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래피드 (3)
단순히 손을 만지는 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야한 한숨 소리가 들린다.
반응이 꽤 재미있다. 기분이 너무 좋은데 대체 왜 기분이 좋은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때쯤 내 눈에 재미있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로맨스 소설답게 조금 판타지적인 내용이다.
“이거 문장이 참 재미있죠? 운명의 사람하고 닿으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거.”
“어? 그, 그쵸….”
그럴 리 있나. 운명의 사람하고 섹스도 안 하고 닿는 것만으로 기분 좋으면 그건 뭔가 마약이라도 한 거겠지.
비밀 사이트에서 그런 약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온몸을 성감대로 만들어 손만 잡아도 절정하게 해 주는 괴수 음액 정제 마약이었나.
물론 그런 마약들은 특정 괴수의 사체에서 성분을 뽑아내는 만큼 쉽게 만들 수 있는 약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판매 갯수가 제한되어있었는데도 반응이 꽤 뜨거웠어서 기억하고 있다.
그것과 별개로 문장 자체는 재미있기는 했다.
나는 실수인 척 래피드의 손을 잡았다.
“후윽?! 후으읏♡”
“앗, 미안해요. 책 읽을 때 집중하면 뭔가 만지는 습관이 있어서….”
“에?! 앗, 네, 아뇨, 괘, 괜찮아요….”
또다시 손을 자신의 손으로 주물러보며 무척 당황스러워한다.
내 손과 자신의 손을 몇 번이나 힐끔거리고는 정말 조심스럽게 내 손에 손끝을 톡 가져다 대는 게 보인다.
“읏…응…읏…? 후읏…? 응♡”
손가락 끝을 내 손에 대고 빙글빙글 돌리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쾌감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해서 손가락을 돌리는 모습이 귀엽다.
점점 얼굴이 빨개지고 어리둥절하면서도 내 손을 만지는 것만으로 기분 좋다는 사실이 서서히 이해되면서도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워한다.
“…후읏? 후읏…후으윽, 하아, 하아…♡”
시간이 갈수록 손이 점점 노골스러워진다.
이유는 이해할 수 없지만, 기분 좋다는 것만은 알 수 있는지 래피드의 손이 손끝을 꾸욱 문질러대는 것에서 점점 손바닥을 비벼대는 거로 변하고 있다. 이미 소설책에는 관심이 없는지 일부러 두 페이지씩 넘겨봐도 아무런 말이 없다.
“읏, 응…읏…♡”
기분이좋은데 왜 기분 좋은지는 모르겠고, 근데 그냥 손을 만지는 게 기분이 좋다 보니 성적인 쾌감보다는 그냥 기분 좋다는 생각만 들어 멈출 수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대체 왜 손을 만지면 쾌감을 느끼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허리를 의자에 대고 좌우로 비벼대며 입에서 음란한 소리를 흘려버리고 있다.
“저기…손은 왜….”
“앗?! 아, 아뇨?! 어? 아니에요!”
결국, 더 이상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 손을 살짝 피하며 말하자 래피드는 깜짝 놀라 내 손을 만지던 두 손을 머리 높이로 번쩍 들어 올리며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의 두 손을 번갈아 살펴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왜 기분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나 래피드에게 말했다.
“음…혹시 손이 차서 그러는 거에요?”
“네? 손요…?”
“가끔 그런 거 있잖아요. 손이 차면 따뜻한 걸 잡고 싶어져서…제가 손이 조금 뜨거운 편이거든요. 그래서 책 읽을 때 땀 나니까 다른 차가운 걸 만지려 드는 버릇이 있어요.”
반쯤은 거짓말이었다.
손이 뜨거워서 땀이 나는 건 진짜였지만 뭘 만지려 하지는 않는다.
나는 빠르게 래피드의 손을 잡아 양손으로 주무르며 말했다.
“아, 역시…손이 좀 차네요. 좀 주물러 드릴게요.”
“헤엣?! 힉! 하윽…♡”
반응이 엄청나다.
허리를 움찔 떨어대며 커다란 가슴이 바들바들 떨어대는 게 보인다.
도저히 도서관에서 할 수 없는 바보 같은 표정이 되어 눈을 크게 뜨고 중앙으로 모아 내게 잡힌 손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기분 좋으시죠?”
“네헥?! 아, 아뇨오?! 흣♡ 후읏?!”
“손이 차니까 그냥 마사지만 해 드려도 엄청 기분 좋을 거에요. 수족냉증은 결국 피가 잘 안 통한다는 거니까, 마사지를 하면 피가 잘 통하고….”
“후윽♡ 읏♡ 읏…♡”
우와아…자지 발기할 것 같다.
고개를 돌리고 다른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고 있다.
두 다리를 쉴 새 없이 꼬아서 비벼대며 움찔거리고, 내게 내민 손은 손가락이 쭈욱 펴졌다가 모아지기를 반복하며 야하게 움찔거린다.
“여기 기분 좋으세요?”
“읏♡ 응♡ 으응♡”
“손끝이 피가 잘 돌아야 하는데….”
손끝을 잡아 꾸욱꾸욱 누르자 이를 악문 채 신음하며 입을 가리던 손을 꾸욱 쥐는 게 보인다.
대체 왜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하는 래피드가 손을 빼내야 할지 가만히 있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느껴진다.
문득 대체 손끝은 어떤 식으로 느끼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손이 보지처럼 느끼는 거니까 손끝이면…어딜까?
“안마 자주 안 받으시나 봐요. 많이 피곤하신가…엄청 좋아하시네.”
“후으읏♡그, 그게 아니…♡ 읏…♡”
“손가락이 되게 가늘고 예쁘네요.”
“하악♡ 하악♡ 하악♡”
손가락을 하나하나 잡아 주물거리자 꾸욱 잡을 때마다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냥 깜짝 놀래키려고 한 게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은 몰랐다.
악수할 때마다 짜릿하고 기분 좋은 인상을 주길 원한 거였는데…재미있다.
손을 만지면 반응하는 장난감 같다.
“음…손바닥도 차갑네요.”
“앗, 앗♡ 거기♡ 거기♡”
“여기 기분 좋으세요?”
“흐으으읏♡ 아, 아니잇♡ 꾹, 누르며언…♡”
우와아아….
반응 진짜 엄청 야하다.
결국 책상에 상체를 숙인 채 한쪽 손만 힘없이 내게 내밀고 얼굴이 안 보이게 신음하고 있다.
대체 손바닥은 어떤 느낌이길래 이러는 걸까.
보지처럼 느끼는 거니까…이게 질구인가? 아니면 질 내? 좀 들어간 곳…? 지스팟 정도? 아니면 완전히 안쪽…?
어떻게 느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손을 만지는 거로 래피드가 느끼고 있다는 거다.
“손목도 해드릴게요.”
“후으으으윽…!! 안댓♡ 그거 안대애♡”
더는 기분 좋은 걸 참을 생각도 없는지 양손으로 손목을 잡아 손을 위아래로 까닥거리게 하자 래피드가 책상을 반대쪽 손으로 긁어대며 온몸을 움찔거렸다.
허리를 구부렸다가 피기를 반복하면서 엉덩이가 살살 흔들려 의자가 덜컹거리고 있다.
…간 건가?
“하악♡ 하악…♡ 하아악…♡”
움찔거리던 래피드가 천천히 고개를 젖혀 책상에 묻고 있던 얼굴이 보이게 했다.
대체 왜 이런 건지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해 혼란해 하고 있다.
얼굴에서 당혹감이 느껴진다.
이런 야한 모습을 봤지만 아쉽게도 내 자지는 쉽게 발기되지 않았다.
커질 것 같지만 커지지를 않는다…역시 그, 레이프…어차피 오늘은 래피드랑 할 생각은 없고 참으려고 하고 있긴 했지만, 아예 래피드에게 서지도 않게 만들어 버렸을 줄은….
그레이프가 너무 많이 착정해버린 탓도 있었지만, 교복 모습이 평소의 모습보다 조금 덜 야한 것도 있다.
교복도 귀엽고 범죄적이긴 하지만…역시 본래의 모습과는 그 상냥한 느낌이랄까, 푹신푹신하고 자애로운 분위기의 농도가 다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눈가를 적신 채 얼굴을 붉히고 침을 꿀꺽 삼키던 래피드가 내 그곳을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시선이 몇 번이고 밑을 향했다가 올라오고 오히려 더 당황스러워하는 게 보인다.
…혹시 내가 전혀 서지 않는 걸 느끼고 더 당황스러워하는 건가?
마법소녀들은 그 예민한 감각으로 주변의 남자가 발기한 것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 래피드 입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도 발기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괜찮으세요? 좀 아팠나요?”
나는 곧바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작전을 실행했다.
평소라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그레이프에게 속이 텅 빌 정도로 착정당해온 지금의 나라면 가능하다.
자지를 전혀 발기시키지 않은 채, 정말 아무 일도 없었고 순수하게 손을 안마해줬을 뿐인 남자를 연기할 수 있다.
“네, 네에…읏, 아뇨, 괜찮아요….”
다행히 연기가 잘 먹혀들어간 것인지 래피드가 한층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내 그곳을 힐끔거리고 자신의 손과 내 손을 보면서 정말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아무래도 추리가 맞은 모양이다.
나는 전혀 성적인 이유에서 한 행동이 아니었는데, 자신만 쾌감을 느껴버린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혼란스러운 듯 하다.
단순히 손 안마를 해준 건데 기분 좋아서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절정하는 모습을 보여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진정이 되질 않는 듯 숨을 거칠게 내쉬던 래피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 저기…저, 급한 일이 있어서….”
래피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걸 택한 것 같았다.
나도 더는 래피드를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서 혼란스러운 래피드에게 더 이상 접촉하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아, 혹시 어딘가 괴수가…?”
“아, 아뇨! 그건 아니고…그게, 애, 애쉬가 부르는 것 같아서…!”
거짓말이 너무 티가 난다.
무언가 마법적인 수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걸 받은 것 같지는 않았고, 비전폰을 꺼내 보지도 않았다.
나는 사람 좋아 보이게 웃으며 래피드에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내 손을 경계한 것인지 래피드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역시 여기서 더 자극하는 건 안 좋을 것 같다.
억지로 하면 지금 당장은 기분 좋겠지만 무언가 이상한 걸 느껴 애쉬에게 얘기할 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내 목숨이 위험하다.
이대로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래피드에게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뵈요. 저는 이 책 마저 보고 갈게요.”
“네, 네에….”
“아, 참….”
나는 그대로 떠나려는 래피드에게 최면어플을 내밀며 말했다.
“가기 전에 보지 보여주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