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 최면물-167화 (167/299)

< 167화 > 인식 (2)

마진사의 운영진들 중에는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여럿 있다.

이건 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다.

마진사 내부의 거래소에서 거래할 경우 24시간 안에 택배를 보내야 했고, 마진사 회원들만 사용하는 특정한 코드를 기기에 입력해 보낸 뒤 48시간 안에 내용물이 택배회사의 스캐너에 의해 대략적인 형태가 확인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을 시 자동으로 거래가 취소되기 때문에 사기를 치는 건 매우 어려웠으며, 거래 취소 이력이 쌓일 경우 활동에 불이익이 생기기도 했다.

사기꾼으로 확정이 나게 되면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그대로 -500만 포인트로 변한다는 얘기도 있다.

때문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거래는 양심적으로 실물을 가지고 있을 때만 진행해야 한다.

래피드의 머리카락을 얻자마자 전부 거래소에 올린 나는 5분도 되지 않아 전부 거래가 된 걸 확인하고 구매자의 구매 후기 메시지를 확인했다.

저번 구매자와 완전히 같은 문장이 적혀있다.

이번에도 전과 같은 사람이 래피드의 머리카락을 전부 구매해 간 것 같다.

덕분에 대량의 포인트를 빠르게 구할 수 있게 된 나는 곧바로 질문 게시판에 질문글을 올렸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하지만 아는 사람을 눈치챌 수 있을 만한 내용으로 글을 작성한다.

[습격 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좀 이상합니다…특히 마법소녀가 보일 때 이상한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이유를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내용만 봐서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만하고 뭐가 이상한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뭘 알고 싶은지도 알기 힘든 글이다.

이렇게 올리면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헛소리한다고 여길 게 분명하다.

나는 짧은 글을 작성한 뒤 한 달 생활비는 충분히 될만한 양의 포인트를 질문글에 걸었다.

포인트는 어차피 래피드의 머리카락으로 언제든 벌 수 있다.

질문 글들 중에서도 말도 안 되는 포인트가 걸려있는 내 글은 곧바로 조회 수를 빠르게 채우며 가장 많이 본 글 목록에 노출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글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댓글을 아무리 봐도 내가 원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냥 돈 많은 사람이 장난치는 어그로성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심성의껏 대답해줄 테니 질문을 좀 더 자세히 해달라는 사람도 보이지만, 내 글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모른다는 얘기다.

마법소녀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걸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도, 타인이 이상하다는 걸 모른다….

…일단은 이제 막 올린 글이니 더 댓글이 쌓일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한 명쯤은 나와 같은 걸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올려둔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사이트 내부의 글들을 살펴봤다.

검색한 글은 네거티브와 관련된 연구 기록들이다.

원하는 글을 찾은 나는 열람 포인트를 지불한 뒤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감염체와 괴수의 연계에 대해

어째서 네거티브의 괴수는 감염체를 공격하지 않는가? 에 대한 질문이 있어 글로 적습니다.

감염체란 쉽게 말하자면 네거티브에게 말 그대로 감염당한 생명체를 뜻합니다.

여기에서 이 감염된다 하는 것은 네거티브의 세포가 체내에 쌓여 일정량을 돌파, 특정 코드가 숙주와 연결된 순간 뇌까지 치솟아 여러 기관을 서서히 장악, 파괴했다는 뜻으로, 네거티브와는 다르지만 유사한 형태, 말하자면 곰팡이에게 뇌를 장악당한 곤충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그 후에는 네거티브 특유의 기관 중 하나인 웹 셀을 형성, 파장 연결이 가능해지게 되는데, ‘연결’ 을 위한 감각이 생겨난다고 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타종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게 되어 사실상 ‘감염체’ 라는 다른 종으로서의 변이가 일어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식욕과는 다른 욕구가 생겨 광기라고 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이….]

아는 사람만 알아들으라는 듯이 적어둔 알 수 없는 단어들의 남발이 글의 가독성을 해친다.

…어쩐지 익숙한 형식이다.

글 작성자는…역시나, 이번에도 2동 박사였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많은 양의 알아볼 수 없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글을 읽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불친절한 글을 읽고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만 캐치해 현재 내 상황과 최대한 끼워 맞춰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계속해서 글을 읽으며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조금 특이한 글들을 발견했다.

[마법을 겪어본 일반인의 감각 확장에 대한 시냅스 관련 연구

마법에 노출된 이들은 모두 피부를 간지럽히는 감각을 느꼈다고 마력의 스침을 묘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마력을 느낀 것이 아닌, 마력이 밀어내는 공기를 느꼈다고 할 수 있으나…일부 여성들은 ‘마력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라거나 ‘혈관 밑을 무언가가 채우고 부르게 만들며 열고 지나갔다’ 는 표현을 한다.

이것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소녀로서의 각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으며, 남자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마법소녀를 조종하는 방위군

마법소녀에게 있어 최고의 무기라 할 수 있는 크리스탈 장비는 마법소녀의 신체 일부와 마력을 나노기술로 가공해 만들어지며, 높은 강성과 탄성, 해당 마법소녀에게 맞는 최고의 마력 전도율을 보여준다.

또한 마법소녀가 사용하는 마력 현상과 마법에 맞춰져 특정 마법을 사용할 때 더욱 큰 강도를 보이거나, 같은 성질의 마법에 파괴되지 않는 내성을 가지게 되어 마법소녀에게는 꿈과 같은 무기, 방어구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마법소녀들이 많은 금액을 지불해 방위군에 크리스탈 장비 제작을 문의하거나, 방위군에 존재한다는 마법소녀 전용 대출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때문에 크리스탈 웨폰을 받은 마법소녀는 빠르게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지만, 그만큼 방위군에 더욱 크게 묶이게 된다.

그렇지 않은 마법소녀는 하위권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는 것도 어려워한다.

정말 소수의 마법소녀가 아니면 방위군에 묶이지 않고는 제대로 된 힘을 기르기 힘든 이 부조리한 구조는 사실상 마법소녀를 노예계약에….]

[사회의 세뇌와 탄압

폐쇄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한 명의 절대자를 진심으로 믿게 된다.

이것은 그 사람이 멍청해서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그 대상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상식을 스스로 고쳐 쓰게 되는 현상이다.

사람이라 함은 애초에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모두 피 지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의견에 지배당하기 쉽게끔 교육하는 과정을 통해 절대자를 절대자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은 기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관, 설계를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네거티브에 의해 강제적으로 폐쇄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잘못된 사회에서 애쉬라는 강력한 마법소녀와 래피드의 보호가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것을 방송을 통해 지속해서 인지시키며 감염체와 함께하지 않아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세뇌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란 스스로 감염을 받아들여 괴수와 함께하면 신인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흐름과 함께하기 위해 활동하는 새로운 종교, ‘뉴 웨이브’ 와 함께한 이들은 모두 괴수의 음액을 마음껏 섭취하며 인간 본연의 쾌락에 충실하면서도 부작용 하나 없는 열락의 나날에 빠져 현세에 강림한 극락에서 노니고 있고, 사이비라는 오명은 이를 부러워한 사회 상위층들의 일방적인 지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사회를 통해 괴수가 나쁜 존재라는 잘못된 세뇌를 받고 있으며….]

[감각 장악 소형 촉수 괴수, 옥토플라즈마 기록

현재는 괴수 감염 사태에 의해 거의 멸종상태가 되어있는 특수한 괴수, 옥토플라즈마는 특이하게도 평소에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가 구강을 통해 침입한 뒤에는 뇌에 자리 잡아 액체처럼 녹아들어 뇌에 꼬여 드는 것으로 사람을 장악해 서서히 언어와 인격, 지식을 흡수해가고 사람의 흉내를 내며 활동하는 괴수로, 이 괴수에 장악된 사람은 말을 잘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완전히 장악당하기 전에 마법소녀의 마력을 뇌에 투사, 소독과 같은 과정을 거쳐 처리되며 관찰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좀 더 시간이 있다면 인간을 완전히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이하게도 이 괴수는 마법소녀에게 들어갈 경우 일정 시간 안에 자신이 죽는다는 걸 파악해 마법소녀의 뇌를 자극,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데…이 때문에 하위권 마법소녀들에게는 한때 의도치 않은 성행위를 하게끔 만들고, 다른 괴수들과 연계될 시 당한 순간 완전히 무력화되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괴수로 알려져 소형 괴수에 대한 대처 방법의 필요성이 크게 연구되기 시작되는 계기가….]

“흠….”

내가 원하는 정보가 정확하게 정리되어 적혀있는 글은 없지만…여러가지 글을 봐서 원하는 내용을 추리할 수는 있다.

제목에 속아 사이비 종교의 홍보 글과 방위군에 대한 항의 글도 읽어버렸지만, 다른 글들은 흥미 있는 내용이 많았다.

괴수 감염, 장악, 감각 확장….

나는 시선을 내려 왼손 손등을 내려다봤다.

손등 위로 불거진 핏줄이 멋대로 움찔거린다.

…왼손의 촉수는 감염이라기보다는 공생에 가까운 기분이다.

나를 장악하거나 해를 끼치려 하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없을 때가 더 상태가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촉수가 있어서 감염에서 벗어났다는 건가?

…말은 된다.

가설을 하나 세운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감염되어 있으며, 나 또한 감염되어 있는 상태.

에스더의 촉수가 심어진 뒤 감염에서 회복.

그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뭐에 감염되었다는 거지?

언제…?

마법소녀는 왜 사람들이 감염되었다는 걸 느끼지 못하지?

내 손에 박힌 촉수는 네거티브다.

네거티브만 알 수 있는 감각….

연결 능력…2동 박사의 글….

에스더는 내게 이 촉수가 박혀있는 한 다른 네거티브에게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촉수에는 다른 네거티브와 소통할 수 있는…기능이 탑재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감염을 느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사람들이 감염되었다면 왜…정밀검사에 끌려가지 않지?

왜 감염체 특유의 행동을 하지 않지?

마법소녀는 감염체를 감지할 수 있을 텐데, 왜 눈치채지 못하지?

마법소녀도 감염되어 있나?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된 거지…?

기억을 되짚어봐도 전혀 모르겠다.

마법소녀가 나타난 순간부터?

아니면, 네거티브가 나타난 순간부터…?

나는 에스더에게 촉수가 심어진 순간부터 주변의 이상을 느끼게 되었다.

에스더는 그렇다면 감염된 상태가 아닌 건가?

에스더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해져 있다는걸 알고 있는 건가?

“후우….”

나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한숨을 쉬며 의자를 뒤로 젖혔다.

혼자 생각하는 것에 한계가 느껴진다.

이것저것 찾아봐도 이거다 싶을 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엔 생각하기 전과 똑같다.

정보가 부족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추측만이 연속되어, 의문이 다른 의문을 낳을 뿐이다.

나 혼자서는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

그레이프도, 래피드도 내가 느끼는 이 이상한 감각을 모르고 있다.

그러면…에스더….

에스더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에스더뿐만이 아니다.

마진사에서 가장 다양한 지식 글을 쓰는 사람인 2동 박사도…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2동 박사와 대화를 나눌 방법이 없다.

2동 박사는 아마도 마진사에서 가장 포인트가 많은 사람이다.

포인트를 주며 질문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

또한…신용할 수 없는 상대다.

나는 마법소녀에게 최면을 걸 수 있으니, 상대가 마법소녀라면 신용할 수 있다.

신용할 수 없는 상대여도 신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힘이 있다.

하지만 2동 박사는 마법소녀가 아니다.

사이트 내부에서는 2동 박사가 방위군 내부의 핵심 연구원 중 한 명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질문했다가 뭔가 잘못되어 잡혀가기라도 하면…큰일이다.

2동 박사에게 질문할 수는 없다.

남은 건 에스더…에스더를 만나려면 어떡해야 하는 걸까.

에스더는 래피드와 다르게 비전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차원 문 너머의 다른 곳에 있다.

에스더가 나타났다는 경보가 울릴 때 그 장소로 뛰어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좋아.”

생각을 정리한 나는 노트북을 끈 뒤 곧바로 판매된 상품들을 배달시키기 위해 래피드의 머리카락을 검은 봉투에 싸매기 시작했다.

모든 제품을 한 사람이 사간 덕에 포장하는 데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지퍼백에 하나하나 낱개 포장한 머리카락을 잘 포장하던 나는 문득 든 생각에 머리카락을 하나 꺼내 냄새를 맡았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래피드를 실제로 만나게 되며 이런 머리카락 같은 거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몸이 된 걸까….

잠시 고민한 나는 개인용으로 보관해 두었던 래피드의 머리카락도 서랍에서 꺼내 함께 포장해 넣었다.

자주 사 주는 단골손님에 대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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