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비밀친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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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앗…앵거 씨, 어?!”
평소와 다르게 래피드는 선글라스를 쓰고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지극히 심플한 원피스…미니스커트 정도의 길이에 티셔츠처럼 입는 듯한 디자인의 옷이 그녀에게 무척 어울린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케이크 가게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래피드에게 손을 들며 인사했고, 래피드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깜짝 놀라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곧바로 내 가슴에 손을 대더니 몸속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느껴진다. 마력을 사용해 내 몸을 훑어보고 있다.
래피드가 내 몸을 빠르게 스캔하자 오른손에 숨어있던 촉수는 재빠르게 더 가늘고 길어지며 손가락 끝으로 숨어버렸다.
혈관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 나는 곧바로 인상을 쓰며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크윽….”
“앗, 미, 미안해요…아파요? 어떡해…몸 상태가 왜 이런 거예요? 혹시 그때 뛰어들 때…?”
래피드는 어쩐지 미안해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내 가슴에서 손을 떼었고, 나는 오른손의 통증을 느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아…아니, 그건 아니에요.”
그레이프랑 섹스하다가 이랬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겨우 그걸로 다칠 리가…조금 뛰어든 정도로 다치면 그게 사람인가? 싶었지만 래피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보며 다시 손을 내 몸에 가져다 댔다.
“히얏?!”
이번에는 내 손을 잡은 래피드가 깜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래피드는 내 손을 잡으면 보지처럼 쾌감을 느끼는 최면이 걸려 있다.
갑자기 느껴진 쾌감에 당황한 래피드는 붉어진 얼굴로 또다시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나는 곧바로 오른손의 촉수가 걱정되어 오른손을 뒤로 빼냈고, 왼손만 래피드의 양손에 잡힌 채 안으로 마력을 흘려보내 졌다.
그런데 래피드는 내 몸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알 수 없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에스더랑 닿았으니까…뭔가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응…? 에스더가 왜요?”
“온몸에 힘이 없고…무언가 빠져나간 느낌이 강하죠?”
음…섹스를 너무 해서 힘이 없고 정액이 빠져나간 느낌이 강하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순 없어서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아, 여, 여기에서는 말할 수 없으니까…아저씨! 다음에 올게요!”
“어? 으, 응…케이크는 치워둘까?”
“앗…! 네, 내일 다시 올 테니까 그때 먹을게요.”
주변을 의식한 래피드는 그대로 내 팔을 잡아 염력으로 살짝 띄우고 케이크 가게를 나왔다.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 무척 이상하다.
마법소녀들은 모두 마력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일정 수준의 염력을 쓸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래피드의 염력은 놀라웠다.
에스더가 방송에서 해줬던 말로는 애쉬 같은 괴물이 아닌 이상 염력을 아무리 갈고닦아도 사람 하나 들기도 어렵다고 했는데, 래피드는 너무도 쉽게 날 들어 올려 옮기고 있다.
래피드는 날 상가 근처의 공원으로 데려가더니 그대로 벤치에 나를 앉히고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선글라스까지 벗더니 굉장히 세세하게…목을 만지고 머리에 손을 대보고 가슴에, 다리에, 발 쪽에도 손을 댄다.
그럴 때마다 내 몸속의 촉수가 더욱 가늘어져 래피드의 손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람에 혈관이 점점 아파져 왔다.
“윽…저기…그만…만지세요….”
“아! 미, 미안해요…혹시나 뭔가 원인이 있나 해서….”
“원인요?”
“에스더…아니, 간부는 다들 마력하고는 다른 힘을 지니고 있거든요…흑마력…이라고 하고 있는데, 괴인이나 괴수가 감정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건 알죠…?”
“어…네. 잘 알죠.”
유명한 얘기이자 현재의 상식이기도 하다. 그 에너지를 가장 쉽게 가장 크고 많이 뽑아낼 수 있는 감정이 쾌락과 공포기 때문에 괴수와 괴인들의 능력이 그런 쪽으로 특화되는 것이다.
“간부급들은 그 기운이 강해서 마력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에스더도 그게 가능하니까…혹시라도 몸에 뭔가 영향을 줬다면 그것 때문에 계속해서 정기를 빨리고 있어서 힘이 없는 걸 수도…그러니까, 중독 상태 일 수도 있어요.”
“어…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정말로 심각한 거에요. 아아…빨리 만났다면 좋았을 걸, 제 마법으로 ‘되감는’ 건 마력이 부족해서…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아니…그게, 음….”
래피드는 뭔가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머릿속에서 이걸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레이프랑…운동해서 근육통 생긴 거에요.”
“…네?”
“이거 근육통이에요.”
결국, 나는 솔직하게 래피드에게 말해줬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진실을 조금 숨겼을 뿐.
그러다 래피드는 무척 당혹스러워하더니…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내 팔을 손으로 주물거렸다.
“지, 진짜…네요, 근육통…이구나.”
래피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아무 말 없이 서있다가…얼굴을 부채질하며 내게서 조금 떨어졌다.
“죄송해요…저 당황하면 조금 자세히 보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서.”
“아뇨, 걱정해줘서 전 기쁜걸요.”
“그레이프랑 운동이라니…앵거 씨, 그렇게 안 봤는데…운동을 엄청 좋아하나봐요…? 그레이프랑 운동하는 거 힘들던데.”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래피드는 그레이프랑 진짜 ‘운동’ 을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상상도 하기 싫은지 두 팔을 감싸 안고 부르르 떠는 래피드의 출렁이는 가슴을 감상하며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그레이프랑 운동하는 게 힘들긴 하죠….”
“운동은 오래 하신 거에요…? 의외에요, 로맨스 소설 좋아하시니까…좀 더 내향적인 분이실 줄 알았어요.”
“음…한번 만져보실래요?”
“네?”
나는 래피드의 말을 듣고 당당하게 내 팔을 내밀며 말했다.
방위군 지망할 때도 운동했고, 그레이프에게 극한의 사육단련을 당하며 ‘운동’ 하고 있는 덕에 현재 내 몸은 최고로 좋은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래피드는 내 말을 듣고 머뭇거리더니 팔을 두 손으로 감싸 잡았고, 선명한 근육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작게 감탄했다.
“우, 우와아…나, 남자분 몸은…이렇게 되는구나….”
“응? 잘 모르세요?”
“어? 아, 아뇨…책으로만 봐서…요.”
래피드의 반응은 너무도 순수하고 귀여웠다.
두 손으로 팔을 만지작거리며 몇 번이고 반복해 우와 우와 하고 감탄한다.
남자를 모르는 성녀라니…귀엽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처녀막도 있고…반응이나 말하는 것도 정말로 처녀인 것 같은데….
대체 그러면 그 영상은 뭐지?
최면어플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물건이었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니 영상도 굉장히 이상하다.
황당한 생각이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영상이기라도 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정말로 황당한 생각이다.
“여기도 만져볼래요?”
“어? 그, 그래도 돼요…?”
나는 당당하게 래피드에게 상의를 살짝 걷어 배를 보여줬고, 래피드는 흠칫흠칫 떨며 내 배에 손을 대더니 살짝 쓸어내렸다.
그레이프의 강제 복근단련 엉덩이찍기 섹스운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근육 중 가장 강력하고 자신 있으며 늘 혹사하고 있는 곳이 바로 복근이다.
복근이 선명하게 쪼개지며 래피드의 손가락에 간지럽혀지자, 래피드는 간지러워서 움찔 떠는 내 배에서 손을 떼었다.
살짝 놀란 것 같다.
“앗, 죄, 죄송해요 갑자기…그, 궁금해져서…모, 몸이 되게 좋으시네요….”
바로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역시 대단하다 약물, 대단하다 생존본능, 대단하다 그레이퍼….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된 래피드는 손을 입가에 대고 헛기침을 하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흐, 흠…일단, 감사드려요…그, 사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그래도 구해주려고 하셔서.”
나는 그런 래피드의 모습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이거 래피드가 지금 잠깐 깜빡한 것 같은데, 내 손을 만져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가?
닿으면 바로 손이 보지처럼 변해서 흐으읏! 해버릴 텐데?
…래피드가 잡아달라고 한 거니 괜찮겠지?
“아니에요, 저야말로 그렇게 말해 주시니 고맙….”
나는 곧바로 래피드의 손을 꽈악 잡으며 빠르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흐아아앙?! 햐악?! 햑♡ 햐힉!”
그러자 곧바로 래피드가 실수했다는 얼굴을 하더니 몸을 비틀며 손이 흔들릴 때마다 야한 목소리로 울어댔다.
곧바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놀란 척 손을 떼고, 래피드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서 물었다.
“어?! 괘, 괜찮으세요?”
“헥♡ 헤엑…♡ 개, 갠차나요옷…♡ 후읏…♡”
와….
야하다.
내가 지금까지 걸었던 최면 중 가장 만족스러운 최면이 있다면 아마도 래피드의 손을 보지로 만든 최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귀엽고 야한 모습이다.
래피드는 또다시 자신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 양손을 감싸 쥐어 조물조물했고, 그런데도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 하아아…♡ 그, 그런데…근육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으, 음…조금 그렇죠?”
래피드는 힘겨워하며 다시 고개를 들더니, 잔뜩 붉어지고 눈물이 맺힐 정도로 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끈적이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엄청나게 야하다. 그런데도 그런 모습을 숨기려고 하는 게 너무 귀엽다.
“오, 오늘…그래도 우연히 보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혹시 무슨 일로 왔어요…?”
“음…래피드 님 혹시 있나 해서 와 본 거라 일정은 없어요.”
“어…? 저, 저요…?”
래피드는 내 말을 듣더니 곧바로 자신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혔고,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래피드를 보러 온 거니…당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래피드는 조용히 있더니…갑자기 잔뜩 붉어진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 저기…앵거 씨, 아니…앵거…저, 사실 부탁이 하나 있어요.”
“네?”
갑자기 래피드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나는 무척 당황했다.
부탁…대체 내게 부탁할 만한 게 뭐가 있지?
빠르게 생각해봤지만 래피드가 나에게 부탁할 만한 일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부끄러움이 많아 보이는 것이, 평범한 부탁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래피드도 가만히 서서 몇 번이나 입을 열고 닫는 모습을 보였다.
무척이나 귀엽게 긴장하는 모습에 나는 당장 비전폰을 들고 촬영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고…래피드는 내게 살짝 다가오더니 커다란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며 수줍어하며 말했다.
“저, 저기…저희, 비밀…친구…할래요?!”
“…네?”
…비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