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추적 (7)
그걸 이제 와서 묻는 건가 싶지만, 어찌 보면 에스더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일단 저질러 놓고 생각한다니….
나는 에스더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최면 어플에 대한 건 에스더에게도 말할 수 없다.
진실을 숨기고 내게 유리한 정보만 줘야 한다.
나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에스더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음…전에 에스더…님이…그 지하철…터널에서, 아, 맞아. 터널에서 제가 살아남은 게 이상하다고.”
“…살아남은 게?”
“일반인인 제가 에스더 님 같은 대단한 마법소녀에게서 살아서 나온 게 이상하다면서,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다고….”
“관심을 가졌다고 왜 해부를 하려고 드는 건데.”
아주 약간의 거짓말은 섞었지만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리프가 날 찾아낸 것도 그레이프가 갑자기 강해진 게 신기해서 조사해보다가 우연히 찾아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에스더는 내 설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지 화를 내며 따지고 물었다.
나는 촉수가 심어진 오른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대답했다.
“아…이거 때문이라던데…실험체로….”
“실험체…”
에스더는 내 설명을 듣자 표정을 순차적으로 바꿨다. 화가 났다가, 속상해했다가…미안해하고…다시 화나는….
억울하면서도 정말 화를 참을 수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에스더?”
“제길….”
에스더는 분한 듯 이를 악물면서도 기가 죽은 것처럼 꼬리를 축 처지게 내렸다.
그러고 보면 계속 궁금했던 것이기도 하다. 대체 이게 뭘까.
덕분에 리프에게서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추측도 해봤지만…아직도 잘 모르겠다.
역시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고 정확하겠지.
나는 지금이 궁금증을 풀 기회라는 생각에 에스더에게 물었다.
“…이거 대체 뭡니까? 자지 회복제? 아니면 뭔가 강화해주는 촉수?”
“…자지 회복제라니, 1번…아무리 1번이라고 해도, 좋아하는 마법소녀한테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되지?”
어쩐지 화가 난 듯 에스더가 꼬리를 공중에서 찰싹찰싹 하고 채찍질했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벌떡 선 자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그럼 뭔데요? 이거 때문에 자지가 매번 이렇게 커져서 내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내 자지는 지금 이런 상황인데도 벌떡 서서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사실 지금 커져 있는 건 리프가 몸에 집어넣은 약물 때문이었지만…에스더가 심어둔 촉수에서 음액이 나와 자지를 회복시켜줘 그레이프에게 죽도록 정액을 짜내진 것도 사실이었다.
커다래진 자지를 가리키며 말하자 에스더는 내 자지를 힐끔 보고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화가 난 듯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런 부작용이 있을 줄은…몰랐지만…남자들은, 커지면 오히려 좋아하는 거 아냐?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니…자지를 크게 해준 게 아니고, 자지를 계속 세워서 곤란하다고요.”
“…원래 이렇게 컸다고?”
놀란 눈으로 자지를 힐끔거린 에스더가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는, 마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손을 조금 아플 정도로 꽉 잡으며 고개를 완전히 옆으로 돌려버렸다.
“촉수 같은 커다란 자지네. 1번에 어울려. 내 진짜 팬이라면 이정도는 돼야지.”
“…네?”
“아무리 그래도 슬슬 가리는 게 어때? 좋아하는 마법소녀에게 자지를 보여주고 싶은 팬의 왜곡된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1번이라도 조금 곤란하니까. 아니면 뭐야? 내가 너무 좋아서 자지가 커졌다는 걸로 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그거라면 충분히 알았으니까 이제 집어넣어 줄래? 날 엄청 좋아하는 건 잘 알겠으니까 말이야.”
…말하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이상하다. 에스더가 귀엽다니.
나는 조금은 충동적으로 에스더에게 물어봤다.
“…자지 처음 봐요?”
“흥, 네 자지가 이번에 5번째로 보는 자지야.”
“5번째…?”
순간 내 머릿속에 에스더의 촉수 보지에 있었던 가느다란 처녀막이 떠올랐다.
혹시 타락한 마법소녀가 되고 보지가 촉수 보지로 변하며 처녀막도 새로 생긴 건가?
“7번도 나한테 자꾸 보내서 좀 짜증 났었고, 69번하고 74번, 얘들은 번호부터 악질이었어. 102번, 차단을 몇 번이나 하고 용서해줬는데 편지로 자지 사진을 보내서 팬클럽에서 추방하고 고소해버렸지.”
“…자지 사진요?”
“그래,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데…생각보다 크네. 칭찬이라도 해줄까? 일단 바지 지퍼라도 망가진 게 아니면 슬슬 집어넣어.”
나는 에스더의 말을 듣고 한 손으로 자지를 넣어 바지를 고쳐 입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에스더와 대화할수록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다.
에스더가 강한 만큼, 날 지켜준다는 상황에 안도하기라도 한 것인지 자꾸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오른손에 전해지는 태양처럼 따뜻한 마력도 기분이 좋다.
자지를 처음 보는 에스더…계속 힐끔거리는 에스더…바지 안에서 자지가 벌떡일 때마다 꼬리가 흠칫하는 에스더….
귀엽다.
“에스더님, 혹시 질문 하나만….”
“뭔데?”
“혹시 섹스…라는거 해보셨나요?”
“정말 저질스러운 질문이네 1번…실망스러워. 하긴, 내 이 추악한 보지를 빨아댔을 때 엄청난 저질 변태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야.”
말하는 걸 보니 에스더는 자신의 보지를 무척 싫어하는 모양이다.
에스더의 촉수보지는 말로는 저렇지만 실제로는 보지살이 도톰해서 벌리기 전엔 촉수가 잘 보이지도 않고, 안쪽의 촉수도 핑크빛에 귀엽게 생긴 것들이 자지를 달라고 졸라대는 듯한 모양새라 추악하거나 못나다기보다는 조금 많이 야한 모양이었다.
“진짜 마법소녀는 섹스 같은 거 안 해.”
“처녀를 지켜야 강해지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1번? 변태 같은 소리 좀 그만해. 그런다고 강해지는 게 말이 돼?”
나는 에스더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에스더는 처녀를 지켜야 강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팬들을 위해서인 게 당연하잖아. 팬들은 아무리 섹스하고 난잡하게 생활해도, 진짜 마법소녀는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팬들이 마법소녀랑 섹스하고 싶어 하는 건 이해해줘야 하지만, 모른 척 해주는 관용과, 그러면서도 마음 놓고 사랑해 줄 수 있도록 순수한 몸을 유지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거야.”
“어…음…팬이 마법소녀랑 섹스하고 싶어하는 걸 이해해준다고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에스더의 마법소녀에 대한 생각이 뭔가 이상하다는 건 잘 알겠다.
“팬이니까 그럴 수 있잖아? 좋아한다는 건 성욕도 함께하는 거라고. 그런 걸 이해해 주는 것도 팬서비스의 하나야.”
“그럼 팬이 섹스하고 싶어하면…해준다는건가요?”
“자꾸 이상한 말 하지 마 1번, 팬이랑 섹스하는 마법소녀가 어디 있어?”
나는 그레이프의 이름을 말하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긴, 그레이프는 마법소녀가 아니라 착정마다.
마법소녀일리가 없지.
“…팬미팅은 여기까지야, 슬슬 정리해야겠네.”
에스더의 말을 듣고 보니 내 몸은 어느새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오른손에도 에스더의 따뜻한 마력이 가득 차 있는 게 느껴진다.
내 몸에 과도하게 채워져 있는 마력과 에스더의 마력을 비교해보니 마력을 채워준다는 것에 왜 이렇게까지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에스더의 마력이 검은 기운과 뒤섞여있다면, 내 몸에 채워진 마력은 순도 높은 마법소녀 에스더의 마력 그대로였다.
타락한 지금의 마력이 아닌, 타락하기 전의 마력이다.
에스더는 곧바로 벽면으로 손을 뻗고는 염력을 발휘해 리프가 잠들어있는 캡슐의 문을 뜯어내 안에서 리프를 끌어당겼다.
염력에 잡힌 리프가 순식간에 날아와 에스더의 손에 목을 잡힌다.
염력으로 목만 잡고 있는 게 아닌, 온몸을 붙들어 들어 올리고 있는 건지 리프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일부러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지 못하게끔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년, 독단으로 한 거야?”
에스더는 리프를 가만히 노려보며 내게 물었다.
“리프 이 년만 죽이면 안전한 거야? 아니…그런 건 상관없어. 시간 없으니까 다른 곳에 가 있어.”
“시간이 없다뇨?”
“조금 있으면 내 마력을 레이더가 탐지할 거야. 이클립스Eclips 를 응용해서 레이더를 피하고 있지만…슬슬 한계야.”
그러고 보니…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경보가 울리지 않는 건 이상했다.
에스더가 나타난 이상 마법소녀가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트루비전의 레이더가 에스더를 포착해 경보를 울려야 했다.
방법은 이해되지 않지만 그 레이더를 마법을 써서 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쪽, 아까 부수면서 지면을 향해서 대각선으로 길을 뚫어놨으니까,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될 거야. 여긴 지하긴 하지만, 그렇게 깊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에스더가 한쪽 방향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시선을 향하자 에스더의 말대로 한쪽 벽에 잔해와 먼지가 가득한 동굴 같은 게 보인다.
곧은 길은 아니지만, 정말로 나갈 수 있도록 뚫어놓은 것인지 약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대체 왜 에스더가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에스더의 팬이라고 생각해서?
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있나?
나는 머릿속으로 지금까지 에스더에게 건 최면들을 떠올려봤다.
아마도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을 만한 최면은…에스더의 촉수들이 날 공격하지 못하게, 나를 공격할 수 없다, 자신이 낸 문제의 답을 손가락으로 알려준다…문제를 낼 때 객관식으로 낸다….
“음….”
아까 공격이 내 몸을 피해간 건 최면 때문인가? 아니…아예 의식하고 날 보호하는 느낌이었다. 천장을 부수다가 뭔가 떨어지려고 하면 내 주변에서만 낙하하기도 전에 태워버리기도 했고.
에스더에게는 나를 좋아한다거나, 날 보호해야 한다거나 하는 최면을 건 적도 없는데…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단순히 내가 자신의 팬이어서 이러는 건가?
래피드는 내가 구해준걸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에스더의 입장에선 그건 래피드를 공격할 타이밍을 빼앗긴 거기도 했다.
아니, 래피드가 공격마법을 숨기고 있었으니 내가 구해준 걸로 생각할 수도 있나….
하지만 오른손에 촉수를 심은 건 내가 달려들어서 구해주기 전이다.
애초에 구해준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있나? 그게 구해준 게 맞기는 한가? 방해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에스더는 고민에 빠진 나를 내버려두고 한 손으로 리프를 잡아 들어 올리며 다른 한 손에 불의 검을 만들어냈다.
“빨리 가, 죽여야 하니까.”
그 모습이 아무리 봐도 나를 신경 써서 하는 행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대체 왜 에스더가, 간부급 괴인이자 타락한 마법소녀인 그녀가 내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팬클럽 1번인 팬도 촉수로 만들었고, 모든 팬들을 촉수로 만들면서 왜 나만?
나만 특별취급 해주는 이유가 뭐지?
문제를 모두 맞혀서? 그게 이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되나?
어렵다….
리프에게 당하며 느낀 거지만, 내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부족하다.
생각할수록 내가 멍청하다는 게 느껴진다.
나와는 조금 다르지만, 최면을 사용하고, 나보다 더 철저하고, 나보다 더 최면에 대해 잘 아는 리프를 보고 나니 내 부족한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누군가가 가르쳐주기라도 하면 좋겠다.
대체 어떡해야 하지…?
“…자, 잠깐!”
그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나는 리프에게 불의 검을 겨누고 있는 에스더를 멈춰 세웠다.
“에스더, 멈춰!”
“너….”
에스더는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트리면서 날 노려봤다.
“…난 이제 마법소녀가 아니야. 마법소녀 하나, 둘 정도는 죽여도…아무렇지도 않다고.”
“아니…죽이지 마. 죽이면 안 돼.”
나는 갑자기 흥분해서 불을 키워대는 에스더에게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면 당장 최면 어플을 내밀 생각을 하며 진정시켰다.
그러자 에스더는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멍청한 새끼.”
곧바로 에스더는 손에 쥐고 있던 리프를 땅에 내팽개쳐 버리고 손가락을 튕겨 딱!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벽 틈새에서 여성의 팔뚝 정도의 길이와 굵기로 잘린 촉수들이 뱀처럼 기어와 에스더의 발에 달라붙었다.
“동물 정도의 지능만 남겨놨네.”
에스더는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촉수에게 마력을 쏟아 순식간에 성장시켰다.
촉수들은 순식간에 합쳐져 긴 뱀처럼 자라더니, 에스더의 몸을 타고 올라가 칭칭 감아 애교를 부려댔다.
에스더는 자지 모양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손가락을 튕겨 촉수가 리프를 휘감아 포박하게 만들었다.
“무기 같은 것도 이미 다 부숴놨고, 그 촉수, 오른손을 내밀면서 명령하면 네 말을 들을 거야.”
“…네?”
“혼자 뭘 할지 모르지만 리프한테 죽든 말든 알아서 해, 멍청이 앵거.”
에스더는 짜증을 내며 말하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허공을 찢어 사라져버렸다.
나는 잠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정말 혹시나 해서 오른손을 내밀고 촉수한테 명령했다.
“어…좀 더 세게 휘감아.”
“케헥!”
그러자 정말로 촉수가 내 말을 듣고 리프를 세게 휘감았고, 정신을 잃고 있던 리프는 곧바로 숨을 내뱉고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읍?! 으으읍…! 으으으읍…!”
리프는 눈을 뜨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자마자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렀다.
촉수에 휘감겨서 아파하는 게 아니다.
리프의 머리 위에 흐릿한 빛의 고리가 서서히 생겨나는 게 보인다.
리프 X와 다르게 리프는 최면이 걸려있는 상태…내 모습을 보자마자 나에 대해 잊기 시작하고, 다시 보고 잊는 걸 반복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자, 일단 여기 보세요~”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리프의 얼굴에 최면 어플을 들이밀었다.
“최면할게요,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