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G Rape (5)
그레이프의 초점이 이상하다.
뭔가 사회에 찌든 듯 한…일을 할 때 옆자리에서 자주 보던 빚에 쪼들리는 직장인의 눈이다.
“무슨…합의금이죠?
“가, 강간해서…그, 죄송하다는…그, 지, 집 부순 것도 변상할테니까…이정도….”
“어허!”
“히익!”
나는 그레이프가 손가락을 펼치며 한 말이 정말 기가 막히고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화가 난 목소리로 그녀를 질책했다.
“지금 저를 강간해놓고 겨우 그 정도 돈으로 퉁치겠다 이겁니까?!”
“죄송해요! 더 낼 테니까! 하, 할부만 해주세요! 이자도 낼 테니까!”
“어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정의로운 마법소녀가 이런 말을…팬을 강간하고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을 하다니.
그레이프에게 너무도 실망했다. 강간범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설마 성매매까지 하는 여자였을 줄이야….
“얼마까지 내실 생각인데요.”
“요, 요…정도?”
“쓰읍…수리비도 안 나오겠군요.”
“좀 더 낼게요! 아아아…이제 막 시리얼에서 벗어났는데…다시…흐윽….”
“시리얼? 혹시 전에 광고한 그 시리얼?”
“흐윽…건포도 들어간 시리얼은 이제 싫은데….”
아무래도 정말로 건물 융자에 시달리고 있는 리얼한 직장인 마법소녀인 그녀는 ‘그녀와 같은 탄탄한 몸과 엉덩이를 위해서라면 매일 아침 이걸 먹으세요’ 라고 광고하던 시리얼을 아침마다 먹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레이프가 손가락을 펴 준 가격에 만족했고, 넓은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저니까 이 정도 돈으로 용서해드리는 겁니다.”
“네, 네에…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수입이 생겼다. 안 그래도 비밀 사이트에 마법소녀의 신체 일부를 판매하는 건 포기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이렇게 되면 그레이퍼에게 그, 레이프 당한 게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강간사건에 확실히 합의한 그레이프는 사과의 마음을 담아 내가 부서진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있는 동안 내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줬다.
…신기한 방법으로 청소한다. 접착탄을 쏴서 생긴 콘크리트 조각들을 전부 제거해 한 곳에 모은 그레이프는 그 위에 접착탄을 한 번 더 쏴 한 덩어리로 만들었고, 찌그러진 현관문은 두 손으로 잡아 쥐어 끄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펴서, 모양은 일그러져있지만, 문으로서 기능은할 수 있게끔 고쳐놓았다.
“저, 저기 그럼…돈은 계좌로…한 번에 보내드릴 테니까.”
청소를 마친 그레이프는 다시 변신해서 마법소녀의 모습이 되었다.
그레이프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부끄러운지 내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고 있었고, 쓰레기들을 한 손에 들고 창문을 열어 창가에 발을 걸친 채 머뭇거리며 인사했다.
“내, 내일 또…올게요….”
“…네?”
얼굴을 붉히며 말한 그레이프는 그대로 어깨 쪽의 보호대 밑에 손을 넣어 와이어와 갈고리를 꺼내더니 종이비행기를 던지듯 가볍게 던져 반대쪽 건물의 옥상에 걸었다.
그 상태로 닌자처럼 후우웅! 하고 창밖으로 뛰어 사라진 그녀는 반대쪽 건물에 발이 닿자마자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벽을 박차며 옥상으로 뛰어올랐고, 순식간에 옥상에 서서 내가 있는 쪽을 힐끔 보고 손을 흔들더니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내일 또 보자고?
뭔가 말실수라도 한 걸까 생각하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바닥에 이불을 깔아 잠이 들었지만…다음날 저녁이 되자 그녀의 말뜻을 알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저, 저기….”
“아…네.”
“세, 섹스 한 번만…하고 가도 될까요….”
문 앞에는 퇴근한 그녀가 오피스 룩을 입고 한 손에는 내가 먹으라고 가져온 듯한 야식을 든 채 서 있었다.
야식이 전혀 선물로 보이지 않는다…오히려 섹스할 때 힘내달라고 사온 먹이처럼 보인다.
…최면 풀지 않았었나.
나는 근육통이 전혀 풀리지 않은 몸이었지만…그레이프를 보자마자 저절로 보지의 느낌이 떠오르며 자지가 빳빳하게 세워졌고, 온몸이 쑤시면서도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저기…어제 오지 않았나요?"
"자, 자기 전에…안 하면…잠이 안 와서…자위로는, 만족 못 하니까…아, 안될…까요?"
“…들어오세요.”
…힘들긴 하지만 이런 미녀랑 섹스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그보다…진짜로 야한 생각을 계속하는 최면은 풀었던 것 같은데.
…진짜 뭔가 열어서는 안 될 걸 열어버린 건 아닐까.
# # #
“그, 그럼…또 올게요…♡”
“허억…허억…허억….”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나는 마법소녀에게 사육당하고 있다.
범인은 그레이퍼, 남자를 강간하기 좋아하는 강간마법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자신의 강간욕망을 현실에서도 감출 수 없게 되어 나라는 희생양을 선택해 매일매일 남들 몰래 욕구를 풀고 있다.
낮에는 회사원이자 마법소녀, 밤에는 모두에게 비밀로 하는 음란한 골반파괴자이자 강간마….
그날 나를 강간한 이후로 그레이프는 정말 조심하듯 조용히 섹스하고, 가만히 엉덩이를 내민 채 박아주기만을 기다리는 힘을 숨긴 얌전한 착정마법소녀가 되었다.
다행히 이제는 욕구가 어느 정도 풀려 있는 것인지 엉덩이를 가만히 내밀고 엎드려서 정액을 한번에서 두 번쯤 받아내고 나면 만족한 듯 조용히 돌아갔다.
그리고 내게는 수고했다는 듯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음식을 가져다줬다.
거기에 더해서…언제부터인가 굉장히 비싼 약물들도 내게 먹이고 있다.
아마도 마법소녀이기에, 방위군과 연줄이 있어서 뒷길로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약들이 방 한쪽에 모여져 있다.
그레이프가 돌아간 후 허리가 뻐근하지 않은 날이 없어 매일 파스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그레이프가 내 체력의 부족함을 느끼고 사 오기 시작한 약들이다.
괴수들이 계속해서 습격해 오기 때문인지 현대의 제약회사들은 효과가 확실하고 육체에 작용하는 약을 만드는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알약은 영양제, 튜브형 약물은 근육 회복을 도와주는 약. 정력에 좋은 엑기스가 들어간 조그마한 약병들, 남자에게 좋은 성분이 가득 든 가루약….
시중에서 쉽게 사지 못하는 엄청난 물건까지 있다. ‘남자의 자신감 괴수자지 MAX’ 라는 영양제다.
한 중소기업을 순식간에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시킨 베스트셀러다.
처음에는 먹고 운동을 하면 몸이 튼튼해지도록 도와주는 약이었는데, 부작용의 하나로 자지를 조금 키워준다는 효과가 있어 유명해진 약이다. 특수한 괴수의 성분이 들어가 물량이 언제나 부족하며, 놀랍게도 실제로 효과가 있기는 하다. 과대광고만큼은 아니지만, 정력에도좋다.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특수전 병사들이 먹는 군용 보충제도 있다. 단순히 먹고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몸을 만들기 좋게 해 주는 영양제로, 이것도 시중에서는 살 수 없으며 정말로 효과가 뛰어난 녀석이다.
그런 약들에 절여진 몸은 겨우 며칠 만에 점점 근육질이 되어가고 있었다.
살짝 무서워진다. 그레이프는 매일 과일만 먹고 배고프다고 하는 데다가 영양제를 사 올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듯 팔을 부들부들 떨며 건네주는데…그랬다가도 섹스를 하고 나면 무척 만족스러워져서 행복한 얼굴로 돌아간다.
사육당하고 있다….
다행히 이제는 과도하게 흥분해있거나 강제로 덮치거나 하지도 않고, 섹스 횟수도 줄어들어서 싫다기보다는 오히려 나도 개운해지고 기분 좋지만…문제는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레이프가 자위해서 갈 수 없게 되었던 게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운 일인지 이해할 것 같다.
자위를 해도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다.
자지로 느끼는 쾌감의 역치가 높아진 것처럼 손으로 자극해도 전혀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큰일이다…그레이프의 보지가 너무 기분 좋다.
가구를 부수거나 나에게 공격적이게 하지 말라는 최면도 잘 들어서, 더 이상 가구가 부서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언가 부술 뻔하면 그레이프도 모르게 몸이 움찔 하고 경직되며 멈추고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끝나게 되었다.
그래도 그 약간의 영향만으로도 상당히 피곤하고 근육통이 생기지만…계속해서 먹여지고 있는약물들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살 생각도 하지 못할 고가의 약물들이 내 몸속에서 녹아내려 흡수되어갔다.
부작용이 없는 약만 사 와서 분명 먹는 것만으로 효과를 보는 약은 거의 없고 먹고 운동해야만 효과를 극대화 시켜주는 부스트 형식의 약들인데…그레이프와 섹스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것만으로 몸에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레이프는 모두에게 비밀로 할 생체딜도가 생겨서 좋고, 나는 금전적으로도, 음식도, 여러 영양제도, 쾌감도 제공받아 좋고…서로가 윈윈하는 관계가 되어있었다.
“하아…하아…좋아, 슬슬 대충 알겠어….”
내가 얻은 이득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매번 그레이프가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최면을 걸어보며 정보를 수집해갔다. 어떤 최면이 잘 먹히고 어떤 게 안 통하는지, 어떤 명령이 문제가 생기고 어떤 게 잘 듣는지….
그 결과로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 단순한 명령보다 세세한 명령을 더 확실히 듣는다.
좀 더 확실하게 범위를 좁혀 명령하는 것이 확실한 반응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명령은 제대로 듣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예를 들어 반대로 서 있으라는 명령을 하면 물구나무를 서기도 했고, 뒤돌아서기도 했다.
둘, 감각의 제어가 가능하다.
보지에서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자 무척 당황해서 쉴 새 없이 허리를 흔들어대며 어라? 어라? 하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불쌍해서 풀어줬다.
셋, 자각이 없으면 최면을 거스를 수도 있다.
주변에 내가 있다는 걸 볼 수 없게 하고,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자 무언가 이상한 게 있다고 생각한 그레이프가 검을 휘둘렀고,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을 잘렸다.
곧바로 최면을 풀었지만 위험했다.
넷, 완전히 새로운 것을 명령하는 것 보다, 원래 있는 것을 바꾸는 게 더 효과가 좋다.
조금 애매한 점이었지만, 내 방에 들어온 직후 보지를 보여주고 싶어진다는 명령은 망설이면서 해놓고,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올 때 인사는 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명령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지를 보여주며 들어왔다.
새로운 걸 지시하는 것보다는 원래 있던 인식을 살짝 바꾸는 게 더 잘 듣는 것 같다.
다섯, 거부감이 큰 명령은 듣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강간할 때 멈추라고 한 것도 그렇고…래피드처럼 구조를 우선하는 그녀에게 사람을 구조하지 말고 괴인과 괴수만 잡고 다니라고 명령하자곧바로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며 머리가 파직파직 하고 빛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아마도…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거부감이 큰 명령도 듣게 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는 것이었다.
여러가지로 실험해보니 아마도…될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고 확신할 수 없다.
조금 더 실험해 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알게 된 것은 이 정도다.
오늘 한 실험은 최면으로 가슴을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만들어 유두를 잡아당기면 클리도 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레이프를 새 침대에 누워 직접 허리를 흔들게 시키고 유두를 잡아당기며 허리를 흔들게 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너무 효과가 좋아 또 절정해서 이성을 반쯤 잃은 상태에서 쿵쿵 찍어대 버려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슬슬 최면어플이 어디까지 통하고 어디부터 안 되는지 알것 같다.
“슬슬 해 볼까….”
나는 최면어플의 구석에 있는 지도 아이콘을 눌렀다.
지도에는 래피드와 애쉬의 위치가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