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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비밀친구 (4) (47/299)



〈 47화 〉비밀친구 (4)

래피드의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비밀친구라니…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래피드와 갑자기 그런 사이가 될 만한 일은 없었는데…?
그게 싫은  아니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보니 불안해진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순히 운이 좋았다며 좋아할 만한 일이었지만…나는 래피드에게 최면을 걸고 래피드의 의사를 어느 정도 유도하고 있는 만큼 이런 특이한 상황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위험해 질 수 있다.
나는 대체 왜 이런 말이 래피드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인지 추리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귀를 기울였다.


“저도…그레이프처럼 앵거랑 친해지고 싶어요.”
“그레이프 처럼요?”


뭐지? 그레이프처럼…? 나랑 섹스하고 싶다는 얘기인가?
래피드랑 섹스한다는 생각을 하자 곧바로 자지가 설 것 같지만 서지 않는다.
그레이프에게 너무 많이 짜인 탓에 세워질 여유가 남지 않은 탓이다.
자지는 세우려면 세울 수 있었지만, 정액도 없는데 지금 굳이? 하는 것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레이프처럼 되고 싶다니.
기쁘지만 너무 갑작스럽다.
당연히 좋다.
래피드와 그레이프처럼 섹스…아니, 그레이프처럼은 아니고 내가 래피드 위에 올라타 정액이  나올 때까지 사정해 줄 자신이 넘쳐 흐른다.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대체 왜…? 그레이프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뭔가 얘기해서 살살 꼬시기라도 한 건가?
그럴리는 없다.
그레이프와의 관계는 말 그대로 시크릿 섹스 프랜드. 즉, 섹스를 하는 비밀친구 같은 관계였으니까.
그레이프가 나와의 관계를 그렇게 함부로 말하고 다닐 리 없었다.
아니…래피드가 상대라면 말할 수도 있나? 같은 마법소녀고, 팬이나 일반인하고 섹스했다는 말을 해도 입이 무거울 테고.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대체 왜 이런 말이 래피드의 입에서 나온 거지?
대체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지 못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내게 래피드는 거절당할까 봐 겁먹은 듯 변명하는 것처럼 말을 계속했다.

“저, 저도 친구가 갖고 싶은데…애쉬가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해서…다들, 배신만 하는 배신자들이라고….”
“배신자요?”
“이건…비밀이에요? 제가 누구랑 친해질  같으면 애쉬가 미리  사람은 안된다며 친해지지 못하게 해 버려요…조금, 과보호라고 해야 하나.”

래피드는 혼란스러워하는 내 머릿속에 더욱 혼란스러운 얘기를 더했다.
래피드는 나랑 섹스파트너가 되고 싶어하는데 애쉬는 래피드가 친구를 사귀려고 하면 다들 배신자니까 친해지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만 해도 혼란스럽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그, 혹시…괜찮으면…저도, 그레이프처럼…남들한테는 비밀로 친구, 만들고 싶어서….”
“그레이프 처럼요…?”
“둘이…친구 아니에요? 파트너라고 할 정도로 친한 친구? 운동도 같이하고.”
“어…그, 그렇죠?”
“아, 안 될까요…? 친구, 하고…싶은데.”


나는 래피드가 혹시 거절당할까 봐 겁먹은 모습으로 머뭇거리며 한 말에 그제야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건지 이해했다.
놀랍게도 래피드는 자발적으로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있었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마법소녀와 친해진다는 건 팬들에게 있어 꿈과 같은 일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미 래피드에게 많은 호감을 쌓은 만큼 친해졌다고 할 수 있다.
래피드를 구해준 직후라는 타이밍에, 아무도 모르게 사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이…공통된 화제, 그레이프라는 공통된 지인.
친구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차고 넘친다.


애쉬에게 죽지 않고 래피드와 섹스하기 위해서는 래피드를  꼬셔서 연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
연인관계도 언제나 친구가 먼저다.
즉, 지금 이 상황은 래피드와의 섹스로 향하는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다만, 친구랑 비밀친구는…미묘하게 다르다.

“저도 애쉬 말을 듣고…남자들은 그게, 저만 보면 야한 생각을 하는구나…했거든요. 비전넷 같은 거 보지 말라고 이것저것 검열당하기도 해서…인터넷 친구도 없고, 위험하다고 해서.”


래피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비전폰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차일드 락이 걸려있다.
세간에서 생각하는 래피드와 애쉬의 관계는 성녀와 성녀를 보호하는 기사 같은 느낌이었는데…지금보니 그게 아니라 과보호 엄마와 순진한 딸의 관계에 조금  가까워 보였다.
나는 오묘한 표정을 하며 입을 다문  래피드를 가만히 바라봤고, 래피드는 부끄러운지 비전폰을 다시 집어넣고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치만…앵거씨는 절 지키기 위해서 뛰어들기도 했고! 그, 저기…성욕도, 저한테 다른 사람들처럼 이유 없이 그냥 보는 것만으로  느끼거나 하는  아니고…사, 사람으로 봐 주시는 것 같아서….”
“…사람 맞지 않아요?”
“그게…마법소녀가 아니라, 그렇게…그, 여, 여자아이…처럼, 보호해주려고….”

아무래도 래피드를 구해줬던 일이 묘한 부분에서 엄청난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래피드의 눈빛이 묘하다.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래피드를 구해준 일이 무척 로맨스 소설 같은 일이긴 했다.
모두가 마법소녀로만 보고 지켜주세요 성녀님 하고만 보고 있던 여자주인공…그런 그녀를 너도 여자아이야 하고 구해준 약한 남자주인공….
…조금 3류 로맨스 소설 같지만, 아무튼 로맨스 소설 같은 얘기이긴 하다.

“그러니까…래피드 씨도 저랑 그레이프처럼 친해지고 싶다는 거죠?”
“네! 마, 맞아요! 괜찮…을까요?”
“저야 좋죠, 그런데 왜 비밀친구죠…?”
“그게…애쉬한테 들키면 큰일 나거든요…애쉬는 허락해준 사람이 아니면 친해지지 말라고까지 해서….”


굉장히 묘한 얘기다.
 정도까지 과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까…? 래피드도 혼자서 간부급을 상대할 정도로 굉장히 강한 마법소녀인데.
하지만 내게는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마음에 드는 얘기이기도 하다.


래피드는 애쉬에게 들키지 않고 나와 친해지는  바라고 있다.
최면을 통해서 이끌어낸 결과가 아니다.
재미있게도, 가장 피하고자 하는 상대인 애쉬의 과보호가 래피드에게 영향을 끼쳐 내가 가장 원하던 말을 래피드가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건…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무척 기쁜 일이었다.

“좋아요, 비밀친구 해요.”
“앗! 그, 그럼 이제부터 저희 호칭 편하게 하는 거예요?”
“음…그럴까 래피드?”


나는 곧바로 래피드에게 말을 놓아버렸고, 래피드는 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저, 저 마법소녀가 되고 나서 남자한테 래피드라고 이름만 불린  처음이에요!”

묘하게 불쌍한 얘기다.
대체 애쉬는 래피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거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자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애쉬 덕분에 래피드랑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래피드랑 친구다!


“저기…근데, 친구라는 건 보통 뭘 하는 걸까요?”
“…친구가 한 명도 없어?”
“아! 아니…그게, 친구가 없는  아니지만…남자인 친구랑, 그것도 취미랑 취향도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서요….”


나는 래피드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래피드의 말대로 궁금해진다.
친구라는  대체 뭘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 나는 정말로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  명도 없어서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는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정말  명도 없다.

“…고민을 얘기하거나, 비밀 같은걸 공유하거나 하지 않을까?”
“비밀 공유…앗, 뭔가 진짜 비밀친구 같아요. 몰래 비밀 얘기하고 서로 비밀을 지켜주는 거네요?”


래피드는 그렇게 말하고 기대된다는  양손을 모으며 웃었다.
나는 래피드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비밀 공유…몰래 비밀을 얘기한다…고민을 얘기한다….
비밀친구….


“아…!”

머릿속이 갑자기 개운해지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빠르게 최면의 주의사항과 조건들을 떠올려  나는, 지금 래피드와 나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기대감에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애써 참아내며 래피드에게 조심스럽게 비전폰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비밀친구여도 서로 연락할 연락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앗! 그러네요, 저희 연락처 교환도 안했어요…오, 오늘 그런데도 또 만나다니 신기하네요.”
“그러게, 신기하네.”


래피드는 묘하게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고 나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나는 래피드가 알 리가 없긴 하지만 최면어플로 추적해서 쫓아오는걸 눈치채지 못한  같다는 생각을 하며 래피드와 서로 연락처 교환 기능을  비전폰을 겹쳐놓았다.
잠시  화면에 연락처가 교환되었다는 문구가 떠올랐고, 나는 래피드가 비전폰을 다시 가져가기 전에 빠르게 단축키를 눌러 최면어플을 실행시켰다.


“잠시 실례합니다~”

곧바로 최면에 걸린 래피드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나는 곧바로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던 최면들을 래피드에게 걸기 시작했다.

“어디…좋아, 일단…비밀친구는 서로 비밀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이이며, 상대는 그것을 받아주는 게 당연하다.”
“비밀친구는…비밀을 말하는 사이….”
“또한, 상대와 있었던 일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다. 비밀친구니까.”
“전부, 비밀….”


비밀친구라는 단어로 떠올린 것치고는 꽤 괜찮은 최면이다.
  내용이었지만 다행히 전부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래피드는  명령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듯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이미 있는 인식을 바꿔 넣는 만큼, 더욱 쉽게 최면이 먹혀들어간 것 같았다. 비밀이라는 단어도 연관되는 만큼 최면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크지도 않은 것인지 머리 위에 서 빛이 나지도 않는다.


비밀친구라는 관계 자체가 평범한 친구와는 다르기에 더욱 최면을 걸기 쉬웠다.
나는 정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몇 가지 조건을 더 걸었다.

“비밀은 많이 퍼지면 안 좋아서 비밀친구는 한 명하고만, 그 상대는 앵거”
“비밀친구는  명….”

기껏 최면을 걸어놨더니 갑자기 비밀친구가  있었습니다 하고 모르는 놈에게 최면을 들키거나, 남 좋은 일이 되게 해주고 싶지는 않다.
래피드의 상황을 보면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만, 어디까지나 보험이다.
내가 노리는 건 여기부터였다.


“부끄러운 비밀, 특히 신체와 관련된 비밀을 숨겨선 안 된다.”

이 내용으로 기존에 걸었던 최면과 연계시킨다.
손이 보지가 되는 최면과 연결이 되면 이번 최면을 통해 래피드는 손을 만져질 때마다 내게 기분 좋다는 사실을 말하게 된다.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이 비밀친구 사이에 해결되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최면을 통해 래피드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 중 하나였을, ‘손을 앵거에게 만져지면 기분이 좋다’ 라는 행위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더욱 기분 좋은 행위로 변한다.
내가 생각해낸 최면 연계는 이 정도였다.

기존의 손을 만지면 보지처럼 느낀다는 내용에, 비밀친구라는 키워드를 변환…비밀친구끼리는 비밀이 없는 사이로 만들어 기존에 비밀로 하고 있던 손이 만져지면 쾌감을 느낀다는 행위를 공개하게 하고, 그 쾌감이 해결되는 순간…즉 절정의 순간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 중독되게 한다.
또한, 비밀친구라는 관계를 서로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하고, 서로의 비밀을 지켜줘야 하며 상대의 비밀을 받아주는  당연하다는 관계로 만들며 나에 대한 신뢰도 구축과 안전도 확보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해낸 최면, 손 안마 절정 중독이다.
완벽하다.
래피드의 머리에서는 작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쓸데없는 최면을 걸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나의 천재적인 발상에 감탄하며 래피드에게  최면상태를 풀었다.


곧바로 눈에 초점이 돌아온 래피드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나는 조용히 말하지 않은 채 래피드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그러면…친구 된 기념으로 악수라도 할까?”


이걸로 시작해서 오늘은 하루종일 손 안마를 해줄 계획이다.
어딘가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가 손을 보지로 느끼는 손보지 절정 천국을 느끼게 해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게 래피드는 손을 내미려다가 갑자기 멈칫하더니…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정말 중요한 비밀이 있다는 듯 내게 다가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저, 저기…앵거, 저 사실…그, 비밀친구…막 되었는데, 이런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어요…그, 그치만…비밀친구니까…저기, 그…고민,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대로 얼굴이 무척 붉게 달아오른 래피드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비밀을 말해줬다.


“저, 저 사실…변신하기 전에는 늘 꼭지가, 안에 묻혀 있어서…고민이에요.”
“…예?”


나는 잠시 머릿속에서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변환하느라 온몸의 활동을 일시 정지시켰다.
…내가 뭘 들은 거지?
도저히 이 상황과 래피드의 발언을 이해할  없어 혼란에 빠진 내게, 래피드는 또다시 눈가가 젖어들 정도로 부끄러워하며, 이번에는 까치발까지 들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하, 하, 함몰, 유두…여서, 고민…이에요….”

내 눈이 자연스럽게 래피드의 커다란 가슴으로 향한다.
…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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