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 최면물-135화 (135/299)

< 135화 > 별 (1)

“스페이스 디스토션 Space distortion!”

에스더의 대답과 동시에 래피드의 손에서 미리 준비해두고 있던 마법이 나와 에스더와 내 사이를 갈라놓았다.

왜곡된 공간이 내 주변에 얇은 원형의 막을 만들어 에스더의 손이 닿지 못하게 한다.

“그랩 Grab!”

“억?!”

그대로 래피드가 공중을 손으로 잡아당기자 보이지 않는 손이 래피드를 따라서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에스더가 손대지 못하게 방어벽을 만들고, 염력으로 잡아 공간을 뛰어넘어 끌고 간다.

“또, 내 걸 가져가려고…?”

“읏…!”

하지만 래피드가 나를 데려가기 전에 에스더가 먼저 반투명해진 손으로 공간 왜곡을 뛰어넘어 들어와 내 몸을 잡았다.

이클립스를 사용해 왜곡된 공간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나를 잡은 손을 제외한 팔이 타올라 흔들리는 공간을 불태워 래피드의 마법을 없앤다.

“경고하는데, 내가 기분이 좋을 때 얌전히 꺼지는 게 좋아…지금은 네가 전혀 친구로 보이지 않거든? 이미 적이긴 했지만 말야…?”

에스더가 날카로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불쾌한 소리를 낸다.

살벌한 눈빛이 래피드를 노려보고, 눈앞에 진득한 마력이 타오른다.

에스더의 주변에서 공기가 물결처럼 떨려와 피부를 간지럽힌다.

“에스더…어?”

점점 마력을 끌어올리는 에스더에게 래피드는 아주 조금씩,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왔다.

걷는 게 아니라 지면을 밀어내는 것처럼 미끄러져 다가온다.

그때, 에스더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히던 래피드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아는 사람이 이전에 동료였던 네거티브 간부에게 잡혀있는 모습을 본 래피드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본 적 있는 얼굴을 보고 당황한 래피드의 눈이 크게 떠지고, 곧바로 입이 꾹 다물어진다.

애써 숨기려고 하는 것 같지만, 긴장하고 있다는 게 평범한 사람인 내게도 느껴질 정도다.

“무…무고한 사람은 놔 줘, 에스더…그 사람한테는 잘못 없잖아….”

“꼭 내가 내 팬을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네?”

“팬…? 설마, 또…! 에스더…!”

에스더의 팬은 모두 에스더와 만난 즉시 끌려가 촉수 괴수로 변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래피드가 인상을 쓰며 마력을 끌어올린다.

에스더의 마력을 한 올 한 올 잡아 붙들어 도망치지 못하게 방해한다.

“더는 안 돼! 더는…더는 못 데려가!”

“꺼져, 래피드.”

“더는…널 위해서도! 데려가게 둘 수 없어!”

래피드의 손이 내 쪽으로 향하며, 이번에는 반대로 에스더를 밀어낸다.

손이 쥐어지고 비틀리는 것과 동시에 공간이 비틀려 에스더를 잡아 내던지려 한다.

그리고 그 힘에 에스더가 이마에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저항하고 있다.

“래피드…래피드…예전부터, 내 팬을 뺏어가는 짓이…마음에 안 들었어…!!”

내 몸을 조심스럽게 잡아 쥐는 손에서부터 절대로 놔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부서지지 않게, 아주 약한 계란을 잡는 것처럼 살짝 압박하면서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확실히 감은 손이 나를 끌어당긴다.

“이 도오오오둑 고양이년이이이! 내가, 내가 또 뺏길 줄 알아아아!!”

에스더가 나를 안은 채 날아올라 래피드에게 달려들었다.

시야가 늘어지고 찢어지며 몸속의 피가 발끝으로 쏠린다.

방향감각이 사라지고 머리가 흔들려 우주공간에 던져진 것처럼 중력이 잊힌다.

“멀티플 베리어 Multiple Barrier!”

시야가 다시 되돌아오며 에스더의 검이 래피드의 방벽에 잡혀있는 모습이 보인다.

래피드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입을 다무는 것처럼 모아쥐고 있었고, 에스더의 검은 수많은 방벽에 잡혀 멈춰 세워져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스더의 검이 하얗게 타오르며 배리어를 구성하는 마력 자체를 태워버린다.

“욱…!”

속박에서 벗어나 래피드를 베어낸 검이 래피드의 몸을 쉘터 밖으로 날려보냈다.

검에 확실히 맞았지만 래피드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몸에 둘러둔 방벽이 괴수의 방벽처럼 공격을 막아내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에스더도 이미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다시 래피드에게 근접해 검을 휘두른다.

“죽어어어어엇!”

“래피드!!”

두 번째 검이 방벽을 뚫고 래피드의 몸을 깊게 베어낸다.

확실하게 베어 가른 검이 래피드의 피를 튀는 즉시 태워 증발시키고 다음 일격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순간 래피드의 손이 내 몸에 닿았다.

“체인징 코디네이트 Changing Coordinate!”

"우오오오억?!"

에스더의 분노한 목소리와 함께 내 몸이 어딘가로 잡아당겨 지며 찰흙처럼 늘어난다.

알 수 없는 공간에 던져졌다가 꺼내지며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강제로 변한다.

“리와인드!”

눈 깜짝할 사이에 위치가 변한 내 시야가 어지럼증과 함께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며 래피드의 피부가 저절로 봉합되는 모습이 보인다.

공중에 증발했던 피까지 다시 액체로 돌아와 빠르게 래피드의 안으로 되돌아오고 그을렸던 피부가 원래의 색을 되찾는다.

래피드가 구조율이 높은 이유는 이런 마법들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험한 장소에서 회피시키거나 안전한 곳으로 위치를 바꾸고, 방어벽을 사용하는 마법에 특화되어 있다.

순식간에 에스더에게 붙잡혀 있는 나를 빼앗아 온 래피드는 내 쪽을 한번 힐끔거려 상태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에스더를 붙잡았다.

“텔레포…!”

“이, 개 같은 년이!”

그대로 마력을 끌어올려 에스더와 함께 어딘가로 순간이동 하려고 하는 순간, 에스더가 반투명해지며 래피드의 품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품에서 벗어난 에스더의 반투명한 발목을 래피드의 빠르게 떨리는 손이 잡는다.

정확하게는 손이 떨리는 게 아니라 래피드의 손 주변의 공간이 떨리고 있다.

“어딜!”

“꺼져! 슈팅 스타!”

에스더의 꼬리가 래피드에게 겨눠지며 별똥별 같은 작은 불꽃을 연사한다.

별것 아닌 공격처럼 보이지만, 저 작은 불꽃 하나하나가 높은 폭발력을 지닌 유탄이다.

“서브 스페이스 Sub space!”

그 모든 공격을 튕겨내지 않고 손바닥만 한 작은 공간을 열어 전부 받아낸 래피드의 마력이 불안하게 떨린다.

날아온 마법 자체를 삼키는 것처럼 없애버리는 마법 같아 보이지만, 마력 소모가 상당한지 래피드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다른 마법으로 튕겨내지 않고 마법을 흡수한 건 바로 뒤에 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못 본 마법…! 또 귀찮은 마법을 각성해가지고!”

에스더 또한 혹시나 나한테 맞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린 건지 슈팅스타를 멈췄다.

“도망쳐요! 붙잡고 있을 테니까!”

“내 팬한테 함부로 명령하지 마!”

에스더가 날개를 펼쳐 몸을 공중에 띄우면서 발로 래피드의 머리를 차올린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놓쳐버릴 듯한 발목을 잡고 내게 소리친 래피드의 머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펼쳐둔 작은 배리어가 턱밑에서 에스더의 발등을 잡아 누르고 있다.

“놔!”

“슬로우 테리토리, 디스토션!”

한쪽 발을 잡히고 반대쪽 발도 베리어에 눌린 에스더의 허리가 공중에서 비틀리며 불의 검을 사선으로 내리긋는다.

새하얗게 타오르는 초고온의 검은 완벽하게 막을 자신이 없었는지 래피드의 손이 에스더의 발을 놓았다.

그대로 거리를 살짝 벌린 래피드의 손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듯한 다음 마법이 쏘아진다.

에스더가 있는 공간이 얼어붙으며 래피드의 마력이 겹쳐 쏘아진다.

빠르게 겹친 공간이 점점 진동해 공명하고 왜곡되며 날카롭게 모인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공간 안에서 에스더가 반투명하게 변하는 것과 동시에 얼어붙은 공간이 풀리며 칼날 같은 흔들림이 빠르게 날아갔다.

“윽…!”

“서, 성공했어!”

살벌한 기운에 깜짝 놀라 몸을 비튼 에스더의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가 사라진다.

이제는 마법소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마법소녀의 회복력을 아득히 넘어선 재생속도다.

“이게 초진동참격 Vibroblade…! 정말로 응용만으로 다른 마법을…!”

“이 애쉬 꼭두각시 년!”

“할 수 있어! 다시, 공간을 잡아서 왜곡 값을 조정…!”

“히익!”

래피드의 손 앞에 작은 공간이 얼어붙으며 떨리는 공간이 연속해서 날카롭게 쏘아져 나간다.

진동 하나하나를 에스더의 불의 검이 태워 잘라버리고 쉘터 안이 터지며 무너져 내린다.

쉘터 밖에 서 있던 나는 곧바로 래피드와 에스더를 등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에스더와 래피드에게 각각 나를 공격할 수 없다는 최면을 걸어두긴 했지만, 마법에 의해 지하철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면…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여기 있다가는 죽는다.

도망쳐야 한다.

“1번! 어딜 가는 거야!”

“못 가!”

“멈춰! 멈추라고오오! 하잖아아아!!”

“허억…! 허억…! 헉?!”

통로를 울리는 절규를 무시하고 빠르게 계단을 밟아 달려 올라가 지상으로 도망치려던 내 앞을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 직후, 참격에 베여 지면이 불타오르고 녹아내린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상으로 도망칠 수 있는 통로가 막혔다.

“뭐, 뭐야…?!”

왼손이 욱신거리며 조금 전의 참격이 에스더가 한 짓이라는 사실을 알려온다.

에스더가 쉘터 안에서 래피드에게 잡힌 채 무언가를 한 것 같다.

쉘터가 있는 방향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점점 강하게 쏟아져 나온다.

“비켜…꺼져…! 래피드으으으!! 꺼져어어어어어어!”

“이, 이건…?! 안돼!!”

“아아아아아아아!!”

악에 받친 목소리를 들은 왼손이 빳빳하게 굳어 내 몸을 꼼짝 못 하게 한다.

마력이, 공기가 요동친다.

지하철 바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크게 진동한다.

“코로나아아! 메스! 이젝션 Coronal Mass Ejection!!”

“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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