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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158화 (158/299)

< 158화 > 위화감 (1)

“어, 어…어…?”

래피드를 본 순간부터 시야 안에서 주변의 풍경들이 서서히 사라진다.

온 세상에 래피드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래피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 틈새로 들어오는 래피드의 달콤한 체취를 통해 진한 마력이 후각을 타고 흘러들어오며 뇌를 자극한다.

지면이 출렁거리며, 많은 생각들이 지워졌다가 다시 생겨나기를 반복한다.

심장소리가 가라앉으며, 시야가….

흥분되지 래피드를 덮치고 않아도 최면어플을 당장 방심하고 있다 사용해 기회인가…?

“읏…?”

이상해지려는 상태가 어느 순간 두통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왼손이 움찔거린다.

머릿속에 불이 붙은 것처럼 관자놀이가 뜨겁다.

순간적으로 뭔가 이상한 게 느껴졌는데…바로 사라졌다.

왼손의 촉수가 뭔가 한 건지 피가 차갑게 식어있다.

…뭐였지?

“괘, 괜찮으세요?”

의문에 빠져들던 나는 문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일단 하던 생각을 접었다.

내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래피드의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안절부절못하던 래피드는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손가락을 집어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문틈 사이에 걸려있던 도어체인이 저절로 들어 올려져 풀려나왔다.

“아, 괜찮…괜찮아요.”

이어서 현관 안으로 들어와 날 부축해 주려는 래피드의 모습을 본 나는 다급하게 손을 내밀며 멈춰 세웠다.

그레이프와 섹스한 흔적이 가득한 방 안에 래피드를 들여보낼 수는 없다.

나는 내 등 뒤를 힐끔거리며 벽에 손을 대고 기대어 서서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래피드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왜 래피드가 내 방문 앞에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레이프가 날 방에 데려다줄 때 래피드도 같이 있었던 건가?

어렴풋이 래피드의 목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마법소녀가 아닌 사람의 몸에 마력이 억지로 채워졌다가 빠져나가면 한동안 어지러울 수 있어요…아직 상태가 안 좋은 것 같고 제가 부축해드릴 테니까 누워 있는 게….”

그레이프가 날 강간하며 마력 가공 물약을 주사해줬을 때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은 이미 한번 겪어봤다.

덕분에 지금 이게 마력이 빠져나가서 어지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알아도, 왜 어지러웠던 건지는 모르겠다.

“아뇨, 그런 거 때문이 아니라…그냥 래피드를 보니까 갑자기 몽롱해져서….”

“네…?”

멍하니 말을 끊으며 대답한 나는 일단 의문을 접어둔 뒤 어쩐지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처럼 보이는 래피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머리의 컬 모양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

평소보다 좀 더 매끄럽게 정리하려고 신경 썼다는 게 느껴진다.

오늘 입은 옷은 가슴 부분에 단추가 있어 허리를 꽉 조이는 원피스다.

베이지색에 아주 약간 더 진한 컬러로 체크패턴이 들어가 깔끔해 보이면서도 커다란 가슴과 몸매가 강조되어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게, 단정해 보인다.

다른 것보다 몸매가…아주, 아주 야하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머릿속에서 저절로 그레이프와 비교해 보게 된다.

모델같이 날씬한 모습에 감탄한 뒤 조금씩 매력을 느끼는 게 그레이프라면, 처음 볼 때부터 성욕을 느끼고 계속해서 볼수록 침을 흘리게 되는 게 래피드다.

그레이프가 길고 날씬하다면, 래피드는 조금 더 작고 귀여운데 몸은 더 야하다.

가슴도 더 크고, 허리도 더 잘록하고, 키는 그레이프보다 작은데 엉덩이 크기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인다.

자지가 멋대로 커지고 싶어 해서 움찔거리지만, 그레이프에게 너무 많이 싸서 커지질 않는다.

그런데도 시선이 멋대로 래피드의 몸매를 쓸어올리듯 살핀다.

나는 멍하니 시선을 래피드의 몸에 고정하고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다가 래피드와 눈을 마주쳤다.

무척 부끄러워하며 가만히 치켜뜬 눈을 깜빡거리는 래피드의 얼굴이 보인다.

한동안 래피드를 감상하던 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난 뒤 천천히 정지되어있던 사고회로를 다시 가동시켰다.

망가진 옛날 컴퓨터처럼 정신이 돌아오다가도 다시 시작상태로 되돌아가 재부팅 하기를 반복한다.

재부팅 과정 동안은 래피드의 몸매 감상 시간을 가진다.

“저, 저, 저기….”

“아.”

나는 래피드의 가슴 라인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던 도중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너무 많이 봐 버렸다.

“죄송합니다…그게, 상처가 있나 싶어서.”

나는 순발력을 발휘해 곧바로 적당한 변명으로 내 시선을 정당화시켰다.

그러자 래피드는 흠칫 놀라더니 눈으로 내 다리 사이를 힐끔거렸다.

래피드는 내 다리 사이의 전혀 발기하지 않은 자지를 보고 내 말을 믿어줬는지 얼굴을 확 붉히며 내 시선을 피했다.

“아, 네! 그, 그쵸! 상처…없어요! 마법소녀니까요!”

당황한 목소리로 말하던 래피드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맨살이 잘 보이게끔 대놓고 팔과 다리를 벌려 보여줬다.

내 말을 믿고, 상처가 없다는 걸 확인시켜 주려는 것 같다.

치마가 흔들리고 가슴이 출렁거려 래피드의 몸이 아까보다 훨씬 야하게 보인다.

나는 너무너무 야한 몸매에 순수하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대단하네요…우와…꿀꺽….”

잠시 팔 안쪽이나 다리 안쪽을 살짝 보여주던 래피드는 자신이 한 행동이 조금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자세를 다시 바로 했다.

그러더니 잠시 어색한 공기를 만들며 조용히 서 있다가, 갑자기 공중에서 리본이 달린 종이봉투를 꺼내 들어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익숙한 포장이다.

“저기, 이거…단 거, 좋아하신다고….”

나는 래피드에게서 케이크당의 조각 케이크가 든 종이봉투를 받았다.

입구를 살짝 벌려보니 안쪽에는 살구 생크림 케이크와 살구 시럽이 예쁘게 포장되어 들어있었다.

래피드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다.

“어….”

“마, 마, 맛있어요…그거….”

“아, 네…잘 먹을게요.”

…받긴 했지만, 왜지?

왜 갑자기 케이크를…왜 집앞에…왜 나한테….

래피드에게 케이크를 받은 건 정말 기쁘긴 한데, 정말 당황스럽기도 했다.

내게 케이크를 건네준 래피드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입을 계속해서 열었다가 닫고, 눈을 치켜올려 힐끔거리는 걸 보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은 하지 않는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가만히 케이크를 들고 있던 나는 래피드의 상태를 살피던 끝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혹시, 뭔가 할 말이라도….”

“아…그게…! 아, 아프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그, 걱정해서….”

“아.”

곧바로 반사적으로 래피드가 한 대답을 들은 나는 래피드가 왜 여기에 와있는지 어쩐지 알 것 같아졌다.

어제 눈앞에서 쓰러지는 걸 보고 걱정되어서 찾아와 준 것 같다.

래피드에게 나는 언제나 구해오던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일 텐데도 굉장히 상냥하다.

“덕분에 상처도 다 나아서 아픈 곳도 없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겉에 보이는 상처와는 다르게 그레이프와 너무 많이 섹스하며 생긴 근육통도 심하고 자지 뿌리도 뻐근했다.

진실을 숨긴 채 웃는 얼굴로 말하자 래피드의 표정이 확 하고 밝아진다.

“그래도 오늘은 푹 쉬고…저,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시면 안 돼요? 위험하다고 생각해도 그러면 정말로….“

“음…걱정해줘서 고마운데 전에도 말했지만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몸이 움직인 거라서요….”

“아, 아…! 저, 저도 고마워요! 저도 인사하려고 온 거고, 그게 저기, 남자가 저한테 그래준 게 처음이라…뭘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보통 사람이 마력이 빠져나갔을 때 뭘 먹는 게 좋을지 모르겠지만…제가 그럴 때마다 먹는 건데.”

래피드는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빠른 속도로 많은 말을 단번에 쏟아냈다.

어쩐지 평소에 알고 있던 래피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분위기는 여전히 조금 어색하지만, 전에 봤을 때 느껴졌던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져있다.

“쓰러지고 일어나셨으니까 무리하지 않는 게 좋고…냉장고에 넣어둬도 된다고 했으니까 일단 두셨다가 편하실 때 드시면, 시럽도 맛있으니까…? 맛있게 드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 대신 말이 많아지고,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횟수가 늘었다.

말하면서 쉴 새 없이 크게 뜬 눈을 깜빡이고,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아하…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앗, 네….”

나는 래피드에게 받은 케이크를 현관 바로 앞의 바닥에 내려놓은 뒤 문앞에 서 있는 래피드를 가만히 바라봤다.

래피드는 내게 케이크를 건네주고 할 말을 마친 뒤에도 가만히 문앞에 서서 다시 눈을 깜빡깜빡 거리며 날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또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래피드와 눈을 마주치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줄 테니 편할 때 말해달라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래피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비전폰을 확 꺼내 들었다.

그대로 내게 비전폰을 들이밀며 입을 열었다.

“저…혹시…!”

그때, 갑자기 래피드가 서 있는 옆쪽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니까 당연히 들릴 수밖에 없는 소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의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언제나처럼 같은 층에 사는 누군가가 내리고, 자신의 방에 가기 위해 걸어가는 중이다.

발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가까워진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몸이 저절로 움직여 래피드의 손을 잡아 현관 안으로 끌어당겼다.

“흐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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