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마법소녀 (8)
“흐겍!”
에스더의 촉수보지 입구에서 느껴지는 팽팽하고 귀여운 막을 혀로 눌러주며 핥아올리자 갑자기 에스더가 내 머리를 잡고 있던 손에 정말 강하게 꽈악 하고 쥐며 머리를 다리 사이에서 빼내게 했다.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뽑혀나간 느낌이 든다.
옆머리가 얼얼하다.
맛있게 맛보고 있었는데 방해를 하다니.
에스더에게 한마디 하려던 나는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노려봤다가, 살기 어린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거, 건방져, 건방져, 건방져, 건방져….”
“에, 에스더님…? 추읍, 꿀꺽, 꿀꺽….”
“너, 너, 너….”
뭔가 말하려던 나는 입가에 아직 묻어있는 에스더의 달콤한 음액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끼고 손가락으로 쓸어 쪼옥 빨아먹었다.
역시 꽤 맛있다.
에스더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움찔 떨더니 꼬리를 위로 쭈욱 세우며 멈춰 섰다.
그대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더니, 얼굴을 붉힌 채 사납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진짜로 나 엄청 좋아하는구나…?”
“네?”
“흐으으응…흐으으으으응….”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 촉수보지를 맛있게 대접한 에스더는 손님이 맛있게 드셔주어서 기분 좋아하는 셰프처럼 무척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것치고는 표정이 무척 살벌하긴 했지만…꼬리가 쉴 새 없이 살랑거리는 걸 보면 아마 맞을 것이다.
보지를 빨아주는 걸 좋아하는 건가.
“좋아, 124번…아니, 1번. 앉아.”
“예?”
“앉아!”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힌 채 가만히 뭔가 생각하는 듯하던 에스더는 갑자기 자신의 앞의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에스더의 말투가 무척이나 공격적이고 짜증 난 듯 보여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앞에 가 쪼그려 앉았다.
“이름!”
“애, 앵거입니다.”
대체 이게 뭐하는 걸까.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이대로 목을 촤악! 하고 베어버릴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에스더는 왠지 긴장해있었고, 내가 이름을 말해주자 그녀는 주사기를 잡는 것처럼 꼬리 끝을 한 손으로 잡더니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래…앵거….”
그대로 점점 눈을 감아가던 에스더는 반쯤 감은 눈으로 그녀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그리고 그 직후, 에스더의 꼬리가 내 목에 박혔다.
“크윽?!”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곧바로 내가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하자 에스더의 날개가 펼쳐지며 내 어깨를 감싸 팔을 올리지 못하게 한다.
무릎을 꿇은 채 어깨를 날개에 감싸이고 머리를 손에 눌리며 꼼짝 못 하게 제압되고 있다.
그대로 목에 꽂힌 꼬리를 통해 뭔가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불쾌한 감각이다. 혈관이 아프다. 무언가가 내 혈관에 들어와 꿈틀거리며 헤엄치고 있다.
“아아아악!! 뭐, 뭐야아!!”
목에서부터 출발한 그것은 내 몸속의 혈관에 맞게 몸을 변화시키는 듯 혈관에 몸을 비벼대며 점점 가늘어져 갔다.
애벌레인가? 무언가가 내 몸속의 피를 타고 헤엄치고 있다.
핏줄이 울룩불룩하고 불거지며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려온다.
내 혈관 안을 헤엄치는 게 느껴진다.
순식간에 팔까지 도착했다.
끔찍한 감각이다.
지금 당장에라도 팔을 잘라버리고 싶다.
“크윽…으윽…으으윽….”
하지만 고통은 잠시뿐이다.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팔에서 느껴진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운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묘한 느낌이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벌레 같은 것은 내 오른쪽 손등에서 멈춰 섰다.
핏줄 하나가 평소보다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이게…뭐야?”
팔이 그 잠깐사이 전체가 다 멍든 것처럼 아프다.
목에서부터 팔까지 이어지는 혈관이 전부 소금물을 넣은 것처럼 아려왔다.
오른팔이 바들바들 떨린다….
대체 내 몸에 뭘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후후…우후후…아하, 아하, 아하하하하!”
에스더가 대체 내 몸에 무엇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무척 긴장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이던 에스더는 내 팔을 보고 그대로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변했다.
내게 뭘 한 건지 모르겠다. 이게 대체 뭐지?
[A 구역 A-8 역 에스더 출현 추정! 대피해주세요! 그레이프가 도착해 있습니다! 지역 주민 여러분은 대피해주세요!]
그때 갑자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경보음이 지하철 안을 가득 채웠다.
이제서야 도착한 건가 싶지만, 역에서 회사 구역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이 정도 속도면 제시간에 도착했다고 할 수 있다.
붉은 마력감지등이 빛나던 터널 내부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진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아니, 뭔가 이상하다.
터널 천장에서부터 먼지와 돌들이 떨어지고 있다.
에스더는 어느새 나를 놔주고 양손에 불의 검을 들고 있었다.
먹이 저장고에 저장해 둔 먹이를 지키는 것처럼 나를 등지고 서서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스더는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아하, 아하하하! 뭐야아~이 고릴라! 오늘 등장하는 거 조금 재미있잖아!”
[콰앙!!]
천장이 부서진다.
아니, 터널 위가 무너져 내린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상에서부터 이 지하철까지의 깊이는 상당하다.
지하철은 평소 차량을 운행할 때는 마수들이 나타나는 침입로가 되기도 하지만, 대피상황이 되면 차단벽이 내려가며 임시 쉘터로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있다.
그 얘기는 결국, 지금 저 부서지는 천장은 괴수들도 못 부수는 임시 쉘터를 깨부순 흔적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천장의 구멍에서 머리에 빛이 파직파직파직 하고 쉴 새 없이 빛나고 있는…무척 다급해 보이며 울먹이는 듯한 얼굴의 그레이프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떨어져 내려왔다.
잠깐만.
아니, 잠깐만…이건 말이 안 된다.
무언가를 부술 수 없다는 명령을 걸어놨는데…?
흙먼지 속에서 나타난 그레이프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에 손을 집고 있다. 검은 반쯤 망가져 있고 얼마나 다급했는지 두 손이 피에 젖어있다.
괴수 경보가 일어난 순간 지하철은 임시 쉘터로 변한다.
들어오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임시 폐쇄된 출구를 하나하나 열며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
그걸 다 무시하고 빠르게 들어오기 위해서, 쉘터를 부수고 들어온 거다.
“으읏…!”
그레이프는 이미 반절이 날아거버린 검을 들고, 쉴 새 없이 빛이 파직 거리며 원형의 링을 만들어 내고 있는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레이프의 몸에서 마력의 파장이 쫘악 쏟아져 주변을 훑었다.
아니, 잠깐만….
마력이 느껴진다.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맹인이 물건을 더듬는 것처럼 오른손을 통해 선명하게 느껴진다.
대체 뭐지?
당황하는 나는 내 몸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마력의 출발지점을 느끼고 곧바로 그레이프에게 시선을 향했고, 그레이프도 다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안녕, 그레이프으~? 요즘 자주 보네?”
그리고 그대로 그레이프의 시선이 내 옆으로, 화염이 넘실거리는 불의 검을 쥐고 있는 에스더에게로 향했다.
곧바로 그레이프의 몸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던 마력이 끈적거리게 변한다.
폭발적이게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너무 농도가 진해져 역류하듯이 그레이프의 몸 안에 가득 채워지고 있다.
“에스더…이, 무슨, 짓을, 하는거야아아아!!!”
“아하하하하하!!!”
처음 들어보는, 울부짖는 짐승과 같은 악에 받친 목소리가 그레이프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에스더가 날개를 펼쳐 그레이프를 향해 쏘아졌다.
그레이프의 몸에서 뭉쳐진 마력이 온 몸에 고체처럼 단단하게 굳는것이 보인다. 역류해 새어나오던 마력이 정제되는 것 처럼 그 자리에 멈춰선다.
말 그대로 쏘아지는 에스더를 향해 그레이프가 검날을 세운다, 그대로 날아오는 걸 받아쳐 베어낼 생각이다.
“읏?!”
그 순간 갑자기 그레이프의 머리 위에 터져 나오는 빛이 더욱 강해지더니 손이 옆으로 꺾였다.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쓴 그레이프의 두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무언가에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리에서 나오는 빛이 점점 더 선명해지며 고리 형태로 변하고...머리를 조여오는 듯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그레이프는 결국 에스더에게 향하던 검날을 검면으로 바꿔 무서운 속도로 내리쳐오는 불의 검을 막아냈다.
“뭐야아~? 그레이프, 무서워? 무서운거야?! 아하하하하하!!!”
에스더가 날개를 펼치며 밀어내자 그레이프의 두 다리가 지면을 거칠게 긁어대며 밀려난다.
그레이프의 검이 곧바로 불의 검을 쳐내더니 에스더에게 날아가다가 멈춘다. 부자연스럽게 검이 멈춰설 때마다 그레이프의 머리 위에서는 파직파직 하는 번개소리와 함께 빛이 새어나온다.
“이건 무슨 기술이야 그레이프? 아하하하! 웃겨! 폭죽놀이 하는거야? 내 눈이라도 가리려고?”
“닥쳐! 에스더!”
“왜 그렇게 화났어~? 짜증나는 일이라도 있어? 또 회사 일을 망쳤어?”
“크윽!”
에스더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그레이프는 전혀 공격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다. 아니, 그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몇번이나 공격을 해 보려 하지만 부자연스럽게 멈춰서는 일이 반복된다.
뭔가에 강제로, 공격을 저지당하고 있다.
“아!!!”
나는 그 모습을 본 순간 머리에 피가 쫘악 빠지는 감각을 느꼈다.
공격하지 말라는 최면.
나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나를 공격하지 말라고 한게 아니라, 공격 자체를 금지시켜버렸다.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