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위화감 (5)
래피드가 바로 앞에 있을 때는 잘 참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자 긴장이 풀렸는지 발기가 멈추지 않는다.
참고 있었던 것에 더해서 세 마법소녀의 야한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본 흥분이 더해진다.
혹시라도 래피드가 나중에 프로필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사진을 따로 저장한 나는 바지 안에서 자지를 벌떡이며 침대로 돌아갔다.
그레이프와 섹스한 흔적이 잔뜩 남아있는 방 안이 시야에 들어온다.
어제 그렇게 쌌는데도 또 서다니…대단하다.
나 자신에게 감탄한 나는 잠시 이건 너무 비정상적인 게 아닌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레이프가 내게 활성화 마법을 엄청 걸어주긴 했어도, 어제 그렇게 많이 쌌는데 또 자지가 서다니….
그냥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힘차게 서 있다.
이건 사람의 성욕이 아니지 않나…?
예전에도 성욕이 좀 많긴 했는데…이건 성욕이 많단 말로 끝날만 한 상태가 아닌 것 같다.
한번 발기가 시작되고 나자 성욕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일단 의문은 접어두고 욕구부터 해소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조용히 바지를 내렸다.
“…응?”
언제나처럼 익숙하게 그레이프의 비밀 계정에 접속해 자위를 준비한 나는 잠겨진 계정이라도 뜨는 화면을 확인하고 숨을 삼켰다.
혹시 팔로우를 끊거나 내 계정을 찾아내서 차단한 건 아닐까 해서 확인해보니, 그건 또 아니었다.
언제부터 잠근 건지 모르지만, 계정이 잠겨있다.
당장 자위하고 싶은데…말도 없이 계정을 잠그다니.
나는 팔로워로서 당연한 질문을 하기 위해 메신저를 다시 켜 그레이프의 계정을 찾았다.
지금 보니 프로필 사진이 촉촉이 키링으로 바뀌어 있다.
촉촉이를 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키링을 찍은 사진 주변에 하트 이모티콘이 가득 박혀있다.
역시 그레이프의 취향은 특이하다.
나는 그레이프의 취향을 존중해주며 말없이 그레이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레이프, 바빠…?}
{아뇨? 왜요?]
보내자마자 번개처럼 답장이 왔다.
계속 비전폰을 만지고 있기라도 했던 것 같다.
[안 바빠?}
{네]
[연락해도 돼?}
{네]
…분명 내가 그만두기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바빠질 거라고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오늘은 안 바쁜 모양이다.
아직 바빠지기 직전인 걸까.
나는 그레이프가 바쁘지 않다는 걸 확인한 뒤 본론을 얘기했다.
[혹시 이제 비밀 계정 안 해?}
{네]
{네?]
[계정 닫았길래.}
갑자기 답장이 없다.
나는 혹시 네트워크 상태가 안 좋나 확인해봤지만, 신호에 문제는 없었다.
혹시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긴 걸까.
회사니까 그럴 수 있다.
나는 넓은 마음으로 그레이프를 기다려줬다.
그러자 잠시 후, 그레이프에게서 답장이 왔다.
{다른 사람들이 볼까 봐 오늘 닫았어요.]
그레이프가 자위 영상을 올리는 계정은 나만 보는 게 아니다.
그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자 그레이프의 계정이 잠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레이프와 섹스하고 난 뒤여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그레이프의 몸을 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앞으로 새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올라온 영상들은 따로 다 저장해뒀고, 언제든 볼 수 있는 상태다.
나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음…그렇구나.}
보내자마자 읽었다는 표시가 떠오르며, 그레이프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려온다.
계속 메신저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하긴, 내가 보낸 메시지가 답장하기 좀 힘들어 보이긴 한다.
왜 계정을 닫은 건지도 알게 되었고, 더 할 말도 없어 보인다고 생각한 나는 메신저 창을 닫으려 했다.
{왜요…?]
그 순간 온 메시지에 나는 아주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궁금해한 걸 대답해줬으니 나도 그레이프가 왜 이런 걸 궁금해하는지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게 맞겠지?
나는 그레이프와 이미 섹스한 사이니 딱히 이런걸 숨길 것도 없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아니, 보고 싶어져서 보려고 했는데 닫았길래….}
답장이 없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긴 것 같다.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는 메신저창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나는 1분 정도 지난 뒤에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내고 메신저 창을 닫았다.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 일 힘내!}
궁금증을 해소하고 만족한 나는 곧바로 동영상 갤러리를 열었다.
잠겨져 있는 폴더들 중 그레이프라는 이름의 폴더 안에는 따로 저장해둔 자위 영상이 가득하다.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바지를 내리고 느긋하게 자위할 준비를 마친 나는 말없이 영상을 재생시켰다.
[하으으으으응, 학, 학, 학, 하악, 하아아앙….]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딜도 위에 올라타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그레이프의 모습이 재생된다.
영상을 보자 내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던 그레이프의 모습이 떠올라 흥분이 더 커진다.
바로 앞에서 볼 때보다 약간 더 먼 거리에서 허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니 그레이프가 어떤 의도로, 어디를 자극하고 싶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보이는 것 같다.
뿌리까지 삼킨 채 배의 근육이 예쁘게 보일 정도로 안쪽을 조이며 허리를 좌우로 비튼다.
올라타 있을 때 안쪽을 휘젓게 해 질벽에 귀두를 문질러대던 움직임이다.
그대로 쭈욱 빼내 입구로 끝을 물고 작게 뽁, 뽁, 쯔읍, 쯔읍 하고 귀여운 소리가 나도록 허리를 살짝 위아래로 움직인다.
질구에 귀두가 걸리게 해 한곳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위아래로 크게, 전체를 전부 긁어내듯이 문지르기를 왕복한다.
허리는 세로로 세워진 원을 그리듯, 넣을 때는 앞으로 내밀고 뺄 때는 뒤로 당긴다.
그러다가도 가만히 넣어 바닥에 문지르듯 원을 그리며 허리를 돌린다.
“허억…허억….”
움직임 하나하나가 어떤 자극을 주는지 알고 있어서 그런지 영상 속의 모습에 따라 감각이 흐릿하게 느껴진다.
그냥 보기만 해도 야한데, 어떤 느낌인지, 어떤 반응인지를 다 알고 있어서 더욱 자극적이다.
나는 계속해서 그레이프의 영상을 감상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내 손으로 쥐는 것보다 그레이프가 해 주는 게 더 조이고, 더 기분 좋았다.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영상을 보며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아쉬움이 점점 커진다.
[후응…! 후읏…! 후으으응, 후으으으응, 응, 읏, 읏, 으으응…!]
“허억…허억…헉…?”
그렇게 비전폰을 얼굴 바로 앞에 두고 한동안 아쉬운 자위를 계속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문득 드는 불안감에 천천히 손을 멈췄다.
분명 내 방 안인데…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방향은 창문 쪽이다.
나는 혹시 내가 창문을 안 닫았었나 하고 가만히 누워서 창가 쪽을 힐끔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와 창가에서 멈춰 서 있는 그레이프와 눈을 마주쳤다.
“…어?”
“…아.”
“어?”
“어….”
대체 언제 왔는지 모를 그레이프는 얼굴을 붉힌 채 창가에 등을 기대고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상의 소리를 키운 화면을 너무 가까이에 두고 집중하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한 손엔 자지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엔 비전폰을 눈앞에 든 채 고개를 틀어 가만히 그레이프를 보고 있다가, 서서히 끓어오르는 수치심에 힘이 풀려 들고 있던 비전폰을 떨어뜨렸다.
비전폰에서는 여전히 그레이프의 자위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창피해서 죽고 싶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흥분과는 다른 것으로 뜨거워진 얼굴이 터져 버릴 것 같다.
그런데도 자지는 발기가 멈추지 않아, 수치심이 끝을 모르고 커진다.
그레이프의 시선이 내 그곳에 고정된 걸 느끼는 순간마다 아래쪽이 뻐근해진다.
머리와 하반신이 분리된 것처럼 뇌는 창피해서 죽어버릴 것 같은데 자지는 흥분해서 죽을 것 같다.
점점 이성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완전히 현실에서 도피해버린 나는 그레이프에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인사를 건넸다.
“뭐…두고 갔어요?”
“네?”
“그, 회사…두고간 거 찾으려고 잠깐…?”
혹시 회사에서 뭔가 내 방에 두고 온 게 있다는 걸 뒤늦게 떠올려서 잠깐 찾으러 온 건가요?
질문 하나도 입 밖으로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레이프는 용케 내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저으며 왜 지금 내 방에 있는 건지에 대해 가르쳐줬다.
“그게 아니라…바, 반차 결국 그냥 급하게 쓰고 온 건데….”
“쓸 수 있는 휴가가 남았어요…?”
“아직 있길래…그냥 썼어요.”
“아하….”
휴가를 엄청 썼는데 아직도 쓸 수 있는 휴가가 남았구나.
래피드를 보러 가려고 매번 갑자기 휴가를 써 빠져나간 나와 다르다.
역시 성실하게 일한 우수한 팀장님답다.
“…밥 먹었어요?”
“어? 아, 아뇨…먹었나…?”
그레이프가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죽을 힐끔거리며 한 말에 나는 급하게 기억을 더듬었다.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직 죽을 안 먹었던 것 같다.
식욕보단 성욕이 우선되어서 먹기 전에 자위부터 하고 있었다.
“먹으라고 했는데….”
“머, 먹을게요….”
나는 순순히 그레이프에게 죽을 먹겠다고 말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바지를 천천히 끌어 올렸다.
빨리 자지를 안 보이게 숨기고 죽을 먹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내 희망과 다르게 그레이프는 여전히 그레이프가 자위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비전폰을 지긋이 내려다보며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장해뒀어요…?”
“어, 응….”
“흐응….”
나는 오싹한 감각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그레이프의 시선을 피했다.
가만히 누워서 급하게 바지를 올리자 그제야 끝난 영상이 정지하고 방안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되었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심장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운다.
래피드가 방에 와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도 이렇게까지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래피드가 있을 때 찾아왔던 침묵이 서로 부끄러워하고 아직 익숙하지 않아 생긴 풋풋한 어색함이라면, 이건 창피함과 수치심과 뭔지 모를 감정이 뒤섞인 도망치고 싶은 어색함이다.
그렇게 섹스한 사이인데도 자위를 들켰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끄러움이 뇌를 강간한다.
“응…?”
그렇게 정신이 비명을 지른다는 감각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던 나는 조용한 방안에서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스윽, 스윽 하고 천이 스치는 소리가 그레이프가 서 있던 쪽에서 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나는 치마를 내리고 속옷을 벗고 있는 그레이프를 발견했다.
“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