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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최면물-93화 (93/299)

< 93화 > 준비 (1)

그레이프는 내게서 마저 일해달라는 말을 듣고 내 쪽을 계속해서 힐끔거리며 일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조금 전 있었던 혼란스러운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그레이프가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레이프는 이제 나를 보면 야한 생각을 하게 될 테고, 내가 야한 눈으로 보는 것도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할 테니 더 이상 야한 눈으로 보는 걸 이상하게 트집 잡지는 못할 것이다.

벌을 준다는 이상한 말도 안 하고 야근도 앞으로 함부로 시키지 않는다.

영상을 올리는 계정을 들켰으니 나를 좀 더 조심히 대할 테고, 내게는 팀장이지만 팀장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된다.

순종적이고 내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상위권 마법소녀이자 팀장 그레이프….

내가 원하는 모습에 좀 더 가까워졌다.

예상 밖의 상황이 될 뻔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방향을 잘 틀어서 제자리로 돌려놨다고 할 수 있다.

“다 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레이프가 일을 끝내고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내게 자위영상을 올리는 계정을 들킨 게 부끄러운지 아직도 얼굴이 붉다.

나는 그레이프가 갑자기 혼란스러운 일들을 많이 겪은 만큼 아직 머릿속이 정리되어 있지 않을 것 같아 배려해주며 곧바로 퇴근 준비를 마쳤다.

“어…?”

“빨리 퇴근하죠. 차 끊기겠어요.”

“퇴, 퇴근 해요?”

“그래야죠?”

갑자기 너무 혼란스러운 일들이 터져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을 수정해 준 건 좋지만,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생각이 이리저리 바뀌며 혼란스러워져서 갈피를 잡기 힘든 것인지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럼 오늘 고생하셨어요, 내일 봐요.”

“어어어…? 애, 앵거 씨? 잠깐만요…?”

“네?”

“진짜 퇴근해요…?”

“그럼 가짜로 퇴근하나요?”

나는 어딘가 망가진 것처럼 멍해진 그레이프와 일방적으로 인사하며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레이프와 섹스도 했고, 최면을 걸어서 상태가 이상해지려는 걸 수정해주기도 했고, 야근도 끝냈다.

빨리 집에 돌아가서 쉬고 싶다.

#

퇴근하고 난 뒤 집에 도착한 나는 그레이프의 비밀 계정에 아무런 영상도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내가 계정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을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레이프의 자위영상은 지금 올라온 것으로도 이미 충분했고, 내게 최면어플이 있는 이상 보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기도 했다.

자위영상 같은 것보다 중요한 건 당장 내가 안전해지고 회사 생활이 편해지는 것이다.

언제든 기회만 되면 그레이프에게 최면을 걸어서 섹스할 수도 있으니 자위영상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

미리 올려져 있는 영상으로 한 번 더 자위한 나는 앞으로는 좀 더 평화로운 회사생활이 되기를 빌며 잠이 들었다.

“쭈읍…쯔읍…쯔읍….”

“아…루이, 그거 좋아.”

“하아…이거요? 쭈으으읍, 쭈으으읍….”

“읏…윽….”

다음 날, 나는 야근한 탓에 조금 피곤해진 몸으로 루이와 섹스하며 출근했다.

루이가 스스로 허리를 맘껏 흔들게 해 욕구를 푼 나는 자지를 빨게 시키고 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졸린 눈으로 하품하면서 자지를 기분 좋게 하도록 시키는, 완전히 자위기구 같은 취급인데도 루이는 순종적이게 허리를 흔들어줬다.

느긋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허리를 살짝 내밀어 루이가 자그마한 입으로 사정을 마친 자지를 깨끗이 해 주는 것을 즐긴다.

귀여운 목소리로 안내방송을 했다가도 열심히 자지를 빨아대는 모습이 매우 자극적이다.

루이가 방송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는 팬들은 상상도 못 할 광경에 만족감과 우월감이 차오른다.

“음…선생님.”

“응?”

“조금 많이 싸주실 수 있을까요…?”

체구는 아이처럼 작은데도 재주 좋게 자지를 받아준 루이는 이미 정액을 한번 받았는데도 다시 한 번 싸달라고 졸라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그만큼 섹스가 기분 좋았던 건가 하고 뿌듯해 하며 물었다.

“더 하고 싶은 거야? 기분 좋았어?”

“아니…그게 아니고…전혀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크흠…마견 때문에요.”

루이는 자지에서 입을 떼고 진지한 표정으로 가만히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섹스가 기분 좋아서가 아닌 듯, 무척 사무적이고 긴장해 있는 모습이다.

“마견?”

“요즘 마견이 너무 안 나와서요.”

“그러면 마력이 필요 없는 거 아냐?”

“…경험상 이럴 때가 더 위험하거든요,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무슨 얘기야?”

“…대선배 님께서 감염체를 다 쓸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한 마리도 안 나오는 건 조금 이상해서요. 그냥 감이긴 한데….”

루이는 정말 야한 의도에서 정액을 원하는 건 전혀 아닌 듯 인상을 쓰고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마견은 무리생활을 하니까, 안 나온다는 건 둥지에서 세력이 모이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요즘 그렇다고 다른 감염체나 괴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감염체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는 내게 꽤 색다르게 느껴졌다.

평범한 사람들은 감염체가 나오지 않는 걸 정상이라 여기고,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루이는 감염체가 나오지 않는 상황 자체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이 주변은 안 그래도 지원이 늦어서 현장에 있는 애들이 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거든요, 선생님이 지원해 주시는 게 도움이 많이 되니까 좀 더 해주셨으면 해요.”

“지원이 늦어?”

“아…여기 주변 담당 긴급지원은 그레이프인데, 그레이프는 지하철에 안 내려오는 거로 유명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지원 요청을 해도 내려올 때도 있고 안 내려올 때도 있어요. 안 내려오면 다른 지역에서 다른 마법소녀가 오게 되어있고요.”

“흠….”

그레이프가 왜 안 내려오는지는 얼핏 알 것 같다.

마법소녀일 때는 비밀로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레이프는 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견을 상대하는 걸 꺼릴 테니 내려오지 않을 만도 하다.

마견이 아닌 다른 감염체가 대상일 때는 내려오고, 마견일 때는 내려오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아아…그러면…조심히 가세요.”

“후우…후우….”

잠깐의 대화를 끝내고 루이가 원하는 대로 한 번 더 섹스한 나는 벨트를 철컥거리며 운전실을 나섰다.

루이는 장난삼아 걸어본 최면대로 정액이 가득 채워진 보지를 두 손으로 벌리고 뻐끔거리며 인사했다.

정액을 받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의미의 인사다.

확실히 그레이프의 말대로 운동을 하는 게 몸에 좋긴 하다.

출근 때마다 기분 좋은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몸이 개운해진다.

오늘도 남자로서 동물적인 충실감에 가득 차 행복해하며 출근한 나는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그레이프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아, 으…응, 네…안녕하세요.”

그레이프는 전날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혼란스러운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주뼛거리고 있었다.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타고나니 평소와 다른 모습이 더 눈에 띈다.

평소보다 얼굴도 더 붉고, 숨도 가쁘다.

자세히 보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눈가가 조금 어둡다.

“그레이프 씨?”

“네, 네에?”

“피곤하세요?”

“…네에.”

“왜요?”

“읏…하아…하아….”

조금 걱정이 되어서 묻자 그레이프의 눈빛이 점점 멍해지고, 초점을 잃어 몽롱한 표정이 되어간다.

그레이프에게 이미 걸어 둔 최면이 있다고는 해도 너무 부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단순히 내 얼굴을 보고 조금 야한 생각을 하는 중이라고만 하기에는 과도한 반응에 나는 혹시나 불안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 그레이프를 달래줬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네…네?! 뭘요?!”

“계정요, 저도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그레이프 씨가 거짓말도 하고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서 얘기한 것뿐이에요, 비밀로 할 거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그러자 그레이프는 표정을 조금 일그러뜨리더니 단 둘뿐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옷 소매를 잡아당겼다.

어딘가 갑갑한 것처럼 숨이 무척 가쁘고 숨소리가 불규칙적이다.

눈빛도 날카롭고 입가도 부르르 떨린다.

“앵거 씨…호, 혹시 일부러 상냥하게 대하는 거에요?”

“네?”

“그, 그, 그런 설정? 그런 거에요? 그…거절해도 와 달라는? 그런 거 원하는 거에요? 그래서 어제 그냥 보낸 거에요? 사실 보낸 게 아니고 거절해도 알아서 해달라는 사인? 그런 거 좋아한다고…계정 알고 있다는 것도 결국 다 알고 있다는 거죠? 그래도 그러는 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레이프 씨?”

“아냐, 아냐, 아니에요…어제 밤에 뭔가 몸이 이상해서…뭔가 이상해져서 아아아, 왜 이러는 거지…그런거 신경 쓰면 안 되는데, 후우우…하아아…진짜 자꾸 그런 생각 하니까 만족도 안 되는 것 같고…나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마법소녀인데…..”

“저기요?”

하룻밤이 지나는 동안 최면이 어딘가 꼬여버린 건가?

전날 퇴근할 때에 혼란스러워하고 뭔가 생각에 빠져있던 그레이프는 하룻밤 사이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혼자서 이상한 얘기를 하는 여자로 변해있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제대로 해 주질 않고, 자기 혼자서만 아는 얘기를 떠드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아아…진짜 어려워…그래도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는데…지금까지 행동이 그것밖에는 말이 안 되는데….”

“뭐가 말이 안 되죠?”

“아…! 지금, 지금 제가 이러는 것도 아닌 거죠? 아…맞아요, 허락해주면 그게 아니니까…아니, 그치만…정말로…? 그런 걸 원하는 거에요? 그럼 왜 어제 야근할 때는…아냐, 아닐 거라고…생각하고는 있…거든요? 으으으읏, 으윽, 으으윽…아냐, 그래도 진짜 만약 틀린 거면…또 잘못 이해한 거면 진짜 큰일인데….”

“그레이프 씨?”

“아아아아, 이런 걸 어떻게 물어봐아…하아아, 하아아아….”

점점 상태가 이상해지는 그레이프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걱정이 든다.

내가 최면을 잘못 걸었나?

눈빛도 이상하고, 숨도 가쁘다.

“앵거 씨는…저기, 생각해보니까 커피도 싫어하는 건 안 마시고 그냥 버리죠? 마음에 드는 거 아니면 다 거부하죠?”

“그렇죠?”

“애, 애, 애, 앵거 씨…저기, 진짜로, 진짜로 저한테 당한 거 좋았어요?”

“…좋았다니까요?”

점점 더 상태가 이상해지고, 그레이프의 손에 쥐어진 옷소매가 꽈악 비틀어진다.

이성을 잃어가는 것처럼 눈이 크게 떠지고 동공이 작아진다.

“저, 저기 혹시…그…저, 이상한 질문인데….”

“하세요.”

“가, 가, 강가…강간…좋아…해요?”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인상을 썼다.

그레이프의 말대로 정말 이상한 질문이다.

하지만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최면에 걸린 그레이프는 나를 강간했고, 나는 강간당했지만…나는 그레이프가 나를 강간한 걸 용서해줬다.

그레이프 입장에서는 강간당한 피해자인 내가 그레이프를 달래주며 강간당한 게 기분 좋았다고 말한 것 자체를 오해할 수도 있다.

죄책감을 완전히 덜기 위해서 내가 강간당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는 모르나 하룻밤 동안 혼란스러워하며 이런 이상한 생각에 도달한 것 같다.

강간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다.

그레이프가 이상한 오해를 해도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강간은 나쁜 짓, 그레이프는 나쁜 짓을 했지만 내가 용서해줘서 죄책감을 느끼고 고마워해야만 한다.

나는 그레이프에게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싫어해요.”

“네…?”

“강간은 나쁜 짓이잖아요, 그걸 제가 왜 좋아해요?”

“어라? 어…? 싫어해요…? 그치만…?”

그레이프는 자신의 상상과 다른 답변을 듣고 충격받았는지 당혹스러워하며 내 옷소매를 놓았다.

나는 구겨진 소매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겨 펴 주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그레이프가 그런 행동을 한 건 괜찮아요, 그레이프니까.”

“어?”

“강간당하는 건 싫지만, 그레이프니까 괜찮은 거라고요.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네요.”

대화가 끝나는 것과 맞춰 엘리베이터가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나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야릇하면서도 위험할 정도로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레이프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출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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