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인식 (7)
정상적이면서도 나와 다르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초점이 나간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건가?
그럼 이 사람들은 왜 내 눈에 정상적으로 보이지?
정상이 아닌 사람과, 정상인 사람의 차이가 뭐지?
혼란스럽다.
왜 여기만 정상이지?
왜 여기만 정상이라고 느껴지는 거지?
나는 정상이 맞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볼 수 없다.
뭐라고 질문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왜 이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있는 걸까.
“응? 잠깐만…어이!”
래피드가 있는 곳으로 향하면서도 가게 하나하나를 살피며 가게 주인 모두와 눈을 마주치던 나는 나를 큰 소리로 부르는 아저씨를 보고 제자리에 멈췄다.
초점을 내게 맞춘 튀김가게 아저씨가 손을 닦으며 다가온다.
자세히 보니 한쪽 팔은 팔꿈치부터 의족으로 되어 있었다.
“못 보던 얼굴인데…신입인가?”
“…예?”
나는 대체 왜 하필 내게, 지금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 건인가에 대해 다급하게 두뇌를 회전시켰다.
대체 왜 나를 신입이라고 하는 거지?
표정은 웃는 얼굴이다.
나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환영하고 있다.
왜 환영하는 거지?
이해되질 않는다.
신입…새로 들어온 사람…나를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손님한테 할만한 말이 아니다.
신입이라고 한다면…이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곳에 들어온 사람이냐는 질문이다.
튀김가게 아저씨는 상가에 소속되어 있다.
상가에 새로 들어온 사람…을 얘기하는 걸까.
“그건 그렇고 유독 눈빛이 좋네! 역시 젊은 애라서 그런가?”
고민에 빠져있던 나는 튀김가게 아저씨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조용히 숨을 삼켰다.
눈빛이 좋다.
이 사람은 지금 내 눈빛을 알아보고 있다.
초점이 맞다는 걸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초점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초점이 정상적인 걸 보고 지금 말을 걸어 온 거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의 초점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신입이라고 물어본 건 소속된 곳에 내가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착각해 저지른 행동이다.
착각한 이유는 눈빛이 정상이기 때문.
아저씨가 소속된 곳이라는 건, 초점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모두가 주변 사람들의 이상을 눈치챈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왜, 어째서…?
이 사람들은 왜 초점이 정상이지?
왜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신입이냐는 말을 꺼냈지?
뭔지 모르겠지만,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조금 더 대화를 이어 정보를 캐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영업사원일 때의 경험이 몸을 멋대로 움직였다.
“아, 예~안녕하세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인 나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찾아 꺼내려다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빈손을 내밀었다.
우연히도 내가 내민 손은 튀김가게 아저씨가 의족을 찬 쪽의 손이었다.
그러자 튀김가게 아저씨는 웃는 얼굴로 내 손을 잡더니 크게 흔들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신입은 진짜 오랜만이네. 상가도 꽉 차서 더는 안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말야.”
잡은 손을 놓는 것과 동시에 관자놀이가 아파져 올 정도로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상가가 꽉 찼다…상가에 더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다….
아저씨의 말에서 정보를 수집해 그대로 말을 되돌려준다.
“저도 선배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저는 상가에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그럼 자네는 뭘 하나? 환경미화원? 아니면…설마 이제 상가만이 아니라 손님도 전부?”
상가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이쪽 소속이 되는 건 맞다.
최대한 의심이 가지 않게끔 말하자 아저씨에게서 신경 쓰이는 대답이 돌아왔다.
손님도, 라는 말은…손님도 ‘신입’ 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 손님도 신입, 설마라는 말….
이 말을 통해 추리한다면 이곳 상가에서 손님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아저씨와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소속된 단체의 신입으로 나를 오해하고 있다….
오해한 이유는 내 눈의 초점이 맞기 때문이다.
상가 사람들은 모두 눈의 초점이 맞는다.
즉, 상가 사람들과 나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왜 초점이 맞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그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선 튀김가게 아저씨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고 단체의 신입으로 들어온 척 연기할 필요가 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가라는 말만 들어서….”
“응? 그냥 가라고 했다고? 그분이 좀 차갑긴 하셔도 그런 적은 없는데….”
그분.
그분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분은 누구지?
이곳에 신입을 넣을 때 그분이라는 사람이 관여된다.
그분을 통해서, 이곳 상가에 사람이 들어온다.
차가운 사람, 높은 사람, 상가에 사람을 넣는 사람….
의문을 품고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나는 내 안에 생긴 의문도 다 해결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알게 된 내용을 조립해 대답했다.
“상가가 꽉 차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신입이어서 아직 아는 게 잘 없기도 하고…정말 간단한 것만 알려주시고 일단 가 보라고 해서 왔는데, 아직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허…그런 건가? 음, 하긴…혼란스러울 만하지. 아무튼 환영하네, 다들 신입이 왔다고 하면 좋아할 거야. 주의사항은 잘 지키고.”
튀김가게 아저씨는 팔짱을 낀 채 웃으며 내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내가 확실히 이 상가의 신입이라고 믿고 있는 눈치다.
나는 좀 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네, 저기…근데 힘들진 않으세요? 저는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조금 무서워져서…아직 좀 혼란스러운데.”
“아~걱정하지 않아도 곧 익숙해질 거야. 다들 눈만 저렇지, 하는 행동은 우리랑 다를 것 없거든.”
하는 행동은 우리와 다를 것 없다….
이건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르다.
초점이 나간 사람들은 초점이 맞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게 확실히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내가 그 광경을 보게 된 순간에는 근처의 대형 스크린에서 래피드와 그레이프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4번 구역 상가는 특이하게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네거티브가 나타나기 전의 상가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긴급경보와 안내를 위한 대형 스크린 같은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즉, 이곳의 손님들은 대형 화면에 마법소녀가 보일 때 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건 내게 두 가지 정보를 전달해준다.
하나는 이 사람이 4번 구역에 언제나 묶여 다른 곳에서 초점이 나간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
또 하나는 마법소녀만 보이지 않는다면 초점이 나간 사람들도 정말 평소와 똑같이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아직 모른다.
좀 더 질문을 계속한다.
“다들 우리 같은 사람만 있으면 좋을 텐데요.”
“하하…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가 더 힘내야 되는 거 아니겠어? 그분을 위해서도, 아가씨를 위해서도 말야.”
우리라는 소속감을 강조하며 다른 정보를 캐내 보려고 하자 귀에 익숙한 단어가 나왔다.
4번 구역에서 상가 사람들에게 아가씨라고 불리는 건 래피드 뿐이다.
나는 왜 갑자기 래피드가 얘기에서 나오는 건지 의아해하며 질문했다.
“아가씨라면…래피드…?”
“쉿! 자네 주의사항 못 봤나? 그러다 자극하면 어떡하려고!”
그러자 튀김가게 아저씨는 곧바로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극한다니…대체 뭘?
누구를?
“아무리 신입이어도 그렇지…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상한데?”
튀김가게 아저씨의 반응이 순식간에 이상해졌다.
지금까지 거짓말로 쌓은 신뢰가 단번에 날아가 버린 게 눈에 보인다.
아무래도 래피드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게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너…잠깐만, 채팅방 번호 대 봐.”
나는 튀김가게 아저씨의 긴장한 눈빛을 받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호기심과 혼란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다.
내가 신입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다.
“채팅방 번호요? 혹시 다들 들어가 있는 채팅방…?”
“대 봐!”
더 이상 유도에 넘어오지도 않는다.
말하는 걸 볼 때 상가에 소속된 이들이 모두 단체 채팅방 같은 것에 들어가 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즉, 지금 한 대화는 이후 상가의 다른 사람들에게 퍼질 가능성이 높다.
상가 사람들에게는 최면을 걸 수 없다.
어떡해야 하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지금 이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알겠다.
어떻게든 튀김가게 아저씨의 의심을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의심을 풀기 위해서는 내가 튀김가게 아저씨와 같은 소속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증명을 위해서는 채팅방 번호라는 게 필요하다.
마법소녀가 아닌 이 수염 난 아저씨에게는 최면을 걸 수 없다.
대화로 유도하는 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자신과 같은 소속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도망쳐야 하나?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가 사람들은 모두 튀김가게 아저씨와 같은 소속이다.
도망친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대화는 거부당한다.
최면은 통하지 않는다.
증명 수단은 없다.
혼란에 빠진 순간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며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