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기둥서방 (10) (83/299)



〈 83화 〉기둥서방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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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이성을 잃은 채 몽유병에 걸린 것처럼 섹스하며 하루를 보낸 내 자지는 결국 완전히 축 처져버렸다.
마법소녀로 변신한 그레이프는 계속해서 내 위로 올라타려 했고, 점점  남성성을 짓밟는듯한 섹스를 계속했다.
기분 좋지만 지치는  넘어 두려워지는 섹스를 힘겹게 끝낸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그레이프와 함께 잠들어버렸다.
그레이프는 그런 날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끌어안은 채 가슴을 살살 간지럽히고, 머리를 빗겨주며 재워줬다.
그 모습이 뭔가…섹스하고 만족해 잠든 여자친구를 보고 우쭐해 하는 남자 같아서 기분 나쁘다….
자존심 상한다….

리프에게서 날 보호해줬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있고, 집에서 쫓겨난 내게 이것저것 신경 써주고 사주며 집까지 데려와 조용히 재워줄 때만 해도 그레이프에게 굉장히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마음은 하루종일 섹스를 당하며 다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그냥 그레이프의 착정섹스가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내 생명력과 정액과 영혼과 지성을 빨아들이는 듯한 섹스다.

“끄응….”

전날 밤을 떠올리며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레이프는 섹스가 끝난 뒤 축축해진 침대 위에 이불을 하나  깔아 나를 안아 올리고 다시 내려놓아 재워주었고, 나는 오른손이 몸을 회복시켜주는데에도 한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정말 죽은 듯이 잠들어버렸다.
침대에 앉은 채 몸을 비틀어보니 온몸이 뻐근하다.
그래도…전보다는 상태가 괜찮다는 점이 의외다.

몸이 그레이프의 착정에 적응하는 건 아니었다.
오른손이 욱신욱신 거리는  봐서 정말 한계까지 힘을 써서 내 몸을 치료해준 것 같다.
에스더의 마력을 받은  어쩐지 조금 더 성능이 좋아진 것 같지만…정말 뭐라고 하기 힘든 녀석이다.
 녀석 덕분에 지금 비교적 멀쩡히 움직일  있지만, 이 녀석 때문에 그레이프에게 무한 착정지옥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손에 촉수가 심어진 뒤, 그레이프의 섹스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레이프의 기준에서 섹스의 끝은 자지가 안 서는 순간이다.
 자지는 오른손 때문에 계속해서 서게 되어있다.
 간단한 구조로 나는 섹스가 아닌 보지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


그레이프와 섹스하는 건 좋은데…그레이프의 집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한데….
섹스 때문에 힘들다.
그레이프가 싫은 건 아니고, 섹스하는 게 싫은 것도 아닌데…착정당하는건 힘들다….
처음 섹스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분명 처음  때는 수줍음도 많고 자지 박으면 좋은데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가만 보면 그레이프는 조금 대형견 같은 여자다.
체력도 엄청나서 운동해달라고 졸라대고, 발정기마냥 성욕도 엄청나고, 말 안 듣기 시작하면 너무 날뛰어서 무섭고….
개 같은 년이다.
그레이프를 대체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이 맹견을 대체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고민이다.

갑자기 예전 직장에서 유부남들이 결혼하지 말라며 하던 얘기가 떠오른다.
여자친구일 때는 귀엽고, 보기만 해도 자지가 서고 좋았는데….
마누라가 되면 자신은 그저 돈 벌어오는 생체딜도…의무방어전…섹스는 행복이 아닌 고통….
그레이프랑 결혼하거나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의무방어전이나 생체딜도라는 말은 마음에 너무 와 닿아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그레이프는 섹스할 때가 아니라면 딱히 강제적이거나 억지로 뭔가 하려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게 헌신적인 쪽에 속했다.
처음에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싶었지만, 섹스를 생각해보면 그레이프가 내게 이렇게 해 주는  당연했다.
평소의 헌신적인 행동은 그레이프가 나와 섹스하는  정당화하기 위한 뇌물이다.


생각해보니, 내게 사준 비전폰이나 옷들도 어제 하루 동안 나를 따먹기 위한 미끼였다.
나는 비전폰 하나와 앞으로 그레이프의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와 맛있는 식사와 어울리는 옷들, 마법소녀 그레이프라는 날씬한 미녀를 언제든 마음껏 따먹을 수 있는 권리를….
그레이프는 나를 언제든 단백질 결핍증으로 만들  있는 권리를 서로 교환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손해다.
이건 사기 거래다.
사기거래라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헌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던 것이다.
치밀한 강간범이다.

그레이프는 객관적으로 봐도 미녀인데, 얼마든지 섹스해도 좋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짐승 같은 성욕과 괴물 같은 체력이 그레이프와의 섹스를 의무방어전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자지가 커지긴 하는데…서로 교감이라고  것 없이 자신의 성욕을 쏟아내는 섹스를 하고 있다….
…딜도 자위를 너무 많이 해서, 정말로 나를 가지고 딜도 자위를 하는 느낌이다.
이런 건 섹스가 아니다….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레이프를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침대에 앉아있던 나는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앞으로 걸어가 거실로 나가자 그레이프가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다.
어젯밤 기분 좋았다는 걸 칭찬해 주는 것처럼 엄청난 진수성찬을 차려주고 있었다.


아침밥이라기에는 반찬도, 메뉴도 너무 화려하다.
먹기 좋은 국과 체력을 보충하라고 말하는 듯한 구이 요리, 어젯밤 얼마나 만족했는지 보여주는 듯한 하트 모양의 계란후라이….
마늘하고 아스파라거스를 짭짤하게 볶은 것도 보이고, 샐러드까지 있다.
거기에 과일도…사과를 토끼모양으로 귀엽게 깎아놓고 양옆에 청사과를 얇게 썰어 붙여놓아  더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맛이 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이게 다 뭐야?”
“앗…♡ 일어났어요?”

상상도 못 한 밥상에 놀라서 중얼거리자 그레이프가 깔끔하게 입은 수트 위에 앞치마를 걸치고 음료수를 만들다가 비음을 내며 다가왔다.
조심조심 걷는 게 다른 사람처럼 조신하고 얌전해 보인다.
하루종일 나를 따먹은 강간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저기…어제는 미안해요, 조금…못참게 되어 버려서….”

그레이프는 직접 만든 음료를 식탁에 올리며 전날 밤 벌인 일이 부끄러운지 변명처럼 말했다.


“그게…휴가 내면 하루 동안 딜도 자위하고 그랬었는데, 그때처럼 해버려서…그, 이성 잃은 것 같아서 미안해요….”
“…네?”


누구지 이거.
그레이프가 나를 따먹은 일을 사과하다니.


“아무리 앵거가 따먹고 싶고 꼴려도…조금 아껴먹었어야 했는데…♡ 그, 그래도 앵거도 잘못 있어요, 자지도 자꾸 세우고, 정액도 자꾸 만들고…그렇게 꼴리게 하면 어떡해요…♡”

아주 잠시동안 그레이프 X 같은 건 아닐까 고민했는데, 그레이프가 맞았다.
다행은 아니지만 다행이다.

“그래도 미안해요…자지 고장 난 줄 알고 놀랐어요.”
“뭐?”
“그, 16번째 때…싼다고 해놓고 정액 하나도 안 나와서…앗, 그래도 잠깐 빨아주다가 하니까 17번째 때는 정액 나왔어요. 투명하긴 했지만….”

나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일이다.
그레이프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어젯밤 결국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알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로 기억도 잃고 완전히 생체딜도가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정액이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투명하게만 나왔다니….
정자를 정말 완전히 고갈시켰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지금 와서 느껴보니 불알이 사라진 것처럼 가볍다.

불알이 축 쳐져 있지 않고, 너무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와 있다.
정말 텅 비어있다가 조금씩 정액을 만들며 회복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레이퍼…정액강도…강간착정마…정말 무슨 말을 해도 전부 다 그레이프에게는 부족한 별명이다.
그레이프는 그레이프다.

“아무튼…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어쩐지 요리하다 보니까 잔뜩 하게 되어버려서…♡ 많이 먹고 회복해주세요.”

평소하고 목소리가 다르다.
섹스하고 나서 조금 애교 있는 목소리가 되긴 했지만, 이건 애교를 넘어선 무언가다.
나는 속이 간질거리는 걸 참으며 상 위에 차려진 요리를 보다가 의자에 앉았다.


뭐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겠지만…일단 하트모양으로 만든 계란후라이부터 집어먹었다.
그레이프는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실실 웃더니 시간을 확인하고 앞치마를 벗었다.
나도 그레이프를 따라 시간을 확인해보니, 슬슬 출근해야 할 시간이었다.

“저는 먼저 먹었으니까, 다 먹고 그릇들은 대충 쌓아만 놔주세요♡ 제가 갔다 와서 설거지할 테니까…앗, 혹시 어디 놀러 가고 싶으면 제 바이크 타고 나갔다가 와도 괜찮아요. 실수로 망가트려도 괜찮으니까 다치지만 않게 헬멧 잘 써주세요.”
“어…응.”
“노트북 혹시 하실까 봐 거실에 커피 테이블에 놔뒀고, TV 리모콘도 옆에 있어요. 아, 물도 데워 놨으니까…아직 샤워  했으면 기분 좋게 샤워하고…아참.”

그레이프는 지금 생각났다는 듯 내 옆에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에 손을 넣더니,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카드  장과 지폐 몇 장을 꺼내줬다.

“이, 이거…그, 카드는…조심히 써주세요?”
“…어?”
“…앵거 돈 없다고 했으니까…그리고….”


그레이프는 그대로 내 옆에서 허리를 쭈욱 숙이더니, 의자 밑의 내 자지에 입술을 대고 쪽, 소리를 낸  일어섰다.

“이건…아침인사…♡”

갑자기 자지에 입을 맞출 줄은 몰랐다.
곧바로 자지가 빳빳해지며 세워지자, 그레이프는 입가를 가리고 좋아하다가 눈꼬리를 내리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각만 아니면, 아침 정액 받고 싶은데….”
“…나 죽어.”
“자지 빳빳한걸요?”
“자지 선다고 정액이 있는  아니잖아….”


진짜 이러다가 복상사할지도 모른다.
그레이프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정말 아쉬운 듯 내 자지를 힐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하아아…그럼 저는 출근할게요, 앗…더 필요하거나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회사 가잖아.”
“언제든 답장하고, 전화 받을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레이프는 활짝 웃으며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전혀 난폭하지도 않고, 지각할  같다는 듯 얘기해놓고 급하지도 않은 걸음걸이다.
나는 그레이프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다.


“걸음걸이가 왜 그래?”
“뱃속에…끈적한데도 찰랑거리는 거 느껴져서….”

…괜히 물어봤다.
출근하는 그레이프의 자궁에 내 정액이 가득 채워져 있다니….
자지가 자기 멋대로 반응해서 빳빳해진다.


“또, 또 그렇게 세우고…정말…갔다 와서 봐요♡”


현관문이 닫히며 들리는 목소리가 묘하게 갔다 와서 또 따먹어주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오싹하다….
그레이프 자체는 야하고, 몸매도 좋아서 좋지만…착정섹스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저항할 수도 없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서히 가열되는 열탕에 들어간 것처럼, 그레이프에게 기분 좋게 착정당하다가 어느순간 복상사로  가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레이프를 바꿔야 한다.

이전 같았으면 그레이프를 어찌 바꿀지 혼자 오래 고민하며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거쳤을 테지만, 이제는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리프를 만날 때 어떡하면 좋을지 방법을 물어봐야겠다.
리프는  가정에 하나씩 있으면 좋을  같은 편리한 도구다.
실망스러우면 바로 다운그레이드 컴퓨터로 사용할 수도 있으니, 재활용도 가능하고 친환경적이기도 했다.
살려두길 잘했다.


식사를 마친 나는 그레이프가 말한 대로 그릇을 모아 대충 싱크대 안에 넣어 물을 틀어놓고, 그레이프가 준비해준 노트북부터 켰다.
그레이프는 내게 뭔가 작업을  일이 있거나, 비전넷을 보고 싶으면 쓰라고 준비해  것 같았지만…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산  비전폰에 기존의 데이터를  옮겨놓아야 한다.
나는 노트북에 비전폰 두 개를 다 연결하고 데이터 동기화를 시작했다.


동기화 속도는 무척 빨랐다.
애초에 동기화 할 것도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사진 앨범 정도랑 연락처, 대화 내용 뿐이었고…최근에 메신저를 통해 대화한 상대라고는 래피드와 그레이프가 다였다.
순식간에 동기화가 끝나고, 최신형 모델에 내 메신저 아이디가 연결된다.


메신저에는 여전히 40개의 알림이 남아있다.
분명 전에 봤을 때는 39개였는데, 1개가 늘어나 있었다.
앞자리 수가 달라져 보자마자 메시지가 늘었다는 걸 알아챌  있었다.
당연히 집주인이 방을 빼라며 남긴 알림이겠지만…이미 강제퇴거를 했으니 메시지를  보낼 일도 없었다.


따로 보낸 1개는 집 수리비를 추가로 보내라는 내용인가.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메시지가 너무 많다.
대체 무슨 욕을 그렇게 많이 한 걸까.
확인해보고 무시해야겠다.

“응?”

그런 생각을 하며 메신저를 킨 나는 메신저 창에 쓰여있는 대화 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래피드] : 보면 메시지 하나만…보내주세요…(40)
[월세먹는할배] : 앵거군, 나도 자네 사는 거 힘들다는 걸 알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이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드네. 미안하지만 강제 퇴거 조치해 달라고 했으니, 이해해 주길 바라고 자네도 젊으니 아직 바뀔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네. 앞으로는 이런…(1)

메신저에 떠 있던 알림 대부분은 래피드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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