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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추적 (3) [내용수정] (64/299)



〈 64화 〉추적 (3) [내용수정]

나는 곧바로 택시 안의 비상탈출 망치를 손에 들었다.
괴수 문제가 커지며 이제 차량 내 비상탈출 망치는 필수였다.
지하철은 괴수도 함부로 파괴  하는 강화유리로 되어있지만, 차량 자체를 통째로 들어 올려질 가능성이 있는 버스와 택시는 승객이 언제든 탈출할 수 있게 되어있다.
속도가 더 빨라지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아~안 되지~그러면 재미없잖아, 안그래 뷰지도장…아니, 앵거 씨?]
“아아악!!”
[뒤에 이미 좌석 열선을 쇼트 시켜놔서 전기충격을 맘대로 할  있게 만들어 놨거든? 엉덩이 미디엄 레어로 구워지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이 미친 년이…나는 곧바로 엉덩이를 들어 의자에서 떼고 앞좌석에 매달렸다.
그대로 오른손을 리프 X의 목에 대고 힘을 줬다.
상대는 마법소녀가 아닌 로봇이다.
손이 망가지더라도 이대로 부러뜨린다!


[오~악력 100, 200…300! 400! 537kg?!  이거 뭐야?! 사람 손이 아니잖아? 너 그레이프랑 친한 이유가 있었구나? 둘 다 고릴라네? 근데 모세혈관 다 터져간다. 너 이거 뭔지 모르겠는데 적당히 쓰는  좋을 것 같은데? 이러다가 뇌졸중이나 뇌경색 온다?]
“크으윽…!”


전혀 부러질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만져보니 부드러운 외피 아래에 단단한 금속 골격이 자리해있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잡는 거로는 상할 것 같은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손이 점점 너덜너덜해진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했다가는 정말 앞으로 더는 손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곧바로 나는 리프 X의 목을 부러뜨리는 걸 포기하고 왼손에 든 망치로 리프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러자 리프 X의 머리 안쪽에서부터 땡! 하는 소리가 울리며 멈춰 선다.
내 손이 아프다.


“돌머리도 아니고 이 미친년이!”
[실례네, 탄소나노튜브보다 강력한 리프스틸을 사용한 슈퍼 합금 바디라고.]
“리프스틸?”
[내가 만들었어, 이름 멋있지?]

정말로 미친년이다….
나는 곧바로 망치의 방향을 바꿔 창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날 보지도 않고 뒤로 손을 뻗은 리프가 내 목을 잡아 쥐고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팔의 각도가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각도다. 팔꿈치가 뒤로 꺾이고 팔이 늘어나  목을 잡아 전기를 계속해서 쏘아내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있다.

“크으으으윽!!”
[유리는 깨지 말고~이거 자율주행 깔아서 되돌려줘야 한단 말이야. 열선 쇼트시킨건 아예 차단 내릴 테니 나중에 고장   알고 알아서 고칠 테지만, 유리 망가지면 좀 그렇잖아? 네 차도 아닌데 그러면 안 되지!]
“미친…년앗…!”


훔친  주인은 생각해주면서 나에겐 이런 전기충격 코스요리라니.
정말로 뇌가 익어 버릴 것 같다.

[하아~저항이 진짜 너무 심하네,  되겠다. 아쉽지만 얘기는 이따가 해줄게. 그레이프도 내일이면 돌아올 테니까~오늘 안에 일 끝내야 해서 바쁘거든.]
“너, 넌…진짜로, 그레이프가 알면….”
[흐음…대체 네가 어떻게 날 덮친 거야? 그걸  대비할 자신이 있으니까 찾아왔지. 방위군 본부에 기억 소거장치 있는  알아? 물론 맘대로 쓸 수는 없지만…그거 개발자가 나거든? 걱정하지 마, 조심히 지워서 돌려보내주고…제대로 세뇌해서 매일 자기도 모르게 내 연구실로 찾아오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윽…!”


말을 마친 리프 X의 몸에서 수증기가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
아니, 수증기가 아니다…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몽롱해진다.
이건…수면가스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아서 좀 더 농도를 높였으니까 한숨 푹 주무시고~이따가 본체랑 만나. 오늘이 수면치료가 끝나는 날이거든? 그래서 오늘로 맞춘 거기도 하고~그러면, 굿나잇~]


몸에 힘이 풀린다….
생각을…이을 수가 없다….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어딘가에 묶여있었다.
온몸이 꼼짝도 하지 않고, 특히 오른손에 이상한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느껴진다.
빨판 같은 형태의 센서와 전극 센서…병원에서나 볼 법한 여러 감지기가 팔에 붙어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내가 묶여 있는 곳은 병원의 수술대 같은 금속 받침대 위였다.
그 위에 여러 금속관으로 온몸을 완전히 구속하고 있다.
당장 해부라도 시작해버릴 듯한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 정신 차렸어? 해독가스를 좀 쓰긴 했는데 머리가 어지럽지는 않지? 위험했더라고, 손에 그런걸 달고 있어서 인간이 아니기라도 한 건가 했는데…약물 내성은 없더라?]
“이, 씨발…년…크아아악…!”

말을 조금 꺼낸 순간 몸에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 아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팔에 꽂힌 주삿바늘을 통해 약물이 주입된다.


“뭐, 뭐야 이거…! 크으윽…!”


약물을 통해 몸이 회복된다. 통증이 가라앉고 정말로 말 그대로 재생되는  느껴진다.
기분 나쁜 느낌도 있었지만…그건 오른손에 뭉쳐져 빠져나오질 않는다.
그와 동시에…어째서인지 자지가 빳빳해진다.


[얌전히 있어, 귀찮아지니까…그건 그렇고 뷰지도장 씨, 이거 대체 뭐야? 이거 뭔지 알고 쓰던 거야?]


리프 X는 그렇게 말하며 내 시야 앞에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워줬다.
모니터 안에는 마법소녀 최면어플과 영상파일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비전폰을 손에 쥐려 했지만, 몸은 이미 전부 묶여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급하게 수술실 같은 방안을 살펴보니 방구석에 있는 컴퓨터 같은 기계 옆에 비전폰에서 칩이 꺼내져 알  없는 기계 안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 뭔지 몰라? 파일 연도가 대체 왜 이래? 연도가 말이 안 되잖아. 파일 복구흔적이 보이는데…이상한걸로 해서 깨지기라도 한거야? 그리고 아까는 그냥 신기해하고 넘어갔는데…이 칩 뭐야? 마력이 왜 이렇게 높아…? 아무리 마법소녀의 신체를 결정화시켜도  정도로 높은 마력을 가둘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거 파일 자체가  칩이 아니면 돌아가질 않더라…? 그리고…이 파일 대체 뭐야? 마법소녀 최면어플?]
“하아아아….”

리프 X의 말에서 나온 단어를 들은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며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결국, 들켰다.
마법소녀 최면어플의 존재를 들켜버렸다.

[저기요 뷰지도장 씨, 이거 얼마나 말도  되는 어플인지 알기는 해? 이딴 게 마법소녀의 정신장벽을 전부 뚫는다는  말이 돼…?]

그런데…리프 X는 최면어플의 존재를 확인해놓고도 믿기 어려운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어플인건가? 로봇을 만들고 기억을 바꿔 넣는 과학자가 봐도?
하지만 리프 X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아니…되나? 나라면…방법을 알고있다면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한데…그치만 이건…이 마력은 대체 뭐지? 이딴 마력이 존재해…? 애쉬도 아니고…아니, 난가? 고정을 쓰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아닌가? 이건 래피드한테…아니지, 트루비전의 그 괴물인가? 가능은 해…가능은 하지만…가능성이 있기만 한 건데….]

리프 X는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무언가 생각에 빠져있었다.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있던 리프 X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것처럼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좋아, 앞으로 매일 오게 만들면 이건 급한 문제가 아니니까…최면어플…이것도 오버 테크놀로지인가…? 설마 이런게 정말로 존재할 줄은…하지만, 알겠어…이걸로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어.]

리프 X의 입꼬리가 로봇인데도 불구하고 천천히 올라간다.
부자연스럽거나 불쾌한 느낌은 없었다.
누가 봐도 인간처럼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리프 X가 떨리는 기계음으로 말했다.


[너…나한테 최면 걸었구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홀로그램 모니터에 곧바로 내 심장박동수와 뇌파가 떠오르더니 ‘진실’ 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내 몸에 거짓말 탐지기도 연결해 놓은 모양이다.

[확실해…말도  되는 가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법소녀한테 최면을 거는 게 정말 가능하긴 한가 봐? 약한 상대 한정인가? 정신방벽이 약해야 하나…? 아니지, 그레이프도 혹시 최면을  거야? 아하! 그래서…아니, 잠깐만…그레이프가 최면에 걸린다고? 마력 특성이 불굴인데…? 그게 말이 돼…? 아니…생각보다 이게 출력이 강하다면…아니지, 보통 최면하고 구조는 같은가? 방심한 순간이라면….]

계속해서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리프 X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턱에 손을 대고 굳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아무래도 이거 하루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흐음…뷰지도장, 뭔가 말  해봐. 어떻게 생각해? 내가 널 어떡하는 게 좋을까?]
“크윽….”

리프 X의 말과 함께 목에 느껴지던 경직감이 사라졌다.
약한 전기를 계속해서 내보내 내 몸을 억지로 긴장시키던 느낌이 사라지자마자 자는 리프 X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  미친년….”
[응응, 그리고?]
“뼈다귀년! 그레이프가 알면  죽는 거야! 래피드가 가만둘  같아! 넌 죽었어! 쓰레기! 멍청이! 리프년!]
[…잠깐만, 너 혹시…래피드도 건드렸어?]
“건드렸다 왜!”


나는 곧바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레이프도 못 이겨서 무서워하는 게!
이미 내가 이 상황에서 자력으로 벗어날 방법은 없다.
기억을 읽을거라고 했으니, 어차피 조금 지나면 알게 될 사실이다.
그럴거라면 먼저 얘기해서…차라리 겁을 먹고 손을 대지 않는 쪽에 건다.

나는 이대로 리프 X가 겁을 먹고 죄송합니다 하고 놔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래피드와 애쉬는…마법소녀들 중에서도 규격 외의 존재였다.
내 몸에는 거짓말탐지기가 이어져있었고, 곧바로 내 말이 진실이라는걸 증명해줬다.

그런데 리프 X는 로봇인데도 불구하고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내 희망과는 다른 말을 해왔다.


[너…진짜 건드린  아니지?]
"건드렸는데?"

왜 거짓말 탐지기에 진실이라고 나왔는데도 믿지 못하는거지?
아니, 믿고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닌가? 믿을 수 없어 하는 듯한 모습이다.


[아니…저기, 래피드…그래…래피드랑 이어져 있는 사람이면 내가 건드리기 좀 무섭지. 근데 난 널 강제세뇌할건데? 잠깐만, 그레이프랑 하면서…래피드랑도? 정신 나갔어? 아무리 최면을 걸었다지만…자, 잠깐…래피드…처녀….]


리프 X는 혼자서 나를 보고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기계의 몸을 부들부들 떨며 쉴  없이 깨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미친놈…너 진짜 죽고 싶은 애였구나?]
“응?”
[너…너…아, 아니다…이러면 내가 건드릴 필요가 없겠네…그냥  죽일게…와…진짜 미친놈이네…건드려도 래피드를…와….]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겁을 먹은 것 같긴 하지만, 나한테 겁먹거나 래피드에게 겁먹은 게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나를 보면서는 연민이 느껴지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봇인데도 체온이 느껴지는 시선이라니…그 정도로 나를 불쌍하게 생각한다는 건가?

[아무튼…이걸로 음성 자료는 다 수집했어.]

리프 X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더니, 비전폰을 둔 곳까지 걸어가 집어 들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상대가 전화를 받기 전에 아주 잠시,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냈다.
마치 내게 들어보라는 듯 스피커폰으로 바꿔두기까지 한 탓에 벨 소리가 들려온다.

[아, 아~아-아-아….오케이, 음음….]
[여보세요?]
[아, 그레이프?  앵거야.]
“미…!”


리프 X의 목에서 나온 기계음은 내 목소리였다.
곧바로 나는 큰 소리를  그레이프에게 말을 걸려 했지만, 목에 전기가 오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다급하게 손바닥으로 수술대를 내려쳐 소리를 내려 하자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기계가 올라와 포박해버린다.


[애, 앵거? 네에…무슨 일이에요…?]
[오늘  보니까 조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 그, 앗, 그게…아…그, 하아아…그, 그래요…?]
[오늘  바쁘다고 했었잖아?  어때? 힘들지는 않아?]
[안 힘들어요! 오, 오늘…오늘 갈까요? 그냥 갈까요?!]


리프 X는 그레이프와 통화하며 내가 한 번도 내지 않았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분명 내 목소리인데…굉장히 느끼하고 달콤하다.
찢어버리고 싶어지는 목소리다.

[그것 때문에 전화 건 거기도 한데…내가 그레이프 집으로 가면 안 될까?]
[어? 저, 저희 집으로요?]
[응…그레이프 집으로.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그레이프의 방에서, 그레이프를 안고 싶어.]
[아, 아, 아, 아, 아…돼, 돼돼돼돼요! 돼요! 돼요!!]

그레이프는 리프 X와 통화를 하며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레이프…내 목소리도 구분하지 못하다니.
나중에 보면 죽었다.


진짜 죽도록 때리고 말테다.
어차피 내가 때려도 아프지도 않고 흔적도 안 남을 테지만 그래도 죽어라. 때릴 것이다!
이 샌드백년!


[그래…? 그러면…그레이프의 집에서 하는 첫날 밤이니까, 나도 좀 더 준비해서 가고 싶은데…하루만 더 있다가 만나지 않을래?]
[하, 하루 더…? 그러니까…이틀 뒤에…요?]
[응…좀더 욕정을 쌓아서, 짐승처럼 섹스하고 싶어…열 번, 스무 번도 넘게 그레이프의 안에 잔뜩 싸면서….]
“으으으으윽!!!”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런 말을 해서 대체 내가 어떻게 감당하라고!

[조, 조조조조조좋아요!! 좋아요!!! 이틀 뒤죠!! 알았어요!! 청소, 청소하고!!! 기, 기다릴게요!! 그날 휴가 쓸게요!!]
[응…고마워 그레이프, 잔뜩 섹스하자…임신시킬 생각으로 갈게.]
[하아아아아아…하아, 하아, 하아….]
[끊을게 그레이프, 이틀 뒤에 봐.]
“으으으읍!! 으으으으으윽!!!”


스무 번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진짜로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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