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준비 (3)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프가 최면상태에 빠져들며 빠르게 진정하고, 초점을 잃은 상태가 된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건 최면을 전부 취소한다는 명령은 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하나만 지우는 건 처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울 건 없다.
“기존에 건 최면 중 ‘내 얼굴을 보면 야한 생각이 든다’ 는 내용을 취소한다.”
내 얼굴을 보면 더 이상 야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최면을 걸면 기존의 명령이 삭제된 것이 아니므로 두 개의 명령이 충돌해 지금보다도 더 이상해 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 걸었던 최면을 지정하고 취소한다.
이걸로 충분하다.
급한 볼일을 마친 뒤 나는 이전에 그레이프가 망가졌다고 말해준 적이 있는 엘리베이터 CCTV를 힐끔거리며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레이프의 다리에 문질러지며 벌써 싸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 있다.
아주 조금만 자극해도 바로 싸 버릴 것 같다.
“쌀 때까지 자지 좀 빨아줘.”
“헤엑….”
일단 쌓인 욕구부터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레이프에게 자지를 내밀어 보이며 명령했다.
위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레이프가 제 자리에 쪼그려 앉으며 내 앞으로 다가온다.
단정한 치마가 커다란 엉덩이에 밀려 저절로 걷어 올려지며 다리 사이가 뜨겁게 젖어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전에 최면을 걸었을 때보다도 훨씬 천박한 느낌이다.
“쭈읍, 쭈읍, 쯔읍, 쯔읍, 쯔으읍, 하아, 쭈으읍…!”
“읏…! 자, 잠깐만…!”
긴 혀를 쭈욱 내밀고 초점이 나간 눈으로 다가온 그레이프는 자지 냄새를 킁킁 맡더니 먹이를 문 짐승처럼 입술을 오므리며 자지를 갑자기 격하게 빨아댔다.
전에 시켰을 때와 비교도 안 되는 음란한 움직임에 허리가 저절로 움찔 하고 떨린다.
“쯔읍, 쯔읍, 츱, 쯕, 꿀꺽, 꿀꺽, 쭈으읍…쪼오옥….”
“허억…! 헉…!”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차가운 공기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는데도 그레이프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를 움직였다.
오히려 좌우로 벌려진 다리를 살살 흔들며 허리를 들어 올리고 야하게 흔들어대기까지 한다.
이런 최면은 건 적이 없는데…무의식 상태에서 허리를 흔들고 야릇하게 구애하는 듯한 모습에 사정감이 치솟는다.
“읏…윽…!”
“우응…후읏…응…쪼옥…쪽…쪼오옥….”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결국 참지 못하고 정액을 사정하자 그레이프는 입안에서 정액을 쏘아대는 귀두를 상냥하게 혀로 쓰다듬어줬다.
그대로 스스로 자지를 깨끗하게 빨아주고 핥아대며 정액을 깨끗하게 모아준다.
입술을 꾸욱 오므려 조이며 안쪽에 남은 정액까지 전부 짜내준다.
“후우…후우…뭐, 뭐야 방금…?”
“헥, 헥, 하악…하악….”
엘리베이터 안에서 순식간에 정액을 짜내버린 그레이프는 입안에 가득 받아낸 정액을 자랑하듯 멍하니 입을 벌리고 숨을 헐떡였다.
그레이프의 다리에 꾹꾹 눌리며 자극받았던 것도 있지만, 혀를 움직이는 게 너무 능숙해서 정말 조금도 참지 못하고 싸버렸다.
본능적으로 정액을 빨아대기 위한 움직임이 아직도 환각처럼 망막에 남아있다.
그레이프는 이렇게 능숙하게 자지를 빨아대는 여자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빨아대고 정액을 보여달라는 명령까지는 내리지 않았다.
나만 보면 야한 생각을 하게 하는 최면이 뭔가 영향을 끼친 걸까?
하루 만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그것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전부, 깨끗하게 다 삼켜.”
“꿀꺽…꿀꺽…꿀꺽….”
다시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내려가는 동안 나는 바지춤을 정리하고, 그레이프에게 정액을 깔끔하게 삼키도록 명령했다.
혀를 낼름낼름 움직이며 정액을 흘리지 않게 조심하던 그레이프는 곧바로 꿀꺽꿀꺽 하고 정액을 완전히 삼켜버리더니, 입맛을 다시며 다시 빨고 싶다는 듯 혀를 쭈욱 내밀었다.
최면에 걸려있는데도 발정 난 짐승처럼 야한 눈빛을 보내오는 게 무척 야릇하다.
정액을 전부 삼키게 한 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엘리베이터에 등을 기대고 서서 최면을 해제했다.
그레이프는 어딘가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입안에 남은 침을 꿀꺽꿀꺽 삼키더니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눈을 깜빡거리며 놀란 목소리를 냈다.
“어, 어라…? 꿀꺽, 앗?”
멍한 눈으로 있던 그레이프는 갑자기 입가를 가리고 눈을 크게 뜨며 내 얼굴을 힐끔거리다가 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레이프에게 볼일을 전부 마친 나는 침착하고 냉정하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연기하며 말했다.
“하아아…그레이프 씨….”
“네, 네에….”
“…허리 흔드는 건 좀 아니잖아요.”
“읏…으으윽….”
그레이프는 자신이 한 행동을 떠올리고는 본인도 당황스러운지 눈가를 적시며 얼굴을 붉혔다.
“죄송해요…갑자기이…자꾸 이상한 생각 들어서….”
이상한 생각이 든 이유는 내 최면 때문이다.
단순히 야한 생각만 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야한 생각에 몰입해버려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프 때문에 저도 흥분했잖아요.”
“하아…하아…어떡…하죠? 진정해야 하는 거죠…?”
“…아니, 이미 진정했으니까 괜찮아요. 그레이프도 상태가 좀 이상해 보여서 잠깐 끌고 온 거니까, 슬슬 퇴근해야죠.”
“퇴근…요?”
“빨리 집에 가야 한다면서요?”
“그건…거짓…아니, 그러니까…하아아…네에….”
내 말을 들은 그레이프는 갑자기 시선을 밑으로 향하며 내 하반신을 힐끔거리더니, 아쉽다는 듯 긴 한숨을 쉬었다.
발정 난 듯한 한숨 소리에 나는 저절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최대한 진정하려 노력하며 말했다.
“지금도 이상한 생각 들어요?”
“지금? 지금은…어? 괘, 괜찮…은데…조금…야한 맛…아니, 아니에요!”
확인해보니 확실히 그 최면 때문에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초점도 정상이고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숨소리도 고르고, 얼굴도 붉어지지 않는다.
조금 전의 대화하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멍해지고 몽롱해지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나는 훨씬 정상적이게 변한 그레이프의 모습에 안심하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어제 자위 안 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레이프는 내 말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내가 성큼성큼 걸어나가자 깜짝 놀라 쫓아오며 대답했다.
“네?! 넥?! 아, 아뇨?! 했는, 안 했는데욕?!”
“네, 그러니까 안 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쌓여서.”
“쌓여…?! 제, 제제제제가 했는지 안 했는지 앵거 씨가 어떻게 알아요?”
“영상 안 올렸잖아요.”
다른 직원들은 그새 퇴근했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건물 밖으로 나온 나와 그레이프는 퇴근길을 나란히 걸어가며 거리를 가까이 하고 주변 사람들 몰래 서로 속삭이며 대화했다.
이런 미녀와 나란히 걸어가는 게 부러운 듯 주변 남자들이 계속해서 그레이프와 나를 힐끔거린다.
“매일 보고 있는데, 어제만 새 영상 안 올라왔길래 괜히 말했나 조금 후회했어요.”
“매일, 매일 보는 거에요…?”
“요즘은 특히?”
“왜, 왜요…? 왜 매일 봐요…?”
“당연히 다른 사람들하고 같은 이유겠죠? 그레이프가 야하니까….”
“하아…하아…하아….”
당연한 얘기를 했는데 그레이프의 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레이프의 커다란 골반이 자꾸 내 허리를 톡톡 쳐대는 걸 느끼며 천천히 지하철로 걸어갔다.
왜 자꾸 치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가까운가 싶어 거리를 살짝 벌리니 그레이프가 다시 가까이 다가와서 골반을 쳐댄다.
“애, 앵거 씨는요….”
“네?”
“제가 아까 그런 짓 했는데도 용서해주는 거에요…?”
그런 짓?
그레이프의 말을 듣고 나는 조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내가 최면을 잘못 걸어서 그레이프가 사고를 친 것뿐이니까.
누군가에게 들킨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엄청난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네.”
“왜, 왜, 왜요?”
“…이유가 필요해요? 굳이 따지자면 그레이프니까 괜찮은 건데.”
“후우…! 후우…!”
“그래도 다음부터 그런 건 안 해줬으면 좋겠네요.”
“왜요? 왜…?”
“아니…왜라뇨? 당연한 얘기잖아요, 다른 사람들 있는 데서 그런거…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쵸?! 단둘이, 단둘이….”
아직 상태가 안 좋은 건지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
어느새 역 아래로 내려오게 된 나는 나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그레이프와 한 곳에 서 있다가 그레이프의 엉덩이에 묻어있는 먼지를 발견했다.
아까 최면을 걸어서 자지를 빨게 할 때 쪼그려 앉으며 묻은 것 같다.
나는 멍하니 뭔가 생각하고 있는 그레이프를 힐끔거리다가, 그레이프의 엉덩이에 손을 댔다.
“햐악?!”
“아, 먼지가 있어서요…좀 털게요?”
“네? 네엣?!”
톡톡 털어주다가 잘 안 털려서 팡팡 소리가 작게 나도록 손바닥으로 쳐대니 탄력 있는 엉덩이가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점점 꽈악 잡혀 올라오며 출렁거린다.
“앗, 앗, 아아아앗….”
“다 털었어요.”
“하아…하아….”
얌전히 엉덩이를 맞아주다가 점점 허리를 뒤로 내미는 그레이프에게 나는 그렇게 털기 좋게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으로 허리를 꾸욱 밀어 눌러줬다.
그러자 그레이프는 곧바로 등을 빳빳하게 세우고 일어서더니,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여…영상 중에서…뭐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거 물어봐도 괜찮은 거에요?”
본인의 자위영상 중에서 뭐가 제일 야했는지를 물어본다니.
그런 계정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그레이프는 내 생각보다 좀 더 변태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는 있지만…내가 어떤 영상을 보고 제일 흥분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보니 조금 창피하다.
“음…아, 지하철 왔네요.”
때마침 내가 탈 지하철이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려오고, 반대쪽에도 그레이프가 타고 갈 차량이 도착했다.
이렇게 양쪽에 동시에 차가 도착하게 되면 한쪽씩 차례대로 차단막을 올리게 된다.
나는 내 쪽의 차단막이 먼저 올라가는 걸 보고 탑승하기 위해 다가가며 그레이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조심히 가세요.”
“저, 저기…대답!”
말하지 않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그레이프는 꼭 대답을 들어야만 하겠는지 차량 안에 탄 내게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얘기해줬다.
“전에 보여준 거요.”
“전에…아!”
말하자마자 곧바로 지하철 문이 닫히고, 그레이프가 차단막이 내려올 곳에서 한 걸음 뒤로 멀어진다.
창문 너머로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어깨가 빠르게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레이프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눈에서 또 초점이 나가 있었지만,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자 깜짝 놀라며 활짝 웃는 얼굴로 따라서 손을 흔들어줬다.
차량이 출발하고 잠시 후, 나는 한숨을 쉬며 지하철 문에 등을 기댔다.
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걸린 최면도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잘 취소했고, 자위영상을 올리는 계정을 들켜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이던 멘탈도 어느 정도 다독여줬다.
이제 진짜로 회사 일은 신경 쓰지 않고 래피드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해 볼 때 상태도 이전과 비교해 나쁘지 않아 보였고, 이번에는 진짜로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휴우….”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다가 갑자기 오한이 들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어컨이 조금 세게 틀어져 있기라도 한 건가?
조금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