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추적 (4)
“크윽?!”
그레이프에게 저딴 말을 한 게 화가 나 점점 살의가 치솟고 피가 머리에 치솟는다.
그때 리프 X가 전화를 끊는 것과 동시에 내 몸에 또다시 차가운 액체가 주사되었다.
이번에도 조금 전과 같은 치료액이다.
손이 빠르게 치료되며, 몸속이 차가워진다.
강제로 진정되어가고…자지가 빳빳하게 세워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기분 나쁜 무언가는 오른손이 전부 삼켜주고 있었다.
[슬슬 약이 흡수될 때가 되어가서 말이야. 좀 진정돼? 그보다 후~다행이네, 그레이프는 이상하게 감각이 좋거든. 자위 영상까지 올려댈 정도로 성욕에 미친 애니까, 이렇게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안전하지.]
리프 X 나름대로는 그레이프에게 내가 아니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한 말인 것 같았지만, 그딴 건 내게 상관없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지금 기억을 잃고 돌아가더라도 난 억울하게 그레이프에게 20번 이상 착정당하게 된다.
그 사실을 참을 수 없다.
난 정액생성기 겸 정액 디스펜서가 아니다.
[와…진짜 신기하네? 뷰지도장 씨, 대체 이거 뭐야? 이거 트루비전에서 하던 합성이랑 연관된 것 같은데…아닌가? 진짜 신기하단말야…이정도로 순수한 괴수가 숙주한테 전혀 반항하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내 눈앞에 리프 X가 다가와 감탄하며 오른손을 주물렀다.
가까이에서 보니 리프 X는 한 손의 손가락을 전부 메스와 주사기들로 바꿔놓고 정말로 해부할 것처럼 하고 있었다.
수술대 위에 올려져 저런 살벌한 손을 보게 되니 피가 차갑게 식는다.
[너 진짜 이상한 거 많다…? 몸에는 무슨 착하고 귀엽고 도움되는 촉수 괴수를 기르고 있지 않나…이게 말이 돼? 대체 이게 왜 가능한 거야…? 방법은 대충 알겠는데, 왜 촉수가 평범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할까…? 이거 봐, 지금도 시험용 재생 물약인데 부작용 독성은 전부 지가 삼키잖아.]
“뭐, 뭐…? 독성…?”
[아, 음액 부작용은 못 없앴구나…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정액 좀 채취해보려 했는데.]
“뭐라고?”
나는 리프 X가 한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뭘 채취해? 정액?
[요즘 그레이프가 너무 강해져서 얘기가 엄청 많거든. 갑자기 방패를 들더니 엄청 능숙하게 쓰고 있긴 한데…그것만으로 강해진 건 아닌 것 같고…아, 그레이프가 싸우는 영상 볼래?]
리프 X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홀로그램 모니터에 영상이 떠올랐다.
소리 없이 촬영된듯한 감시카메라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그레이프는 콘크리트 블럭을 뜯어내 철근을 휘어 손잡이처럼 만든 임시방패를 들고 늑대인간과 싸우고 있었다.
능숙하게 방패로 공격을 막고 검으로 찌른다.
어떤 공격이 와도 전부 다 방패로 막아내고, 튕겨낸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붙이기만 하다가…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인간의 심장에 칼을 꽂고, 머리에 검을 찌르고, 목을 날로 베어낸다.
[평균 전투시간이 두 배 가까이 줄어들었어. 마력 최대치도 크게 변한 건 없고…이유가 궁금하단 말이야? 그레이프는 ‘불굴’ 이어서…힘들거나 다급할수록 강해지는데…전혀 힘들어 보이지도 않고, 다급해 보이지도 않아.]
…리프 X는 그렇게 말했지만, 내 눈에는 무척 다급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저거 나랑 섹스하다가 나갔을 때의 그레이프 같다.
빨리 돌아가서 섹스할 생각에 급하게 괴인을 처리하는 모습이다.
이딴 게 그레이프가 강해진 원인이라니…정말 설마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강해진 원인을 다들 방패를 들어서나, 아니면 무언가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마법소녀의 두 번째 각성 같은 게 있나 했는데…그건 애쉬가 절대 없다고 했고, 나는 개인적으로…네 정액이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
그렇게 말한 리프 X는 갑자기 수술대 밑에 손을 넣더니 이상한 물건을 두 개 꺼내 들었다.
하나는 갈색에 남색 줄무늬가 들어간 원통, 또 하나는 은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들어간 원통이다.
대체 그게 뭔가 하고 생각하는 그때, 리프 X가 두 개의 원통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에 투명한 뭔가가 가득 채워져 있는 커다란 주사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래피드가 좋아, 애쉬가 좋아?]
“…뭐?”
갑자기 이런 걸 왜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당연히 나는 래피드가 좋다.
애쉬가 싫다는 건 아니다.
좋긴 하지만…애쉬는 조금 무섭다.
[음…래피드구나?]
리프 X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홀로그램 모니터로 뭔가를 체크하더니 내가 좋아하는 쪽을 맞춰버렸다.
그리고 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원통을 다시 수술대 밑에 넣더니, 바늘 없는 주사기를 갈색과 남색이 섞인 원통에 꽂아 투명한 액체를 짜 넣었다.
“뭐, 뭐야 그건….”
[아, 이거? 래피드 오나홀.]
“…뭐?”
[래피드 신체검사를 할 때 몰래 내부 3D 스캔을 해서 만들었어. 비밀사이트에 재미있는 글을 보고 심심해져서…그래서 사이트에 몰래 일부 회원들한테만 팔았는데 이게 짭짤하더라고…?]
잠깐만…뇌가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질 못한다.
래피드의 오나홀…? 그러니까.
저게…래피드 보지 모양으로 되어있다고?
그걸 심지어 팔았고?
아니, 잠깐만…아까 그건 그러면 애쉬 보지인 건가?
제정신인가…? 애쉬 보지 오나홀을 만들어서 팔았다고?
[뭐 당연히 그냥 시험작 마법소녀 스캔 보지 오나홀이라고 팔았지만…다들 디자인을 보고 상상하긴 하는 것 같았는데 감상이 다들 똑같아서 조금… 난 여자라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보지가 이럴 리가 없다면서 내가 멋대로 기믹을 추가한 게 틀림없다느니 뭐니…아, 바지 좀 벗길게?]
리프 X는 그대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내 바지를 벗겼다.
곧바로…잔뜩 발기된 자지가 드러났다.
[…와…아.]
그대로 내 자지에 시선을 집중한 리프 X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발기한 자지를 가만히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로봇이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쩐지 얼굴을 붉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 대단…하네…자, 자지 엄청…그, 엄청나네…? 뭐야 이거…? 엄청 커…이, 이걸 내 안에 넣었었단 말이야?]
리프 X는 그렇게 말했지만, 리프를 따먹을 때 내 자지는 이것보다 훨씬 작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지금의 자지는 그레이프에게 단련되며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크기도, 굵기도, 핏줄의 불거짐도, 강직도도, 귀두의 크기도…전부 다르다.
[…각도부터, 모양…귀두 크기까지…색도…와…핏줄도 그렇고…미, 미쳤어…이게 뭐야? 이, 이러니까 그레이프가 푹 빠지는 건가…? 빠, 빠질 수 밖에 없겠네 이건…대단해….]
“내 자지에 불만이라도 있어?”
[불만이 아니라…멋있…어서…와…지, 진짜 대단해…자지가 예술적일 수 있구나…진짜 인체공학의 극한을 보는 것 같아. 여자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한 모양이야….]
…뭐지?
갑자기 칭찬 일색이라 기분이 이상하다.
기분이 좋지만, 그게 리프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다.
[대, 대단하네…아니…진짜로 이건 순수하게 칭찬하는거야…대단해…와…진짜…자, 자지 좀 본뜰게? 스캔만 할 테니까.]
“뭐?! 대체 왜!”
[안 아파! 잠깐이면 돼…오케이, 됐어. 그냥 너무 이상적인 자지라서 스캔한 거야. 크기가…10 인치…아니, 좀 더 되네….]
전부터 궁금했던 거지만…이 녀석이 말하는 길이나 거리의 단위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대체 인치니 야드니 하는 게 뭐지? 그런 기준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건 센티 뿐이다.
[좋아,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정액좀 뺄게? 참지 말고 그냥 싸면 돼.]
그대로 리프 X는 래피드의 보지를 본뜬 오나홀을 손에 쥐고 내 자지를 꽂아넣기 시작했다.
리프에게 당하는 건 열 받고 전혀 내키지 않지만…래피드의 보지는 궁금하다.
하지만…열받는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래피드의 보지를 본떠서 팔다니….
내 닉네임이 리프를 용서하지 말라고 울부짖는다.
리프를 쓰러트리라고 가슴속에서 번쩍이며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살기를 담은 눈으로 리프 X를 노려보면서 래피드의 오나홀에 삽입 당했다.
“으윽…!”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숨을 삼켰다.
처녀막도 구현되어 있던 래피드의 오나홀에 삽입 당한 순간, 좁은 구멍을 억지로 벌리는 기분 좋은 촉감이 전해져오며 내부로 자지가 천천히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안쪽까지, 전부 다 부드럽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그 부드러운 자극이 너무도 기분 좋게 구석구석 조여와 상냥하게 정액을 재촉하는 느낌이 든다.
이건 확실히…인간의 보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주름이 너무 빼곡하고, 너무 부드럽고, 너무 쫄깃하다.
그 빼곡한 주름 전부가 부드럽게 자지에 달라붙어 온다.
쯔붑, 쯔붑, 쯔붑, 쯔붑
[와, 와아…와…자지, 진짜 크네…? 와…래피드 보지로는 이거…힘들겠는데? 애쉬한테는…딱 맞으려나? 조금 부족하려나…? 아, 영상 틀어줄까?]
“크윽…여, 영상?”
[이것도 일종의 착정작업이니까 말이야. 더 높은 효율과 더 질 좋은 사정을 위해서…뭐, 내 컬렉션들 중 선택해봐. 남자는 아는 사람의 섹스 영상에 더 민감하지? 네가 접촉한 마법소녀는 분명…그레이프랑 래피드…그리고 루이…그레이프가 마견한테 당하는 첫 경험 영상 어때? 아니면 루이가 촉수한테 당하는 거?]
“이…씨발년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그레이프랑 거의 매일같이 섹스해대서 그런지, 그런 영상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긴 하지만…봤다간 속이 꼬일 것 같다.
[추천하는 건 참고로 그레이프야. 약할 때 엄청 귀여웠어서, 마견들한테 멈춰달라고 막 울다가 개들이니까 말이 안 통하는 줄 알고 멍멍 멍멍 하고 강아지처럼 짖어대거든.]
…궁금하다.
하지만 아니…속이 꼬인다….
점점 내 마음속의 저울이 안 본다는 쪽으로 기울자, 홀로그램 화면에 아니다 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흐음…하긴, 그레이프랑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그럼 루이 촉수섹스로 할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리프 X는 멋대로 촉수 폴더를 열더니 영상을 하나 재생시켰다.
쓸데없을 정도로 촉수 영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보인다.
곧바로 루이가 촉수에게 당하는 영상이 재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