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마법소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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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회사들이 밀집되어있는 구역에 오는 건 참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여기에서 힘들게 일하고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마법소녀의 정액 생산공장 겸 생체딜도라니.
지하철에 타고 있는 아무리 래피드와 섹스를 하기 위해서지만 나는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아…하아…루이쨩….”
“루, 루이쨩…오늘도 귀엽다…하아….”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내가 타게 된 지하철은 조금 특이한 차량이었다.
차원을 넘어서 습격해오는 괴수들 중 일부는 사람뿐만이 아니고 동물에게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마수로 변한 짐승들이 주로 숨어드는 곳은 어두운 곳이다.
하수구일 때도 있지만, 가장 많은 곳은 지하철이었다.
그러한 문제로 인해 지하철 차량은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져 승객을 보호하게 되어있는 것에 더해, 한가지 대비책을 더 세워두고 있었다.
차량별로 마법소녀를 배치하는 것이다.
하위권의 마법소녀들은 주로 임시적인 방어나 시민들의 보호를 주로 맡는다. 너무 약한 마법소녀는 아예 방위군에 들어가거나 트루비전에 들어가 장비를 사용하는 용병화 또는 연구대상이 되어주는 경우도 있고, 리프처럼 연구원이 되거나 아예 일반인으로 살기도 한다.
래피드, 애쉬, 그레이프같은 상위권의 강력한 마법소녀들은 기동대처럼 차원을 찢고 나타나는 괴수들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고,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는다.
간부급이 나타난다면 상위권의 마법소녀 없이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
그리고 중위권…적당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소녀들은 간부급이 없는 상황에서도 나타나지만, 지금 이렇게…교통수단이나 사람이 많은 곳을 지키고 있기도 했다.
가장 많이 노출되는 마법소녀는 중위권의 마법소녀다.
그런 만큼 마법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들은 상위권 이하의 마법소녀는 너무 보기 쉬워서 신비스러움이 떨어져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는 했지만….
그 중위권에서도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소녀…루이는 조금 입장이 달랐다.
30세라는 말이 있지만, 무척이나 어린 소녀의 외모를 보이는 루이는 별명이 지하철 아이돌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어린 몸과 귀여운 목소리, 밝은 표정에 비해 과묵한 성격으로 인기 있으며,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팬들의 얘기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데도 어린 외모라는 점과 귀여운 목소리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던데…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지금 내가 타게 된 차량은 바로 그 루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루이가 담당하는 차량이다.
매일 변해 일부러 타기는 꽤 힘들다고 하지만, 루이의 팬들은 아침만 되면 역에서 기다리며 루이가 운행하는 차량을 기다렸다가 탑승할 정도로 인기 있는 차량이다.
탔을 때는 아직 루이가 운행하는 차량이라는 게 알려지지 않은 듯 한적했지만, 차량 안내방송이 나온 뒤로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지고 있다.
[이번 역은 A-7, A-7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잠시만요! 저 내려요!”
“저는 안 내리니까 밀지 좀 마세요!”
“아니, 나 내린다고!”
“쉿!! 조용히 안 해요?! 루이쨩의 목소리가 안 들리잖아요!”
나는 루이에게는 관심도 없어서 몰랐지만…이게 그 유명하다는 루이쨩 차량인 모양이다.
루이의 팬들이 차량에 가득 타고 있다.
살이 찐 사람도, 바짝 마른 사람들도 있었지만…공통점은 모두 광기에 휘말린 것처럼 스피커 밑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하철은 마수와 괴인 때문에 운행하는 양이 많이 줄어있었다.
한번 내리면 다음 차량이 오기까지는 최소한 10분 이상이 걸린다.
그레이프가 초조해 할 것을 생각해 참고 타고 있었지만…점점 인내심에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다행히 바로 다음 역이 회사 구역이다.
나는 차량 내부 스피커에서 최대한 떨어져 조금이라도 쾌적한 곳에 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다들 조용히 하라고요! 루이쨩의 오늘 자 목소리를 녹음해야 한다고!”
“쉿! 쉿! 마이크 더 위로 대!”
“후욱, 후욱…오늘도 나의 삶의 이유가 되어주세요 루이쨩….”
스피커 바로 밑은 정말 광기가 느껴지고 있다.
이게 그 악명높은 루이쨩 팬인가…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이번 역은 A-8구역….]
“후욱! 후욱! 후욱!”
“저기요! 숨소리좀! 녹음에 들어가잖아요!”
“아 진짜! 좀 조용히 숨 쉬세요!”
“루이쨩을 지켜보는 모임 회원 아니세요? 기본도 몰라!”
확실히…30대인데 저런 목소리면 본인은 속상할 만하다. 혀 짧은 아기가 열심히 발음하는 듯한 말투다.
스피커에서부터 루이의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오자 팬들이 정말 끔찍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진정한 팬이라면 다른 이들도 자신의 우상을 좋아해 줄 수 있도록 조용하고 건전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 완전히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팬으로서 정말 질이 나쁜 사람들이다.
보고있자니 나처럼 건전하고 진실된 팬으로서의 자세를 조금이라도 본받아 줬으면 싶어진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힘들어 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이번 역이 내가 내릴 역이다.
나는 이제 이 고생도 끝이라는 생각을 하며 내릴 준비를 했다.
[…승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차량 암전하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차량의 불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차량 외부에 붉은빛들이 하나씩 보인다.
차량 내의 승객들이 루이쨩의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해서와는 다른 의미로 조용해진다.
다들 알고 있는 현상이다. 지하철 외부에 떠오르는 붉은 빛…마력 감지장치가 빛나고 있다.
천천히 차량의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주변 어딘가에서 마법소녀의 것이 아닌 마력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였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언제든 차량을 세울 준비를 하며 차 안에 타고 있는 마법소녀의 마력이 주변을 빠르게 쓸어낸다.
[철로에 마견 무리 출현,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차량 내에서 대기해주세요.]
“뭐야, 마견이냐구.”
하수구나 지하에 숨어 사는 마수들은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이번에는 마견인 것으로 보였다.
들개가 변화한 가장 하위의 마수로, 나도 잡아본 경험이 있는 마수였다.
이대로 무시하고 지나가도 괜찮을 정도로 약한 마수지만 차량은 그대로 정지했다.
별 것 아닌 마수여도…이렇게 발견되고 나면 전부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괴수와 다르게 마수는 사람에게서 감정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힘은 없었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농락하는 능력과 욕망은 지니고 있다.
가만히 두었다가는 언제 어떻게 번식해 수가 늘어날지도 모르고 어디에서 피해자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들 앞차로 이동하자!”
“우와! 루이쨩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거야?!”
차량이 완전히 멈추자 루이의 팬들이 악질적이게 차내를 누비며 앞 차량으로 모이고 있었다.
가장 앞쪽에서 창문을 통해 혹시 살짝이라도 루이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차량이 쿵쾅거리고 흔들리며 루이의 팬이 아닌 승객들이 인상을 찌푸린다.
남들에게 이렇게 많은 민폐를 끼치다니…정말 마법소녀를 사랑한다는 미학을 모르는 천한 돼지 같은 놈들이다.
“후욱…! 후욱…!”
모두가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에 시선이 팔려있는 그때, 나는 한적한 구석에 숨어있었던 덕에 이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뚱보 하나가 차량의 비상 개폐장치를 열려고 하고 있다.
…아니 잠깐만.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루, 루이쨩! 직관할 거라는!”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저 녀석 한두 번 열어본 것 같은 솜씨가 아니다.
모두가 시선이 다른 곳에 몰려있는 이 상황에 몇 번이고 연습해 본 것처럼 능숙하게 문 아래의 1번 개폐스위치를 올리고 문 위의 2번 개폐스위치를 내린 뒤 좌우 양측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있다.
이런 미친!
“뭐 하는 거야 미친 새끼야!”
“후욱! 바, 방해하지 말라는!”
“아니, 방해는 개뿔! 야! 미쳤어!”
나는 곧바로 문 앞으로 다가가 뚱보를 제지했다.
질척한 땀이 몸에 묻었지만,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나는 식겁하고 있었다.
이 뚱보, 마견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
제약회사 직원으로 영업하며 방위군들과 많이 접촉하고, 방위군 지망생 생활까지 해본 덕에 나는 마견이 가장 약해도 우습게 볼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급하게 뚱보의 손을 잡았지만 그레이프와 섹스하며 온몸이 피곤해진 덕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늦었다. 뚱보가 문을 열어버렸다.
“이 미친 새끼가!”
“노, 놓으라는! 볼거라는! 직관이 최고라는!!”
“말투 씨발!”
나는 이대로 이 녀석을 밖으로 내쫓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뚱보는 나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려고 하고 있다.
미친 짓이다. 이대로 문을 두면 마견들이 쳐들어와 차량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나는 다급하게 뚱보의 앞으로 끼어들어 가 억지로 문을 닫으려 했다.
“닫으라고! 이 미친놈아!”
“어? 야 이 미친!”
“헉! 뭐 하는 거야!”
“꺄아악!!”
내가 몇 번이나 소리치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승객들이 열려버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로 승객들과 루이쨩의 악성 팬들이 뒤늦게 몰려와 문을 닫으려 한다.
나는 아주 잠시동안 안도했다가 갑자기 몰려온 인파에 뚱보의 배에 투웅 하고 쳐내지며 문밖으로 밀쳐졌다.
“윽?! 아니, 잠깐!”
“허억! 어떡해!”
“야! 좀 비켜! 야!”
차량에서 그대로 내려버린 나는 어두운 철로에 서서 다급하게 다시 차량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뚱보의 배를 때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뚱보는 전혀 비킬 생각이 없어 보였고,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문을 닫고 있는 게 보인다.
내가 들어가지 못한 채 차량의 문이 닫힌다.
“꺄아악! 사람 떨어졌어! 어떡해!”
“야! 그냥 닫아! 닫으라고!”
한 사람이 차에서 떨어진 걸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사람은 없다.
문이 닫히고 철컥철컥 하고 잠금장치가 다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급하게 문에 매달려 강화소재로 만들어진 창문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야!! 열어!! 열라고 이 미친놈들아!”
“미안해요! 미안해요!”
“닫아! 제대로 잠가! 잠금장치 다 달아!”
“야!!!”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리며 마지막 잠금장치가 채워지고 창문 너머로 뚱보가 차 안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구타당하는 것이 보인다.
엉엉 울고 있지만 정말로 울고 싶은 건 나다.
“크르르르르르르….”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보인다.
마견들이 다가오고 있다.
“…와…진짜.”
너무 황당하니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머리가 차게 식어버린다.
나는 귓가에 들리는 마견 특유의 쇠를 긁는듯한 울음소리를 듣고 곧바로 문에서 떨어져 철로 옆을 달리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