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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130화 (130/299)

< 130화 > 124번 (3)

“124번, 지금 다른 팬한테 잘못을 떠넘기는 거야? 다른 애들 때문에 참기 힘들어졌다고?”

“에스더 님이 매력적이고 야한 게 더 큰 이유죠. 배고픈 사람 앞에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하라고 해놓고 말 안 하고 먹었으니 혼나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억울하지 않을까요?”

“흐으으으응….”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고, 최음 가스에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에스더는 갑자기 멈춰서 있었고, 나는 에스더의 보지를 보고 만지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니까 만졌다.

이 완벽한 논리에 에스더는 반박을 할 수가 없는지 눈을 살짝 감고 입을 꾹 닫으며 긴 침음성을 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훔쳐본 게 잘한 짓은 아니야. 내게 솔직하게 말하고 당당하게 봤다면 몰라도….”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에스더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변호에 반박할만한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가 줄 수는 없었는지 내가 보지를 훔쳐본 걸 걸고넘어졌다.

하지만 나는 에스더의 보지를 훔쳐보지 않았다.

“당당하게 손으로 벌리고 봤습니다.”

“…뭐?”

“솔직하게 말하는 게 늦기는 했지만, 훔쳐보지는 않았습니다. 당당하게 봤….”

자신만만하게 에스더의 오해를 풀어주려는 순간 에스더가 갑자기 마력을 끌어올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진한 검은 색의 마력이 차원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서서히 막는다.

우울감이, 분노가, 수치심이 쉘터 안을 가득 채운다.

심상치 않은 반응에 나는 내가 뭔가 말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했던 말을 되집어볼 때 에스더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한 건 보지를 당당하게 봤다고 말한 순간부터다.

뭐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사과해야 한다.

“그…허, 허락 안 받고 봐서 죄송하긴 한데…보지가 너무 야하고 예뻐서 참을 수가 없었….”

“…봤어?”

“네?”

“내 여기, 어떻게 생겼는지 봤냐고.”

확실하게 봤다.

지금도 눈을 감고 잠시만 기억을 되짚으면 그때 봤던 모습이 떠오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꺼운 보짓살이 예쁜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을 뿐이지만, 손으로 벌려 보면 상상도 못 한 광경이 펼쳐진다.

분홍빛의 부드러운 촉수가 가득한 촉수보지가 자지를 유혹하듯 살랑살랑거리며 끈적한 점액을 주륵주륵 흘려댄다.

언뜻 보면 무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예쁜 색과 애교부리듯 달라붙으며 기분 좋은 쾌감을 선물해 줄 것 같은 촉수는 조금만 봐도 거부감보다는 넣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음액이 가득한 애액의 맛도 나쁘지 않고, 촉수 보지도 엄청나게 야하다.

“봤습니다. 엄청 귀엽고 야하던데요…?”

에스더의 질문에 어찌 대답할지 아주 잠깐 고민한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덧붙였다.

그러자 에스더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하! 아하하하! 124번! 진짜로…말 잘하네? 아니, 연기를 잘하는 거야?”

“네?”

“아하하하하하!!”

갑자기 미친 것처럼 웃던 에스더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으며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검은색의 마력이 녹아내리는 촛농처럼 거꾸로 타오르며 쉘터 바닥을 서서히 녹인다.

에스더는 일그러진 얼굴로 웃으며 내게 칼로 긁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거짓말 하는 걸…거짓인데 진짜인 척하는 걸 싫어해.”

“…압니다.”

“그래, 알지? 퀴즈를 전부 맞췄으니까! 아하하하!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한 거야? 전에 뿔이 매력적이라고 했던 것도 그렇고…뭐? 예뻐어? 귀여워? 야해? 아하하하하하!”

에스더는 정말로 웃긴 걸 본 사람처럼 배를 잡고 웃다가 갑자기 차원문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열려가던 차원문이 깨지고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뒤섞이며 서서히 꿰매지고 뒤틀려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변해간다.

“124번…배반자보다 더 기분 나쁜 게 뭔지 알아?”

에스더는 차원문을 닫은 뒤 고개를 밑으로 떨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부글부글 끓는 마력이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바닥을 기어 다닌다.

떨리는 목소리에서부터 숨이 막힐 정도의 분노가, 허탈함이 느껴진다.

“거짓말쟁이야.”

상황이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대체 왜 갑자기 차원문을 닫은 거지?

나를 끌고 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끌고 가지 않는 것도 그리 좋은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뿔이 매력적이라고? 지금 내 몸이…예쁘다고?”

“하아…하아…하아….”

“아하, 아하하하…아하하하하!!”

에스더는 갑자기 끈적한 마력으로 내 주변을 무겁게 뒤덮고 날개를 크게 펼쳤다.

나에 대한 적대감이 점점 커지는 게 느껴지며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이 온몸을 압박한다.

숨이 막힌다.

“퀴즈.”

미친 듯이 웃던 에스더는 갑자기 전원이 내려간 것처럼 고개를 확 떨어뜨리고 나를 가만히 노려보기 시작했다.

주변을 짓누르던 마력이 주변에 깔리며 어두운 쉘터 안을 더욱 어둡게 해 에스더의 불이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만 보이게 만든다.

“하나라도 틀리면…아하하하!”

검은 마력에 둘러싸인 에스더가 입가를 비틀고 조용히 한 말에 귀가 아플 정도로 긴장된다.

빳빳하게 세워질 정도로 힘이 들어가 웅웅 떨리는 이명이 들린다.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첫번째 문제, 나는 왜 감염되었을까?”

왜 갑자기 퀴즈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의 답은 다행히도 이미 알고 있다.

마법소녀인 에스더는 네거티브 간부 중 정신공격에 특화된 간부, 마인드 컨트롤러에게 패배했다.

그대로 끌려가서 네거티브에게 감염…에스더를 혹시라도 목격하게 되면 이전의 에스더가 아니니 도망치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뉴스로 나오고 자세한 내용이 정리되어 비전넷에 올라와 있기까지 한 내용이다.

“1번, 애쉬가 일부러 날 구출하지 않아서.”

그런데 에스더의 입에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믿을 수 없는 얘기가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일부러 구출하지 않았다니?

“2번, 래피드와 애쉬에 대한 악의.”

문제는 객관식이었던 듯 멈추지 않고 두 번째 선택지가 내려왔다.

래피드, 그레이프, 애쉬, 에스더 이 넷은 네거티브의 차원습격 초기부터 함께 행동해 사이가 좋은 거로도 유명하다.

그런데…악의라니?

“3번, 마인드 컨트롤러의 세뇌에 결국 패배해서.”

아마도 이게…정답이다.

래피드가 직접 뉴스에 나와 울면서 말한 내용이기도 하다.

정확하게는…세뇌에 패배했다고 하지 않고 마인드 컨트롤러라는 간부에게 패배하여 끌려간 뒤 감염당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전넷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이 셋 중에서, 틀린 건?”

“네?”

당연히 정답을 하나 고르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틀린 걸 하나 고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해 입을 벌렸다.

셋 중에서 틀린 게 하나라는 얘기는, 정답이 두 개라는 얘기다.

이 문제는 어딘가 이상하다.

마인드 컨트롤러에게 패배하고 래피드와 애쉬에게 악의가 있어서?

패배한 뒤 애쉬가 일부러 구출해 주지 않아서?

둘 중 어떤 것이 되어도 이상한 대답이 된다.

어딘가 불편한, 몰랐던 진실을 알 수밖에 없게 되는 묘한 문제지만…지금 중요한 건 문제의 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다.

틀린 순간 어떻게 되는지는 얘기해주지 않았으나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에스더 퀴즈라면 자신있지만, 이번 문제는 나도 답을 확신하기 힘든 문제다.

정답을 틀린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무조건 맞춰야만 한다.

세 개의 선택지 중에서 이미 하나가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고있으니 사실상 선택지는 둘로 좁혀진다.

첫번째와 세번째거나, 두번째와 세번째가 진실일테니 1번과 2번중 하나를 말하면 된다.

50%확률이니 그냥 찍어볼만도 하지만, 혹시라도 틀렸을 때의 리스크가 얼마나 클 지 모른다.

신중하게 가만히 답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에스더의 시선을 느끼고 조용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만 있다.

어디 할 수 있으면 정답을 말해보라는 것처럼…정말 얌전하게 봐 주고 있다.

“혹시 좀 검색해봐도 되나요?”

“검색…? 아하하하하!”

문득 떠오른 생각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리며 묻자 에스더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이런 문제를 비전넷에 검색해 봤자 답이 나올 리가 없다.

“…해 보던가.”

에스더는 가만히 웃다가 어쩐지 내게 실망한 듯한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끼고 있던 팔짱을 더욱 꽈악 조이며 턱을 살짝 들고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에스더의 앞에서 천천히 비전폰을 들어 올리고 에스더의 눈을 힐끔거렸다.

내 쪽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다.

비전폰을 전혀 경계하지도 않고, 정말 가만히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라는 듯 보고만 있어 준다.

지금이 기회라는 게 확실하게 느껴진다.

“읏…?!”

나는 에스더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면어플을 조용히 실행시킨 뒤 곧바로 손목만 돌려 화면을 보여줬다.

곧바로 인상을 쓴 에스더의 머리에서 빛이 튀어 오르기 시작하고 어두운 쉘터 안에 밝은 빛이 빠르게 점멸한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최면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어플을 본 순간부터 저항하고 있다.

명령을 내리기도 전부터 최면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긴장한 순간 에스더의 팔이 풀려 툭 떨어지며 초점이 흐릿해져 가는 게 보인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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