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 혼란 (2)
허락해주지 않으면 안 하겠다는 듯 순종적이게 말하면서도 눈빛으로 절절하게 애원해온다.
방금 사정했는데도 곧바로 빳빳하게 세워진 자지가 멋대로 까딱거린다.
나는 거절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허, 허락…받아야 돼?”
“안 받아도 돼요…?”
“아니, 아니…아니, 그…아니 그게….”
혼란스럽다.
얼굴이 뜨겁다.
왜 이렇게 부끄럽지?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이상하다.
눈을 마주치는 게 힘들다.
숨이 막힌다.
긴 속눈썹이, 젖은 눈동자가 깜빡이는 걸 잠깐 힐끔거리기만 해도 몸이 멋대로 부들부들 떨린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이미 섹스한 사이인데, 최면을 걸어서 마음대로 따먹었는데….
“해도 돼요…?”
“앗…윽….”
예전에 섹스할 때는 단순히 생물적인 흥분만 느껴졌다면, 지금은 심장이 떨린다.
이 감정을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
난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지금 와서,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익숙해졌으니까 오히려 덤덤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섹스를 처음 경험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걸까.
왜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서 숨이 막혀올까.
모든 생각이, 의문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데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두근거린다.
가만히 자지에 쪽, 쪽 하고 키스하며 허락해주세요 하고 말없이 졸라대는 그레이프의 모습을 내려다볼 때마다 머릿속이 표백되어간다.
“아프게 안 할게요….”
“어, 어….”
“넣게 해주세요….”
작게 속삭여진 목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운 두근거림을 뚫고 머릿속을 간지럽힌다.
오싹하면서도 간지러운 자극이 동물적인 본능을 자극한다.
너무 흥분해서 눈가가 뜨거워져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그레이프에게 넣어도 좋다고 허락해줬다.
그러자 그레이프는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며 정말 해도 좋냐고 자지 바로 옆에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고 공중에서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래쪽이 저릴 정도로 흥분되며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졌다.
곧바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레이프는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내 위로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아아아….”
부드럽게 가슴을 문질러대며, 자신이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알려온다.
나는 그레이프가 천천히 위로 올라올 때마다 커다란 가슴에 몸을 살살 문질러지며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움찔거리고만 있었다.
천천히 가슴이 맞닿고 그레이프의 심장 소리에 저절로 신경이 집중된다.
두근두근하는 울림이 내게 전해져온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려다보니, 계속해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레이프와 저절로 눈이 마주친다.
긴 속눈썹이 깜빡깜빡 움직이며, 끈적하게 젖은 입술이 야릇하게 빛난다.
가만히 가슴을 꾸욱 내리누르는 모습에서 그레이프도 내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앗….”
내 위에 완전히 올라타게 된 그레이프는 그대로 아주 살짝 허리를 들어 올려 배로 부드럽게 눌러주고 있던 자지를 밑으로 빼냈다.
이어서 천천히 허리를 내려 자지를 살살 간지럽히다가…무척 뜨거운 곳에 닿은 순간 작게 숨소리를 낸다.
그러고는 할게요? 해도 괜찮은 거죠? 하고 또다시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하며 젖은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나를 올려다본다.
서로 숨소리가 다 들리고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가만히 올려다보며 자지를 질구에 대고 있는다.
뜨거워진 입구가 쯔윽, 쯔윽 소리를 내며 나랑 정말 진심으로 섹스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가만히 닿고 있을 뿐인데도 점점 많은 양의 애액이 흘러 자지를 간지럽힌다.
“하아….”
서로 가장 뜨거운 곳이 닿은 순간부터 피가 점점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하고 심장 소리가 빨라지며, 저절로 허리가 위아래로 흔들린다.
그레이프를 보고 있으니 이성이 마비된 것처럼 몸이 본능적이게 반응한다.
“윽….”
“앗….”
멋대로 흔들리는 게 부끄러워서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으며 허리를 멈추자 그레이프가 살짝 아쉬운 소리를 내며 작은 한숨으로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천천히 내 손목 위에 손을 올리고, 양손을 살짝 뒤집어서 잡고는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아 허리를 위아래로 살살 흔든다.
그 모습이 나한테 움직여도 괜찮다고, 움직여달라고 조르는 것 같아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
쯔읍, 쯔읍 소리를 내며 흠뻑 젖어버린 두 곳이 이끌리듯 맞춰진다.
가만히 세워져 있는 내 그곳 위에서 허리를 작게 흔들던 그레이프는 질구에 귀두가 맞춰지자마자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자 가슴을 완전히 밀착한 채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는 그레이프의 얼굴이 보인다.
서로 마추진 두 눈을 아무 말 없이 깜빡인다.
상체를 내게 밀착시킨 그레이프의 커다란 엉덩이가 위로 들어 올려졌다가 밑으로 살살 내려오며 귀두에 쪽, 쪽 하고 키스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흥분감을 참을 수 없어 손목 위에 올려진 그레이프의 손을 꽉 쥐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러자 그레이프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거친 숨을 내쉬며 서서히 내 것을 안으로 삼키기 시작했다.
쯔으으읍, 하고 그레이프의 보지가 내 자지를 빨아들인다.
구불구불한 주름으로 상냥하게 잡아주다가도 흠칫 거리며 꽈악 조여온다.
천천히…천천히 내게 눈을 맞춘 채 허리를 밑으로 내린다.
“후으으응…!”
잔뜩 흥분해 젖어버린 치골이 서로 맞닿으며 부드러운 쿠션감이 느껴진다.
상체는 가만히 멈추고 양옆으로 다리를 벌린 채 허리만 내려 새하얀 엉덩이를 좌우로 살살 흔든다.
자지 뿌리부터 귀두까지 전부 꽈악 조여오며 부드럽게 빨아대는 자극이 계속해서 사정을 재촉한다.
“하앗….”
그대로 가만히 멈춰 서있다가 눈을 크게 뜨고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조심스럽게 한 번, 찌걱 하는 소리가 선명히 들리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자지 뿌리를 꽈악 조이고 잡아당겨 올리며, 보지가 자지에 달라붙는다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귀두를 물어 쭈읍, 하고 빨아대다가 다시 밑으로 천천히 내리며 빼곡한 주름으로 자지를 잔뜩 쓰다듬는다.
“앗….”
“하아…하앙….”
한번 움직인 게 기분 좋아서 작게 소리를 내고 그레이프의 손을 꼭 잡으니, 다시 위아래로 두 번 움직인다.
찌걱, 찌걱 하고 야한 물소리를 내며 움직인 뒤 가만히 꾸욱 누르며 치골을 살살 비벼온다.
질 내를 휘젓게 된 자지가 질벽에 귀두를 문지르며 쾌감에 젖어 멋대로 끄덕거린다.
“자…잠깐….”
아주 잠깐 움직였을 뿐인데, 벌써 쌀 것 같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감각이 더 예민하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그레이프의 몸이 훨씬 기분 좋다.
나는 남자로서 겨우 세 번 움직인 걸로 사정해버렸다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것 같아 그레이프에게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그레이프…잠깐만 빼….”
“앗…네….”
그러자 그레이프는 깜짝 놀라며 내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쭈으으읍 소리를 내며 자지가 빼내진다.
나는 빼내는 자극만으로도 싸 버릴 것 같아 허리를 움찔거리며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참고 있다가, 서서히 잦아드는 사정감에 조용히 헐떡이며 눈을 떴다.
“하아…하아….”
“시, 싫었…어요?”
“아니…그게….”
나는 그레이프의 목소리를 듣고 가만히 밑을 내려다봤다.
내 위에 올라탄 그레이프가 무척 조심스러워하며 상체와 하체를 일으켜서 가만히 네 발로 엎드려있다.
가슴이 밑으로 처져 내게 닿아있는 가슴골 사이로 사정감을 참으며 움찔거리는 자지가 끝을 맞대고 뿌리부터 흠뻑 젖은 기둥이 드러나 번들번들하게 빛나는 게 보인다.
아주 잠깐 말하기에 부끄러우니까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까 생각한 나는 나만큼 흥분한 듯 잔뜩 움찔거리고 있는 그레이프의 보지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내 위에 엎드린 그레이프를 눈을 살짝 치켜올리며 바라보자 조금 울상이 되어 있는 얼굴이 보인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던 나는 솔직한 느낌을 입 밖으로 내는 게 조금 창피해져서 눈동자를 밑으로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
“바로 쌀 것 같아서…조금, 너무 기분 좋으니까….”
“앗….”
“천천히 해줘….”
그러자 왠지 그레이프가 손을 움찔거리며 내 손을 조금 아프게 꽈악 쥐었다 풀어주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느껴지는 통증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레이프를 올려다봤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채 뜨거운 숨을 헐떡이는 그레이프의 얼굴이 보인다.
“그레이프?”
“네, 네에…?”
“…살살?”
“네에….”
나는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레이프의 모습을 보고 어쩐지 기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어째서인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그레이프는 힘 조절이 안 되는 듯 움찔거리던 손을 놓아주고, 내 손목을 잡아 내가 그레이프의 손목을 쥐게 만들었다.
그대로 내 손 바로 옆의 침대 시트를 꽈악 잡아 쥐더니, 다시 허리를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살살…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