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2동 박사 (4)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운 좋게 최면을 걸어준 탓에 내 머릿속은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다. 굉장히 뭐라 말하기 힘든 감각이다. 주변의 감각이 어느 정도 둔해져 있다가 천천히 돌아오는 듯 한…잃었는지도 몰랐던 공기의 맛이 코를 통해 입안으로 돌아오고, 시각이 점점 선명해진다. 청각이 뚜렷해져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처럼 한순간 귀가 열리는 느낌이 들고, 뇌를 조여오던 감각도 점점 풀어져 갔다.
“하아…하아…!”
그런데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아마도 원인은 2동박사가 건 최면 중 허락을 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내용…명령이 풀리지 않아 꼼짝 못 하는 것 같았다.
잠깐만, 그러면 이대로 꼼짝 못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인식저해장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나랑 2동박사가 여기 있는 줄도 모를테고…뭔가 방해를 받아 2동박사도 나도 이 상태로 꼼짝하지 못한 채 시간이 계속 지나면…죽나?
아니면, 이 인식저해장치가 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난감한 일이다. 2동박사는 마법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마법소녀…아마 최면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을 테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최면 상태에서 멋대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상황은 잠깐 쉬는 시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면 2동박사는 최면에서 벗어나고 나는 이대로….
“크윽…아아아아악…!”
그럴 수는 없다.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마음으로 온몸을 움직이려 하자 팔에 핏줄이 불거지며 보이지 않는 구속구에 감싸인 것처럼 꼼짝하지 못한 채 긴장되는 게 느껴졌다.
뇌가 다시 조여든다. 상당히 괴롭고 눈이 아파져 오지만 그래도 저항 자체는 가능하다. 이대로 움직이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손에 쥐고 있던 비전폰이 떨어지며 마법소녀 최면어플의 화면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검은색과 흰색, 붉은색의 노이즈…이전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화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무언가가 내 뇌를 침범하는 게 느껴진다. 시각을 통해 알 수 없는 정보를 쏘아내어 뇌를 간지럽히고 있다.
“아아악!!!”
갑자기 머릿속의 뭔가가 끊어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빠직! 하고 끊어지며 뇌 속에 번개가 터진 듯한 기분이 되었다.
시야가 한순간 새하얘지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 콧속이 맵다. 입에 쓴맛의 침이 가득 고인다.
그리고 천천히…몸에 자유가 돌아왔다.
“허억…허억…뭐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대체 뭐였지?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진다. 머리 안쪽이 앞쪽에서부터 뒤쪽으로 무언가 고리가 쥐어져 있다가 풀어진 듯한 해방감과 저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뭔가…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면어플과 이건 수준이 다르다. 내가 들고 있는 게 수술용 메스라면 2동박사가 들고 있는 이건 석기시대 돌칼 같은 수준이다.
칼날로서 기능은 하지만 그 예리함과 깔끔함이 다르다.
“씨이…바알…! 하악! 하악! 하악…! 후우…!!”
나는 오만 감정을 담아 욕을 한마디 내뱉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땀범벅이 된 이마를 쓸어올리며 테이블 위에 떨어진내 비전폰을 잡아 쥐고 2동박사에게 내밀었다.
“하아…하아…일단…너, 하아…! 뭘 먼저 하지?”
방금 겪은 위기감 때문인지 피가 빠르게 돈다. 하반신이 두근두근 하고 동물적인 본능이 끓어오르는 게느껴진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다른 게 더 급하다. 최면이라고? 설마 나 말고도 최면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대체 뭐 하는 년이야 이거?
“좋아…일단, ‘나한테 더는 최면을 걸 수 없다’.”
가장 먼저 2동박사의 가장 큰 무기를 빼앗은 나는 테이블 위에 어느새 올려져 있는 생과일 주스를 집어 내용물을 전부 바닥에 부어버리고 얼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당분이 심각하게 당기는 게 느껴지지만 지금 급한 건 이 입안이 터질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는걸 냉각시키는 거였다.
입안 가득 채워진 냉기를 느끼며얼음을 씹어먹은 나는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후우…후우…뭐지 대체?”
좋아, 일단 내가 멍청했다. 반성하자. 마법소녀라는걸 알았다면 보자마자 나도 2동박사처럼 최면부터 걸어야 했다.
래피드의 가슴을 만지고, 회사도 나오고, 에스더 촉수보지도 만지고, 그레이프도 따먹으면서 너무 신나있었다.
이건 반성하자. 좀 더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마법소녀들이 총이나 미사일같은 여러 가지 무기를 들고 있다고 치면 내가 든 건 그냥 조그마한 단검이다. 목에 대고 협박하기 전까지는 효과가 없다.
애쉬만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마법소녀들은 위험하다. 섹스만 해도 낡은 철제 침대를 부숴버리는 게 평범한 인간일 리 없지.
2동박사는 마법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마법소녀지만…내 나름 철저하게 외부 카페에서 만나는 거로 조율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나 몇 번이고 확인한 뒤 다가왔지만…마법소녀는 마법소녀다.
고정마법으로 만들 수 없는 걸 만든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일단 이 녀석 마법소녀는 아니어도 ‘마법같은 기계’ 를 만들 수는 있는 것 같다.
머릿속이 어지럽다…최면 펜라이트? 2동박사가 하던 말을 생각해보면 마법소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내 최면어플과는 반대로 일반인에게는 통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정 확률로 백치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 조금 무서운…흉기다.
“후우…내 질문에 숨김없이 대답해라. 혼자 왔어?”
나는 일단 2동박사가 정말로 혼자 온 건지 체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최면을 걸며 질문했다.
“혼자 왔어, 연구소에서 나올 때부터 완전히 혼자. 애초에 연구원들은 방위군 본부에 일정 기간 동안 갇혀있어야 하니까 내 더미 인형을 만들어서 잠시 세워두고 오늘은 취미생활이기도 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방위군 애들한테는 최면을 걸어서 혼자 나와서 노는 중, 어차피 나한테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저기 빌딩 여러 곳에 이미 자동사격 터렛 설치해두고 왔으니까 별로 무서울 일도 없고 사람보다는 내가 만든 로봇이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혼자 다니는 게 편….”
“으아악! 닥쳐! 스톱!”
이거 최면에 걸린 거 맞나?!
나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말을 멈추게 했다. 끔찍한 여자다. 자기 입으로 입이 가볍고 말이 많다고 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조금 심하잖아.
나는 2동박사의 초점이 나가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재차 질문했다.
“일단…너 누구야? 자기소개 해봐.”
“이름은 리프, 지금 이곳에서는 방위군 연구부 소속 애쉬, 래피드를 메인으로 연구하며 특히 시공간 마법 연구에 주력 중, 애쉬는 연구를 포기했는데 그 이유는 애쉬가 평소 쓰는 마법은 애초에 진짜 마법이 아니고 나도 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지 모를 오버테크놀로지 코드 001 롯드로 장전되어있는 마법을 슬롯해제 시켜서 출력할 뿐이어서고, 애쉬는 대부분의 전투에서는 자기 고유의 마법도 쓰지 않는 거로 보이는데 머리가 아파서 포기했어. 차원 자체를 뭔가 벗어난 듯한 이상한 마법형식인데 그거에 비해서 래피드의 마법은 시공간마법이다보니 재미도 있고 나도 시간을….”
“닥쳐! 닥쳐!”
와.
도저히 최면 못 걸겠다.
이런 건 상상도 못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말이 많다. 최면에 너무 대답을 잘 해줘서 오히려 최면을 방어하는 느낌이다.
질문은 포기하자. 2동박사…리프라고 했지.
리프는 여전히 멍한 눈을 하고 있다. 아직은 최면을 더 걸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리프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답해 주는 건 좋지만…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뇌에 이 목소리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라는 각인이 박혀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좋아, 너…일단 앞으로 네 입으로는 말 한마디도 하지 마.”
일단 이 시끄러운 입부터 막자.
자기 입으로도 입이 가볍고 말이 많다고 했으니, 이건 이 녀석도 원하는 최면이 될 게 분명하다.
“나랑 연락한 흔적 지금 이 자리에서 지워. 아니, 나랑 관계된 흔적 전부 지워.”
곧바로 리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비전폰을 꺼내 무지막지한 속도로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딴 소리를 집어넣은 것인지 병아리 소리가 타건음으로 설정된 비전폰이 삑삐삑삐삐삑삐삐약삑삐약삐약삐삐삑삐약! 하는 소리를 내며 조작되는 게 보인다.
“와! 진짜…와, 진짜 시끄럽네! 그 소리도 없애!”
고개를 끄덕이고 병아리 소리까지 지웠다.
나는 얼음을 전부 까득까득 씹어 삼킨 뒤 조금 냉정해진 마음으로 리프에게 걸 최면들을 하나하나 생각해갔다.
“나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피해를 줄 수 없다. 아, 터렛을 통해서도 안 돼. 터렛 설치해뒀다고 했지? 치워. 그리고….”
또 어떤 걸 시키면 될까 싶지만…별로 시킬 게 없었다. 그보다는 머리가 아파서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알고 있는 정보는 많아 보여 질문을 하고 싶어졌지만, 질문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이런 식으로 최면을 방어하다니…엄청난 여자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손에 들려있는 비전폰을 보고 한가지 방법이 떠올라 최면어플을 내밀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핸드폰에 적어서 대답해. 왜 날 만나려고 한거야?”
이미 사이트에서 내게 보낸 쪽지와는 다른 의도였다는걸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마법소녀로서 성적 호기심이 있어 섹스해보고 싶어 연락했다? 섹스는 무슨. 섹스하자고 만났으면서 보자마자 최면부터 거는 게 정상인가?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남 말할 처지는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나는 최면이 풀려도 머릿속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니 괜찮다. 이 여자는 30%확률로 내 머리를 백치로 만들뻔한 악당이다.
질문을 던지자 곧바로 리프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자를 쉴 새 없이 쳐대고 대답을 어느 정도 마친 그녀가 내게 화면을 내밀었다.
[일단 그 정도 잔여마력 수치가 나오는 마법소녀랑 섹스를 했다는 인간 샘플 자체가 희귀하니까 그에 대한 마력반응 샘플을 얻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는 마법소녀도 섹스하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호기심하고 어차피 최면 걸어서 기억 지워버리면 되니까 걱정도 안 되고 그냥 재미도 있고 나중에 몰래 바깥 구역에 사둔 내 연구실에서 실험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그리고 대체 누구랑 섹스했냐도 궁금한 데다가 어떻게 꼬셨는지 소녀적인 로맨스 호기심도 있고 다른 것보다 역시 사이트에서 불러서 나올만한 상대는 잘 없으니까 비전넷에서는 인체실험 대상은 찾기 힘들어서 이참에 몰래 실험체나 늘리….]
길어!!!!
문장이 시끄러운 건 처음이다. 말도 뒤죽박죽이고…아니, 사이트에 적힌 글은 이렇지 않았는데…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렇게 깔끔한 문장은 아니었다. 그게 정말 열심히 정리한 문장인 건가?
머리가 좋은 박사님 같아 보이던데 박사들은 다 이런가? 생각이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고 이리저리 튀어 오르나?
글도 못 봐주겠다. 나는 결국 다시 최면어플을 내밀며 리프에게 재차 명령했다.
“3줄! 한번에 3줄 넘게 쓰지 마!”
[알
았
음]
…이거 설마 이렇게 말하니 3줄을 다 채우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가?
머리가 아픈 여자지만…어쨌든 아는 건 많아 보인다.
긴장감에서 회복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나는 리프에게 좀 더 상세한 질문을 해 보기 시작했다.
다른 것 보다 제일 궁금한 건 이거다.
“래피드는 지금 처녀야?”
[최근 3달간 신체검사를 하며 확인한 결과 확실한 처녀.
마력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생명을 잉태하는 것’ 과 관련이 있으며 처녀성의 유지는 다른 의미로 마력을 받아들임에 있어 ‘순결한 체질’ 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중. 고의적으로 처녀성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애쉬는 자]
“글자 크기 바꾸지 마!”
가만히 놔두고 있었더니 3줄 안에 어떻게든 더 많은 글자를 넣으려고 글자 크기를 줄이고 있는 게 보였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최면을 걸었는데도 자기 멋대로 해석해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하아…어쨌든 좋아. 처녀라는 거지?”
[확
실
함]
…저절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 최면어플은 대체 뭐지?
누군가 알고 있다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냥 길가다 총을 주운 사람처럼 나는 총을 주웠으니 내가 무적이라고 생각하고 들떠 있었지만…최면어플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아니, 그건 어차피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오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래피드가 처녀인데 왜 최면어플하고 같이 있는 영상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온다.
최면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그레이프를 통해 실험해볼 생각이었지만…지금 이 여자에게 해볼까?
나한테 최면을 건 벌이다. 내가 더 많은 최면을 걸어서 괴롭혀….
“잠깐만….”
갑자기 생각이 멈춘다. 나랑 가게 점원한테 최면을 걸었으니까…이건 일반인에게 마음대로 최면을 걸 수 있는 도구라는 건 확실하다.
이 펜라이트…일반인한테 통하면…내가 가져가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펜라이트를 집어 들고 주머니에 넣자 갑자기 리프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비전폰을 두드려 화면에 글자를 적고는 내게 화면을 보여준다.
[그거 가져갈 생각이면 포기하는 걸 추천.
너무 위험한 장치라서 나한테서 9.144미터 떨어지면 폭발하게 해 놓았음.
온몸이 파열되어 죽어버릴 것.]
아…갑자기 왜 이런 화면을 왜 보여주는지 알겠다. 나한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최면 때문에 내 행동 자체를 먼저 막고 있다.
하긴, 이런 물건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안 해 놓았을 리가 없지.
최면 펜라이트는 가져가는 걸 포기하자.
“9.144미터는 왜…숫자가 그래? 무슨 기준이야?”
[10야드, 야드파운드법.
내가 만드는 장치는 일부러 이렇게 만듬.
남이 함부로 다시 조작하기 힘듬.]
야드파운드…? 뭔지 잘 모르겠지만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다음으로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하고 있자 문득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질문을 하는데에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F-급 이라고 하더니…정말로 엄청나게 약해서 저항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건가?
…설마 그러면 이렇게 약한 마법소녀가 대상이면 내가 최면에서 깨어나라고 안 하면 계속해서 최면 상태인 건가?
그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리프가 비전폰에 다른 문장을 적고는 내 눈앞에 내밀었다.
[근데 언제 보내줄 것? 연구소에 설치해둔 내 더미인형의 배터리 얼마 안 됨.
꺼지면 연구소 사람들이 나 수색하기 시작할 것. 슬슬 돌아 가야 함.
원래는 너한테 최면 걸어서 네 멋대로 내 비밀 연구소로 가 있게 만들 생각이었음.]
“뭐…?”
이것도 내게 피해를 주지 않게끔 하는 최면 때문에 보여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 말대로다. 사람 자체는 이상한 것 같았지만…이런 걸 만드는 녀석이 연구소에서별것 아닌 사람일 리 없다.
처음부터 섹스할 생각도 없었다고 하더니, 정말로 시간도 빠듯하게 해서 나왔네 이 자식.
갑작스럽게 만나고 갑작스럽게 보내줘야 한다는 상황이 무척 불쾌하게 느껴졌다.
꽤 스트레스 받고…짜증나고, 머리를 아프게 한 여자긴 하지만…외모는 정말로 상당하다.
슬랜더 체형에 엉덩이랑 가슴만 크다니….
곧 돌아가야 한다고 해도 이대로 보내 줄 수는 없다.
인지부조화장치…야외지만, 이 테이블 정도의 공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없다.
방금 전 겪은위기 탓에, 그리고 리프 자체도 몸은 무척 야하기 때문인지 자지도 빳빳하게 발기되어있다.
…좋아. 할까.
“테이블 위에 배 깔고 내 쪽에 엉덩이내밀면서 엎드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리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명령에 따랐다.