요.”

나는 튀김가게 아저씨에게 더욱 수상해 보일 수 있도록 일부러 눈앞에서 비전폰을 꺼내 보인 뒤 아무 의미 없이 타자를 두들겼다.

어딘가로 메세지를 보내는 척, 메모하는 척한 뒤 영업사원으로서 물건을 팔 때 갑질하던 사람들의 태도를 흉내 내며 긴 한숨과 함께 돌아선다.

“후우…첫 대상자부터 이렇다니…이런 사실을 아시면 그분께서 얼마나 실망하실지….”

“잠깐…무, 무슨 소리요? 지금 어디에 연락한 거야?”

“눈치가 좀 없으시군요…설명해드려야 할까요?”

나는 원래는 이런 모습이 아니지만 변장 중이라는 척을 하기 위해 일부러 쓰고 있지도 않은 안경을 들어 올리듯이 손가락으로 코 위를 문질렀다.

“그러니까, 지금 이건 테스트를 좀 해본 겁니다. 일부러 수상한 척을 하면서요.”

“뭐…?”

“최근 그분께서는 직접 관리하지 않은 탓에 상가 전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고민 중이십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튀김가게 아저씨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비전폰을 들어 올린다.

이어서 아저씨에게 보이지 않게 최면어플을 켜 래피드의 위치를 추적한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 밖으로 꺼냈다.

“아가씨의 위치는 현재 서점…지금 화장품 가게를 지나고 있으니 향하는 곳은 아마도 케이크 가게겠군요. 맞습니까?”

“으, 응?”

“직접 확인해 보시죠, 자세한 내용은 발설하지 말고요.”

상가 전체가 한 소속의 사람들이라면 래피드의 위치 정도는 언제든 파악할 수 있다.

내 얘기를 들은 아저씨는 곧바로 상점가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을 켜 래피드의 위치를 물어봤다.

당연히 내가 말한 것과 완전히 동일한 곳으로 이동 중이라는 답장이 돌아왔을 것이다.

“전 아가씨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증명은 충분하죠?”

“자, 잠깐…이해가, 이해가 안 되는데….”

“쯧…하아….”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튀김가게 아저씨에게 혀를 차며 일부러 시간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인 뒤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아깝다는 듯, 귀찮아 한다는 게 훤히 드러나는 태도를 본 아저씨의 얼굴이 굳는다.

“아가씨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십니까?”

“그야….”

“이 상가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죠?”

“아, 아가씨를 위해서…?”

“그러면 제가 그분의 바로 밑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뭐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한 순간 튀김가게 아저씨는 깜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정도면 내가 어떤 위치인지 파악했을 것이다.

그분과 이어지는 직통 연락망, 상가 사람들을 감시하는 감시원.

나는 최대한 여유 있는 태도와 짜증스러워하는 몸짓을 섞어가며 튀김가게 아저씨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이름이 어찌 되시죠? 가게 번호는 58번, 58번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 예!”

“조용히 말씀하시죠, 주변 사람들을 자극하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죄, 죄송합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알겠습니까? 그래요, 튀김이라도 하나 튀겨서 주시죠.”

부들부들 떠는 튀김가게 아저씨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가게 앞으로 걸어간다.

이미 나에 대한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가게로 돌아온 튀김가게 아저씨는 말없이 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저…서, 선생님…제가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그 호칭 그대로 괜찮습니다. 선생님이라고 하시죠.”

“예….”

침묵을 깨려고 한 아저씨의 말을 빠르게 받아친 나는 말없이 아저씨를 바라봐 계속해서 압박감을 전해줬다.

튀김들이 순식간에 튀김 봉투에 예쁘게 담기다가 떨어진다.

고장 난 것처럼 떨리는 손이 조심히 튀김을 다시 잡아 정리한다.

“그렇게 긴장할 건 없습니다, 저도 당신도 같은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동료잖아요?”

“예…!”

최대한 윗사람들이 하는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하며 튀김이 든 봉투를 받은 나는 웃는 얼굴로 튀김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당연히 돈은 지불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손을 컵을 쥔 모양으로 앞으로 내밀자 튀김가게 아저씨가 급하게 물을 따랐다가 콜라 한 캔을 꺼내 따서 내민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콜라와 튀김을 즐겼다.

“58번, 솔직히 말해 당신의 행동이나 발언은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그분의 지령으로 온 사람이니 다행이지…만약 이런 말실수 하나하나가 그분과 아가씨에게 폐가 되기라도 했다면 어떡하려고 그런 겁니까?”

“죄, 죄, 죄송,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알게 된 정보로 무슨 짓을 할 것 같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아가씨를 해치려 들지 않았겠습니까?”

웃는 얼굴로 말하자 아저씨는 그대로 얼어붙은 듣고 멈춰버렸다.

조금 압박한 것만으로 팔이 떨리고, 숨이 거칠어진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과민한 반응에 아저씨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그분께서도 분노하실 테고, 아가씨도 피해를 볼테고…58번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겠죠?”

“예, 예!”

“신입이 올 때나, 무슨 일이 있으면 상가 사람들이 있는 대화방에 소식이 먼저 전해진다고 하지 않았나요?”

“안 전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 소통할 수 있을텐데…수상한 사람을 봤다면 그렇게 말을 거는 게 아니라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먼저 아닙니까?”

당연하면서도, 내가 적이라면 할 수 없는 조언을 건네며 의심을 확실하게 지워 없앤다.

아저씨는 이제 완전히 내가 자신의 편이라고, 본 적 없는 상관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신입에게 관심이 가는 건 이해합니다…4번 구역에만 있으니 이런 자극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겠어요.”

“예….”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추리해낸 정보의 증명을 멈추지 않는다.

상가 사람들이 4번 구역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할을 잊어선 안 됩니다. 아가씨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58번은 개인의 즐거움이 먼저입니까? 아가씨가 먼저입니까?”

“아, 아가씨가 먼저입니다!”

“그런 사람이 신입하고 대화하고 싶다는 즐거움에 빠져 이렇게 쉽게 모르는 사람에게 내부 정보를 흘려 아가씨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가요?”

“그건….”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같은 목적을 지닌 동료였으니 다행이지, 나쁜 사람이었다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내가 동료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두려운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게끔 만든다.

충격받은 아저씨의 눈이 작게 떨린다.

압박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리마인드는 이 정도로 하죠,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예….”

“…제 말이 이해가 안 되나 보군요.”

“네?”

“하아…이번에는 그분께 그리 나쁜 말은 보내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네? 어, 어째서….”

계속해서 압박받고 두려움을 느끼던 튀김가게 아저씨가 다시 혼란에 빠진다.

나는 먹던 튀김을 내려놓은 뒤 태도를 바꿔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과 저는 아가씨를 위해 일하는 같은 동료 아닙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그분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온 거지 58번에게 해를 끼치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 말은….”

“저도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려고 온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의를 시켜 주려고 온 거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주의하라는 얘기입니다. 차라리 잘 되었군요, 58번은 이런 경험이 있어야 더욱 조심할만한 성격처럼 보이니까요…뭐, 지금이라도 말을 바꿀 수는 있지만…그래요, 튀김이 맛있어서 마음이 변했다고 해두죠.”

언제든 그분과 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칭찬과 함께 상대를 안심시킨다.

이로써 튀김가게 아저씨에게 나는 어렵지만 차갑지는 않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한층 나아진 상황에 한숨을 내쉰 뒤 가게를 나서며 가장 중요한 말을 꺼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이만…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저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하진 않으시겠죠?”

“네? 아, 네! 말하지 않겠습니다!”

“좋아요, 상가의 상태를 확실히 알아야 하니까요…혹시라도 저에 대한 것을 알려 미리 상가 사람들에게 대비하게 해 제대로 된 사태 파악을 방해하는 건 그분과 아가씨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잘 알겠습니다.”

“시험에 대해서도, 저에 대해서도…혹시라도 말씀하신다면 58번에게는 제 개인적으로도 크게 실망할 것 같습니다.”

“믿어 주십쇼!”

세 번이나 강조해서 나에 대한 얘기를 다른 이들에게 하지 못하게 한다.

이 정도면 상황은 충분히 정리된 것 같다.

나는 가게를 나서며 튀김가게 아저씨에게 인사했다.

“튀김 맛있었습니다.”

“아, 예…!”

나는 한동안 여유 있는 자세와 걸음을 유지하며 밖을 걸어갔다.

내가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속여 넘겼다.

같은 곳에 소속된 상급자를 연기하며 의심을 줄이기 위해 아쉽게도 더 궁금한 건 질문하지 못했지만, 이미 만족스러울 만큼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후….”

튀김가게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긴장이 풀리며 갑자기 피가 쭉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쏟아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힘이 빠진 팔이 작게 떨린다.

성급하기도 했고, 즉흥적인데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잠시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른 뒤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과 여러 생각들을 정리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중에서도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래피드에게 구조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4번 구역 상가에 끌려 온 상태다.

그분이라는 자가 래피드를 위해 사람들을 데려왔다.

이 사람들이 상가에 끌려온 건 래피드를 위해서다.

네거티브에게 당한 뒤 구조받은 사람들이 모인 4번 구역.

소속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래피드에게 구조되었다는 것.

그분이라는 자는 의도적으로 래피드에게 구조받은 사람들을 모은 상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체 왜지?

래피드는…이 사실을 알고 있나?

래피드를 위해서라는 건 대체 래피드의 뭘 위해서지?

뭘 하는 거지?

그분은 누구지?

나는 왜 데려가지 않았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이 상가는 뭔가 이상하다.

주변의 이상을 인지하자 감시카메라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후우우우….”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상가 벽에서 떨어졌다.

환경미화원이 보고 있다.

초점은…맞지 않는다.

초점이 맞는 사람이 나 외에도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느낌이나 소속감 같은 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뭔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 잔뜩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불안하고 기분 나쁘기만 하다.

정상인 사람도, 비정상인 사람도 뭔가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있다.

그리고 그 일은 래피드와 관련되어 있다.

최면어플도 래피드…초점이 나간 사람들도 래피드….

대체 내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는 주머니에서 비전폰을 꺼내 래피드의 위치를 확인했다.

일단은 래피드를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일들을 알고 있는지도 물어봐야 하고, 마진사에서 사용할 포인트를 벌기 위해 머리카락도 채집해야 한다.

래피드는 케이크당에서 케이크를 먹는 중이다.

나는 주변을 의식해 일부러 먼 곳을 바라봐 초점이 나간 척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가게에 도착하기 전에, 상가에 습격 경보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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