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 최면물-102화 (102/299)

< 102화 > 준비 (10)

눈가를 적신 채 얼굴을 붉히고 침을 꿀꺽 삼키던 래피드가 내 그곳을 힐끔거리는 게 느껴진다.

래피드의 눈이 크게 떠지고 내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나는 자지를 전혀 발기시키지 않은 채, 갑자기 손을 만져져서 당황한 남자를 연기했다.

“그…손 잡아주시는 건…좋긴, 한데….”

“죄, 죄송해요! 제가 왜이랬지…? 아니에요, 그, 갑자기…어?”

다행히 연기가 잘 먹혀들어간 것인지 래피드가 한층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전혀 성적인 이유에서 한 행동이 아니었는데, 자신만 쾌감을 느껴버린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혼란스러운 듯하다.

진정이 되질 않는 듯 숨을 거칠게 내쉬던 래피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 저기…저, 급한 일이 있어서….”

“혹시 어딘가 괴수가…?”

“아뇨! 그건 아니고…그게, 애, 애쉬가 부르는 것 같아서…!”

“아, 조심히 가세요.”

래피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도망치는 걸 택했다.

여기에서 혼란스러운 래피드에게 더 이상 접촉하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나는 사람 좋아 보이게 웃으며 래피드에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내 손을 경계한 것인지 래피드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역시 여기서 더 자극하는 건 안 좋을 것 같다.

“그러면…저, 가끔 여기 오니까 혹시 또 보면 인사해도 될까요?”

“네? 아, 그…네에, 그치만 저기….”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그냥 우연히 보면 인사만…괜찮죠?”

고개를 끄덕인 래피드는 내 손을 이상하게 만져댔던 게 부끄러운지 책을 모아들고 급하게 계산대로 걸어갔다.

나는 가만히 서서 래피드를 힐끔거리며 몇 번이고 눈을 마주쳤다.

조금 전 느낀 감각이 잊히지 않는 듯 손가락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래피드는 계산대에서 책을 전부 계산하자마자 내 쪽을 힐끔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서점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나는 래피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힘이 풀려 책장에 등을 기대고 섰다.

더는 한계다.

“후우우~!”

애써 억지로 진정하려고 했던 심장이 빠르게 뛴다.

자지가 빳빳하게 세워져 두근두근 하는 소리가 하반신에서부터 울려 퍼진다.

그렇게 많이 싸고 왔는데도 결국 아플 정도로 자지가 발기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정말로 없는 정액도 만들어서 짜내는 것처럼 당장 사정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나는 한동안 심호흡하며 진정한 뒤 손에 들고 있던 소설책을 대충 근처에 던져놓고 서점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서 래피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면어플의 추적 기능을 사용해 보니 그사이에 순간이동을 써서 사라진 건지 래피드의 위치가 변해있었다.

평소의 래피드라면 좀 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돌아가는 게 정상이지만, 오늘은 서점을 나가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나와의 만남이 혼란스럽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조금은 아쉬운 일이다.

상위권 마법소녀는 최면에서 풀려난 뒤 얼마간 최면이 잘 안 걸리는 상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난 뒤 저녁이 되면 한 번 더 최면을 걸어 머리카락을 빗어 가려고 했지만…오늘은 포기해야겠다.

머리카락을 빗지 못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늘 계획했던 일들 대부분을 성공적으로 해냈으니 만족한다.

갑자기 래피드가 내 손을 만져와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기도 했다.

내 손을 만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많이 느끼고 갔으니, 오늘 하루 종일 내 생각만 날 게 분명하다.

계속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분명 자신이 읽어왔던 로맨스 소설의 내용을 떠올리게 될 테고, 이후에는 나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의식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

최고의 첫 만남이었다.

#

래피드에게 확실한 첫인상을 주고 난 뒤 나는 편의점에서 먹을 걸 잔뜩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뒤 곧바로 가방에서 블루베리 타르트부터 꺼내 냉장고에 넣어놨다.

블루베리 타르트는 나중에 그레이프한테 선물로 주거나 해야겠다.

혼자서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다.

계획대로…아니, 계획 이상으로 좋은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조금씩…우연인 것처럼 위치를 추적해 여러 곳에서 만나고 점점 더 호감을 쌓아 가까워지는 게 내 계획이다.

점점 가까워지고…언젠가…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래피드와 섹스한다.

래피드의 처녀를 가진다.

생각한 것만으로 머리가 멍해지고, 황홀한 기분에 젖어든다.

황홀감에 젖어있던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마셨다.

편의점에서 사 온 것들로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로 가 곧바로 양치하고 나온다.

치약의 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입을 수십 번 정도 헹군 후, 갈색 양 인형을 꺼내 들어 얼굴에 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래피드의 체취를 맡는다.

디저트다.

“스으으읍….”

아쉽게도 래피드의 체취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전에 바로 옆에서 래피드 특유의 부드러운 체취를 진하게 맡아봤기 때문인가?

인형에 아주 조금 남아있는 체취는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이제는 밀봉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인형을 대충 침대에 던져둔 나는 래피드의 머리카락을 모아둔 서랍을 열어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는 머리카락의 냄새를 맡았다.

전보다 조금 희미해져 있지만, 아직도 향기가 많이 남아있다.

래피드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자지를 빳빳하게 세우고 행복감에 젖어든다.

“하아….”

래피드랑 섹스한다….

래피드의 처녀는 내 거다….

래피드의 처녀를 가진다….

내 머릿속의 빈칸을 무언가가 가득 채워간다.

끈적하고 진하고 무거운 욕망이 내 몸을 조금씩 씹어 삼킨다.

이 냄새를 기억하고, 이 대상을 떠올려서…순결을 더럽힌다.

냄새만 맡아도 순결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마법소녀와는 다른…순결의 냄새다.

한동안 래피드의 향기를 맡으며 취해있던 나는 점점 공기 중에 휘발되어가는 래피드의 체취를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빠르게 비닐팩을 밀봉하고 다시 안에 정리해 넣자 어째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너무 집중하고 긴장해 있어서 이제 와서 피로가 느껴지는 건가?

나는 머리를 좀 식혀야 할 것 같아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을 온몸에 맞으며 최면어플을 가진 후 지금까지 내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들을 떠올린다.

어플의 이름이 깨져있어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데이터 칩 안에 있던 영상을 확인하고 이 어플이 마법소녀 최면어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스더에게서 살아남고, 그레이프와 섹스하고, 지하철 마법소녀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래피드의 처녀막을 만져보고, 핥아보고….

점점 최면에 대해서 알아가며 상위권 마법소녀들은 좀 더 조심해서 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위권 마법소녀들에게 최면을 걸며 쌓은 경험으로,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최면을 걸어왔다.

그레이프도 내가 의도한 대로, 내 마음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고, 래피드와도 아주 만족스러운 첫 만남을 끝냈다.

나는 마법소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마법소녀는 최면어플만 있으면 무섭지 않다.

전부, 내가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내 먹이다.

빠르게 뛰며 달아오른 심장을 차가운 물방울이 기분 좋게 식혀준다.

래피드도, 그레이프도 전부 내 생각대로 변하고 있다는 게 무척 짜릿하다.

아무렇게나 걸어도 최면에 잘 저항하지 못하는 중위권 수준의 마법소녀와 다르게 상위권 마법소녀는 최면을 잘못 걸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더 크다는 게 느껴진다.

샤워를 마친 나는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만히 둔 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어째서인지 눈 밑의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음침한 걸 넘어서 슬슬 아파 보이지 않을까 걱정될만한 수준이다.

…영양제 같은 거라도 먹어봐야 할까?

나는 샤워실에서 나온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최근에는 그레이프의 영상을 보며 자위해왔지만, 오늘은 래피드와 섹스하는 상상을 하며 하고 싶다.

래피드를 만나며 너무 흥분해버려서 어떻게든 사정해야만 해결이 될 것 같다.

[똑똑똑]

그때, 누군가가 내 현관문을 두들겼다.

누가 내 집에 올 일도 없는데…방문판매라도 하러 온 건가? 아니면 종교권유?

내게 용무가 있어서 찾아올만한 사람이라고는 택배 기사 뿐이지만, 택배 기사는 저렇게 문을 두들기지 않는다.

월세가 조금 밀려있기는 하지만, 집주인도 아니다.

집주인은 내게 볼일이 있으면 전화를 해 주는 할아버지다.

여기까지 찾아올 만큼 혈기가 넘치는 사람도 아니다.

어차피 누가 됐든, 정상적인 사람은 아닐 게 분명하다.

나는 자랑은 아니지만, 친구가 없다.

집에 찾아올만한 지인도 없고, 집 주소를 알려준 사람도 없다.

문 앞에 밖을 살펴볼 수 있는 렌즈라도 있으면 누구인지 확인이라도 해보겠지만, 이 현관문에는 렌즈가 없다.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는 슬라임이나 뱀 형태의 감염체들, 촉수 괴수 등이 문제시되어 현대의 현관문은 전부 이렇게 렌즈가 없는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문틈으로도 들어오기 힘들게끔, 완전히 밀착되어 닫히는 구조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

점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빨라진다.

저런 식으로 집요하게 문을 두드리는 건 주로 종교 권유다.

이미 몇 번 찾아온 걸 내쫓은 경험이 있다.

요즘 세대에 종교권유를 하는 놈들이라고는 네거티브야말로 세상을 정화할 구원자라고 믿는 이상한 놈들밖에 없다.

문 앞으로 다가가서 한마디라도 말을 하면 오히려 나올 때까지 문 앞을 지키고 서서 더 귀찮게 만든다.

무시하자.

[쿵쿵쿵쿵!]

“뭐야…?”

그대로 현관문에서 벗어나려고 하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사이비 종교 권유여도 이런 짓은 안 한다.

대체 누구지?

혹시 애쉬…?

래피드가 집에 돌아간 뒤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던 건가?

곧바로 비전폰을 꺼내 애쉬의 위치를 확인해봤지만, 애쉬는 래피드와 함께 0번 구역에서 멈춰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에스더?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내가 최면을 걸어서 보지를 핥았다는 걸 알아차리고 어떻게든 찾아오기라도 한 건 아닐까?

나는 집요하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느껴져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수단을 떠올렸다.

싱크대 밑에서 식칼을 꺼내고, 비전폰을 앞으로 내민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비전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아…하아…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그레이프 씨? 미안한데 혹시 지금 어디에요?”

[…어디, 일 것 같아요…?]

어디일 것 같냐니…?

숨이 찬 걸 보면…어딘가에서 싸우고 있는 걸까?

나는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레이프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혹시 저희 집 주소 알아요?”

[하아…하악…학…네에…팀장이니까요!]

집 주소를 말해준 적은 없지만, 그레이프는 직원들의 전화번호나 연락처,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갑자기 조용해진 바깥에 불안감을 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좀 와주실 수 있어요?”

[들어가도 돼요?]

뭐지?

대답이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니 집에 와서 좀 지켜달라는 의미에서 말한 건데…왜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거지?

[철컥철컥철컥철컥!!]

문고리가 빠르게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문밖에 있는 누군가가 잠겨있는 문을 억지로 흔들고 있다.

나는 소름이 끼쳐 현관문에서 떨어지면서 전화 너머의 그레이프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네! 빠, 빨리 와주세요!”

그 순간, 문고리가 콰직! 하고 뜯겨나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종교권유나, 택배나, 집주인은 절대 아니다.

“하아…하아…하아…하악…!”

짐승 같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마견 같은 감염체보다도 좀 더 뜨겁고 살벌한 기운이 느껴진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오싹한 감각이 팔 끝에서부터 시작되어 온몸을 빠르게 기어 올라간다.

문고리가 부서진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며 그 틈새로 바깥이 보인다.

어느새 밤이 된 건지 어두워진 복도에서 잔잔하게 빛나는 전등이 문을 부순 범인을 조용하게 비춘다.

나는 범인의 정체를 확인하고 당황하며 눈에 보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레이프?”

“하악!!”

문을 부수고 서 있던 그레이프가 맹수처럼 내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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